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개각을 보는 시선

참여정부의 마지막 개각이 단행됐다. 지난 달 노무현 대통령은 새 법무장관에 정성진 국가청렴위원장, 농림장관에 임상규 국무조정실장, 정보통신부장관에 유영환 정통부 차관을 내정하는 등 장관급 7개 자리와 유엔대사를 교체하는 정부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임기를 6개월 여 남긴 시점에서 이루어진 이번 노 대통령의 개각은 특히 대선을 앞두고 있어 주무부처 안팎으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 유엔대사에 임명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지난 달 8일 노무현 대통령은 7명의 장관급 인사를 내정했고, 4개 차관급 인사도 함께 교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새 법무부 장관에 정성진 국가청렴위원장을 내정했고, 농림부 장관에는 임상규 국무조정실장, 정보통신부 장관에 유영환 현 차관, 국무조정실장에는 윤대희 청와대 경제정책수석, 통상교섭본부장에 김종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단 수석대표를 발탁했다. 국가청렴위원장에는 이종백 전 서울고검장, 중앙노동위원장에는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이 내정됐다. 차관급 인사로는 통일부 차관에 이관세 남북회담본부장이, 여성부 차관에 박승주 중앙인사위 소청심사위 상임위원,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에 김대유, 통계청장에 이창호 기획예산처 재정전략실장이 기용됐다.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은 이번 개각에 대해“대통령 권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장관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말하며“국정의 원활한 마무리를 위한 인사”임을 강조했다. 그간 언론과 야당에서는 법무부 장관의 사퇴과정에 대해서 자진 사퇴가 아니라 청와대가 사퇴압박을 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해왔다.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월 검찰의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후보 수사에 대해“고소를 취소하면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발언을 시작으로 또한‘향후 정치계에 몸담을 수도 있다’는 언행을 한 것이 이번 개각에 도화선이 되지 않았는가 하는 여론이 일었다. 이런 추측에 대해 박 수석은“이번 법무장관의 사의표명과 교체는 청와대의 사퇴압력이 아니라 일부 언론과 야당의 장관 흔들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며, 그 때문에 아까운 국가적 인재 한 분을 좀 더 활용하지 못한 경우”라고 오히려 사태 원인을 여론에 떠넘겼다. 천호선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그동안 법무부 장관 교체설을 전파한 것, 그리고 장관의 업무를 수용하기 어렵게 흔들어댄 것이 과연 누구인가? 청와대가 아니라 일부 언론의 보도가 그렇게 해 왔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리는 것이다.”라고 밝혀 사태를 일축시키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번 개각은 순수하지 못하다”
이번 개각에 대해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김성호 법무장관을 교체하기 위한 개각이며,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지를 의심케 하는 코드개각, 대선용 개각이다. 대선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신호탄”이라고 비판적 의견을 발표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으로 단행한 개각은 내각에 활력을 불어넣고 공직기강을 다잡는 목적도 있었고, 그간의 공로를 보상해주는 차원의 다목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내정된 장관들의 인사청문회로 인해 허공에 뜨는 행정 업무와 잦은 장관 교체로 인한 내각 인사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은 면키 어렵다. 유엔대사에 임명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통상교섭본부장에 발탁된 김종훈 한미FTA 협상 수석대표는 노 대통령이 한미 FTA 체결 과정에 있어서 이들의 노력에 대한 보상 차원의 개각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이 넘는 동안 국내의 거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이끌었던 김종훈 대표는 협상의 흐름과 쟁점을 깊숙이 파악하고 국익 관철을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민주노동당 김형탁 대변인은“임기 6개월의 선거 준비 내각이라면 공평하고 공정한 관리가 가능한 개각이 있어야 하는데 대통령 개인의 호불호 평가가 들어간 개각이 됐다”며“국정 운영을 개인 기업체 운영과 혼동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평했다.

바꿔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
▲ 통상교섭본부장에 발탁된 김종훈 한미FTA 협상 수석대표
장관의 잦은 교체를 문제 삼던 국회에서는 최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두고 통일부 장관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장관은 서해교전에 대해“안보를 어떻게 지켜내느냐 하는 방법론에서 우리가 한번 반성해 봐야 할 과제”라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지난 해 12월 통일부 장관으로 취임한 그는 취임 이후 줄곧 소위 말하는‘친북’발언들 때문에 늘 퇴임 종용을 받아오던 터다. 어차피 대규모 개각이 자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통일부 장관에서 물러나기에는 더없이 좋은 때라는 관측들도 있다.
지난 달 말부터 장관 내정자들은 인사청문회를 시작했고, 이때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참여정부가 끝나는 내년 2월 24일까지 각료로서 일하게 된다. 임기는 길어야 6개월이다. 현 정부의 집권 말기이고, 남북 정상회담과 대통령선거가 진행되었거나 예정되어 있다. 따라서 넉넉지 않은 시간이지만 장관 내정자들의 역할과 임무에는 무게가 실려 있다. 정부수반과 임기를 같이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선진국의 정치행정 제도와 비교가 되고 있는 참여정부의 잦은 개각은 노무현 정부 들어 장관들의 평균 임기 기간이 1년이 채 되지 않고 있다. 그 어떤 빼어난 인물과 완벽한 정책도 원활히 진행시키고 정착시키기 힘든 환경이다. 이제는 그것마저 6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참여정부 마지막 개각은 예의주시하는 시각들이 더욱 늘어났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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