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들이여, 행복의 파랑새는 침실에 있다

성 역사박물관 원명구 관장,
한국성건강센터 홍성묵 박사의“중년의 性을 말한다”

시대와 세대, 장소를 불문하고 성(性)에 대한 화두는 언제나 뜨겁다. 성(性)은 배가 고파서 밥을 먹고, 숨을 쉬며 살아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생활이며 본능의 하나이다. 하지만 성에  대한 이야기는 껄끄러운 촉감으로 여전히 음지 속에 묻혀 입에 담기를 망설이게 한다. 특히 중년들은“가족끼리 무슨 섹스냐?”라며 서로 남자와 여자로 보지 않은 채 성(性)과 담을 쌓고 지낸다.

신성아 기자

인도의 전설을 보면 성경의 창세기와 비슷한 남녀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가 나온다. 내용을 보면 남자를 만들고 난 뒤에 조물주는 고체 재료를 모두 다 써 버렸다. 고민 끝에 조물주는 달의 둥근 선, 갈대의 가냘픔과 꽃송이의 부드러움, 잎사귀의 가벼움과 햇빛의 눈부심, 조각조각 걸려 있는 구름과 정처 없이 부는 바람, 토끼의 겁 많음과 공작의 허영심을 섞어 여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남자와 짝지어 주었다. 일주일 후 남자는 조물주에게 와서 말했다.“주여, 당신이 제게 주신 피조물은 저를 불행하게 만듭니다. 쉴 새 없이 지껄이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귀찮게 합니다. 도저히 그녀와 함께 살 수가 없어 되돌려 드리러 왔습니다.”다시 일주일 후 남자는 조물주에게로 되돌아와서“주여, 여자를 보낸 후 제 생활이 어떤지 아십니까? 저는 마음이 텅 비어 그녀 생각만 합니다. 춤추며 노래하고 재잘거리고 밝게 웃던 모습이 보고 싶어 미칠 지경입니다”고 말했다. 조물주는 다시 여자를 되돌려 보냈다. 사흘 후 남자가 조물주를 다시 찾아왔다.“주여 저는 뭐가 뭔지 통 모르겠습니다. 그녀를 제발 다시 데려가 주십시오.”조물주는 대답했다.“정말이냐?”그러자 남자는 이렇게 외쳤다.“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함께 살 수도 없고, 없이도 살 수가 없으니!”
남성 중심적인 내용이지만 남자와 여자관계, 또는 부부간에 대한 부정할 수 없는 이야기다. 부부의 삶이란 고움과 미움, 정듦과 정떨어짐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가며 특히, 중년과 노년부부의 삶을 비루하기 짝이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게 아닌 가 싶다. 여기에 중년의 性생활은 이런 아름다움을 더 빛내주는 삶의 보석과도 같다.

아름다운 선물, 중년의 性을 되찾자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 있어서 나이 든 사람들이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현대사회, 개인적인 사랑과 성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부의 행복과 자기만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근원이 되기도 하는 사랑의 표현을 중년 스스로가 외면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일에 치여, 술자리에 휘둘려 아내와 멀어져 가고, 아내는 폐경 이후 신체적인 변화와 자녀양육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년 이후의‘섹스리플 커플(Sexless Couple)’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섹스리스 부부들이 많은 만큼 그것은 하나의 생활 형태일까, 아니면 극복해야 할 문제일까. 한때, 사람의 성(性)자원은 창고 안에 보관된 곶감처럼 쓸 수 있는 용량이 제한 돼 있다는‘곶감론’이 나온 적이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아무리 써도 고갈되지 않는다는‘샘물론’이 대세다. 오히려 쓰면 쓸수록 더욱 자원이 오래간다는 것이다. 성의학자들은 노인이 되면 성욕이 떨어지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지 않으며, 노년기에 성욕을 충족시키려면 중년기부터 규칙적으로 성생활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구나 섹스의 중요성을 인정할 것이다. 부부이건 애인이건 뜨거운 섹스만큼 금실에 좋은 것이 없다. 섹스는 서로에게 큰 배려이고 선물이며 상대가 정신적·육체적으로 필요한 존재임을 깨닫는 계기가 된다. 부부의 섹스는 사회에도 이롭다. 기형적으로 번창하는 성 산업도 가정의 침실이 뜨거워진다면 주춤할 수밖에 없다. 연인 혹은 부부의 성이 뜨겁고 만족스러울수록 세상은 소란이 줄고 평안해지는 셈이다.

중년의 섹스는 대화다,
성 역사박물관의 원명구 관장
성은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서 결코 외면하거나 숨겨둘 수 없는 문제다. 때문에 억압과 규제라는 차가운 음지 속에서도 다양한 문화유물을 생산해 왔다. 일본, 미국, 스페인, 네덜란드 등에서도 오래 전부터 섹스박물관이 들어선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신촌에 있는 성 역사박물관을 찾아 원명구 관장을 만났다. 내부에 들어서자 정말 충격이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한정된 공간 때문에 소장품을 모두 전시하지 못했다고 그는 말하지만, 이곳에서는 세계 각 국의 다양한 성문화를 눈으로 경험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기자(箕子)신앙에서 비롯된 각양각색의 남근 모형들, 남녀의 성기가 적나라하게 그려진 춘화, 금방이라도 신음소리를 토해낼 듯 몸을 뒤섞인 남녀의 형상을 재연한 도자기 등의 성과 관련된 모든 것이 진열돼 있었다. 올바른 성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원명구 관장에게‘중년의 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중년 남성의 성에 대해 말하기를“20대에는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지만 중년이 되면 꺼져가고, 회복하기를 바라는 것이 중년 남성이다. 또한 회춘하려는 욕망과 노후가 되어가는 위기의식 속에서 성을 회복하고 싶은 최후의 발악이다! 그들은 말로만 스스로를 노출하면서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더욱이 원만한 부부생활을 못하여 불완전해져 버리는 것이 그들의 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어 중년의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무기력한 성을 다시 일으키고자 하는 것이 중년의 성이다. 발기부전증, 조루증, 부인병 등 온갖 병에 시달리며, 특히 남성은 속된 말로 영계와의 섹스를 원한다. 그것은 바로 회춘이라는 말 때문이다. 회춘이라는 말은 성경에서 나왔는데, 성서 속의 늙은 다윗 왕이 노쇠하자 심복들이 이스라엘의 아리따운 동녀(童女) 슈나미족‘아비삭’을 다윗 왕에게 바쳤다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물론 성경에는 잠은 잤지만 성관계는 맺지 않은 걸로 나온다. 섹스라는 의미는 교감이다. 삽입섹스만이 섹스가 아니라, 손을 잡는 것, 서로의 눈을 마주치는 것 또한 섹스인 것이다”이렇게 말하면서 중년부부의 성생활을 위한 조언을 하였다.“이혼의 70%이상이 성 문제 때문이다. 중년의 성생활에 트러블이 생기는 이유는 서로간의 대화가 없어서이다. 성은 서로를 이해하고 교감하고 싶은 행위예술이다. 끊임없이 모든 것을 이야기해라!”마지막으로, 그는 부모들에게 당부한다.“아이들이 부모의 성관계를 흉측하게 생각하는 것은 성교육의 부재이다.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부모는 아이들이 15세 이상 되면, 학교를 갈 때 콘돔을 챙겨주기도 한다. 부모의 성관계는 당연한 것이며, 내 부모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신성하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할 것이다.”

섹스는 유통기한이 없다,
세계적인 성 심리학자 홍성묵 교수
모든 성 전문가들은 섹스가 젊었을 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든지, 한 때의 발달과업으로 보진 않는다. 그리고 섹스는 사랑의 표현인 만큼 일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속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중년의 성관계를, 실제 섹스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부정적인 생각이나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과 편견 때문에 관심이 없는 듯 처신을 해왔다면, 신체의 노화현상에 그 원인을 돌리지 말고 자신의 성적욕구에 충실하길 바란다”홍성묵 교수의 말이다. 지난 35년간 해외에서 성과 관련된 연구, 교육, 상담, 치료, 학술 활동에 전념해 온 홍성묵 교수는 성 심리학자면서 성 치료전문가이다. 그는 작년 3월 초 웨스턴 시드니대학 심리학과 교수직을 은퇴하고 귀국하여, 지난 4월‘Good Sex & Good Life’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한국성건강센터를 개소하였다. 홍성묵 교수와의 첫 만남은 심상치 않은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나에게 대뜸“섹스 해 봤어요?”라고 묻는다. 나는 예상치 못한 기습적인 질문에 당황하였다. 그가 그런 질문을 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자신이 하는 이야기를 전부 이해할 수 있겠냐는 염려와 배려의 물음표였다. 그런 다음 본격적으로 중년의 성에 대해 이야기했다.“우선은 인생에 있어서 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중년이 아니라, 모든 세대의 걸쳐 성은 본능이다. 성은 중요한 욕구로 어떻게든 충족을 시키지 못하면 인생에 결함이 생긴다. 중년의 남성은 겉으로는 성인군자처럼 행동하지만, 알고 보면 술집 출입과 원조교제 등을 즐기는 이중성을 보인다. 이에 반해 여성은 아직까지는 남성에 비해 성을 표출할 수 있는 수단이 적다. 남성들은 마음대로 성문화를 즐길 수 있지만, 보통 평범한 주부들은 바람이라는 것을 피우고 싶어도 할 줄은 모른다. 한국의 성문화는 남자들에게 있어 천국이지만 여자들에게는 지옥이다!”중년이 되어 섹스리스가 되는 이유에 대해 묻자“남녀 간의 성의 성숙기는 사춘기가 지나면 완성된다. 18~21세가 가장 발달되었고, 30대에 결혼을 하면 성은 저하되어 있다. 20대 초반이나 중반에 결혼한 사람이 성적으로 적절한 시기이다. 섹스리플 커플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중성을 내포하고 있다. 정말 순수하게 스트레스와 바빠서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것이고, 또 다른 이유는 외도로 가정에서 부인과 하지 않는 것이다. 나에게 100명 중 99명은 남편의 외도로 상담하러 온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너무 심각하다. 중년의 부부가 성생활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가정 내에서의 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똑같은 입장에서 성관계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한국사회는 여자는 수동적이고 남자는 적극적이다. 여자가 먼저 해달라고 조르는 가정은 없다. 성에 대한 지식이나 테크닉을 배워오면 여자가 밝힌다며 이상하게 생각하고, 반대로 남자가 배워오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그러면서 중년의 부부들에게 말하기를“성에 대한 대화를 터라. 부부 성생활에 대해 마음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성에 대해 솔직해져라. 나는 이런 부분이 불만이었다고 서로 이야기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부부마다 성감대가 다른데, 그것은 외모와 키가 다르듯이 성기의 모양도 다르며 그 기능도 다르기 때문이다. 성에 대한 다각적인 지식을 공유해서 서로 신체구조에 맞는 성감대 위치를 찾아 두 부부만이 즐길 수 있는 테크닉을 개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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