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의회의 만남 성사 우선돼야”

지난 달 2일 이루어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라는 큰 성과를 남기고 마무리되었다. 그동안 경제, 문화 등의 남북 간의 공식적인 교류가 부분적으로나마 진행되었던 것과는 달리 정치권에서는 북한과의 공식적인 교류나 접촉이 전무했다. 거기에는 대북정책에 관한 남남 내부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현재 정치계의 분위도 한 몫 했다. 이번 회담에는 한나라당을 제외한 각 당의 방북 대표들이 함께 참가했다. 민주노동당을 대표해서는 천영세 원내대표가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1차 정상회담 이후 장관급 회담 등 당국자 간의 교류와 민간부문의 모든 직종, 분야 등 교류가 안 이루어지는 부분이 없었던 반면, 유일하게 공식적인 교류가 닫혀 있는 곳이 정치권이다. 정치인이 다른 명목으로 오가는 것 외에 이루어지는 바가 없었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원내대표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방북단에 합류했다. 이번 방북을 통해 천 대표는 ‘의회 교류를 포함한 남북 국회 회담을 성사’하는데 목표를 두었었다. 정치권의 대북정책에 대해 분분한 의견은 남북의 실제 정치적인 교류와 교감을 단절시켰고, 그로 인해 북측과의 정치적 거리가 더 멀어지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는 시각도 일부 존재한다. 천 대표는 “이번 방북을 통해 역사적인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자부심도 크게 느꼈고, 반면에 평화와 변영, 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중요한 합의, 선언을 어떻게 이행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며 이번 회담을 통해 북측과의 정치적 거리가 좁혀지기를 기대했다. 천 대표는 가장 먼저 남북정상선언 1항에 합의한 대로 청와대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6․15 공동선언을 발표한 6월 15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도록 요구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국회의원 161명의 연서명을 통해 ‘6․15 국가기념일 제정 촉구 결의안’이 준비되고 있다. 그는 “11월에 예정된 총리회담이나 국방장관회담의 차질 없는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고, 각 당에서도 성공적인 회담을 위해 초당적인 지지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차기 정권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에 구체적인 사업을 시행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각 당의 대선주자가 결정되어 치열한 대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 남북정상 선언의 발전적인 계승을 이어갈 수 있는 차기 정권의 역할론에 대해서 천 대표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서면인터뷰로 진행된 이번 인터뷰에서 천 대표는 진보세력의 민주노동당으로의 단합을 이끌어내는 대선의 필승 전략을 소개했다.

#. 방북

“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정략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며, 대선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계산하는 것도 좋지 못하다. 물론 정치적으로 찬반 입장이 있는 만큼 대선에서의 유불리를 따질 수 있겠지만 남북관계 발전과 공동의 평화번영을 실현하는 방향에서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Q. 제 2차 남북정상회담 특별 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오신 소감을 듣고 싶다. 세 번째 북한 방문인데, 이번 방문에 대한 감상을 말해달라.
- 평양 방문은 세 번째인데, 첫 번째는 민간통일행사에 함께 참가한 것이고, 두 번째는 민주노동당과 조선사회민주당과의 정당교류 차원에서 방북을 한 것이었다. 물론 두 번의 방북이 교류협력 차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만 이번 정상회담은 역사적, 민족사적 의의에서 의미가 컸다고 본다. 이번 방북은 역사적인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자부심도 크게 느꼈고, 반면에 평화와 변영, 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중요한 합의, 선언을 어떻게 이행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Q. 방북 일정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인가.
- 평양 방문이 세 번째인데,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것이 인상 깊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상태가 좀 이상이 있는 거 아니냐는 언론 보도가 많이 있었다. 여기저기서 그런 의구심이 많이 있었다. 첫날 환영행사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악수를 했는데, 악수할 때 아귀힘이 상당히 셌다. 그리고 돌아오는 날 환송 오찬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상당히 많은 양의 와인을 마셨다. 연회장에서 이야기하는 목청도 힘이 있었고, 대화 내용도 박력이 있었다. 이런 것들이 인상에 많이 남는다. 세월이 지나니까 모습은 조금 변했지만 2000년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던 건강한 모습은 그대로 인 것 같다는 평들이었다.

Q. 이번 회담은 여러 가지로 국민들의 상당한 관심에서 이루어졌고, 그 성과들에 대해서도 대부분 호의적인 여론이 우세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노무현 대통령의 만남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평양 방북단의 일거수일투족에 높은 관심을 보일만큼 국민들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큰 감동을 받은 것 같다. 이번 회담에 대한 전반적인 총평을 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나.
- 총괄적으로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와 민족공동의 번영, 그리고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정치, 군사, 경제, 사회문화 전반에서 다방면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명실공이 ‘평화회담’, ‘경제회담’, ‘통일회담’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1차 정상회담에서의 6․15 공동선언이 한반도 평화통일의 기초를 튼튼히 닦은 것이라면,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의‘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은 2000년 6․15 공동선언의 기초 위에 백년대계의 저택’을 지은 것이라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Q.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기대 이상의 성과가 있었다고 밝히신바 있는데, 정상회담의 여러 성과들 중에서 가장 의미를 둘 만한 것은 어떤 것인가.
-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 두 정상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이후 수시로 만나기로 합의한 것은 남북 신뢰관계가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려운 문제들을 직접 대화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고 생각된다. 또 11월 총리회담을 비롯해 국방장관 회담 등 이후 정상선언에 대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놓은 것도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Q.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개최 이전부터 올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해석이 많았었다. 정상회담은 끝났지만 아직 대선이 끝나지 않은 관계로 여전히 회담의 대선 영향력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한 결과가 있기도 했다. 이번 회담과 2007 대선과의 연관성에 대한 생각이 어떠한가.
-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정략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며, 대선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계산하는 것도 좋지 못하다. 물론 정치적으로 찬반 입장이 있는 만큼 대선에서의 유불리를 따질 수 있겠지만 남북관계 발전과 공동의 평화번영을 실현하는 방향에서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Q. 지난 12일에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청와대 오찬간담회가 있었다. 여기에서 천 대표님과 민주노동당의 의견 중에 남북 의회간 만남이 이뤄질 필요성에 언급했다. 사실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정당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사안들도 많이 있다. 국회 남북평화통일특위의 활성화도 제안했는데, 남한 내의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 합일을 원만히 도출해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면 어떤 것이 있나.
- 남북 국회회담은 과거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절에도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의하여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예비접촉을 2차례, 준비접촉을 10차례 진행하였다. 정견이야 다를 수 있지만 의회 교류를 하자는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도 국회회담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정견이 다르다고 해서 남북 인도적 문제에 대해서 다를 수 없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비롯해 인도적 문제 해결에는 의견이 일치 한다. 이런 문제부터 공동의 보조를 맞춘다면 의견차를 좁히면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적 흐름 자체가 이제는 대결과 대립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화해와 대화, 협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Q. 회담에 대한 대부분의 의견은 긍정적으로 나타났지만 이제 회담 이후 경협, 국방 등의 정책적인 구체성과 그 실체에 대해 아직 제시된 바가 없는 것을 회담의 아쉬움으로 지적하는 입장들이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안타까웠던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성과가 있었고, 워낙 다방면적인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아쉬운 점은 별로 없다. 다만 납북자 가족 문제를 제기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못해 안타까운 점이 있다. 노대통령도 언급한 바 있다.

Q. 6.15 국가기념일 제정을 요구했다. 그 필요성과 배경은 무엇인가.
- 1차 정상회담에서 6․15 공동선언을 채택했고, 그 후 남북 관계가 과거와는 아주 다르게 발전하였다. 게다가 이번 2차 정상회담도 근본적으로는 6․15 공동선언 이행이라는 기본 틀에서 구체적인 합의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남북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진입시킨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 발표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여 남북 관계가 되돌릴 수 없는 화해, 단합, 통일의 관계로 전환되었음을 선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남북 합의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지지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남북의 합의와 공동선언을 전사회적으로 지지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Q. 이번 회담의 성과에 대해서는 차기 정권이 계승해야 할 정책적 과제들이 많이 있다. 남북정상회담 선언문의 내용처럼 양측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차기 정권이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은 어떤 것인가.
- 차기에 어떤 정부가 구성되더라도 1차 정상회담에서의 6․15 공동선언을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번 2차 정상선언도 존중하고 실현할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남북 간에 신뢰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남북 합의가 번복된다면 어떻게 일관된 정책을 펼 수 있겠나? 남북이 상호 신뢰관계를 형성할 때 평화, 번영, 통일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상호 신뢰다.

#. 대선

“민주노동당은 대단히 부드러운 정당이다. 일부 국민들은 민주노동당이 과격하다, 투쟁하는 당이다, 경직되었다 생각하시는데 실제로는 대단히 부드러운 정당이다. 다른 보수정당처럼 권력다툼을 하지도 않고 자리를 가지고 사생결단 하듯 당이 쪼개져라 싸우지도 않는다. 민주노동당은 서민들을 위해 일하고 투쟁하는 당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선호하고 합리적 토론을 좋아한다.”


Q. 민주노동당이 차기 정권을 잡는다면 계획하고 있는 통일외교정책은 어떤 방향성을 가지게 되나.
- 남북이 주도하는 한반도 평화, 통일, 번영 정책을 가져야 한다. 남북이 주도해서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하며, 그런 점에서 남북 주도의 종전선언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통일 정책도 마찬가지고 민족을 중시하며 펴 나갈 것이다. 물론 주변 정세나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통한 여건 형성도 중요하지만 우리 민족이 민족의 동질성과 민족성을 중시하며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외교 정책도 우리 민족이 공동으로 번영하는 방향에서 종속된 한미관계나 한일관계는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호혜평등 한 외교관계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Q. 매번 대통령 선거를 치를 때마다 후보들 간의 치열한 경쟁구도는 당연한 과정이다. 하지만 2007대선을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본격적인 대선 주자도 못 정한 당부터 검찰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후보까지 있어 국민들 보기에 여전히 아름답지 못한 대선 과정을 연출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신정아게이트 등 특수 상황들이 많았던 이번 대선 과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대선 후보는 국민들이 요구하는 모든 면에서 검증받아야 한다.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가 진행된다면 국민들은 오히려 더 혼란할 것이다.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솔직하고 분명한 태도를 보여 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여러 굵직한 정치현안들이 정략적 공세로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따질 것은 따지고 밝힐 것은 밝혀야 하지만 정쟁과 정략으로 공방만 오간다면 대선 자체가 혼탁해 질 것이다. 정견과 소신을 가지고 현안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Q. 민주노동당의 가파른 성장력에 대해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창당 7년 만에 비약적으로 성장한 민주노동당의 저력을 높이 평가하는 세력들도 많다. 지지자들은 민노당의 어떤 매력에 빠져있다고 보나.
- 민주노동당의 저력은 가능성에 있다. 한두 사람 유력한 정치인이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당원들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 그러다 보니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적극적인 참여로 내가 바라는 정치, 내가 원하는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매력이다. 이것이 성장 동력이 되었다. 물론 과정에 실망한 당원도 있다. 그런 실망이 민주노동당 정체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민주노동당은 매력적인 당이다.

Q. 반대로 민노당에 가지고 있는 유권자들의 오해가 있다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 민주노동당은 대단히 부드러운 정당이다. 일부 국민들은 민주노동당이 과격하다, 투쟁하는 당이다, 경직되었다 생각하시는데 실제로는 대단히 부드러운 정당이다. 다른 보수정당처럼 권력다툼을 하지도 않고 자리를 가지고 사생결단 하듯 당이 쪼개져라 싸우지도 않는다. 민주노동당은 서민들을 위해 일하고 투쟁하는 당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선호하고 합리적 토론을 좋아한다. 당원들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보장된 당이 민주노동당이다. 국민 여러분들의 관심과 지지, 질타가 민주노동당을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Q. 완전국민경선제가 아니었던 만큼 민주노동당의 경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다른 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는 민노당 대선후보인 권영길 후보의 지지율 답보 상태로 나타나고 있다. 대선 2개월을 앞둔 지금 민노당의 대선 전략은 무엇인가.
- 민주노동당의 지지층을 확고하게 다지는 것이 급선무다. 대체로 노동자, 서민들의 지지가 많은 만큼 노동자, 서민들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낼 수 있도록 진보적인 의제를 제출하고 지지를 먼저 확보할 것이다. 그리고 진보적 대중단체들과 공동으로 대선을 치룰 것이다. 공동 선대위도 구성하고 정책, 공약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진보진영 전체가 하나로 뭉쳐 대선에 대응할 것이다. 아울러 양식 있는 지식인을 비롯해 사회 지도층의 지지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기본 지지층을 확고하게 다지면서 광범위한 진보세력들의 단합을 실현하고 외연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 NP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루어낸 정상 선언을 보면 법률, 제도적 정비가 대북 투자 관련에 치중되어 있는 것 같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정치분과 특별수행원 간담회 때 남측에서 의회회담을 제안했는데 북측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하루빨리 남북 의회간의 교류와 만남이 성사돼야 한다. 시대적 흐름 자체가 이제는 대결과 대립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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