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길

2007년의 마지막 달. 연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불우이웃돕기다. TV를 포함한 각종 매스미디어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앞 다투어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하며, 이웃사랑 실천을 다룬다. 지난 1년 내내 마치 불우이웃이란 없었던 것처럼 지내다가 일 년의 마지막 달이 되면 한꺼번에 불우이웃들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바쁘다며 일 년을 보내다 해가 다 가는 시점에 와서야 이웃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연말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웃사랑을 외쳐대는 것은 어쩐지 서글픈 우리네 오늘날이다.
하지만 그렇게나마 연말에 따뜻한 이웃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 ‘아직 우리 사회가 그렇게까지 메마르진 않았구나’‘아직은 살만한 세상이구나’하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가질 수 있기도 하다.

연말이 되면 거리는 온통 화려한 불빛에 휘감긴다. 연말이라 해서 시간은 더디 가지도, 빨리 가지도 않고 변함없는 속도로 흘러가지만 사람들은 연말이 되면 이유모를 흥분감에 들떠서 보내게 된다. 거리마다 가득 채운 연말장식 조명은 일 년 열두 달 중 가장 화려하고 밝게 빛나며 덩달아 사람들의 얼굴도 빛이 난다. 해마다 연말에 사람들이 들뜬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안도와 후회, 그리고 다가올 시간에 대한 기대로 인함이다.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보면 연초에 세워놓았던 계획을 얼마나 이루어 놓았는지, 무엇을 놓쳤으며, 무엇을 잘했는지 나름 평가를 해보지만 뿌듯함보다 아쉬움과 후회의 감정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는 돌이킬 수 없음이요, 시간은 계속 흘러가기 때문에 아쉬움과 후회의 감정은 언제나 잠시일 뿐이다. 오히려 그러한 아쉬움의 감정보다는 새해에 실천할 새로운 계획과 다짐으로 자신감을 북돋우게 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 한해는 충격적인 사건들도 많았고, 가슴 따뜻한 일들도 많았으며, 눈물 날 정도로 힘들 때도 있었다. 그 모든 시간들이 이젠 과거가 되어버린다는 것이 어쩐지 후련하지만은 않다.
연말은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는 시간, 다가올 새해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연말에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와 안타까움을 표하지만, 정작 일 년을 무사히 보냈다는 안도, 감사의 감정을 되새기기는 쉽지 않다. 시간은 계속 흐르지만 그 속도를 가늠할 수 없는 것처럼, 하루하루를 보내며 그렇게 어느 틈엔가 우리는 또 다시 일 년을 뒤로 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이번 연말은 후회보다는 감사하며 보내보자. 지난 일 년을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보낸 나 자신에게 감사하며, 변함없이 내 옆에 있어준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앞으로 다가올 2008년 한 해를 힘차게 시작해보자.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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