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계 혼란

지난 달 12일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국정혼란과 선거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리직 사의를 표명했다. 아베 총리는“현재의 상황에서 효과적인 정책을 운용하기가 어렵다. 변화를 가져올 필요가 있다고 결심했다.”고 밝히며 사임했다. 아베 총리의 사임 직후 자민당은 총리가 될 새 총재 선거 준비에 착수했고 후임으로는 아소 다로 간사장이 가장 유력시되고 있다.

▲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달 12일 참의원 선거 패배와 낮은 지지율로 인해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아베 전 총리가 사퇴를 결심했던 가장 큰 계기는 본인이 강경하게 밀어붙였던 테러대책 특별조치법을 관철하기 위해 국면 전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테러대책 특별조치법의 연장이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힘에 따라 연장에 실패하면 내각 총사퇴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것이 결국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다. 11월 1일에 종료되는 테러대책법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인도양에서 미군 함대에 연료를 제공하고 있는 해상자위대의 철수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밖에도 아베 전 총리의 사임 원인에는 건강 이상과 참의원 선거 참패도 거론됐지만 이밖에도 각료들의 각종 정치 스캔들 등의 악재들이 줄곧 있어 온 터다. 참의원 선거 이후에는 당 안팎의 사퇴압력이 거세졌고, 내각 각료들의 비리는 끊이지 않고 터져나오고 있어서 아베 전 총리의 사임은 일부 예견된 것이었다는 시각이 두드러진다.

꾸준한 지지율 하락
지난 해 9월 아베 내각이 출범했을 때 아베 전 총리의 지지율은 70%를 넘어섰었다. 아베 총리가 관방장관으로 있던 시절 이미 차기 총리 자리를 예약한 상황에서 그에 대한 국민적 지지율은 50% 전후로 나타났었다. 역대 3번째로 높은 지지율로 출범한 아베 내각 이었다. 그러나 취임 이후 5개월여 흐른 후부터 아베 전 총리의 지지율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20%이상 뚝 떨어진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해를 넘기면서 40%이하로 떨어졌고, 급기야 지난 3월 이후에는 20%이하로 급락했다. 집권 자민당의 지지율이 20% 아래로 떨어지기는 2005년 3월 이후 처음 있는 일로서 일본 정치계에 큰 혼란이 일기도 했다. 애초에 절정의 인기를 누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후임이라는 것 자체가 아베 전 총리에게 지워진 부담이었고, 고이즈미 전 총리에 대한 국민들의 신임 또한 아베 전 총리가 뛰어넘기 힘든 장애물이었다. 취임한지 세 달도 안 되어 행정개혁장관이 정치자금 허위 지출 비리로 사임했고, 비슷한 사안으로 농수산성 장관이 자살을 했으며, 후임자 둘이 연달아 물러났다. 아베 내각의 흔들림은 끝이 없었다. 규마 후미오 방위상의 원폭투하 옹호 발언, 자민당이 만든 연금제도의 부실함 폭로 등 각료들의 부정과 실책은 내각의 신뢰를 급격히 떨어뜨렸다. 그 결과는 지지율로 곧바로 나타났고, 민심을 읽은 아베 전 총리는 사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러날 타이밍이 아니었다
아베 전 총리의 사임을 두고 일본 국민들은 그의‘무책임함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아베 전 총리의 사임 발표는 발표 이틀 전인 지난 달 10일 국회에서 스스로 개혁 단행의 결심을 내비쳤고, 사임을 하던 날 오후에는 본회의에서 그의 개혁 소신에 대한 각 당 대표의 질문이 예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아베 전 총리의 사임 발표는 자민당 내에서조차 당황스러웠을 만큼 갑작스러운 면이 있었다. 아베 전 총리의 사임으로 인해 해결될만한 사안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퇴진 압력 속에서도 제 2기 내각을 출범시킨 직후여서 역시 사임 발표의 타이밍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대다수다. 아베 전 총리는 사임 발표 시 지난 달 말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할 새 총리가 필요하다고 밝힘에 따라 자민당은 곧바로 차기 총리 선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누가 되던지 간에 부담 클 것
▲ 일본 아베 신조 총리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는 아소다로 자민당 간사장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사임 이후 차기 총리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아소 다로 자민당 간사장, 다니가키 사다카즈 전 재무상, 요사노 가오루 관방장관, 후쿠다 야스오 전 광방장관, 누카가 후쿠시로 재무상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또한 전 국민적 인기가 여전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아소 간사장은 가장 유력한 차기 총리감으로서 총무상과 외상 등을 거치며 내각에서 폭넓은 정치 경험을 쌓았다. 자민당의 지지도는 바닥을 치지만 차기 총리감을 묻는 조사에서는 아소 간사장이 늘 선두에 위치하고 있어 그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어느 정도 있다고 봐야 한다. 아소 간사장은 일본 전후 보수정치의 원류인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외손자이자 스즈키 젠코 전 총리의 사위다. 후쿠다 전 관방장관도 위기관리 내각에 적합하다는 이유에서 후보군으로 유력시되고 있다. 후쿠다 전 관방장관은 특히 한?중 관계를 중시하고 A급 전범 14명을 야스쿠니 신사에서 분리하고 새로운 국립묘지를 세울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고이즈미 전 총리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고이즈미의 재등판을 요청하고 있지만 그는 전혀 진출 의사가 없음을 밝힌 바 있다. 일본의 차기 총리로 누가 되던지 간에 어수선한 정국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부담은 클 것으로 보인다. 중의원 선거 이전에 안정된 권력을 형성해야만 총리 유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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