교총의 새로운 바람 주도할 것으로 기대돼

지난 7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제 33대 회장으로 이원희 서울 잠실고 교사가 당선됐다. 현직 교사가 회장으로 선출된 것은 한국교총 60년 역사상 처음이다. 1947년 한국교총이 설립된 이래 교총 회장은 모두 대학교수 출신이었다. ‘현장교육의 대변자’를 자처하고 출마한 이원희 회장이 당선됨으로써 교총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희 회장은 “현장 교사 출신으로서 교원의 교육 전문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정부의 투자를 이끌어내 학생, 학부모, 교원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이원희 신임 회장의 당선은 1947년 교총이 출범한 이래 그동안 대학 총장이나 교수가 회장을 맡아 왔던 전례를 깨고 처음으로 교사 출신 회장이 탄생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충북 충주 출신인 이 신임 회장은 충주 엄정초, 충주중, 서울 경희고, 서울사대,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뒤 서울 삼선중, 서울사대부설중, 강일중, 경복고 교사를 거쳐 현재 잠실고 교사로 재직 중이다. EBS 언어, 논술 스타강사이기도 한 이 신임 회장은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전문위원, 교육부 논술심의위원회 부위원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상담교사단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최근까지 교총 수석부회장을 맡아왔다.

Q.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60년 사상 처음으로 평교사 출신 회장이 되었다.
-지난 1982년 발령을 받은 뒤 교단 현장에서 26년 동안 있었습니다. 승진의 바늘구멍을 후배들에게 넘겨주고 나는 학교현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회장직을 결심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은 모두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는 동료교원들 덕분입니다. 따라서 학교현장의 어려움을 대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Q. 첫 평교사 출신 회장이라는 점은 큰 화제가 되고 있으며, 교총이 보수적 색채가 강했던 점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파격적이다. 때문에 이 회장에 거는 기대도 크다. 그만큼 이 회장의 책임감과 부담감이 클 것 같다.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교총을 이끌어 나갈 것인가.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고 어깨가 점점 더 무거워집니다. 학교현장의 어려움을 대변하려면 앞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정책을 제안하고 교육당국과 협상을 벌여야 하며, 국회에도 정책 제안이 있어야 합니다. 학생. 학부모 공론의 장도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정권변화기이기 때문에 더욱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전국을 돌아보니 교사들의 사기가 예전보다 더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교사들이 신나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특히 더 노력할 것입니다.

Q.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현재 우리 교육현장은 서로 갈등상태에 있습니다. 학생 학부모와 선생님 간 갈등이 있고, 교육당국은 교사를 개혁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교육주체들 간에 신뢰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교사에게 잘 가르치기를 원하는데 그에 대한 준비가 됐느냐는 성찰이 필요합니다. 학생, 학부모들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공동체 의식과 질서의식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좀 이기적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사교육을 걱정하면서 그분들이 정작 사교육을 끌고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교육문화를 만들 때입니다.

Q. 입시위주의 교육은 우리나라의 교육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되어 왔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입시교육, 교육열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공교육이 무너지는 원인은 됐지만 그 에너지를 유지하고 다양성으로 풀어야 합니다. 이제 획일적인 입시가 아닌 다양한 입시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학생들이 공부를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그 비용을 국가, 국민이 부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학급을 소수학급으로 만들어서 개별지도가 가능케 하는 등 학교현장에 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Q. 참여정부의 교육정책, 특히 평준화 교육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평준화 교육이 가져온 허점은 매우 많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이른바 ‘짬뽕 교육’입니다. 내신이 전체의 0.5%에 드는 학생과 90%권인 학생을 한 학급에 집어넣고 개별학습을 시키는 게 우리 교육의 현실입니다. 대입 제도 갈등도 알고 보면 평준화 교육이 낳은 측면이 큽니다. 그동안 정부는 평준화 교육 체제에서 입시 제도를 너무 흔들어 놓았습니다. 5년마다 입시를 바꾸다보니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공교육을 신뢰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입시 정보를 얻는 게 아니라 학원 입시설명회에서 대학에 관한 정보를 듣는 게 현실입니다.

Q.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는데, 어떠한 방식으로 지지할 것이며, 지지 후보들을 어떠한 식으로 검증할 것인가.
-9, 10월경 교총 창립 60주년을 기념하는 전국교육자대회를 여는데 1만5000여 명이 모일 것입니다. 이 자리에 대통령 후보들을 모셔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을 듣고 조목조목 따질 예정입니다. 후보들이 내세운 교육정책의 허와 실을 짚고 조사를 통해 회원들의 후보 선호도를 밝히겠습니다.

Q. 위의 방식과 같은 교권의 정치참여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가.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모두 ‘교육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아무도 공약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모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육재정 6% 확보를 약속했지만 전부 다 뒤집어졌습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할 수 없습니다. 선거법상 법 테두리는 지켜야하겠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을 최대한 활용할 것입니다.

Q.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외고, 과학고 등의 특목고에 몰리고 있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이 같은 특목고 쏠림 현상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지나친 특목고 쏠림 현상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특목고는 획일적인 평준화 교육을 보완하기 위한 일종의 수월성 교육 장치이므로 무조건 매도해서도 안 됩니다.
국제고 같은 특목고를 만들어 잘 운영하면 외고와 함께 대표적인 특목고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고교 교육에서 자율의 틀은 주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Q. 교육부의 3不정책(본고사ㆍ고교등급제ㆍ기여입학제 금지)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입시의 축이 무너지면 공교육 정상화는 불가능합니다. 3불 정책의 경우 국어 영어 수학은 예전의 획일적 본고사가 아니라 교과ㆍ학과별로 다양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기여입학제는 곤란합니다. 다만 학문적 논의는 필요합니다.

Q. 최근 교육부는 대입에서 내신 반영비율을 30%로 정했다. 대입에서 내신반영의 적정수준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 또한 그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해 대학들의 내신 실질반영률은 3%~5%였습니다. 그리고 수능 등 다양한 전형요소는 입시에서 패자부활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주요 대학들의 내신 실질반영률을 기준으로 올해는 15~20%로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다양한 특성을 가진 학생들을 감안하지 않은 채 정부의 요구대로 대입전형을 할 경우 내신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은 패자부활전 기회마저 뺏기게 되기 때문입니다.

Q. 현재 여론이 교원평가제와 교장공모제에 대하여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총에서는 교원평가제와 교장공모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밥그릇 싸움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교원평가제와 교장공모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교원평가에 관해 이야기 하면 현재 학교현장에 평가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지난해 교무부장을 했는데 다섯 번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평가기준을 보면 학교현장과 동떨어진 항목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생님의 목소리를 평가한다는데 이미 많은 선생님들이 사비를 들여 마이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탁상공론 때문에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이 멱살 잡히는 등 교권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평가는 전문가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잘못된 선생님들은 재교육을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정부가 추진하는 평가라는 것이 자기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수준입니다. 그것을 가지고 교원평가를 하는 것처럼 하면서 국민들에게 교사들이 기득권 세력이라 이를 거부한다고 말하는 것은 평가의 진의를 왜곡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권말기에 밀어 붙이기 하지 말고 진지하게 토론해서 제대로 된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 교총의 입장입니다. 교권과 수업만족도를 바라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조화를 이루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해 있다 보니 정부도, 교사도, 학부모도, 학생도 상대방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교장공모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면 무자격 교사에게 단위 학교 교장을 맡기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 교총의 입장입니다. 교장 자격은 교단 활동을 충분히 한 교사들에게 주어져야 하고, 자격증이 있는 교사만 교장을 맡아야 합니다. 일시에 판(교단)을 바꾸려는 시도는 위험합니다. 교육이 무너집니다. 물론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애니메이션고 등 특성화 고교는 가능한 이야기지만 일반 정규 중ㆍ고교는 안 됩니다. 신중해야 합니다. 길게 보고 논의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학교현장 중심주의와 교실교육 제일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현장교육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더불어 학생과 교사와 지역사회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부당한 교권 침해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고 반대로 교사가 전문성을 갖추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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