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의 행복 스토리
신현림 작가와 딸 서윤이의 즐거운 일상

사람들은 항상 행복한 삶에 대한 고민들을 한다. 행복한 삶에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이 존재한다. 부부라는 연을 맺어 사람들은 사랑을 키워가기도 하며 연인의 모습으로 가슴 콩닥거리는 사랑을 만들어가기도 한다. 때로는 사랑 때문에 가슴아파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사랑으로 삶의 행에 행복한 바람을 불게 하기도 한다. 살갗이 스치는 그 따스함이 우리를 어쩔 수 없이 사랑에 빠져들게 만든다.

임보연 기자
사진제공/ 신현림 작가




‘싱글맘’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긍정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싱글, 그 단어에는 혼자만의 세계를 펼칠 수 있는 즐거움들이 가득하지만 아직 많은 이들은 싱글맘이라는 단어에 물음표부터 제시한다. 얼마 전 <신현림의 싱글맘 스토리>라는 책을 발간하여 싱글맘으로서의 일상과 주변 인물들의 일상을 소소하게 그려낸 신현림 작가를 만나러 갔다. 그녀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반갑게 기자를 맞았다. 사람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특유의 분위기로 말이다.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언니의 집을 방문한 듯 그렇게 신현림 작가의 집 거실에서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싱글맘의 일상

그녀의 집 거실에 한 남자가 앉아있었다. 신현림 작가는 싱글맘이니 남편일리는 없고 알고 보니 그녀의 일상을 카메라로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PD 백준화 씨였다. EBS방송국에서 방영될 <리얼다큐 여자>를 촬영하고 있는 중이란다. 요즘 신현림의 일상은 참으로 바빠 보인다. 인터뷰니 TV출연이니 또 책을 출판하였으니 여기저기 사인회도 가야할 테니 말이다.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작년에 시집을 출간하고 즐거운 순수문학기행에 출연하면서 알아보는 이들이 늘었다고 하더라. 자전거를 타고 딸 서윤이와 함께 다니는 일상을 어필한 적이 있어서인지 그녀를 한 번 보고 옆에 있는 딸아이의 얼굴을 한 번 보면서‘신현림이구나’를 확신한다고 했다. 이혼 후 혼자서 딸 서윤이와 살아가는 싱글맘 신현림 작가, 그녀는 어제 딸에게 아빠가 좋으냐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딸아이는“싫다‘라고 대답하더니 이내 잘 모르겠다고 대답을 바꾸더란다. 그러더니 내일 아빠에게 다녀와서 이야기해 주겠다고 하더란다. 아이는 어른스러웠다. 결핍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든다. 그리고 사람이라는 존재는 영악하여 그 결핍의 부분을 다른 무언가로 채워나가는 능력이 있다. 그런데 서윤이는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으로 그 부분을 채워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함께 여행하고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말이다. 가끔 두 모녀는 싸우기도 한다. 싸움이라고 해봤자 토닥거리는 것이어서 그런지 신현림 작가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딸아이와의 싸움이라는 단어가 묘하게 재미있게 들렸다. 서윤이가 이길 때도 있고 신 작가가 이길 때도 있지만 아니다 싶은 일에 있어서는 절대 안 져주는 엄격한 엄마이다. 2003년부터 시작된 그녀의 싱글맘 스토리는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풀어내고 있는 책이었다. 싱글맘이라는 하나의 문제에 집착하지 않는다. 결국은 싱글맘도 하나의 인생이야기니 말이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며 그녀가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 스쳐 지나간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었다. 신 작가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번 책은 관계에 대한 고민은 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만남과 이별, 결혼 등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했다고 한다. 인생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문제들을 그녀는 고민하며 써 내려 갔다고 하더라. 이번 책은 마지막 작업에서 참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 어느 정도를 써야 하나 하고 고민을 하며 그래서 거의 보름 동안의 작업을 다 버리기도 했단다. 여기서 싱글맘의 애환이 하나 드러난다. 작업 때문에 아이를 12시까지 다른 사람의 손에 맡겨야 했단다. 한 달 이상을 사촌언니와 형부네 집에 맡기고 작업에 몰두했다. 쓴다는 것은 이렇게 고통 속에 희열이 있는 법인가보다.

싱글맘의 작업

그녀는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아서 가슴 속에서 드글드글 꿈틀댄다고 했다. 드글드글이라... 그녀는 <세기말 블루스>라는 시집 이외에도 여러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다. 자신의 셀프 누드를 찍어 출판계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사진도 찍고 미술관련 에세이도 수차례 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볼 수 있는 책도 써보고 싶단다.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다고 이야기하는 신현림 작가는 생동감 넘치는 예술인이라는 느낌의 사람이다. <싱글맘 스토리>를 펴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곧 새로운 스타일의 책이 한 권 더 출간될 예정이다. 유범주 씨의 백조 사진에 신 작가가 글을 썼다. 600컷의 사진 중 그녀가 직접 고른 사진에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형식의 작업이었다. <우리에게도 따뜻한 날이 올까>라는 제목으로 그녀의 이야기와 백조의 사진이 묶였다. 이렇게 어제도 바쁘고 오늘도 바쁜 신현림 작가가 내년에는 조금 느린 템포로 살아가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녀는 네루다 시인의 열정적인 모습을 좋아한다고 했다. 또 어린왕자의 생떽쥐베리 역시 좋다고 한다.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유년 시절의 추억이 참으로 중요한 것 같단다. 그래서 딸 서윤이에게 많은 추억들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함께 여행도 많이 다니면서 말이다. 아마도 그들의 여행에는 까르르 넘어가는 웃음소리가 있을 것이고 토닥거리는 모녀의 다툼이 있을 것이고 함께 좋은 풍경을 보는 감동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행복한 모습의 싱글맘과 귀여운 딸 서윤이가 있는 것이다.

싱글맘의 행복

신현림 작가의 결혼은 그녀에게 좋은 추억보다는 좋지 못한 기억들을 더 많이 남긴 시간이었다. 때문에 이혼을 하고 나서 더 좋다는 이야기를 한다. 자유로워졌으며 사람들과의 유대 관계로 삶의 문이 더 넓어졌다고 한다. 그녀의 결혼이 폐쇄적이었던 것에 비해서 말이다.“아무튼 나는 너무 좋아요. 이혼을 하고 나서. 너무 힘든 사람을 만나서 그랬나 봐요. 이혼이라는 게 새로운 가치에 눈을 뜨는 거죠. 그래서 이혼 숙려제도에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결혼을 신중하게 해야 하는 것이지 이혼을 숙려하는 제도라는 게 필요할까 싶어요.”
싱글맘 신현림 작가에게 물었다. 결혼과 이혼에 대해서.“두 가지 모두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즐거운 출발이라는 점에서는 같다는 거죠. 결혼이 맨몸으로 뛰는 거라면 이혼은 상처나 애를 업고 뛰는 것이라고 할까.”
이제 싱글이니 연애라도 해야 할텐데 어떤가 물었더니 이제 연애를 해야겠단다. 좀 쉬었으니 말이다. 이혼남도 만나봤으니 총각도 만나봐야겠다며 유쾌하게 웃는 그녀다. 싱글맘으로서의 그녀의 모습이 밝고 유쾌해 보여 확인해보고 싶었다. 행복한지 말이다.“행복하세요?”“이게 행복이지 않을까요. 내년에 일거리가 없는 나고 이렇게 천천히 살아가는 것. 편안하게 천천히.”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이렇게 강렬한 두 사람이 함께 저 <연애>라는 끔찍스런 태풍에 좌지우지 되면서도 익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 사람의 본질에 거리에 대한 천재적인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있고, 서로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연인이고, 둘 사이에 생겨나는 공간도 하나밖에 없다. 그러함을 알면, 더구나 거기에 어떤 특별한 재미있을 만한 공간이 있다는 걸 알면,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거리를 좁혀 좀 더 자세히 보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작가이기 때문에 거기서 멈춰 설 수가 있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만 존재할 수 있는 양지와 같은 것, 따스하고 밝고, 혼자서는 창조할 수 없는 공간, 거기에 수많은 것들이 생성될 수 있는 미묘한 공기만을 소중하게 키워나간다. 그 우선순위를 명백히 구분하는 점이 그의 재미있는 구석이었다.’
신현림 작가는 이번에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그 흔적이 <싱글맘 스토리>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그 사이 형성된 두 사람만의 공기가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기도 때로는 불행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두 세계의 어우러짐이 여전히 힘들고 고달프더라도 사람의 온기만큼 따뜻한 것이 세상에는 없더라.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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