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디스크 DJ 김기덕에게 들어보다

라디오는 사람의 외로움을 달래준다. 홀로 있는 방안에 있을 때에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DJ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며 마치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눈을 마주치지 않아도 진심을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은 라디오라는 매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오늘도 오전 11시에 라디오를 켜면 우리들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김기덕의 골든디스크입니다 라고 인사를 건네 오는 DJ의 목소리가 말이다. 1975년‘2시의 데이트’로 그의 라디오 부스 안에서의 인생은 시작되었다. 끊임없이 라디오를 통하여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와 음악이야기, 그리고 음악을 전하면서 나이 들어가고 있는 DJ 김기덕. 그는 과연 나이 들어감에 대하여 어떤 감정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어쩌면 청취자들과 함께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사람이기에 뭔가 특별한 감정을 지니고 있지는 않을까 궁금해졌다.
그는 청취자들과 함께 공유해온 시간들에 대하여 마치 긴 꿈을 꾼 것 같은 느낌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야기가 있고 음악이 있었기에 그들과 잘 놀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단다. 돌아보면 허무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라디오 부스 안에서 헤드폰을 쓰고 앉아있다. 그것이 그의 일상이라는 것이다. 계속되는 반복이지만 매일이 다른 이야기로 청취자들과 만나야하기 때문일까? 그는 때론 처절함을 느낀다.
그는 나이 들어가는 것이 필수가 아니라는 철학으로 살아간다.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나이가 들면 뭐든 것이 재미없을 줄만 알았다. 그러나 사실은 지금이 더 재미있고 사는 것의 맛에 대하여 알겠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시간은 그냥 흘러가는 법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흐르는 시간 안에서 형성된 수많은 기억들이 사람을 단단히 다져놓는다는 생각이 든다.
DJ김기덕은 지금의 시간이 인생의 황금기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인생에 대하여 그 맛과 멋에 대하여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란다. 특히 삶의 희비에 대하여 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만일 인생을 다시 한 번 살아보라고 하더라도 지금을 살고 싶다고 말이다. 라디오 부스의 문이 닫히고 On-Air표시등에 불이 켜지면 여전히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오늘이 청취자들에게도 가장 행복한 순간이기를 바란다.

임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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