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진출 위한 고된 훈련

지난 달 19일은 2007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대선 레이스에 일대 변혁을 가져오는 날로 기록되었다. 한나라당은 역대 가장 치열했다고 할 수 있는 경선에 종지부를 찍었고, 깔끔하진 않지만 어찌됐든 열린우리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의 합당이 결정됐으며, 민주노동당은 전국 순회 경선에 돌입했고, 유력한 범여권 대선 후보로 점쳐졌던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독자 노선을 가지고 대선에 도전할 것을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14개월여 평탄하지 않은 경선 레이스를 끝내고 지난 20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당 대선후보로 확정지었다. 박근혜 후보와 지지율 격차 요동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선두 자리를 내준 적은 없어서 이 후보의 경선 승리는 예상되었던 결과였다는 의견이 많았다. 별 짓을 다했어도 한나라당에 대한 전체 지지율은 떨어지지 않았다. 전국 248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투표는 최종 투표율이 70.8%로 지난 2002대선 때와 비슷한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 간 승부는 1년이 넘는 동안 상대 공약 공격하기, 경선 룰 정하기, 검증 공방과 고소, 검찰의 이 후보 수사 결과 발표 등 그 이름과 내용이 화려한 만큼 경선 이후의 한나라당에 닥칠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점쳐지고 있다. 경선이 치러지는 당일 날 까지도 두 후보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승리를 자신했고,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한 기표용지 촬영 사례가 발견되면서 부정투표 논란, 경선불복의 빌미 제공 등 불미스러운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이 후보가 승리를 하면서 박 후보는 경선 패배를 인정하고 당의 정권탈환을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는 선언을 함으로써 경선 직후에 예견되었던 경선 후유증은 일단 한시름 놓은 상태다.

민노당 세 후보의 각축전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가 탄생되던 날부터 민주노동당은 제주도를 시작으로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국 순회 경선에 돌입했다. 9일까지 치러지는 경선을 통해 민노당을 대표하는 대선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후보간 우열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민노당에서는 세 후보간의 지지율이 분산되어 있어 이번 전국 순회 경선에 대한 당 안팎의 기대가 크다. 경선에서는 과반수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1, 2위 득표자간 결선투표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고, 여론조사마다 세 후보 간의 지지율이 다르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민노당 경선의 가장 큰 변수는‘정파’문제라고 밝히며 특정 정파의 특정 후보 지지 가능성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자주계열 지도부와 정파적 이해를 같이 하는 권영길 후보의 지지방침이 일반 당원들에게까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에 따라 세 후보의 당락은 흔들리게 되어 있다.
민주노동당의 세 경선 후보들의 경선 레이스는 상대적으로 언론에서 주목을 받지 못해 경선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관점이 대부분이다. 사건과 사고를 많이 일으킨 한나라당 경선 후보들에 치이고, 탈당과 창당, 합당을 번복하는 범여권에도 상대적으로 포커스를 빼앗겼다. 무엇보다도 극심한 언론의 불균형 보도에 가장 큰 수혜자였다. 지난 7월 한 달 신문과 방송을 합친 보도 횟수를 살펴보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389회, 박근혜 후보는 311회, 범 여권 후보들은 307회로 나타났지만 민노당 3명의 후보를 모두 합친 언론보도 건수는 32회에 불과했다고 민노당 이상현 미디어홍보위원회 위원장은 밝혔다. 한나라당 후보에 비해 40분의 1 수준이었다. 전국적으로 2회의 중앙토론회와 7회의 지역순회토론회 등 민노당 후보들에게도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가 있었다. 하지만 사건과 사고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죄라면 민노당 경선의 흥행 실패가 더욱 씁쓸하게 다가온다.
▲ 민주노동당은 사건과 사고를 많이 일으킨 한나라당 경선 후보들에 치이고, 탈당과 창당, 합당을 번복하는 범여권에도 상대적으로 포커스를 빼앗겨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경선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것이 현재 민주당의 최대 관건이다.
권영길 후보와 노회찬 후보의 2강 구도로 예상됐던 민노당 경선은 심상정 후보의 가파른 지지율 상승으로 인해 예측불허의 경선 국면을 맞고 있다. 각종 언론 인터뷰와 TV토론회에서 보여주고 있는 심 후보의 정책 대안과 설득력 있는 모습은 여성 리더십을 한층 돋보이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민노당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른 노회찬 후보는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특히 지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순발력과 재치를 갖춘 TV토론회의 달인으로 불리는 노 후보는 지난 한·미FTA 찬반에 관련한 TV토론회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지지자들이나 대학생들과의 열린 토론회를 통해 그의 진보정치세계를 피력시켰다. 근소한 차이로 당내 경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권영길 후보는 관록과 무게감에 있어서 단연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최대계파로 분류되는‘자주·민주·통일’진영이 권영길 후보를 지키기로 합의한 후 정파선거의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되었지만 권영길 대세론 자체를 부정할 순 없다.
민주노동당의 경선 레이스는 가장 건강하고 바람직한 경선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음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3명의 후보들 모두 각기 가진 역량과 개성으로 민노당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를 높였고, 예측이 불가능한 비슷한 지지율은 당원들도 건강한 정당문화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선진화된 정당 정치를 보여주고 있지만 문제는 민노당이라는 링 밖에서 벌어질 사태다. 가장 조용하게 경선을 치러낸 민노당 후보가 치열한 대선 국면에서 오롯이 살아나기가 쉽지 않을 터다.

반년 동안 통합 해온 대통합민주신당
지난 달 18일 열린우리당은 전당대회를 열어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합당을 결의하고 암묵적인 열린우리당의‘해체’를 선언했다. 제 3지대라고 불리는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흡수되어 도로열린우리당이 되었다는 지적과, 김한길, 천정배 의원 등 하나 둘 씩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기 시작한 지 8개월 동안 열린우리당은 있었지만 없어질 존재로 낙인찍혀오다가 결국은 정말 없어져 버렸다. 결코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닌 이번 대통합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의 합당 조치는 결국 원내 제 1당이 당명을 바꾸고, 새로운 진영의 사람을 들여오고, 흩어졌던 이들을 한데로 모아 다시 정상의 위치를 회복한 것이다. 반한나라당 세력의 결집이라는 시선과 정권 사수를 위한 대선용 급조 정당이라는 비난을 면키 힘든 대통합민주신당은 결국 선진화된 경선을 치러내고 한나라당 후보에게 대적할 만한 대통령 후보를 선출해내는 것으로 이러한 오명을 씻어낼 방침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예비 주자들 중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손학규 후보는“대통합민주신당이 반성과 새로운 출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우리 스스로 반성하지 않고 과걱의 것을 적당히 얽어서 가니까 그런 것이다. 정말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모습으로 가자는 각오를 해야한다.”고 말하며 위기에 처한 당의 운명에 대해 결의를 다졌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오는 10월 14일 대선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민주신당은 지난 달 컷오프(예비경선) 후보 등록을 실시해 총 9명의 예비 경선 후보를 선정했다. 민주신당 경선에 참여할 후보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 이해찬 전 국무총리,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한명숙 전 총리,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신기남 전 우리당 의장,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천정배 전 법무장관, 추미애 전 의원이 있다. 현재까지는 손학규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한나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선 공략 정책과 비전을 밝힐 기회가 적었던 후보들이 많이 있고, 이미 인지도 면에서는 후보들 모두 비슷한 상황이라 한나라당 경선이 마무리 된 이후부터는 민주신당의 경선 후보들 지지율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범여권 후보들의 과거 경력과 도덕적으로 큰 결함이 없는 점 등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고, 반면 어느 한 쪽을 지지하기에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각 후보들
▲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범여권 제3지대 신당인 대통합민주신당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대선출마 선언을 했다. 따라서 문 사장은 대선후보선출을 위한 정당의 예비경선이나 본 경선에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은 컷오프 직전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쳐 지지율을 끌어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컷오프가 본격화 됨에 따라 후보들 간에는 막말 공방이 이어지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이해찬 전 총리를 선두로 하여 한명숙 전 총리까지 합세한 손학규 전 지사의 정체성 비난은 경선의 과열 조짐을 보이는 신호탄이 되었다. 제 2차 네거티브 경선 열전이 펼쳐질 우려가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신당 측에서는 한나라당 후보 간 상호비방전과 자질 공방이 유례에 없는 고소, 고발까지 갔던 것을 초석으로 삼아 범여권 진영의 후보들에게 절제된 언행을 당부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김효석 원내대표는“미래정책은 보지 않고 상대방 흠집 내기를 경쟁적으로 알리는 경선에 대해 국민은 감동은 커녕 관심도 없을것이다. 우리 후보들도 곧 경선이 시작되는 데 도덕적으로 깨끗한 길을 걸어온 분들인 만큼 미래비전을 가지고 경쟁하는 매니페스토 경선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자.”라고 말했다. 현재 143명의 대통합민주신당 소속 의원들의 과반수 이상은 지지하는 경선 후보를 정하지 못한 중립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경선이 본격화되면 주자들의 영입경쟁이 치열해질 것이고 내년 총선까지 앞둔 상황에서 민주신당 소속 의원들의 줄서기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조순형 카드
통합민주당은 대선이라는 망망대해에 통통배를 타고 건너는 심정이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민주당과 합당을 시도한 김한길, 강봉균 등 19명의 의원은 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큰 물결로 다시 흘러들어갔다. 믿었던 DJ마저 통합민주당에 등을 돌렸고, 민주당을 제외한 범 여권은 대통합이라는 대업을 이루고 통합민주당과 비슷한 당명을 만들어 새롭게 문을 열었다. 그들이 비록 도로열린우리당이던, 대선 승리용 급조 정당이던지 간에 통합민주당은 현재 의석수 9석의 원내 제 4당이고, 대통합민주신당은 143명의 의원들이 모여 다시 정상을 탈환했다. 범여권의 꾸준한 통합 제의를 뿌리치고 통합민주당은 독자 후보를 선출키로 합의하고 오는 10월 7일 통합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확정하기로 했다. 현재 민주당 경선 참여가 예상되는 주요 주자는 조순형, 이인제, 신국환 의원, 김영환 김민석 전 의원, 장상 전 대표 등이 있다. 현재 민주당 경선 후보로는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조순형 후보는 범여권 전체 후보들 중에서도 손학규, 정동영 후보에 이은 지지율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조순형 카드를 전면 배치해 독자 경선뿐만 아니라 대선 후보로서의 충분한 준비훈련이 필요하다. 일단은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선언을 하고 독자 후보 선출에 사력을 다할 민주당은 10월 말 이후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후보단일화를 이뤄낼지에 관심이 주목된다.
또한 지난 달 23일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범여권 제3지대 신당인 대통합민주신당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대선출마 선언을 했다. 따라서 문 사장은 대선후보선출을 위한 정당의 예비경선이나 본 경선에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문 사장의 독자 노선 효과가 범 여권의 경선 레이스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그는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언론을 통해 올바르게 보여주어 국민과 직접 소통을 통한 인지도 상승과 지지율 확보에 전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달 말 쯤이면 각 당의 대선후보는 대체적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지난 달 대선 후보를 선출해낸 한나라당에 비하면 범여권의 대선 출마자들은 한 발 늦은 출발을 하는 셈이다. 현재는 각 당들이 경선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제대로 치러내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경선 이후 본선은 더욱 촉박한 시간 안에 더욱 치열한 전쟁을 치러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본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후보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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