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A-Wish’는 소원이 아닌 기적을 선물

소중한 어린 생명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소아암 병동의 병실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어린이는 미래의 새싹이요, 희망이라고 말한다. 이런 어린 새싹들이 그냥 쓰러지기에는 너무나 아깝고 소중한 생명들이다.“고통을 나누면 절반이 된다”아이들의 작은 손을 잡아주고, 초롱한 그 눈을 사랑으로 바라볼 때만이 우리 아이들이 그 힘겨운 투병을 벗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신성아 기자

갓난아기가 엄마에게 애정을 보이는 건 모유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따뜻한 체온 때문이라고 한다. 일상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가치를 느끼는 건 돈이나 물질적인 무엇이 아니라,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모여 바다로 향하듯 우리들의 작은 사랑과 관심이 모아진다면 현재 각종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어린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생명을 지키는 숭고하고 거룩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두움과 힘겨움의 아픔을 겪고 있는 아이들. 그 사랑과 관심이 아이들의 눈빛에서 느끼는 희망이며 생명이다. 희망은 사랑을 품고 만들어진다. 희망은 끊임없는 실천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죽음이라는 의미조차 모르는 이 어린 아이들이 마치 죽음과 같은 항암의 고통을 지금도 이겨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아암은
소아에게는 성인에게서 볼 수 있는 위암, 폐암 등은 거의 볼 수 없지만, 급성백혈병, 악성림프종, 뇌종양, 골육종 등이 많다. 이들 악성종양, 즉 암 중에는 급성백혈병이 가장 많아 전체의 35∼40%를 차지하고 있다. 소아암은 1년에 1만∼2만 명 중 1명의 비율로 발생한다. 특히 4∼5세 이하에 발생빈도가 높고, 드물게는 출생 때부터 암의 발생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소아의 발생에는 출생 전에 어떤 발암 인자가 작용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확실하진 않다. 선진국에서 소아암 환자에 대한 인식이나 처우는 우리나라와 비교하여 월등한 차이를 보인다. 미국의 경우, 오래 전부터 소아암 환아의 치료비 전액을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다니 우리나라의 소아암 가족들에게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일반 국민도 치료비 지원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와 치료비뿐만 아니라 연구기금조성에 까지 개인 재산을 기부하는 적극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난치병 치료에 들어가는 의료비용은 1인당 연간 수 천 만원에 이르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한 대학병원 소아과 교수는 어린이 난치병을 사회적 질병이라고 규정한다.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는 얘기다. 국내 어린이 난치병의 발병률은 미국과 일본, 유럽과 비슷하나 관리수준은 상당히 뒤처져 있다. 우선 어린이 난치병에 대한 실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110여종에 적게는 몇 만 명에서 많게는 100여만 명에 이르는 환자가 있을 것이란 추정만 있을 뿐이다.

“난치병 아이들의 꿈을 이루어 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꿈을 꾼다. 피터팬처럼 하늘을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는 꿈, 과자로 만든 집에서 살아가는 꿈,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서 축구공을 꼭 껴안고 자는 아이들, 경찰관, 작가, 디자이너 등 하늘의 수많은 별처럼 많은 우리 아이들의 꿈이다. 어른들에게는 동화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미래의 현실이다. 난치병을 앓고 있는 어린들의 소원을 성취해 주는 기관 <한국 Make-A-Wish재단>은 어린이들이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을 귀담아 들어주고 이를 현실화 해준다. 어린이들의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줌으로써 어린이들에게 병과 싸울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는 것이다. 1980년 미국 아리조나주의 백혈병을 앓던 5세 소년 크리스의 경찰관이 되어보고 싶은 소원을 이뤄주며 시작된 Make-A-Wish 재단은 이제 전 세계 32개국에서 난치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소원성취 사업을 통해 투병의 의지를 심어주고 미래에 대한 꿈과 소망을 되찾아주는 세계최대의 소원성취기관으로 성장하였다. 한국 Make-A-Wish 재단을 통해 2003년에는 26명 아동들의 소원이 성취되었고, 2004년에는 49명, 올 해는 100여명의 어린이들의 소원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난치병 어린들의 대부분은 바깥 세상에 대한 동경심과 그리움을 갖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호흡기에 의존하며 생명을 연장해오는 어린이부터 근육병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어린이까지 텔레비전이나 꿈속에서 보아오던 자연 풍경을 그리워한다. 난치병으로 장기간 투병하고 있는 어린이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어하고 있지만, 지친 투병생활 속에서도 가장 원하던 소원을 이루는 순간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삶의 희망과 기쁨을 체험하게 된다.

Wish Day, 꿈꾸는 아이는 아름답다
모든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아름다운 상상의 세계가 존재한다. 정신적으로 싸우고 있는 우리 어린이들은 그러한 아름다운 세계 속에서 지내기가 어렵다. 이런 아이들이 마음 속 숨겨진 소원을 찾아내 이루게 되면 어느새 잃어버렸던 동심의 세계로 들어간다. 소원이란 마술과도 같아서 소원을 성취하는 동안에는 걱정과 근심을 버리고 삶의 희망과 용기를 느끼게 해 준다. Wish Kid란 한국 Make-A-Wish 재단을 통해 소원성취 대상자로 선정된 3세~18세의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동과 청소년을 말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가진 소원을 이루는 날을 Wish Day라고 하는데, 준비기간은 평균적으로 2~3개월 정도이다. 아이들의 소원은 대략 4가지 정도의 유형으로 나뉜다.“어디로 여행을 가고 싶어요, 원하는 물건을 갖고 싶어요, 멋진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요, 누군가가 되어보고 싶어요”이다. 지난 7월, 어머니로부터 유전되어 신경모세포증을 앓고 있는 한길모(남, 10세) 어린이는 경찰관이 돼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을 견학하고, 경찰 순찰차도 타보는 멋진 일일 경찰관이 되어 본 것이다. 그날, 길모는 그 자리에 함께 있던 경찰아저씨들로부터 큰 격려와 박수를 받았고, 마포경찰서의 허남석 서장은 명예경찰관 증서와 포돌이 유니폼을 주기도 했다. 헤어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은이는 초등학교 6년 내내 반장을 놓친 적이 없고,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밝고 씩씩한 소녀이다. 작년 골육종 수술을 받은 은이는 큰 미장원의 헤어디자이너가 되어 자신만의 VIP 손님들의 머리를 예쁘게 해주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박준 뷰티랩에서 원장님의 지도하에 각 분야의 헤어디자이너들로부터 샴푸, 헤어컷, 펌까지 배운 후 어머니의 머리를 선생님들과 예쁘게 해드렸다. 이렇게 아이의 소원을 이루는 과정에서 가족과 아이가 함께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는 시간이 되며, 실제로 위시데이를 통해 가족들이 힘을 얻고 화합하는 계기가 된다고  한다.

“봉사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다. 봉사는 실천이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아름다워 간직하고 싶은 Make-A-Wish의 박은경 사무총장을 만났다. 재단에서 근무를 시작 한 지 1년 6개월 정도 된 그녀는 2000년 말까지 월드비전에서 배우 김혜자와 80% 이상의 현장을 같이 다니기도 했다.“그 당시 전 고통 받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어요. 거기 있는 사람들을 보면 사람보다 동물이 더 팔자가 좋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왜냐하면 사람하고 동물이 사는 곳이 똑같으니까요. 그러면 누가 더 행복하겠어요?‘정말 동물이 사람보다 더 낫다’라는 생각을 하죠. 그런 거를 보면서 새삼 세상이 공평한가. 하나님께서 저희에게 어떤 사명을 주셨기에 이런 세상이 존재하는가 싶어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눈가에는 어느새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전쟁이 없는 세상이 올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빈곤과 질병, 위협이 없는 세상은 사실 올 수 없어요. 하지만 어둠속에 우리가 촛불하나 켜면 방이 다 환해질 수는 없어도 촛불이 켜진 만큼은 환하쟎아요. 그런 이유로 저희도 일하는 거죠. 저희가 1년에 100명, 200명 이렇게 계속 도와드려도 모든 난치병 아이들의 소원을 다 들어줄 수는 없어요.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으로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박은경 총장은 건강한 몸으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고 축복받은 일이라고 한다. 그녀는 당부한다.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은 때를 잡아놓고 기다리면 그때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고.“남을 돕는다는 것은 사실 거창한 일이 아니에요.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작은 행동부터 옮기는 것으로 출발하면 돼요. 지금 시작하는 것을 항상 강조하고 싶어요.”

기적을 선물 받은 <예진이네 이야기>
9월에 전신 방사선 치료와 2차 조혈모세포이식을 하게 된 예진이는 재단의 도움으로 지난여름에 제주도여행을 다녀왔다. 신경모세포종 4기라는 절망적인 진단을 받은 예진이는 Make-A-Wish로부터 받은 사랑과 소중한 추억의 힘으로 놀랍게도 현재 완치되어 가고 있었다. 예진이네 가족은 원래 루마니아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예진이가 갑자기 아파서 급히 귀국한 것이라고 하면서, 곧 루마니아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한다. 다른 어린 아이들과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예진이는 나에게 해맑은 웃음을 지어보였고, 계속 엄마에게 제주도여행 비디오를 보자고 졸라댔다. 아직 4살이라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때의 즐거웠던 여행을 기억하는지 엄마에게 또 제주도 가자고 여러 번 말한다고 예진이 부모는 이야기한다. 루마니아에서 태어난 예진이가 병에 걸린 건 작년 가을이었다. 갑자기 배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보고 괜히 밥 먹기 싫어 꾀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예진이의 배를 만져보고 나서 뭔가 이상함을 발견해 병원에 갔더니, 이미 뱃속에는 암세포로 가득 차 있었다. 루마니아의 병원시설로는 예진이의 병을 감당하기엔 어려웠다. 그래서 서둘러 한국에 와 치료를 받은 것이다. 예진이가 제주도여행을 다녀온 뒤, 비록 어린 나이지만 밥도 잘 먹고 무균실에서 적응도 잘 하는 기특한 모습을 보여주어 주위사람들을 안심시켰다고 한다.“웃음을 잃어버리면 병을 이길 힘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예진이가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 몇 달 후에 언니와 오빠가 한국에 왔는데, 가족을 만난 기쁨에 예진이의 백혈구 수치가 840에서 이틀 만에 18750까지 올라갔어요.”예진이 엄마는 이렇게 말하면서 예진이가 빨리 루마니아에 가서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자고 이야기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우리사회는 어린이들을 각종 사고와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제도와 장치를 마련해야하며, 사랑과 관심을 모아야 한다. 더욱이 힘겨움에 지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는 일은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당연한 의무일 것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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