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셰어링’, 新 교통문화로 자리잡아

도심 속의 공동체 마을을 가꾸고 있는 서울 성산동 성미산마을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카셰어링을 도입하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카셰어링(Car Sharing)은 집집마다 자동차를 보유하는 대신 이웃들이 차량 한 대를 함께 이용하는 것으로써, 이미 유럽에선 2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카셰어링은 1987년 스위스에서 처음 시작된 이래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덴마크 등 18개 나라 600개 도시에서 시행되고 있다.

데이코 D&S가 출간한‘2007 한국렌터카 오토리스시장의 실태와 전망’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가 실제 사용되는 시간은 평균 2.8%이며 나머지 97.2%의 시간은 주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계속적으로 관련비용이 지출되고 있어 차량의 가치는 계속 감가 상각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카셰어링은 자동차 소유형태를 바꿈으로써 자동차의 이용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1987년, 카셰어링 처음 시작돼
차량을 보유할 경우 차량 유지관리에 따른 많은 책임과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다. 자동차 세금부터 시작하여 보험, 연료비 등 그 비용 부담이 상당하며 차량 보관을 위한 주차관리 책임도 따른다. 카셰어링은 이와 같은 자동차 사용자의 부담을 없애고 필요한 경우에만 차량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연간 주행거리가 1만km에 못 미치는 운전자의 경우에는 자동차 유지와 관리를 고려할 때 차량을 보유하기 보다는 카셰어링을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훨씬 이익이라고 볼 수 있다.
카셰어링은 1987년 스위스 루체른의 ATG에 이어 독일에서는 1988년 베를린의 Stattautto에서 처음 도입되었다. 1988년 박사학위논문용 실험대상으로 시도된 베를린의 Stattautto는 1990년 8월 4대의 자동차와 50명의 회원을 가진 매우 작은 규모의 유한회사형태로 발전했다. 이처럼 유럽의 카셰어링은 초기 공개 논의 단계를 거친 후 최근에는 회사형태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지금은 카셰어링 조직 유럽연합회가 결성되었는데, 여기에만 50개 카셰어링 회사가 단체회원으로 가입되어 있고, 이 회사들엔 1만 5000명 이상의 회원과 700대 이상의 자동차가 등록되어 있다. 가장 규모가 큰 3개의 카셰어링 회사인 ATG, ScharCom, Stattautto만 해도 각각 3000명 이상의 회원과 160~200대분의 승용차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비교하면 중소규모 자동차렌트 회사 또는 국제 자동차렌트 회사의 지역조직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러한 변화는 90년대 초 북미지역으로 확대되었는데 미국에서는 1999년 9개의 카셰어링 관련 기관들이 생겨났으며, 이 가운데 4곳은 영리, 5곳은 비영리단체로 운영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싱가포르, 일본 등이 카셰어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자동차 관련기업, 렌터카회사, 교통 에콜로지 모빌리티재단이나 일본 자동차 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카셰어링 실험이 시도되고 있다. 카셰어링은 편리성, 경제성만 강조하기보다는 환경을 배려하는 도시교통, 근거리 교통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뉴타운이나 주거단지를 중심으로 한 카셰어링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여 활성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현재 카셰어링은 전 세계적으로 6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시행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카셰어링에 대한 사회 인식과 관심이 전무한 상황이다. 다만, 몇 해 전 렌트카 사업을 하던 한 기업이 카셰어링 사업을 시작하여 법인차량 관리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정도이다. 그러나 경제성과 편리성에 대한 충분한 정보제공과 안정된 시스템 마련 등의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카셰어링은 우리나라에서도 미래 도시에 적합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성미산마을, 정겨운 자동차두레
서울 성산동의 성미산마을 주민들은 공동육아, 조합형 카센터, 음식쓰레기 재활용 등 공동체 실험을 시작으로 지난 2007년 10월에는 카셰어링, 이른 바 자동차두레를 시작했다. 성미산마을 주민들이 자동차 두레를 고민하게 된 것은 생활 불편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나라 도시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성미산 주변지역도 놀이터나 공원이 부족해서 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쉬거나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연립과 단독주택이 많은 지역 특성상 아이들과 노인들이 마음 놓고 걸어 다니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골목길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만 했다. 고심 끝에 마을 내에 자동차 수를 줄여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하고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카셰어링을 알게 됐다. 결국 지난 2006년 10월, 성미산마을 주민들은 자동차 위협이 없는 안전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독일로 답사를 다녀왔다. 그 곳에서 주민들은 자동차 주차와 통행을 제한하여 주민들이 안전하게 보행하고 생활할 수 있는 카프리 주거단지를 살펴보고, 실제 그 곳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을 만났다. 그리고 독일 최초의 카셰어링 회사인 Stattauto의 담당자를 만나 카셰어링을 통해 차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살펴보았다. 보행자의 안전을 중시하고 자전거를 일상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된 도로시스템은 주민들이 바라던 안전하고 살기 좋은 마을의 모습 그대로였다. 독일에서도 몇몇 사람들이 시험적으로 시작하여 성장한 시스템으로써, 준비만 철저히 한다면 성미산마을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이후 참여할 사람을 모아 이들 간의 이견을 맞추고 차량을 구하며 관련규칙을 만드는 등 준비에만 꼬박 1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현재 많은 이들의 격려와 관심 속에서 출발한 자동차 두레는 6가구와 마포두레생협을 주요 회원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자동차두레의 운영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자동차 사용을 원하는 이들은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자신이 쓸 날짜를 써 놓고, 쓴 뒤에는 다시 그 자리에 가져다 두면 된다. 지금까지 일정이 겹친 적도 없으며, 자동차 연료비는 차계부에 적힌 운행기록을 바탕으로 뛴 거리에 따라 연말에 자신이 쓴 만큼 부담하면 된다. 여럿이 차를 함께 쓰기 때문에 보험료가 3만 5천원이 더 든 것 말고는 차량 유지에 비용이 더 들 일은 없다. 6가구가 해마다 부담하는 금액은 차량유지보수비 20만원에 자신이 쓴 연료비가 전부다. 이는 가구별로 차량을 보유하고 있을 때 들던 보험료, 세금, 유지보수비 등 50만원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이다. 자동차두레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은주씨는“지금은 한 대로 카셰어링 운동을 시작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차량이나 참여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서울시 교통정책의 대안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발전시켜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 뒷받침되어야
미국은 자동차 때문에 대기오염, 주차장문제, 교통체증 등의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자동차 감소 효과가 있는 카셰어링은 이런 점에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미국 정부와 지자체가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보스턴 시는 미국 1위 카셰어링 업체인 Zipcar 회원에게 무료 주차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보스턴 시의회 또한 Zipcar 회원을 위해 주변 주차구획을 재정비했다. 브루클린 시와 섬머빌 시의회 또한 Zipcar 회원을 위한 무료 주차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알링턴 시와 알렉산더 시는 시민을 위한 월회비와 가입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뿐 아니라, 보스턴 철도공사는 전철역과 지하철역 주변에 무료 주차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2002년 2월부터 지하철역 주변에 무료로 카셰어링 홍보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자동차 공동이용 서비스 통근자에 대한 세금 면제 혜택과 응급사태 자금지원 등이 제안된 바 있다.
카셰어링은 자동차의 이용 형태와 교통문화의 변화를 통해 생활공간의 안전성과 쾌적성을 추구하는 실현가능성 높은 대안이다. 또한 급격한 에너지 소비 증가와 고유가 정세가 이어지는 현실에서 그 사회적인 의미 또한 매우 크다. 대기오염 등 환경문제 해결에도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자동차 운행비율을 낮춰 에너지 절감, 교통체증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많은 시민들이 에너지 부족과 자원 고갈, 지나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환경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사용을 줄이거나 그 이용방법을 바꾸어야 한다는데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 따라서 성미산마을의 자동차두레와 같은 시민들의 선진 교통문화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단순한 실험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행정당국과 지역자치단체의 선진교통에 대한 인식과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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