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수의 철학으로 인생을 논해보다

한대수는 참으로 나이를 알 수 없는 사람이다. 그와의 대화는 시종일관 즐거웠으며 그 안에는 그가 살아온 세월에서 묻어나오는 그만의 철학이 존재했다.
그는 나이 들어가는 것이 영 재미없다는 반응이다. 그는 이제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다. 여전히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으로 그의 나이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나이라는 게 결론적으로 말해 가난뱅이나 부자나 인간이라면 모두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과정이라면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나이 들어가는 것이 즐겁지 않은 그의 심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이 들어가는 것은 신체가 변화하는 것에서부터도 알 수 있다. 심지어는 눈썹부터 달라진다고 한다. 자신처럼 기타를 치는 사람은 공연 때 5곡 정도를 연주하면 마비가 올 때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목소리도 달라진다. 파바로티도 이제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못하지 않는가. 예전에는 공연 전 날에 술을 마셔도 아무렇지 않게 공연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라는 거다. 공연 전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웃음)
그에게 물어본다. 젊은 시절에 지금의 나이에 대해서 어떤 상상을 했는지 말이다.“이렇게 늙을 줄 몰랐다. 너무 아이러니컬하다. 저 후배(작업실에 있는 음악을 자신의 후배를 가리키며 하는 말, 그는 한대수의 고등학교 후배이며 현재는 29살이다.)같이 항상 저럴 줄 알았다. 뿐만 아니라 믹 재거가 이렇게 말하지 않았었던가. 내가 마흔이 넘은 나이가 되어도 락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그의 나이가 60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락을 하고 있지 않은가.(허허) 늙어가는 것에는 슬픔이 있다. 그리고 기쁨이 있다. 기쁨이라는 것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있구나 하는 것에 대한 기쁨이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일찍 죽은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자신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물론 상처투성이지만...”
지금 당신의 나이에 대한 정의를 내려달라는 요구에 그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펼쳐놓았다.“모든 육체적인 것들이 힘을 잃을 때이다. 그리고 정신적으로 현명해져야 하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더 싱거워지고...(허허)”욕망은 불타고 있지만 창의력은 따라주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은 섹슈얼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피카소도 죽기 전에 연애 한 번만 더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연애는 하지 못하고 그걸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그의 마지막 작품들은 거의 포르노 수준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전시되지 못했을 거란다. 최근 5년 혹은 10년 전쯤에 전시가 되었을 때 사람들은 징그럽다는 반응들을 보였지만 그는 개인적으로 그 그림들을 보고 감명 받았다고 한다.
그의 간단명료한 정의를 마지막으로 나이 들어감에 대한 인터뷰를 마무리지어볼까 한다.
“죽음은 죽음이다. 그리고 인생은 짧은 여행이다. 이 여행을 즐기는 것이 또한 우리의 몫인 것이다. 그리고 여행을 즐기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사랑하는 사람을 기쁘게 해 주는 것이다.”

임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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