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강 여행시 가장 무서운 것은?
아마존 여행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만약 아마존을 여행한다면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아나콘다와 악어, 식인물고기 같은 것들을 꼽을 것이다. 물론 무방비 상태에서 이러한 동물들을 실제로 만난다면 굉장히 위험하겠지만, 보통 여행을 안내하는 아마존 주민들은 이것들에 대한 대비책을 갖고 있을 뿐더러 우연히 만나기도 그리 쉽지는 않다. 그렇다면 아마존을 여행하면서 진정으로 조심해야 할 존재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무리를 지어 끈질기게 사람을 쫓아다니며 피를 빠는 모기이다. 아마존 모기는 그 수도 상상할 수 없이 많거니와, 피를 빠는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느낌이 와서 쳐다보면 벌써 1~2초 만에 식사를 마치고 날아가 버리는데다, 청바지도 뚫어버리니 모기에 안 물리는 약을 발라주는 것 이외에는 방어책이 전무하다. 실제로 아마존 모기에게 한번 물리면 오랜 기간 엄청난 가려움증이 생기고, 발병 후 백혈구의 감소와 각종 출혈을 보이다 10일 이내에 쇼크와 혼수로 사망하게 되는 황열병을 퍼트리는 무서운 존재이다. 따라서 아마존을 여행하는 여행자에게는 황열병 예방접종을 하는 것과 모기에 안 물리는 약을 준비하는 것이 필수로 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일행은 황열병 예방주사만 맞았지, 그 외 별다른 대비책을 세우지 않았다. 다량의 모기가 무는 것에 대한 대비를 간과한 것이다. 결과는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이틀간 우림지대를 투어하면서 수차례 모기에게 공격당한 일행은 캠핑장에서 잠들기 전 꼼꼼히 모기장을 치고 텐트 안에 벌레가 남아있는지 확인하는 등, 자기 전에 철저한 대비를 했다. 하지만, 새벽에 일어나보니 일행 모두의 다리는 모기의 습격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모기장을 믿은 탓에 반바지만 입고 잔 게 더욱 화를 부추겼다. 다리는 틈이 안보일 정도로 모기에게 물어 뜯겨 보기 흉한 것은 둘째 치고,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에 아침부터 연신 다리를 긁어야하는 고통에 시달렸다. 하지만 누구를 탓할 수 있으랴. 모기 물림에 대한 대비를 전혀 안한 것을 자책하며, 더 모기에 물리는 것을 막기 위해 산장 주인에게 부탁해 근처 수풀을 뒤져 떼르미따스(Termitas)의 집을 찾기로 했다. 수풀을 뒤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떼르미따스의 집을 발견한 나는 열심히 손을 비벼 온몸에 떼르미따스의 체액을 발라댔다. 첫날 징그럽다고 손도 못댄 떼르미따스 였지만 고통 앞에선 그 무엇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이렇게 떼르미따스의 체액으로 온몸을 무장한 나는, 새벽부터 온몸에서 풍기는 오묘한 떼르미따스의 향내를 맡으며 보트에 몸을 실었다. 새벽녘 보트에서 바라보는 탐보파타(Tambopata - 아마죤의 한 줄기강 ) 강은 평화로움을 가진 동화책 속의 한 장면이었다. 살포시 내려앉은 안개 속에 잔잔히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자니 온갖 위험한 야생동물이 도사리고 있는 아마존이라는 생각은 어느새 머리 속에서 잊혀졌다. 일행은 보트에 누워 속에 간간히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잠시 동안의 평온함을 만끽했다.
강가 근처에 사는 동물들이 많이 나타난다는 한 진흙뻘에 내린 일행은, 자리를 잡고 앉아 조용히 동물들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산장 주인의 말이 맞아 떨어진 것일까, 약 5분여가 지나자 까삐바라 다섯 마리가 느릿느릿 풀숲에서 걸어 나왔다. 덩치가 제각각인 데다가 단체로 이동하는 것을 보아하니 가족인 듯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까삐바라는 쥐같이 생긴 얼굴에 덩치는 큰 돼지만큼이나 컸다. 헌데 까삐바라는 만사가 여유로운 모양이다. 느릿느릿 몇 발짝을 걷더니 진흙 속에 한창 배를 묻고는 수분 동안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게으른 것인지, 시원한 아마존의 아침을 만끽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멀뚱멀뚱 먼 산을 바라보는 까삐바라의 모습은 귀엽기만 하다. 강가에 모여드는 동물은 카피바라 만이 아니다. 여러 종류의 새들은 무리를 지어 강가의 이 나무 저 나무를 옮겨 다니며 신나게 노래를 불러대고 있었고, 그렇게 보기 힘들던 원숭이도 한 나무에서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존 원숭이는 빠른 속도로 나뭇가지를 옮겨 다니며 열심히 조그만 열매를 따먹었다. 앙증맞게 생긴 얼굴로 양손을 이용해 열심히 열매를 따서 입에 집어넣는 모습이 영락없는 사람의 모습이다. 원숭이는 주위의 경계를 열심히 살피며 열매를 따먹다 이내 풀숲 속 다른 나무로 사라져 버렸다. 한참 재미있게 동물 구경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산장 주인이 "날씨도 더운데 여기서 수영하고 싶지 않냐"는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조금은 황당하기도 한 질문에 " 악어라도 나타나면 어떻게하냐 "고 물었더니 " 악어는 해가 떠있는 시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 며 산장 주인은 " 함께 수영하겠느냐 " 고 넉살을 떨었다. 실제로 강 근처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낮 시간에 더위를 피하기 위해 이곳에서 수영을 즐긴다고 한다. 하지만 절대 물속에서 오줌을 눠서는 안 된다고. 이유는 물속에서 오줌을 누게 되면 식인 물고기인 삐랑야(Piranha)가 모여들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삐랑야는 일반적으로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들지만, 간혹 물속에서 오줌을 눌 경우에도 사람을 물때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한 시간여의 구경을 마치고 다시 보트에 올라탄 일행은 한 시간여를 이동해 세찬 물줄기가 떨어지는 한 폭포 옆에 지어진 산장에 도착했다. 이 폭포의 이름은 까스까다 데 가또(Cascada de Gato). 그렇게 낙차가 큰 폭포는 아니었지만 아마존 강의 흙탕물이 엄청난 소리를 내며 세차게 쏟아져 내리고 있는 폭포의 절경은 장관이었다. 이때 마침 이 산장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낚시에 성공했다며 커다란 물고기 한마리를 들고 우리에게로 뛰어왔다. 잉크를 예쁘게 뿌려놓은 듯한 피부에 크기가 족히 1m는 넘을 듯한 물고기는 이 폭포에서 자주 잡힌다는 뻬스까도 가또(Pescado Gato). 물고기는 잡힌 지 얼마 안 되어 아직도 커다란 입을 뻐끔거리며 엄청난 힘으로 몸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이렇게 강 유역에서 잡힌 생선들은 푸에르토 말도나도 시내로 팔려나가거나 아마존 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하지만 아무리 먹을 것이 급하고, 내다 팔 생선이 귀해도 절대 어린 생선은 잡지 않는다고.그 이유는 아마존 유역의 모든 동물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정부 차원의 제약 때문이란다. 산장 식구들과 저녁에 생선요리를 해먹자는 산장 주인의 제안에 따라, 우리는 물고기를 보트에 싣고 숙소가 있는 산장으로 향했다.강 근처의 자연환경은 누구의 손도 닿지 않은 천연의 상태 그대로다. 일부는 산사태가 나서 무너져 내리기도 하고, 심지어 길이가 몇 십 미터에 이르는 나무는 송두리째 강으로 쓰러져 방치되어 있기도 했다. 산사태로 무너져 내린 정글의 퇴적층을 보니 오랜 시간을 거쳐 온 세월의 자취가 느껴진다. 각기 색이 다른 여러 색깔의 퇴적층은 아마존이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었으며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렇게 강을 거슬러 산장으로 돌아온 일행은 잡아온 뻬스까도 가또로 페루 전통음식인 세비체(Ceviche)를 만들어 맛있는 저녁을 즐겼다. 리몬(Limon, 라임)의 새콤한 맛과 고추의 매운 맛이 생선의 부드러운 육질과 잘 어울리는 페루음식 세비체는 아마존에서도 그 맛의 진가를 발휘했다. 일행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이곳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아마존 악어 '카이만(Cayman)'을 보기위해 다시 보트에 올랐다. 카이만은 아마존의 대표 상징처럼 여겨지는 동물로 이곳의 먹이사슬에서 최고 포식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줄었다고 한다.
아마존 악어 카이만을 보기위해 보트를 탄 지 5분여, 산장 주인이 이리저리 불빛을 비추더니 "카이만!"이라고 소리쳤다. 불빛이 비춰지고 있는 곳을 쳐다보니 빛을 반사해내고 있는 카이만의 눈이 보였다. 카이만을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보트를 가까이 갖다대니, 머리만을 내밀고 유유히 헤엄쳐 가고 있는 카이만의 머리가 보였다. 머리 크기만 족히 60~80cm 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카이만이었다. 산장 주인은 "머리 크기가 저 정도면 전체크기가 4미터는 넘을 것"이라고 했다. 사납기로 소문난 카이만이지만 닥치는 대로 자신들을 포획하는 인간이 싫어서일까, 카이만은 카메라 플래시를 한번 터트리자마자 이내 물속으로 잠수해 버렸다. 잠깐 동안의 카이만 구경을 마친 일행은 다른 카이만을 찾기 위해 다시 항해에 나섰다. 헌데 조금 가다보니 보기 힘들 것이라던 카이만은 여러 곳에서 눈으로 빛을 반사해내고 있었다. 오랜 경험에서 쌓인 노하우일까. 산장 주인은 불빛만을 보고도 새끼인지 어른인지를 금방 구분해냈다. 그러더니 보트를 운전하는 친구에게 강가 한쪽에 보트를 갖다 대라고 손짓했다. 산장 주인은 랜턴을 끄고 살금살금 배 앞으로 걸어가더니 갑자기 어둠 속 진흙뻘로 뛰어들었다. 일행은 순간 놀라움에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곧 빛 하나 없는 진흙뻘로 뛰어들었던 산장 주인이 배 위로 올라왔고 그의 손에는 조그마한 새끼 카이만이 쥐어져 있었다. 산장 주인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태어난 지 얼마 안되는 새끼 카이만이다. 한번 만져보겠느냐?"고 물으며 손에 쥔 새끼 카이만을 배에 탑승한 사람들에게 건넸다. 모두들 한결같이 "No, No"를 연발하며 거절했지만, 산장주인은 "입 쪽을 쥐면 물지 않는다"며 나에게 카이만을 건넸다 막상 새끼 카이만을 손에 쥐고 보니 그 모습이 참 귀엽고 신기했다. 딱딱한 등껍질에 동그란 눈을 가진 카이만. 나는 '살아있는 아마존의 악어를 내손으로 직접 만지다니'라는 생각에 손에 쥐고 있는 내내 야릇한 기분이 들었지만, 조그마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입을 벌리려는 움직임이 손에 전해지자 등골이 오싹해져왔다. 사람들의 신기함속에 일약 스타로 떠오른 새끼 카이만은 잠시 뒤 물속에 놓아주자 재빨리 물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아마존에서의 마지막 투어를 마친 일행은 다음날, 아쉬움을 뒤로한 채 아마존 지역을 빠져나와 푸에르토 말도나도 시내로 향했다. 시내에 있는 시장에 들어서니 아마존에서 따온 갖가지 과일들과 생선들로 풍성하기 그지없다. 이렇게 부근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겐 중요한 생계수단을 제공해 주고, 지구의 중요한 산소 공급원까지 하는 지구의 산타클로스 아마존. 하지만 영원함을 바라는 이 소중한 공간은 사람들의 손길에 의해 조금씩 파괴되고 있다고 한다. 밀렵꾼들의 무분별한 야생 동물의 포획과 과다한 벌목 등으로 하늘이 내려주신 무한의 선물을 인간 스스로가 유한의 선물로 바꿔가고 있는 것이다.  4일 동안 많은 볼거리와 소중한 경험을 안겨준 아마존, 이 천연의 공간이 사람들의 보호와 관심 속에 영원토록 변치 않고 그 모습을 오래 간직하길 빌며 아쉬운 대로 작별인사를 건넸다. 브라질=브라질 통신원 최공철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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