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센터건립으로 전통문화복원에 앞장서

우리가 흔히 농악이라고 부르는 풍물은 한해를 기원하고 마을의 풍요와 평안을 위해 치러왔던 공동체 의식으로 선조들의 생활풍속을 담고 있다. 이러한 풍물굿은 지역별로 크게 좌도와 우도굿으로 나뉘는데 그중 서부평야지대인 정읍은 대표적인 우도굿의 발상지이다. 우도굿은 고깔을 쓰고 복색이 화려하며 느린 가락이 대부분이나 빠른 가락도 곁들여 개인연기에 치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때 우도풍물굿으로 유명했던 정읍은 산업사회를 거치며 제대로 된 후진양성도 없이 명인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이로 인해 정읍우도판굿이 사라지는 위기도 있었으나 전통악기제작과 정읍우도판굿의 유일한 계승자인 전승명가의 서인석 전승장을 주축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전통문화의 명가 ‘전승명가’

▲ 전승명가에서는 3대째 국악기제작과 정읍우도판굿을 계승해나가고 있다. 2대 故 서남규 명인으로부터 3대 서인석 전승장과 4대 서창호 군이 함께 하고 있는 모습.
전승명가는 3대째 우리의 소리를 지켜가는 100년 전통 가업이며 서인석(무형문화재 12호 국악기장)전승장의 생활터전이다. 전승명가의 시초가 된 1대 서영관 명인의 80년 옹골진 고집으로 지켜나간 국악기제작과 정읍우도판굿은 2대 서남규 명인을 통해 지역의 여러 명인(이봉문, 이봉춘, 추귀동, 이정범, 전사섭, 신기남, 김병섭 등)들과 함께 더욱 발전 계승되어왔다.
전승명가에서 제작되는 국악기들은 집안대대로 내려온 수공제작기법으로 만들어진다. 수공제작기법은 전통방식 그대로 서인석 전승장의 경험과 감각을 통해 톱, 도끼, 끌, 낫 등의 재래식도구만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런 제작과정을 거친 국악기는 숭고한 장인정신이 깃든 결정체로 오랜 세월 제 기능을 발휘한다.
대표적인 국악기인 북의 경우 그 재료의 선택에 있어 북통은 30년~50년 이상 자란 오동나무(약 100년 이상 자란 소나무), 가죽은 소, 개, 양, 말을 사용하며 가죽부위, 가죽처리 방식이 주요관건이다. 또한 부속 재료로는 대뿌리와 무명, 마를 끈으로 전체조립을 마무리한다. 이렇게 생산된 국악기는 전승명가 고유의 국악기제작방식을 그대로 담고 있어 재인들로부터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정읍 풍물 솜씨와 어우러져 타 지역과 차별화된 소리를 신명나게 전해준다.
서인석 전승장은“전통은 일회성으로 그치는 단절이 아니라 살아있는 삶의 표현이다. 악기제작과 정읍우도판굿은 어려서부터 할아버님과 아버님의 일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다. 나 역시 후손들에게 신명나게 장단 맞춰 살아가는 모습으로 선조들의 뜻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화센터건립
서인석 전승장은“사라져가는 전통문화가 올바로 보존되기 위해서는 우리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통되어야한다”는 일념으로 지역별로 끊겨진 선조들의 삶의 애환이 담긴 소리와 국악기제작을 전수하려고 노력해왔다. 문화는 시대를 아우르는 것으로 점점 잊혀져가는 조상의 얼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해 대중문화로 확산시켜 발전하는 것만이 그 가치를 높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전통문화 역시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들끼리의 축제가 아닌 전 사회를 아우르는 대중들의 향연으로 이어져야 발전할 수 있다.
전승명가의 문화사업은 박제화 된 전시문화가 아니라 살아있는 우리의 마을굿으로 이어가기 위해 각 마을마다 직접 방문해 정읍우도판굿을 전수하고 특색 있는 마을굿은 발굴·복원하여 주민들이 자생적으로 전통굿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체계적인 정리하여 우수한 지역문화를 쉽게 이해하고 찾아볼 수 있게 하고 있다.
또한 체계적인 정읍우도판굿 전수 프로그램을 개발해 전국의 학교, 기업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전달되고 있다. 이외에도 지역 간의 교류는 물론 해외교류로 마을 굿 현장 방문과 체험을 통하여 민족문화의 저변확대 및 대중화를 통해 모든 이의 마음에 조상의 지혜와 얼이 깃들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우리문화가 뿌리를 내림은 물론 지역별 문화형성으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게 하고 있다.
서인석 전승장은“진정한 전통문화 복원은 모든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지난 2006년 기존의 소규모 전수장을 1,500평 규모의 문화센터로 확장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확충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는 전승명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현재 문화센터에서는 각종 체험행사를 통해 전통명인들 간의 교류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다양한 참여로 이어져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문화공연의 향연이 이어질 전망이다.
체험프로그램으로는 서인석 전승장의 정읍우도농악과 정읍우도판굿 이외에도 남사당(문진수 남사당패 뜬쇠), 장승제작(윤흥관 장승촌 대표), 경당무예(최용 경당본당 총감), 전통문예(박옥주 예사랑 회장)가 마련되어 있다.
앞으로 이들의 노력과 함께 전승명가의 문화사업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대중들의 참여가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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