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정 내에서도 내부 분열 조짐 보여

지난 9월 미얀마의 옛 수도인 양곤에서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군인과 경찰의 총에 맞아 사상자가 속출했다. 군사정부의 야간 통행과 집회금지령, 총격과 체포에도 불구하고 시위대의 가두 행진은 계속됐으며 무력진압도 끊이지 않았다. 극단적인 무력진압으로 시위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미얀마 정부의 대대적인 연행과 체포로 정국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지난 9월 17일 시작된 미얀마의 반정부 시위는 1988년 민주화 운동 이후 최대 규모다. 이번 시위는 미얀마 군사정부의 갑작스러운 연료가격 인상이 도화선이 됐다. 최근 유가의 인상으로 인해 교통비와 생필품 가격도 급등했다. 유가 인상의 이유는 신행정 수도의 이전에 따른 재원을 충당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는 강경 군부독재에 대한 미국의 공격에 대비하고 국내외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2005년 중부지역 오지인 네삐도로 행정수도를 이전하기로 결정하고 지금까지 수도 건설에 막대한 예산을 사용했다. 이번 미얀마 반정부 시위는 유가 인상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으나 그 이면에는 억압적인 군사정부에 대한 국민의 오랜 불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계속되는 생활고가 반정부 시위로 이어져
2만여 명의 승려와 시민들이 가두행진을 벌이며 반정부 민주화 시위운동이 계속 확산되자, 지난 9월 26일 미얀마 군사정권은 총을 앞세운 강제진압에 나섰다. 시위대에 소총으로 무장한 군경을 투입한 데 이어 불교사원을 급습해 승려들을 무더기로 체포했으나 시위가 가라앉지 않자 정부는 양곤과 제2도시인 만달레이에 야간 통행금지조치를 발령했다. 미얀마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달러 정도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조사대상 180개국 가운데 174위로, 대표적인 빈곤국가로 꼽히는 방글라데시나 내전으로 골병이 든 르완다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연간 30~40%의 인플레이션을 기록하고 있는 미얀마의 실업률은 공식 통계보다 두 배 이상 높은 30%에 이른다. 미얀마 시민들의 시위는 결국 이 같은 민생고에서 시작된 것이다. 미얀마 군부가 두 달 전 예고 없이 천연가스와 디젤과 휘발유 값을 최고 5배까지 인상하자, 시민들은 더 이상 못살겠다며 뛰쳐나왔고 군사정부를 타도하자는 민주화 시위로 격화했다. 미얀마 군정의 강력한 통제로 이번 민주화 시위의 정확한 사망자수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미얀마에 주재하는 외교관들은 미얀마 군경의 유혈진압으로 100-20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시위 기간 체포된 승려는 1천여 명, 민간인은 3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얀마 군정은 2천 93명이 구금돼 있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지금까지 원유와 가스 등 풍부한 천연자원 덕분에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비난과 경제, 정치적 제재를 무시할 수 있었으며 중국과 인도 등의 인접국들은 미얀마의 전략적 위치와 자원 때문에 미얀마 군사정권의 비위를 맞춰왔다.

유혈진압 후 국제사회의 비난 거세져
이번 미얀마 반정부 시위에 대한 미얀마 군사정권의 무력진압에 대하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우리나라 시간으로 지난 10월 12일 미얀마 군사정권이 민주화 시위대를 무력 진압한 것을 비난하고 정치범의 조기 석방 및 군정과 민주화 진영 간의 진정화 대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공식 채택했다. 안보리는 이날 의장성명을 통해“미얀마에서 평화적인 시위를 진압하는데 폭력이 사용된 것을 강력히 개탄하고 지난 2일 채택된 유엔 인권위원회 결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모든 정치범 및 남아있는 수감자의 조기석방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미얀마 군정과 모든 당파가 사태의 진정과 평화적 해결을 위해 협력할 것을 요구했다. 안보리는 특히 미얀마 군정이 유엔의 직접적인 지원 속에 국가적인 화해를 이룩하기 위해 반정부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 및 다른 정치범들과 진실한 대화를 위한 여건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유엔의 이스마일 감바리 특사와 적극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미얀마 군사정권 내부에서도 시위의 강경진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던 것으로 전해져 군부의 분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위가 확산되자 탄 슈웨는 군 고위층의 회의를 소집해 강경진압을 주문했으나 양곤과 동북부, 서북부의 주요지역 사령관들은 병력 이동에 반대하며, 평화로운 수단을 강구할 것을 요청했다. 이 때문에 탄 슈웨는 서열 3위인 투라슈웨 만 3군 참모총장과 더불어 강경진압을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군사정권은 무력진압을 거부한 장군 5명과 병사 4000여 명을 투옥했다고 인도네시아 일간지 자카르타 포스트는 보도했다. 이 신문에 의하면 장군 5명은 시위대에 대한 무력 진압 지시를 따르지 않았으며 병력 배치도 거부했으며, 미얀마 제2도시 만델레이 부근에 주둔한 병사 4000여 명도 시위 참가 승려에 대한 발포와 구타를 거부하고 오히려 승려들 앞에 총기를 내려놓고 용서를 빌었다. 현재 미얀마인들은 출근을 거부하고 있으며, 승려들은 사원에서 정부를 위한 기도를 하지 않는 식으로 군부에 항거하고 있는 상태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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