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둘러싼 논쟁으로 정책 불신 싹터
<심층기획-노무현 참여정부 5년을 돌아보다>
노무현 참여정부 5년을 돌아보다
사회복지와 교육정책은 그런대로 합격점
참여정부라는 타이틀 아래 노무현 정부가 국정을 담당한지 5년째. 이제 내년 1월이면 노무현 정부는 그 긴 항해를 마치게 된다. 그동안 노무현 참여정부는 이전 정부들과는 달리 집권 초기부터 복지정책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복지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였으며,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고교평준화라는 목표를 추진해왔다.
참여정부의 사회복지 정책
참여정부는 집권 직후 ‘참여복지 5개년 계획’을 제시하고, 2005년 9월 ‘희망한국21-함께하는복지’,2006년 8월 ‘비전 2030’을 발표했으며, 최근‘사회투자국가’를 근간으로 한 복지개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참여정부는 복지 등 사회투자 예산을 대폭 확충해왔다. 사회투자야말로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를 제공하는, 일거양득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정부의 복지 등 사회분야 예산은 2006년 현재 GDP의 27.9%로 늘어났다. 복지예산이 어느 정도 늘어나면서 소득불평등 심화 추세는 어느 정도 고개를 숙이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개인이 벌어들이는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소득불평등은 확대되고 있지만 정부의 공적부조와 조세정책을 감안한 가처분소득은 소득불평등 추세가 정체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국민이 실제로 손에 쥐는 소득인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소득분배 정도를 측정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국가구의 소득5분위분배율 개선율은 2003년 11.9%에 이어 2006년 16.7%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전국가구의 지니계수 개선율도 2003년 3.6%에서 2006년 5.5%로 늘었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진 국가에서 가처분 소득 기준의 지니계수가 상대적으로 덜 악화되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양극화 개선 노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복지문제에 대한 참여정부의 이러한 적극적인 자세는 우리나라의 정치사에서 다소 이례적인 일로 간주되고 있으며 현 정부가 적어도 복지 분야에서만큼은 과거 정부들과 차별화되는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참여정부 들어서면서 사회양극화가 심화되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국민들의 소득수준에서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고, 특정지역에서의 주택가격의 급상승으로 인해 자산에서의 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참여정부가 복지정책에 적극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제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복지부문에서 실제로 어떠한 변화들이 있었는가를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참여정부의 복지정책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1)복지재정 분권화
2005년부터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해 ‘국가보조금 정비방안’이 시행되었다. 이 방안은 대부분의 정부부처들에게 해당되지만 특히 보건복지부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지방이양이 결정된 사업들의 반수 이상이 보건복지부 관할의 사회복지사업이었기 때문이다. 복지재정 분권화는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복지욕구를 적절하고 효율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지만 지방정부의 권한을 증대시켰을지는 몰라도 복지부문에서는 사회복지서비스 수준의 하락을 가져올 가능성이 더 크다. 지방이양사업이 처음 지정되었을 때 각 지방자치단체에 제공되었던 분권교부세의 액수는 과거 3년간의 사업규모를 기준으로 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서 지방자치단체에 실제로 배정된 분권교부세는 2005년도 소요액의 85% 수준에 불과하였다. 게다가 지난 몇 년 동안 분권교부세의 재원인 내국세는 연평균 8.6%의 증가율을 보였던 반면에, 지방이양된 사회복지사업들의 예산총액 증가율은 20.5%를 기록하였다. 결국, 지방이양 이후 사회복지사업 예산은 크게 감소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복지재정의 분권화는 그러한 긍정적인 결과보다는 시민들의 생활보장에 대한 책임을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정부로 전가하고 복지에 대한 국가의 재정부담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2)노인장기요양보험

3)근로장려세제(EITC)

4)사회적 일자리 창출

5)사회투자국가
지난 2006년 8월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국형 복지국가 모형’을 구체화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사회투자국가’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사회투자국가는 전 생애에 걸친 교육과 훈련 및 재훈련에 초점을 두지만 특별히 강조하는 분야는 저소득층 아동에 대한 교육투자다. 현재 추진 중인 한국의 사회투자국가 프로젝트도 주로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헤드스타트를 모델로 한 ‘희망스타트’는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하여 건강과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아동의 인지능력과 지적 능력향상에 초점이 있으며 이를 통해서 빈곤세습의 고리를 단절을 꾀한다.‘아동발달지원계좌’는 요보호아동에 대해 부모 혹은 후원자가 일정액을 적립하면 국가가 매칭펀드를 지원하는 자산형성 지원제도로, 적립된 금액이 수급대상자가 18세 이후에 학비나 창업지원금 또는 취업훈련비용으로만 사용하게 되어 수급자의 자립을 돕는다.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사회투자국가는 경제개발과 사회개발의 논리에 익숙해 있고 교육에 대한 열의가 높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비교적 수월하게 수용될 수 있는 프로젝트다. 그러나 사회투자국가는 복지수준이 높은 가운데 공공부조가 발달하여 근로동기의 약화문제가 심각한 영국을 배경으로 나온 전략이므로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것은 큰 무리수다. 한국의 복지수준은 영국이나 OECD 평균의 1/4 정도로 매우 낮으며 공공부조제도도 별로 발달해 있지 않다. 한국의 사회보장제도는 근로동기를 약화시키는 효과가 별로 없으며, 오히려 고용보험의 구직급여(실업급여)의 수급률이 낮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복지재정 분권화는 일반적으로 복지부문에서의 국가의 책임을 지방정부로 전가하는 것이며, 노인요양보험은 노인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건강보험의 재정을 새롭게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근로장려세제와 사회적 일자리 및 사회투자국가는 노동을 장려함으로써 저소득층의 복지의존을 줄이고 이를 통해 복지에 대한 국가책임을 경감하려는 시도다. 이 같은 근로유인정책들은 복지정책이라기보다는 노동정책에 가깝고, 저소득층의 생활보장이라는 사회복지적인 의미보다는 경제효율성 증대라는 경제적인 의미가 더 크다. 이런 점에서 현 정부는 결코 복지지향적이지 않다. 참여정부는 복지문제를 이슈화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복지수준의 향상이 아니라 현상유지에 급급했다.
참여정부의 교육정책

1)고교평준화
다양한 학교모델은 다양한 인재의 양성이라는 측면에서 필요하다. 그러나 입시위주 교육풍토에서 당초의 취지는 껍데기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 옛 ‘입시 명문고’로 전락한 외국어고(외고)와 자립형 사립고(자사고)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1992년 외고가 특목고에 포함됐을 때 그 명분과 취지는 외국어 인재 양성이었다. 하지만 외고는 순식간에 명문고 진학을 위한 입시기관이자 파괴적 사교육의 진원지로 탈바꿈했다. 자사고가 5·31교육개혁에서 첫 제안된 이후 시범운영기간을 몇 차례 연장하는 진통을 겪으면서도 아직까지 도입 여부를 속시원하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자사고가 대학입시 명문고가 될 경우 고교 서열화와 고교입시 부활, 중학교의 연쇄적 입시학원화, 초등학생 과외 창궐, 그리고 고교평준화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 고교 평준화 정책은 도입 당시까지 지속된 과도한 고교입시경쟁을 해소함으로써 중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했고, 교육의 형평성을 확대하고 평등성을 확보함에 유효적절한 수단이었다. 반면 이질적인 학급 구성으로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하고, 학교 선택권 및 사학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동시에, 학업 성취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간과함으로써 학교 및 학생 간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경쟁을 약화시켜 교육의 수월성 및 경쟁력을 확보함에 있어 부정적 결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고교 평준화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정책의 부정적 효과 가운데 주로 학력의 하향 평준화 현상에 초점이 맞추어져왔다. 그러나 ‘학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하는 문제는 교육철학의 관점에서부터 경제학의 논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입장이 공존하고 있는데다, 과연 학력을 어떻게 측정할 것이냐를 놓고도 인식론적 토대를 달리하는 방법론 사이의 갈등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학력의 하향 평준화를 중심으로 한 논쟁은 소모적이고 감정적인 수준에 머문 채 생산적 결론을 이끌어내는 데는 일정한 한계를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평준화 제도의 장점으로는 비평준화 시절 학교 간, 학생 간 위화감 및 차별의식이 해소되었다는 점, 입시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 다양한 탐색을 시도할 수 있게 된 점, 그리고 보다 폭넓은 교우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점 등이다. 반면 고교 평준화 제도에 대한 평가는 학생들의 전반적 학업능력 하락이라는 부정적 측면이 지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출신학교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 및 차별의 문제 극복, 입시부담 문제 완화, 성적과 연관된 공부 이외의 다양한 가능성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 증대 등 긍정적 측면의 사회적 효과를 지니고 있음이 지적되었다. 더불어 엘리트 교육 및 학습능력 향상의 문제는 다양한 보완장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임을 고려할 때 고교평준화 제도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 기여도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2)3불정책

▲본고사 부활 =대학은 이미 통합논술이라는 이름으로 본고사와 유사한 시험을 이미 실시하고 있으며, 갖가지 형태의 특목고 우대정책을 통해 고교등급제에 준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여기에 본격적인 본고사를 시행한다면 한층 더 사교육이 판을 치고 교육의 양극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은 명약관화다. 학생들은 본고사 준비를 위해 또다시 막대한 사교육비를 부담해야 하며, 학교는 국·영·수 위주의 과목으로 편성되어 더욱 파행을 초래한다. 대학 경쟁력을 높이고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본고사 추진보다 입학은 쉽고, 졸업은 어렵게 하는 체제를 구축하여 연구하는 대학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굳이 본고사를 치루지 않아도 통합논술을 통해서 얼마든지 변별력을 두어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데 이는 일관되게 대 학들이 주장했던 사항이기도 하다.
▲기여입학제=기여입학제는 언젠가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면 도입할 수도 있으나 계층간 경제적 위화감이 심각하게 느껴지는 지금 상황에서는 아직 시기상조다. 기여입학제에 관한한 국민들의 여론은 부의 재분배보다 부를 세습시키고 이를 고착화시킨다는 이유로 부정적이며, 국민의 80%이상이 대학에 가는 현실에서 돈으로 입학권을 사는 것은 우리 국민의 정서상 용납이 되지 않는 일인 동시에 교육의 기회 균등 원칙에 위배되는 일이기도 하다.
계층간 이동이 어려운 사회는 역동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참여정부의 3불정책과 이 정책이 표방하는 교육평등권은 국가권력에 의한 부당한 강요가 아닌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정당한 규범이다.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은 교육적 이상보다 민심수습, 여론 돌리기 등 정치적 필요에 의해 급조되곤 했으며, 교육장관의 잦은 교체는 정책 단절과 뒤집기를 초래해 비효율과 혼란을 부채질했기에, 결국 정책불신에까지 이르러 참여정부가 추진한 고교평준화 정책이나 3불정책은 그 자체로서만 높이 평가받을 수 있다. NP
장정미 기자
haiyap@inewspeopl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