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얘기를 안 하겠습니다.”
라며 시작된 김만복 국정원장의 피랍자 구출 작전의 과정은 이러했다.
“제가 현지에 와서 협상지휘를 했습니다. 협상 현지 최고 책임자지요. 저는 지금 인터뷰를 안 하게 돼 있습니다.”
라고 말하며 일단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와 늘 함께 하며 피랍자 석방에 큰 공을 세웠다는 일명‘선글라스맨’을 가리키며“이 친구가 설득을 굉장히 잘했어요. 이 친구가 영어도 잘하고 파슈툰어를 잘 합니다. 테러전문가를 우리가 굉장히 중점적으로 키워왔습니다. 묻지 말아주십시오. 더 이상 인터뷰 안하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지난 달 초 아프가니스탄에 피랍된 한국인이 석방되는 과정에서 김만복 국정원장이 보인 행동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었다. 김 원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하며 피랍자들과 사진을 찍기도 했고, 피랍자 몸값과 관련해 명확하지 못한 설명을 늘어놓는 등 국가 정보기관의 최고 책임자로서의 적절치 못한 행동과 언행이었음을 언론과 네티즌들은 비난했던 것이다. 더 이상 말을 안 하겠다던 그는 결국 할 말을 다 해버렸지만 정작 몸값만은 말하지 않았다. 역시 국정원장으로서 마지막 자존심은 지키셨다.
# 신정아 氏
지난 한 달 동안 신정아의 학력위조 파문에서 비롯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긴밀한 관계, 누드사진 공개 등으로 검찰의‘신정아 의혹’수사는 매일 특종을 만들어냈다. 미국에 도피 중인 신정아씨는 한 일간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인터뷰 다음날 밝혀졌던 진실에 대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난 변 실장 잘 모른다. 변 실장 정도가 권력 배후면 난 수도 없이 많다.”
인터뷰 다음날 검찰은 신정아씨와 변 실장이 주고받은 이메일이 100여통이 넘는다고 밝혔다. 이메일의 성격은‘연정’이었다는 내용까지 덧붙였다.
“검찰이 우리 집 압수수색 했다는데 침대 밑도 봤나 모르겠다. 빳빳한 100만원짜리 신권이 가득 들어있다.”
실제로는 신정아씨의 자택엔 100만원 짜리 신권이 없었다. 사실 100만원 짜리 신권은 어디에도 없다.
“난 분명히 2005년 5월에 예일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예일대에서는 신정아씨의 박사 학위 수여 관련한 아무 증거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도 신정아씨를 둘러싼 권력형 비리 의혹은 많아 보인다. 검찰의 추가 수사가 계속되고 있고, 언론의 파헤치기도 파파라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신정아씨는 몇 가지 거짓말을 더 준비해야 할 위기에 놓여있다.
# 안정환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지난 달 10일 수원 삼성 안정환 선수는 FC서울과의 2군 경기에서 상대 서포터의 욕설을 참지 못해 관중석으로 올라갔다가 퇴장을 당해 우리나라 축구 역사상 길이 남게 되었다. 경기 도중 상대팀 서포터의 야유에 격분해 관중석으로 뛰어든 것도 국내 축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고, 또 그에 대한 징계로 벌금 1000만원을 내야 하는 사태도 역시 최초다.
FC서울 서포터인 한 여성팬은 골을 넣은 안정환 선수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안정환 선수가 골을 넣은 후)“쪽팔려서 세레모니도 못하냐. 반지 해야지 또!”
(안정환 선수가 뛰고 있는 도중)“안정환~ 이거 뛰어서 이기면 이천만원 받아? 진짜 궁금한데...”, “이혜원 쇼핑몰이 잘되니까 좋냐.”
(FC서울 팀이 골을 넣은 후)“안정환보다 천배 나아 천배! 안정환과 비교할 수 없어 너는.”
이런 말들이 오간 후 안정환 선수는 관중석으로 올라왔다가 항의를 하려다가 주위 사람들에게 제지를 받아 내려왔다. 그리고 퇴장하기 직전에 한 마디 했다.
“당신들 때문에 축구가 발전이 안 되는 거야, 알어?”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하는 FC서울 서포터)“제앞으로 와가지고 저한테 거의 위협을 하다시피 했죠. 하는 말이 X 머라 그랬어. 이러는 거에요.”
화를 참을 수 없어 관중석까지 뛰어올라왔다는 안정환 선수보다 더 무서운 것이 우리나라‘네티즌’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몰랐을까. 사건 당일 날 밤, 그녀의 신상은 네티즌들에 의해서 밝혀진 바 있다.
# 민주노동당 경성후보 맞장 토론
심상정 - “실무경제에 대비하면 정치시장에서 여성은 블루오션입니다. 사실 제가 여심을 잡는 정치세력이 유일한 여성후보가 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습니다. 이 땅 절반의 여성 표심을 민노당으로 앗아올 수 있습니다. 권 후보다 진심으로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민노당이 승리할 수 있는 전략적 승부수로서의 자격을 제가 더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권영길 - “저의 장점을 들춰내 주시는데요, 같이 다닌 분들이 그럽니다. 위원장님 아이고 여성들에게 이렇게 인기가 있는 걸 몰랐습니다. 특히 중년 여성들에게 어떻게 인기가 있느냐는 것이지요.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여성이 여성에게 표를 안 찍는 것이 지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하는 문제는 정치학자들에게도 중요한 현안입니다.”
심상정 - “권후보님 어딜 가나 인기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표를 줄 때는 인기가 아니라 신뢰를 중심으로 표현합니다. 가부장제도에 맞선 심상정이 여성의 고통과 고민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제가 확실하게 책임지겠습니다.”
결과적으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중년 여성들의 인기에 힘입어 제 17대 대통령선거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되었다. 여성유권자는 여성에게 표를 주지 않는다는 정치이론은 다시 한번 입증됐다.
# 9월 6일 MBC100분 토론
대통합민주신당의 컷오프로 선출된 5명의 경선후보자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후보는 선출 다음날 MBC100분토론 생방송에 출연해 각자의 대선 필승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흥행 돌풍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그 주인공 유시민 후보의 주옥같은 어록을 소개한다.
“이거 강제로 저보고 악역을 하라고 하시는데요. 싸움을 너무 심하게 하면 안 되지만 조금 다퉈야 국민들께서 보시는 맛이 나지 않겠습니까.”
“우리 손학규 후보님은 제가 25년 전부터 잘 아는 선배님이시고 훌륭한 분이고 능력도 있고 제가 존경하는 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못 이긴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죠. 이길 수만 있다면 제가 그 캠프에 가서 일하겠습니다. 그런데 못 이기거든요.”
“우리 정동영 후보님한테 참여정부는 곶감 항아리 비슷한 것 같습니다. 가끔씩 와서 빼 가시기만 하고 의리는 안지킨다, 그런 생각 많이 듭니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정치 이전에 의리가 있어야죠. 신의가 있고요.”
흥행 주역 유시민 후보는 안티팬을 가장 많이 소유한 대선주자가 될 뻔 했다.
#. 9월 14일 민주당 경선후보 토론회
민주당 대권예비주자 5명 조순형, 이인제, 장상, 김민석, 신국환 후보는 TV토론회 3%의 시청률을 확보하며 평화로운 분위기의 토론회를 진행해 화제가 됐다. 먼저 실시됐던 1차 토론회가 너무 밋밋해서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2차 토론회에서는 굳은 각오를 다지고 후보들이 토론에 임했다.
이인제 - “김민석 후보님,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하겠다고 하셨는데요. 휴대폰 요금을 반 이하로 확 줄일 수 있는 대안을 가지고 있습니까?”
김민석 - “휴대전화 요금을 반이나 확 줄일 수 있는 대안이요? 아... 글쎄요. 미처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혹시 이 후보님 알고 있으면...”
이인제 - “아, 저도 사실 잘 몰랐고요. 스웨덴 같은 곳에서 이동통신가산망을 통해 규제를 하면 50%까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3년안에 66%까지 인하했다는 정보가 있었습니다만, 이거 죄송합니다.”
김민석 - “이거 제가 정책공부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데, 그런 저한테 물어봐 주신 것 감사하고요. 제가 이 의원님께 더 물어보고 공부를 더 하겠습니다.”
이인제 - “아 이거 참 미안합니다. 제가 너무 까다로운 것을 질문했네요. 죄송합니다.”
진심으로 미안해하던 이인제 후보와 진심으로 몰랐었던 김민석 후보의 토론회 모습은 그간 다른 토론회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으로 순간의 신선함을 보여주었다.
장인혜 기자
inhye@inewspeopl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