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논술 교육으로 지식을 깨운다

우리나라는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선진국들에 비해 학교 수업시간은 무척 방대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학생의 지식은 미국 등보다 훨씬 많지만 암기한 지식이다 보니 죽은 지식에 불과하다. 죽은 지식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논술 교육은 죽은 지식을 당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살아있는 지식으로 변화시키는 연금술이다.

▲ 씨앗나무 논술연구소 황남기 소장
대학입시에 논술시험이 도입된 이유는 우리의 기존 교육 방식에 한계를 인식했기 때문이다. 보다 종합적인 사고를 가지고 다방면에 활용하는 지식인을 만들고, 독창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글로벌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 시도된 첫 번째 단계인 것이다. 논술 과열 현상에 대해 교육 각계에서 우려를 표시하고 있지만 (진통이 조금 있더라도) 논술 교육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야 하고, 논술 교사들의 교육도 확대시켜감으로써 감성과 지식과 인성을 두루 겸비한 미래의 일꾼들을 만들 필요가 있다. 논술은 실제 대입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대학에 입학하면 레포트를 쓰고 논문을 써야 한다. 취직을 위해서도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고 직장에 들어가서도 끊임없이 각종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 풍부한 상상력과 논리적인 사고, 체계적인 정리, 수려한 표현력 등은 평생 가지고 가야 할 능력이고 재주가 되는 세상이다. 어린 시절부터 차근차근 논리적인 사고와 체계적인 글쓰기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씨앗나무논술연구소(www.nonsulggun.co.kr)의 황남기 소장은“요즘 세대는 개개인의 단편적인 지식과 재주에 안주할 수 없다.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적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지식, 말랑말랑한 지식을 요구하는 시대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최근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통합 논술’은 다양성을 획득하고, 포용력을 갖출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데 꼭 필요한 사안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심리, 교육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지식이 필요함은 물론이고 그 지식들의 자유로운 교류를 통해 통합적 사고가 생겨나고, 그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통합 논술의 의의라고 할 수 있다. 황 소장은“하나의 사건이나 현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감할 수 있는 시야를 가진 인재를 키우려면 통합교과적으로 교육과정도 변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라도 통합논술은 더욱 그 중요성이 확인된다”라고 말했다.

실무에 필요한 것은 통합적 사고 능력
최근 행정, 외무고시 1차 시험 유형이 대폭 수정됐다. 기존에는 헌법, 행정법, 한국사 등의 개별과목 단위로 문제가 출제되었으나 최근 과목간의 장벽을 허물고 여러 과목에 흩어져 있는 내용들을 하나의 쟁점 기준으로 묶는 문제 형태로 바뀐 것이다. 시험을 주관하는 중앙인사위원회는 앞으로 2차 시험도 과목별이 아닌 통합 주제별로 자료를 주고 답하는 형태로 변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고등고시, 공무원, 공사, 일반기업체 입사시험에도 학문간 통합 문제라는 광풍이 불어 닥칠 것을 예고하고 있다.
황 소장은 제 27회 외무고시 출신으로 4년 여간 외교부에서 근무했다. 이후 고시학원에서 헌법 강의를 시작한지 1년 만에 신림동 고시가를 평정했다. 최고의 엘리트이자 미래의 엘리트 교육을 이끄는 황소장은“실무에 필요한 것은 단편적인 암기위주의 공부가 아니라 모든 과목에서 배웠던 내용들을 연결시켜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시험 제도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정당성과 논리력, 설득력’이 조직 사회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며 통합논술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진짜 내공이 있는 엘리트가 되려면
▲ 황소장의 저서인 「우리가 경험한 논술」에 대한 강의가 10월6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2시) 역삼동 미진빌딩에서 있을 예정이다
씨앗논술연구소에서는 부모 세대를 위한 논술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창의력 있는 아이를 키우려면 부모부터 먼저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당장 정답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닌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력자 역할을 하기 위해 부모의 논술 교육도 필요하다. 그래서 매주 목요일 역삼동 미진빌딩에서 ‘어머니 논술’을 열었다. 그는“논술은 상대방을 설득하는 기술이다. 구체적이고 타당한 증명이 있어야 설득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사법시험, 행정고시, 외무고시 수험생들은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고시 엘리트들은 죽은 지식과 고시에 합격했다는 헛된 자만심으로 가득 찼을 뿐이다. 국민에게는 권위적으로 대하면서 살아있는 지식을 가진 외국 엘리트 앞에서는 힘을 못 쓴다. 이런 엘리트들은 국익을 보호하기 힘들다. 황 소장은“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죽은 지식에 숨을 불어 넣어 살아있는 지식이 되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고 싶다”며 강한 포부를 전했다. NP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