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무학년제, 홈스쿨링 도입 논쟁 계속돼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교육을 받는 홈스쿨링(Home Schooling)과 초중고교에서 학년 구분 없이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학년군과 무학년제 도입이 추진된다.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는 현재 추진중인 학제 개편 작업에 맞춰 2015년부터 초중학교는 지역별, 학교별 특성에 따라 몇 개의 학년을 하나로 묶는 학년군제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혁신위는 부모 등이 집에서 자녀를 직접 가르칠 수 있는 홈스쿨링을 2010년 시범 운영을 거쳐 2015년부터 도입하도록 했다. 교원전문대학원은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공부한 뒤 대학원에 진학해 교원양성 과정을 밟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전문대학원이 되면 기존의 교육대와 사범대는 폐지된다. 우수교원에 대해 1년 또는 6개월간 학습년(안식년)을 갖도록 해 관련 교과 외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혁신위는 수학 과학 분야에 한정된 영재학교를 다른 분야까지 확대해 지방에 우선 설립하고, 평생학습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규학위 과정의 성인대학 설립, 평생학습기록을 누적 관리하는 평생학습계좌제 도입을 제안했다.

미래교육 비전과 전략
▲ 우리나라는 규모면에서 미국에 비해 아직 초보단계이고 홈스쿨링에 대한 법적, 제도적 뒷받침도 미약할 뿐 아니라 인식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고교 무학년제와 홈스쿨링, 교사자격갱신제 등 장기적인 교육 개혁 내용을 담은 ‘미래교육 비전과 전략안’이 교육계에 새로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육혁신위원회가 지난 8월 16일 발표한 우리 교육의 장기 개혁방안인 미래교육 비전과 전략안에 따르면 현재 추진중인 학제개편 작업에 맞춰 2015년부터 초ㆍ중학교는 지역별, 학교별 특성에 따라 몇개의 학년을 하나로 묶는 학년군제가 시범 도입된다. 고등학교의 경우 학년 구분을 없애고 대학교처럼 학생 개인이 수준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신청해 듣는 고교 무학년제 및 학점이수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부모가 가정에서 직접 교육한 것도 학력으로 인정하는 홈스쿨링(Home Schooling)제도는 2010년 시범운영을 거쳐 2015년부터 제도화할 수 있도록 했다. 교원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서는 교사들의 자격증을 주기적으로 갱신하게 하고 최악의 경우 교사자격증을 박탈하는 교사자격갱신제, 교원양성기관으로 교원전문대학원 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교원전문대학원은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공부한 뒤 대학원에 진학해 교원 양성과정을 밟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로스쿨과 마찬가지로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되면 기존의 교대, 사범대는 폐지된다. 우수교원에 대해서는 1년 또는 6개월 간 학습년(안식년에 해당)을 갖도록 해 관련 교과 외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 국민들의 평생학습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정규학위 과정으로 성인대학을 설립하고 현재의 교육계좌제 및 학점은행제를 보완해 평생학습기록을 누적ㆍ관리하는 평생학습계좌제를 운영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교육격차 해소 문제와 관련, 저소득층 학생의 학습준비물, 참고서, 문제지 등 구입비, 교복비, 급식비, 보건비 등 최소한의 교육복지비를 국가가 부담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교육복지지원법 제정을 추진하도록 했다. 세계화 교육을 위해 한국어교사 자격증제 신설, 정규교과 교육을 모두 영어로만 진행하는 영어 몰입교육 시범학교 운영, 외국어능력 인증 시험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혁신위는 이 같은 내용의 포괄적이고도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교육정책이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일관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대통령 소속의 ‘국가미래교육위원회’를 법률기구로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무학년제와 홈스쿨링
무학년제는 학년이나 계열에 관계없이 개개 학생들의 능력과 흥미에 맞는 수준의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조건을 마련해 주는 학제다. 이 체제의 목적은 동일한 학급 내에 존재하는 극심한 개인차를 해결하고 학생의 능력에 맞는 과정을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데 있다. 이 체제에서는 교육과정 계열에 따라 학생들이 무리 없이 계속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급편성 방식이 중요하게 된다. 학급편성은 보통 ▲능력별 집단편성, ▲성적수준별 집단편성, ▲인성(人性) 및 학습경향별 학급편성, ▲기타 준거에 의한 편성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또한 보통의 학년제와의 절충을 통해 일부의 교과목에서만 무학년제를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홈스쿨링은 학교에 가는 대신에 집에서 부모에게 교육을 받는 채택교육이다. 학교라는 제도가 일반화되면서 학교 교육과 부모의 양육의 역할이 분리되어 왔는데, 최근 공교육의 획일적인 교육에 반대하여 부모들이 아이의 적성과 특성에 맞는 교육을 직접 가르치는 홈스쿨링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은 몇 년에 걸친 법정공방 끝에 1993년 부모가 유치원에서 대학까지의 모든 교육과정을 집에서 가르치는 것이 합법화되었으며, 모든 주는 일 년에 2, 3차례 정도 교육관계자가 해당가정을 방문, 교육 실태를 확인하는 조건으로 부모의 재택교육권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일부 홈스쿨링을 실시하는 가정이 있지만, 현행법상 의무교육으로 규정된 초등 과정을 무시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되어 있는 등 제도적 규제가 뒤따랐다.

고교 무학년제, 이래서 반대한다
무학년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미국과 한국의 국민정서가 너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미국은 개인의 능력과 개성을 중시하는 철저한 개인주의적 사고를 하고 있으며, 한국도 산업화의 영향으로 개인주의화되었지만 그 근본바탕은 미국과 다르며 체면문화가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려있다. 때문에 고교무학년제를 도입하면 반이 더 이상 학년별이 아닌 능력 위주에 따라 반을 학년 구분 없이 무작위로 섞어,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 간에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 더욱이 한두 살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이들이 자신보다 어린 아이가 자신과 같은 반을 듣거나 조기 졸업할 때 받는 스트레스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내신문제로 인해 특목고 학생들이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보는 현실에서 무학년제의 도입은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수많은 학생들의 자퇴가 속출하여 큰 사회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능력위주로 반을 편성을 하면 애들이 열심히 공부할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무학년제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은 주장한다. 이들에 의하면 무학년제와 학점이수제를 도입하면 학교는 졸업장을 받기위한 하나의 기관으로 전락하는 것과 다를 바 없고, 무학년제가 현실화될 경우 그동안 학교에서 행해왔던 합창대회라든지 운동회 같은 단체활동이 사라질 수도 있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다는 A씨는 “미국에서 고등학교 4년을 다녔지만 솔직히 특별히 생각나고 기억나는 추억이 거의 없다. 미국에서는 한국과 같은 단체소풍, 체육대회 같은 활동이 전혀 없다”며 “대신 미국은 운동부서와 클럽이 모든 학교마다 굉장히 활성화 되어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나 학교가 모든 학교에 이런 운동부서나 클럽, 운동시설들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예산이 많지는 않다”며 무학년제 도입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맹은 고교 무학년제의 도입과 관련해 “고등학교 단계에서의 무학년제 허용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무학년제 및 학점이수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우선 충분한 교원수가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6년 현재 중등교원의 법정 정원은 82.5% 수준으로 교사 수가 현저히 부족한 상태다”라며 “충분한 재정확보를 통한 학교 시설의 구축과 심도있는 연구를 통한 교재의 개발 또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재정확보와 연구를 통한 교재의 개발과 관련한 여건은 턱없이 열악한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장기적인 연구 검토의 대상이지 당장 현실에 적용할 대상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고교 무학년제, 이래서 찬성한다
▲ 홈스쿨링이 학교교육의 대안으로 자리 잡아 가는 것이 현실인 만큼, 국가적 차원의 인식이 새로워져야 하고 제도적 장치마련도 고려해야 한다.
고교 무학년제를 찬성하는 사람은 평등위주의 교육정책이 오히려 더 교육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사교육을 심화시켰고 학생들간의 수준별 격차를 공교육의 힘으로 줄이지 못했다는 것을 이유로 고교 무학년제가 반드시 정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90년대 들어서 학생들의 경쟁을 부추길 여지가 있다며 교과서 이외의 교재로 수업을 하는 것조차 금지했으나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다시 시행한 것이 문민정부 시절이고 학생들의 학력차를 노출시킬 여지가 있다며 평가원 수능모의고사 1년에 한번으로 제한했다가 욕을 먹었던 것이 국민의 정부 시절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배우는 수학10-가, 나의 기본적인 근의 공식이나 삼각함수의 개념을 몰라도 출석률을 2/3만 채워도 2학년 진학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바로 수1, 2 미분과 적분을 배우게 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교육계의 현실이다. Failing 제도가 없기 때문에 수준미달의 학생을 기초부터 다시 가르칠 수도 없이 진학시켜야 한다. 핀란드의 경우 젊은 시절 배우지 못하신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고등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직장인들은 야간 수업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평등을 내세워서 야간고등학교를 다 폐지해 버렸다. 때문에 설령 무학년제도가 실행된다 할지라도 정에 울고 냉정하진 못한 한국인들의 정서상 학생들이 기준 미달이 되도 진학시킬게 분명하다. 이러한 결과를 막기 위해선 학교에서 보는 내신 시험뿐만 아니라 수능처럼 진학학력고사를 시행하여 아이들의 진학기준에 반영하여 교육부에서 진학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고교 무학년제를 찬성하는 이들의 입장이다. B씨는 “무학년 제도가 실시되면 사실상 ‘학년’과 ‘학급’의 개념이 사라지기 때문에 소풍, 수학여행, 수련회, 운동회 같은 추억요소들의 사라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90년대, 2000년대에 학교를 다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소풍, 수학여행, 운동회 등이 예전과 같이 그 의미 순수하지가 않다. 소풍, 수학여행 명목으로 걷은 참가회비는 관계인들의 더러운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 다반사다”며 “예를 들어 4500원짜리 수학여행 급식이 개밥만도 못한 상태로 나온다. 또한 돈을 빼돌리기 위해 비상구도 없는 싸구려 숙소에 애들 방치시키고 선생들끼리 술 파티 벌이다가 여럿 죽은 사건도 연중행사로 지속되고 있다. 운동회 같은 경우는 해당 학교장이 교육관계자들에게 ‘보여줄’ 목적으로 아이들을 땡볕에 매질해가며 매스게임 훈련시키는 것이 다반사다. 교육은 ‘평등’이 아니라 ‘공정’을 기반으로 정책이 세워져야 한다. 때문이 무학년제도는 반드시 성사되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진국의 홈스쿨링 현황
▲미국의 홈스쿨링=미국에서는 1970년대 존 홀트(John Holt)가 대중적으로 홈스쿨링을 주장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홈스쿨링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는 펜실바니아주를 비롯한 거의 모든 주에서 홈스쿨링을 정식교육으로 인정하고 지원하는 입법도 이루어졌으며, 대학에서도 입학 자격에 차등을 두지 않는 곳이 늘고 있다. 하버드대에서도 홈스쿨링 학생들의 입학신청 사정을 위해 전담 직원을 배치했다. 이렇게 하여 지난 97년에는 123만 여명이, 지금은 오리건 주에 있는 홈스쿨링 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부모에게 교육을 받는 청소년 수가 약 150만 명에 이른다. 이것은 10년 전에 비해 5배나 증가한 수치이며, 93년 부모가 유치원에서 대학까지의 모든 교육과정을 집에서 가르치는 것이 합법화되어 매년 홈스쿨링 인구가 15%에서 20% 이상씩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홈스쿨링을 위한 국립 연구소를 두고 연간 일 억 달러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며, 홈스쿨링을 하는 부모들의 네트워크는 부모들 간 정보를 교환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그 협력모임의 수준이 각 지방의 단위를 넘어, 주, 국가, 국제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관련단체에 의해 많은 연구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의 홈스쿨링=1983년에 생겨난 ‘등교거부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아이들을 위한 대안 공간을 고민하다 90년에 다다미방 하나에서 시작한 것이 도쿄슈레다. ‘정신을 자유롭게 쓰는 곳’이란 뜻의 그리스말 ‘슈레’에 걸맞게 자유 자치를 기치로 도쿄슈레는 지난 십년 동안 학교 밖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왔으며, 도쿄 시내 세 군데 공간에 7살부터 20살까지의 아이들이 200여명 다니고 있다. 일본 문부성은 지난 92년부터 학생들이 도쿄슈레에서 배우는 것을 ‘홈스쿨링’으로 간주, 학교출석으로 인정하고 있다. 일본의 홈스쿨링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종교적 원리주의자나 학교부적응아들만의 영역이었으나 요즘은 학생의 개성과 적성을 무시한 공교육의 획일성에 맞서는 자녀교육의 한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10여개의 관련 모임이 있고, 약 7천 가정이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슈레 대표인 오쿠치 게이코는 “어릴 때부터 학교는 ‘아무리 힘들어도 가야만 하는 곳’이라고 ‘의식화’시킨다. 학교에 대한 잘못된 의식화는 스스로 생명을 끊고자 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도 학교에 가도록 만든다. 모든 생물들이 가지는 자기방어 본능도 잃어버리고 말이다”라고 말하면서 ‘학교신앙’이 오늘날의 지배적인 가치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영국의 홈스쿨링=영국은 교육법(1944 Education Act) 제 36조 조항에서 ‘학교취학’(schooling)이 의무가 아니라 ‘교육’이 의무임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학교취학’이 의무인 것으로 믿고 있다. 학부모들이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or otherwise)라는 교육법의 조항을 발견한 것은 1976년의 일로, 의무교육과 의무학교취학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자발적으로 모인 약 10가정이 가정에서 자녀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의무교육을 의무취학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교육청과의 갈등이 있었으나, 결국은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가르치는 것이 인정되기에 이른다. 이들은 1977년 교육법의 조항에서 가져 온 이름인 ‘다른 교육’(Education Otherwise)이라는 교육운동단체가 설립되면서 서서히 발전되어 오늘날 단체 수만 일곱 개로 늘어났고 참여 가정이 전국에 약 일만 가구에 이른다. 이 학부모 단체는 다음 세 가지 목적을 천명하고 있다. ① 학교체제 밖의 학습을 격려 한다. ② 부모가 자기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을 학교 밖에서 교육시킴으로써 그 책임을 실행할 권리를 가진다는 것을 재확인 한다. ③ 아이들이 교육에 대한 자신의 바람이나 느낌이 완전하게 고려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근본적인 권리를 확증한다. 최근에는 홈스쿨링에 대한 긍정적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학부모들의 관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영국의 몇몇 교육청에서는 이미 홈스쿨링 워크숍을 열고 있고 홈스쿨링 단체들로 구성된 ‘홈스쿨링 상담 서비스 망’도 최근 개설되었다.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이유는 미국과 유사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첫째, 기존 학교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불만, 둘째, 다양한 교육방법을 통하여 학교보다 학부모가 더 나은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는 확신, 셋째, 학부모의 강한 종교적 확신, 넷째, 학교에서의 아동에 대한 개인으로서의 존중감 부족, 다섯째, 학부모의 강한 이데올로기적 (종교를 제외한) 가치관, 여섯째, 지리적 이동 등이다.
▲유럽의 홈스쿨링=영국을 제외한 유럽의 현황(Petrie, 1995)을 보면 홈스쿨링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나라는 벨기에, 덴마크, 에이레, 프랑스,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포르투갈, 스위스 대부분의 주다. 또한 오스트리아도 홈스쿨링을 허용하게 되었으며, 지금까지 법률상으로는 홈스쿨링을 허용하지 않지만 개별 사례를 인정하고 있는 나라로 스페인, 그리스, 스위스의 두 주, 네덜란드다. 그리고 의무학교교육만을 시행하는 곳은 독일뿐이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 홈스쿨링을 금지한 것은 바이마르 헌법 때였으나, 이 당시에도 가족 단위의 학교는 허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국가들이 홈스쿨링을 실시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 학교 규칙, 특히 규제와 폭력성을 학교혐오증과 문제아동의 원천으로 보고 있는 것이며, 둘째, 다양한 교육수단을 자유로이 이용해서 학교보다 훌륭한 교육을 제공하고자 하는 열망과 셋째, 확고한 신앙심, 넷째, 학교가 아이들을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다섯째, 확고한 사상적(비종교적) 배경, 그리고 여섯째, 지역적 문제 등이다.

우리나라의 홈스쿨링
한국교원단체총연맹에서는 홈스쿨링의 도입에 대하여 “홈스쿨링 제도는 이미 선진국에서 수월성 교육 확대 차원에서 보편화 되어 있는 제도이며 이번 교육혁신위원회의 부적응 학생 및 영재학생 등을 위한 홈스쿨링 도입의 취지에도 일정부분 수긍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출석 및 학력 인정 기준 등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일부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의무의 회피 수단으로 악용하지 않도록 하는 등 철저한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사교육 시장을 키워 공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어 “아무리 중요하고 좋은 정책이라도 그것을 받아드릴 수 있는 풍토와 여건이 우선 마련되어야 한다. 더욱이 한 나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교육의 정책은 더욱 그러하다. 급조된 또는 의도적인 정책들이 실패하며 그 피해는 전적으로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다”라며 “이제는 그러한 잘못을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된다. 국가는 우리 사회가 학교의 공교육을 신뢰하고 선생님이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우선 마련한 뒤에 미래 교육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홈스쿨링은 미국의 대부분의 주에서 보편적인 교육 형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홈스쿨링은 법적으로 보장과 규제를 받기 때문에 무분별한 확산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에 소개되고 인식이 점증하고 있는 추세로 보인다. 그렇지만 규모면에서 미국에 비해 아직 초보단계이고 홈스쿨링에 대한 법적, 제도적 뒷받침도 미약할 뿐 아니라 인식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홈스쿨러와 제도권 교육 담당자간에 협력하기보다는 오히려 서로를 비판하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다. 홈스쿨링이 학교교육의 대안으로 자리 잡아 가는 것이 현실인 만큼, 국가적 차원의 인식이 새로워져야 하고 제도적 장치마련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 홈스쿨링의 전개과정이나 특징을 사례별로 심층, 분석하는 일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고교 무학년제와 홈스쿨링의 도입 취지는 찬성하는 이들도, 반대하는 이들도 모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제도의 시행에 앞서 고교 무학년제, 홈스쿨링을 제대로 정착시킬 여건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분명 고교 무학년제와 홈스쿨링은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에서 상당히 파격적인 제도다. 때문에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시행착오를 최대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제도의 시행에 앞서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수반되어야 한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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