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부 20년, 잃어버린 10년, 참여정부 5년
- 빛 좋은 개살구 된 사회정책
- 참여정부 경제정책 5년
- 실험단계 문화정책의 위기
제16대 대통령인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12월 당선된 이후'참여정부'라는 간판을 내걸고 지난 5년 동안 국정운영을 해왔다. 탄핵소추, 대연정, 당정분리, 한미FTA, 남북정상회담 등 노 대통령이 지휘해온 참여정부의 공과(功過)는 임기 말 대선 정국을 맞이하면서 그 평가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달 14일 미래한국시민연대가 주최한 대선토론회에서는 참여정부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이루어졌다.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공고화와 중장기 발전방향 설정은 평가받을 만하다'는 참여정부의 공(功)과 '말은 현란하고 거창했으나 업적은 신통찮은 무능한 정부였다'는 참여정부의 과(過)로 정리된다고 밝혔다. 이는 비단 토론회뿐만이 아니다. 정권 탈환을 외치는 야당에서는 참여정부가 저지른 부동산 대란, 비정규직 확산, 양극화 심화 등에 대해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고, 정권 계승을 원하는 여당에서는 참여정부의 그 같은 과오가 있지만 부패정치 척결, 과거 청산, 민주주의 성숙, 남북관계 등의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차기 정권이 가장 우선시 해야 할 것으로 일반 국민들은'경제성장'을 꼽는 데 반해, 참여정부는 스스로 경제성장 만큼은 자신있게 칭찬받을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도전적이고 창의적이지만 그 성적은 뛰어나지 못했고, 사회 전반의 건강한 갈등을 야기시켰지만 그 갈등의 골이 깊어 계층간의 격차를 만들어냈다. 참여정부는 평화와 깨끗한 정치를 지향했지만 임기 말 권력형 비리를 척결하지 못했고, 복지수준을 향상시켰지만 서민과 기업으로부터 동시에 외면을 받았다.
[ 깨끗한 정치의 오류 ]
참여정부의 과감한 시도, 4대 개혁 법안
오직 과거사진상규명법만 성과 이뤄
지난 달 11일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정책방송(KTV) 특집 인터뷰'대통령, 참여정부를 말하다'를 통해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을 평가하고 회고했다. 노 대통령은'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의의로 말문을 열었고, 이어 북핵문제, 한미관계, 탄핵, 경제문제, 민생, 양극화, 부동산 문제, FTA, 언론개혁, 개헌 등 참여정부가 지나온 과거에 대해 설명했다. 때로는 서운해 했고, 때로는 호소를 했으며, 때로는 겸연쩍거나 쑥스러워 하며 노 대통령은 기나긴 5년여를 회상했다.
지난 5년여간 참여정부가 한 일에 대해 묻는 사람들은 참여정부에게‘잃어버린 10년’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국민들의 상실감은 차기 정권 교체에 대한 강한 열망을 보여주고 있고, 그것은 야당 대선 후보의 높은 지지율이 증명하고 있다. 지난 3월 청와대는 <참여정부 4년 평가와 선진한국 전략>을 발표했다. 이 자료집은 참여정부 4년간 대한민국이 정치, 경제, 사회, 외교, 안보, 언론, 개혁 등 각 분야에서 거둔 성과를 평가하고 참여정부가 제시해온 향후 한국사회의 발전전략을 정리해 둔 것이다. 민생, 한미FTA, 부동산, 대북, 언론정책 등 참여정부 내내 뜨거운 논쟁과 함께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불러왔던 주요 이슈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이 자료집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참여정부의 실패론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다. 작년 11월 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의 69%가‘참여정부는 성장과 분배 모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참여정부는 반론을 제기한다. 해외의 평가는 다르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에 따르면 한국의 신용등급을 2007년 2월 기준 A로, 무디스는 A3로, 피치는 A+로 평가한 것을 토대로 참여정부는 한국 경제가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파탄의 지경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을 했다고 주장한다. 가장 취약한 민생 경제 분야에서 참여정부는 객관적인 수치와 통계자료인 지표를 제시하며 경제위기설을 일축시켰다. 1인당 국민소득 증가폭, 수출, 외환보유고, 주가지수 등의 영역에서 역대 정부 중 최대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성장이 일어나면서 좋은 일자리 창출력은 바닥에 떨어졌고, 노사간의 갈등의 골도 더 깊어졌으며, 정부의 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와 압박으로 인해 기업성장을 저해했다는 객관적인 지표들도 함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노무현의 법, 4대 개혁법안

북측, 남북총리회담에서 국보법 폐지 제안
참여정부의‘4대 개혁법안’은 국가 보안법 폐지 법안, 언론관계법, 사립학교법 개정안, 과거사 규명법을 말한다. 그 취지는 거창했을지 모르나 이 4개의 법은 정치권의 여야 대립을 넘어서 지역간, 세대간의 갈등을 심화시킨 결과를 낳기도 했다. 국가 보안법 폐지 법안은 현존하는 국가보안법을 완전 폐지 한 후 현재 있는 형법상 내란죄에 내란목적단체 개념을 신설하는 것을 말한다. 국가보안법 폐지에는 북한이라는 암초가 걸려 있고, 이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이 국가 보안법은 현재 대통령 임기 내에 처리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기 말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부가 처리하기 힘들다는 판단과 대선후보들에게 사안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앞서고 있다. 개혁을 발표하자마자 시작된 찬반논쟁은 매번 대규모 시위가 있을 때마다 단골 주제가 되었고, 현재까지도 강하게 반대하는 쪽과 끊임없이 개혁을 추진하는 세력들이 부딪히고 있다.
지난 달 14일 15년만에 재개된 남북 총리회담에서 북측 단장인 김영일 내각총리는“통일 지향적인 법 제도 정비 등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국가보안법 철폐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보안법 개폐문제는 지난 반세기 동안 남북관계는 물론 남남갈등을 일으켜온 정치적 쟁점의 하나였고, 참여정부는 그것을 본격 쟁점화 시킨 셈이다. 북한은 국가보안법이 남북화해와 협력에 배치되기 때문에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안보태세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지금까지 고수해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에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한 번 국가보안법은 수면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국민의 정서를 고려한다면 서해 북방한계선(NLL)·영토에 대한 선언적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언론 문제는 숙명이었나
지난 5년 동안 참여정부는 언론과 정면승부를 벌여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군사독재가 무너진 이후 언론이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하여 시민과 정부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참여정부에서는 언론의 특권과 횡포에 대항하고 견제를 시도했다. 참여정부의 언론개혁은 신문법, 방송법, 언론중재 및 피해 구제법 등으로 요약된다. 진실보도와 공정보도를 위한 언론 환경을 만들고 언론사의 경영권과 편집권을 분리시켜 언론의 진정한 자유를 도모하겠다는 취지에서 발효된 법안들이다. 이로 인해 언론에 영향력을 끼치는 정치권력, 경제권력을 차단하고 언론사의 세무조사와 불공정거래 조사를 통해 언론권력 남용을 막아내는 성과도 있었다. 노 대통령은 언론에게 입은 상처가 크다고 했다. <참여정부 4년 평가와 선진한국 전략>에서 노 대통령은“언론에 대해 요령 있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는가, 지금도 계속 자문자답 해봅니다. 그런데 피할 수 없었던 일 같습니다. 제가 입은 상처는 상당히 크지요. 언론 문제는 그 어떤 숙명적인 것 같습니다”라고 밝혔다. 가장 최근까지 논란을 일으켰던‘취재시스템선진화방안’은 언론에 재갈을 물린다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언론과 참여정부의 대립구도를 부각시켰다.
지난 달 13일 한국기자협회 등 현업 언론4단체는 취재 시스템 논란과 관련한 최종 입장을 밝혔다. 내용으로는 언론단체, 시민사회학계, 정부 측 추천인사가 참여하는 가칭‘취재시스템운영협의회’구성을 총리훈령에 포함할 것, 기획예산처, 식약청 등 일부 독립청사의 경우 개방형을 전제로 한 공동기사송고실 설치, 정보공개법 및 부패방지법 개정, 기자출입증으로 부처 사무실 출입 가능 등을 담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취재 효율성을 높이고 무분별한 보도를 막으면서 국민과 정부의 원활한 소통을 돕는 언론이 되기까지는 정부와 언론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따라야 할 것이다.
개정․재개정 반복한 사학법

과거사진상규명법만 성과 거둬

참여정부의 개혁 시도는 분명 의의가 있다. 대선자금 수사와 더불어 17대 총선까지 그 어느때보다도 청렴한 선거를 치러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개혁은 그저 시도에 불과했을지 모른다는 평가다. 임기 5년 동안 내걸었던 4대 개혁안 가운데서 뚜렷한 성과를 거둔 것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개혁안을 내걸어도 국회가 무산시키기 일쑤고, 사회 각계각층의 분열과 갈등을 초래했으며, 겨우 통과된 법안들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 채 재개정 논란이 일어났다.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대화하고, 타협과 협상을 통해 결론을 모아 나가는 통합의 과정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을 참여정부는 피해갈 수 없다. 그 과정이 부드럽게 이루어질 때 민주주의의 통합적 기능이 제대로 발휘된다. 지금 국민들이 가장 강력히 지적하는 참여정부의 경제 실패론에 대한 반론은 각종 경제 지표가 대신한다고 하지만 참여정부가 시도했던 4대 개혁안의 미흡함에 대한 반론은 어디에도 없다. NP
장인혜 기자
inhye@inewspeopl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