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빈곤층에게 필요한 건 긍정적인 ‘미래’
1997년의 외환위기 사태를 겪은 지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10년 동안 우리 사회는 성장과 분배를 반복하며 빠른 경제 회복과 활성화를 보여주었고, 2008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우리 사회는 청년 백수, 비정규직 노동자, 노숙자 등의 신종 부류를 만들어냈고 그들은 점차 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주인공으로 대접받고 있다.
문학계간‘문학동네’와‘문학과 사회’가을호에서는 21세기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검색어들로‘청년백수’,‘비정규직 노동자’,‘아르바이트생’,‘고시원’,‘옥탑방’,‘연립주택 반지하방’,‘외환위기 이후 21세기 한국’을 꼽았다. 문학작품들의 주인공들은 청년실업자가 되고, 이들의 배경은 옥탑방이다. 비단 문학작품만이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절대 빠질 수 없는 캐릭터로 이들은 때로는 빛나는 조연으로, 때로는 관심받는 주인공으로 활약하기도 한다. 이들을 한데로 묶는 정의로‘신빈곤층’을 쓰기도 한다. 신빈곤층은 소득수준이 전체 가구의 최하 10~20% 사이에 드는 계층으로 최저생계비 이상을 벌지만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 소득에 그치는 가구, 구성원들을 말한다.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지정돼 최저생계비를 지원받는 극빈곤층이 아니고, 일정한 구매력을 갖추고 내수 경기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도 하는 중하위층의 가계수지가 급격히 악화됨에 따라 두터웠던 중산층 일부는 신빈곤층으로 흡수되고 있는 것이다.
신빈곤층엔 ‘미래’가 없다

정부 혜택의 사각지대에 사는 신빈곤층
우리나라의 도시가구 중 빈곤층 비율이 IMF 당시인 2000년 8.21%로 가장 나빴으나 2002년엔 4.04%까지 회복세를 보이다가 2003년부터 높아져 5.27%, 2004년 9.63%로 계속 악화되고 있다. 중산층은 신빈곤층으로 빈곤층은 극빈곤층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2000년부터 시작된 신용카드 대량발급 사태는 2003년 대거 신용불량자를 배출해냈고, 그 타격은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어 내수경제의 동결과 고용시장의 불안정을 함께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은“김대중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이라면 무분별하게 카드를 남발한 것, 정책적 오류가 있었다. 노무현 정부는 그렇게 불안정한 상태의 가계의 신용한도를 확 줄임으로써 결국 그들을 신용불량의 절벽 아래로 떨어뜨렸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가족 구조적 특성상 가족은 서로 협력하여 가계 성장에 일조를 하는 측면이 있지만 연대 보증이라고 하는 연쇄 도산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부모, 가족, 친인척 들이 함께 몰락하게 되면서 대거 신빈곤층이 탄생하게 되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
지난 8월 정부는 2008년부터 바뀌는 최저생계비 책정을 했다. 2008년 4인가구의 경우에 1,265,848원으로 확정됐다. 기초생활수급자 수는 2005년 기준으로 142만 명에 이르고 있지만 복지혜택을 받는 저소득층은 17만9천명으로 1백36억원에 불과하다. 최저생계비 구성 품목에 가족외식비와 아동교양도서 및 부교재비, 아동 수련회비 등이 포함됐지만 휴대폰 비용은 일반전화 등 대체 수단이 있다는 이유로 제외됐었다. 한국빈곤문제연구소의 류정순 소장은“휴대폰은 전 국민의 필수품이 되었다. 노숙자들이 일자리를 구하려고 해도 바로 휴대폰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필수적인 물품이 되어버렸는데 그것이 최저생계비 구성 품목에 들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과 청소년층의 휴대전화 요금 할인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정부와 업계가 최종 조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초생활수습권자가 될 수 없는 신빈곤층의 열악한 생활 실태도 심각하다. 도와줄 자식이 있고, 수입이 최저생계비를 넘는다는 이유로 정부의 지원을 못 받는 신빈곤층의 수만 전국의 500만명이 훌쩍 넘는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가 아니어서 정부의 복지혜택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 신빈곤층의 빈곤 실태와 심각성에 대한 대안과 대책은 현재 마련되어 있지 않다. 신빈곤층의 미래는 정부의 정책도 비켜가고 있어서 이들의 빈곤층 흡수는 점차 시간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교육의 평등 혜택을 받지 못함으로 인해 빈곤의 대물림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고, 가족의 해체와 개인의 정신적 박탈감이 늘어남에 따라 정신적 빈곤 문제는 이제 사회범죄로도 나타나고 있다. 신빈곤층에 몰린 20~30대 청년들은 범죄자로 전락하고 있고, 이들은 쉽게 돈을 융통할 수 있는 신용카드에 의존하지만 이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가 하면, 저소득층을 벗어날 기회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단순히 복지정책을 강화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이 사태 해결책이 아니라는 얘기다.
패자부활전이라도 마련돼야
신빈곤층은 자신들의 빈곤 양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경제활동을 하지만 물가 상승 대비 임금 상향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업종들이 부지기수고 그렇다고 해서 소비 수준이 하락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정보화 사회로 변환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만은 인정해야 한다. 그런 다음 기피직종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안정된 미래를 제공하고, 새롭게 탄생될 수 있는 신 직종들에 대한 정확한 미래예측과 대비, 훈련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류 소장은“동네 카센타 아저씨가 하는 말이 공고 들어가서 자동차학과 하는 애들 막아야 한다고 하더라. 요즘엔 워낙 자동차 기술력이 뛰어나 정작 차를 고치는 일이 드물어지고 아예 새 차를 구입한다는 거다. 자동차회사들의 A/S가 잘되어가기 때문에 동네 카센타 다 망한다는 거다. 시장이 줄어드는데 공급을 왜 줄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정밀하게 시장 예측을 해서 태풍이 몰아치기 전에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킬 의무가 있다.”고 전했다. 국민소득 2만 달러에 가까운 풍요의 시대에 겪는 빈곤의 양상은 인구 대다수가 가난하던 시절에 겪었던 빈곤과는 분명 다르고 이 중심에 신빈곤층이 있다. 이들을 위한 패자부활전이 마련되어야 한다.
[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 인터뷰 ]

- 비정규직자들의 문제도 일단 심각하지만, 나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위험도를 지적하고 싶다. IMF이후 퇴직자들이 대거 방출됐고, 이들이 퇴직금을 이용한 자영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게 과잉이 되고,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자영업자들의 크고 작은 도산이 일어난다. 여기에 2002에서 2003년 사이에 신용대란이 일어남에 따라 다시 한번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신용대란 사태 때 빚 더미위에 올라앉아서 신용불량자로 내몰린 사람이 400만명이고 부양가족까지 한다면 1200만 명이다. 신용불량자의 올가미에서 1200만 명이 생활하게 됐다는 거다. 실제 통계를 보면 2000년대 초 경기회복세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가짜였다. 폐업을 해야할 사람들이 신용카드나 남의 돈을 끌어다가 버티는 결과를 초래했고 결국 그것은 더 큰 도산의 위기를 가져왔다. 따라서 2003년에는 빈곤인구가 100만명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최저생계수급권자 빈민이 10년 동안 2배 정도 늘었다.
Q. 신빈곤계층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은 전무한가. 정부의 혜택 밖에 있는 빈곤층만 해도 500만이 넘는다. 이들에 대한 구제책은 없는가.
- 정부통계를 보더라도 실제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빈곤층의 반도 정부혜택을 보지 못한다. 비수급빈곤층이 더 많은 것이다. 비수급 빈곤층은 실제로 기초생활수급권자들보다 더 생활이 어렵다. 제도가 너무 엄격하다. 우리의 현재 기초생활수급권자 기준은 근로무능력자 용이다. 근로능력자들은 정부 몰래 어디가서 일을 한다는 의심 때문에 정부 혜택을 줄 수가 없다. 먹고살아야겠기에 그들은 또 어떻게 해서든 몰래 일을 한다. 또 자식이 있으면 그 자식이 신용불량이던지, 집을 나갔던지 상관없이 정부가 보호를 해주지 못한다.
Q. 신빈곤층의 심리적 빈곤상태와 물리적 빈곤 양상은 어떻게 다른가.
- 장기실업이 지속되면서 실제 실업자들은 집안이나 사회의 짐이 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면서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 사회로부터의 도피 단계로 들어가는 장기실업자들이 많다. 심리적으로 자포자기하지 않고, 게임중독이나 불건전한 상태로 빠져들지 않게 격려해주는 지지망 같은 것이 필요하다. 신빈곤층이 가지는 가장 큰 취약점은 바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 거세됐다는 점이다. 그들이 비록 현재에는 힘들고 괴롭지만 더 나아지는 미래가 있다고 믿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하위 40%의 가구 중에서 핸드폰 사용률을 조사했더니 96%였다. 핸드폰이 있어야 일자리를 구하고, 사랑을 할 수 있으며, 결혼이 가능하다. 연탄을 쓰는 집이 없어져서 기름 보일러 집을 구해 들어가도 돈이 없어서 전기담요로 겨울을 나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전기담요가 되는 것이다. 그것 말고라도 비정규직 부부가 아이를 낳고 생활을 한다고 생각해 봤을 때 어느 구석도 밝은 미래가 보이는 곳이 없다. 사회적 공공 서비스가 그만큼 열악하기 때문에 자식에게 제대로 가르칠 수도 없고, 그 아이는 뒤쳐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빈곤을 대물림 되어 신빈곤층에서 극빈곤층으로 편입되는 양상이 늘어나는 것이다.
Q. 신빈곤층의 극빈곤층 편입을 저지할만한 구조적인 대안이 있나.
- 현재 우리사회 구조는 취약계층 노동자, 그렇게 똑똑하지 않은 노동자들이 점점 추락하게 만드는 구조다. 지식사회의 변화는 노동 시장 구조 때문이라도 퇴출되게 되어있다. 대형마트의 계산원들이 기계화에 밀려 더 이상 필요치 않은 시기가 분명 온다. 적어도 그 시기에 대한 대비를 하고, 대책을 세우자는 거다. 그 시기가 오기도 전에 미리 그들을 내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다.
[ 토론인터뷰 - 실업극복재단 기획지원팀 김영석 팀장,
희망청 주덕한 센터장 ]
우리 사회에서 신빈곤층을 형성하는 큰 부류가 바로 청년실업자들이다. 이들은 다시 취업준비생, 고시생, 아르바이트생 등으로 나뉠 수 있는데 이들의 실업 형태는 그 양상과 변이가 매우 다양해 심각한 사회문제로도 대두되고 있다. 실제 신빈곤층에 청년실업자가 들어가게 된 것은 최근 5년 사이에 일어난 현상으로 청년실업의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이들의 빈곤 실태가 보다 견고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청년실업자들의 비경제활동 기간도 짧았고, 그에 따른 뚜렷한 사회문화적 현상이 나타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청년실업의 장기화는 이들의 경제성을 꾸준히 약화시켰고, 고용의 형태가 불안정함에 따라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삶이 주어지고 있다. 각종 영화, 소설, 드라마에 청년실업자들의 출현이 보편화되었고, 이들이 때로는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등 가히 청년실업자들의 시대라고 볼 수 있다. 청년실업자들의 문화가 생겨나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존중이 나타남과 동시에 이들로 대두되는 사회병리적 현상 또한 증가하고 있다. 청년범죄율 증가와 각종 패륜범죄, 자살률 증가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구석에도 역시 청년실업자들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장기간 직업을 갖지 못하고, 구직활동으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가 강해짐에 따라 가정의 불화가 생겨나고 때로는 그것이 가정 내의 범죄와 가정 밖의 범죄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청년실업 사태가 단순히 그 집단의 문제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청년실업자의 대부분은 부모세대에 의존을 하고 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 부모의 재력마저 소멸하게 되면 이는 가정 전체가 곧 빈곤층으로 흡수되게 되는 현상이 초래된다. 또한 저소득층 자녀들의 실업사태는 점차 증가되고 있고, 실제 기초생활수급권자가 아닌 청년실업자의 경우 정부나 민간단체의 뚜렷한 지원정책 혜택도 받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역시 이들의 미래는 밝지 못하다. 실업극복재단 기획지원팀 김영석 팀장은“청년실업문제는 실제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그 어떤 복지정책, 실업대책 중에서도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실업자네트워킹센터(희망청) 주덕한 대표는“청년실업자들의 유형과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이들의 현실을 표현할 수 있는 간단한 정의가 있을 수 없다. 유형이 복잡하기 때문에 대안이나 해결책 또한 간단치 않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신빈곤층의 신흥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청년실업자들의 실태와 양상을 들어보고 근로빈곤층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청년실업 사태를 점검하기 위해 실업극복재단 김영석 팀장(이하‘김’)과 희망청 주덕한 대표(이하‘주’)와의 토론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Q. IMF이후 신빈곤층이 탄생됐다고 볼 수 있고, 거기에 청년실업자가 속하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 과정이 어떻게 된 것인가.
-(김) 비정규직으로 대표된다. 노동시장에서 50%이상이 비정규직이다. 젊은이들의 대부분은 비정규직 상태로 사회의 첫발을 내딛게 되고 그것이 고착화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비정규직은 IMF 이후에 나타난 독특한 직업군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이 단순치 않다. 미래에 대한 설계마저도 앗아가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일정 시간동안 이런 과도기가 지속될 것이다.
-(주) 일단은 여러 가지 차이가 있지만 청년실업자의 통계라는 것이 사실 유명무실하다. 통계밖에 있는 청년실업자의 실태가 더 심각하고 더 광범위하다. 사회적 지원이라는 것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 보니 청년실업자들이 그 지원을 받고자 애쓰지도 않고, 그것에 대한 정보를 모르기도 하고. 통계 밖의 인원들이 더 많지만 정부는 이들에 대한 어떤 대책이나 지원이 없다. 사실 이들에게 향후 경제활동 능력을 키워줄 수 있을만한 기회나 상황을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이들은 평생 비정규직으로, 계약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물가상승률에 비해 저임금 직종의 임금은 정체현상을 띠고있어서 그들이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서는 빈곤층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의 통계상으로만 본다면 29세는 청년실업자고, 30세는 청년실업자가 아닌 상황이다. 30세를 넘긴 비정규직자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연명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일주일에 단 한 시간을 일해도 그 사람은 실업자가 아니다. 그렇지만 그 한 시간을 일하는 사람은 그것이 생계라고 할 수 없다. 최저생계비보다도 월급이 안 되는 직종들이 많이 있다. 그 사람들이 직장을 잡고 미래를 설계하기란 너무 힘들다.

-(김) 청년들이 높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들이 더 나은 직장, 더 좋은 직장을 바란다는 것은 죄가 아니다. 청년들 눈이 높다 해서 날개까지 꺾어라 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사회가 바뀌어야 하는 측면이 있다. 3D 업종의 근로조건이 향상된다하면 그걸 마다할 청년실업자는 없다고 본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연봉차이는 엄청나다. 출발부터 다르고, 앞으로의 미래, 직원복지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그러니까 좀 더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는 사람들은 노량진으로 가고 있다. 좁아지고 있는 시장으로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적은 임금과 힘든 노동을 마다하는 젊은이들만 탓할 것이 아니라 이런 현상들에 대한 정부, 대학, 기업들 모두 책임이 있는 것이다.
-(주) 취업률만 보고 대학을 갔는데 실제 졸업을 하고 보니까 고급직업도 아니고, 대학을 가지 않았어도 됐을 직업들도 많고, 그런데 대학 나왔다고 높은 일자리만 보지 말라는 비난까지 받아야 하는 거다. 그렇다고 창업도 쉽지 않다. 지금의 20대들은 성공에 대한 압박이 너무 강하다 보니 몇 억쯤은 벌어야 성공이고, 몇 천만원을 벌었다는 것은 성공이 아닌 것이 되는 그런 세상이다.
Q. 청년실업의 양상 중에서 빈곤의 대물림격인 성격도 있나.
-(김) 한국사회의 부를 축적하고 계급사회를 바꾸는 것은 교육이었다. 교육이 곧 희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대학을 가야하고, 대학 중에서도 일류대를 가야하고, 그것도 모자라 유학도 다녀와야 한다. 저소득청의 자녀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나간다는 것은 희박해져가고, 신화로서 남을 것 같다. 중산층 출신의 청년실업자라 하더라도 실업이 장기화된다면 가정의 모든 재력을 탕진하고 나면 빈곤층으로 갈수밖에 없다. 또 암울한 것은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무한 실업의 상태에 놓인 것도 아니다. 근로빈곤층이다. 일을 계속 하는데 늘 배고프다. 이 사람들이 신빈곤층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일하면서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고, 이렇게 쌓이고 쌓여서 신용불량과 빚더미에 쌓이게 되는 경우도 많다.
Q. 청년실업자의 스펙트럼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분류를 할 수 있나.
-(주) 전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청년실업자들이 늘어난 것 같다. 청년실업자 내에서도 빈부격차가 있다. 양상이 굉장히 다양하다. 조건이 좋은 취업자가 더 나은 직장을 위해 애쓰고 있는 쪽이 있다면 상고, 공고 출신들이 직장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경우도 있다. 85%이상이 대학을 졸업하지만, 예전에는 고졸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다. 지금은 대형마트의 계산직에서도 응모기준 자체에 대졸자, 고졸자 표시를 하지 않는다. 대부분이 대졸자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높은 학력 수준을 가진 사람들이 똑같은 일을 하면서 임금은 그와 대비해 같이 상승하지 못했다. 하향취업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