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장애환경을 최소화하는 보조공학

지난 2007년 11월 21일 부산에 장애인 게임장인 ‘해피 스페이스(Happy Space)’가 개관했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장애인들이 첨단 보조공학기기를 이용해 각종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해피 스페이스를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 달산리 부산직업능력개발센터에 마련했다. 부산직업능력개발센터 1층에 설치된 해피 스페이스는 136㎡로 ▲장애인 보조공학기기 전시장 ▲모바일, 비디오, PC 및 온라인게임체험장 ▲휴식공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 지난 2007년 9월 보조공학 박람회가 열리기도 했다.

부산을 포함한 전국 5개 직업능력개발센터에 설치된 해피 스페이스는 장애인ㆍ비장애인이 직접 보조공학기기를 체험해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비장애인에게는 장애인의 인식 개선, 장애인에게는 보조공학에 대한 정보 제공의 장의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게임을 통한 여가선용 및 게임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장애인의 관심 증대를 통하여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직업능력개발에 활용될 예정이다. 해피 스페이스의 장애인 보조공학기기 전시장에는 보조공학기기 전시실엔 점자정보단말기, 손이 불편한 장애인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특수마우스 ‘핸디아이프로’, 지체장애인들이 사용하는 특수키보드 ‘킹키보드’등 15종 36종의 첨단 기기들이 전시되고 있다. 이들 전시 기기는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보조공학이란 무엇인가
전 세계적으로 정보통신 기술이 급속하게 발달하면서 장애인이나 노인의 정보통신 기기 및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줄 수 있는 보조공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정부가 보조공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보조공학의 사용을 법적으로 제도화하여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있고 교육부, 직업재활국, 복지부 등 관련된 여러 부처가 협력하여 장애인 보조공학 사용과 보급을 돕고 있다. 1988년에 제정된 Tech Act(Technology-Related Assistance for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Act)와 그 이후 1998년 대체된 보조공학법(Assitive Technology Act for 1998)은 장애인과 장애아동의 보조공학 기기 사용과 그 서비스를 받을 권리에 대해 법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법들을 근거로 미국에서 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개별화 교육을 실시할 때 그 학생에게 적합한 보조공학기기를 찾아 학교 측에서 평가, 교육, 임대 혹은 구입하도록 하고 있으며, 장애학생들은 이러한 보조공학기기를 임대 혹은 구입, 교육받는데 있어 그 어떠한 경제적 부담을 가지지 않는다. 이는 성인 장애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 차별 금지법과 개정된 특수교육법 등이 통과되면서 장애인의 보조공학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보조공학이란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로‘장애인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공학적 기술을 응용하여 개선시키는 기술’로 장애인의 기능을 증진, 유지, 향상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기존 혹은 개작 제품이나 맞춤 제작한 장비와 제품 시스템이다. 장애영역이 다양하고 사람마다 불편하게 여기는 부분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보조공학기기의 종류는 매우 광범위하고 또 다양하다. 크게 나누어 보면 시중에서 구입이 가능한 것(상용 보조공학기기)이 있고, 개인에 맞게 개조되거나 주문 제작된 것(맞춤 보조공학기기)이 있으며, 사용하는 용도에 따라서는 의사소통을 위한 보조공학기기, 이동을 위한 보조공학기기, 컴퓨터 접근을 위한 보조공학기기 등이 있다.

대표적 보조공학기기

▲ 점자정보단말기.
◆점자정보단말기=컴퓨터 화면에 출력된 내용이나 사용자에 의해 입력된 내용을 점자 출력기기로 읽을 수 있어 시각장애인에게 유용한 기기다. 워드프로세서, 한글파일?점역파일 및 텍스트 파일로 생성이 가능하고 실시간 범역 및 역점역을 통해 메신저나 이메일의 사용이 가능하다.

 

 

 

▲ FM복합보청기.
◆FM복합보청기=청각장애인이 주변 소음 등의 간섭 없이 듣고자 하는 소리만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장치. 기존 보청기가 갖고 있는 기능 외에 송신부에서 송신된 무선음을 수신, 즉 연주회장이나 공연장, 극장, 작업장 등에서 주위의 잡음없이 내용을 청취할 수 있다.

 

 

 

▲ 특수작업의자.
◆특수작업의자=장애정도 및 신체적 조건을 고려하여 경사각 및 높이조절이 가능한 작업용 의자. 팔걸이, 등받이, 발받침 모두 조절이 가능하며 특성에 따라 다양한 악세사리를 추가하는 것이 가능하고 미세분진 등에 의한 정전기를 방지할 수 있다.

 

 

 

▲ 높낮이조절테이블.
◆높낮이조절테이블=자동으로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여 장애유형 및 정도에 따라 편안한 자세에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테이블로 여러 사용자들이 필요한 높이를 조정할 수 있다.

 

 

 

 

▲ 킹키보드.
◆킹키보드=장애유형별?특성에 따라 편리하게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키보드. 키보드의 글자가 크기 때문에 시력이 약한 사람이나 손떨림이 있는 뇌성마비 장애인이 사용하기에 알맞고, 컴퓨터에 바로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는 큰 사이즈로 키보드겸 마우스가 가능하다.

 

 

▲ 화상전화기.
◆화상전화기=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조공학기기로 화상을 통해 수화 등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전화기. 수화에 의한 영상통화가 가능하며, 손쉬운 사용을 위한 그래픽 인터페이스가 지원되며 원격으로 업그레이드된다.

 

 

 

보조공학기기 활용 사례
◆스위치 장비, 화면키보드 소프트웨어=고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 D양은 경도의 인지 장애를 가지고 있는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연필과 종이 대신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학교의 모든 과정을 소화해왔다.
◆독서확대기=망각색소 변성증으로 시각장애 3급 판정을 받은 A씨가 사무실에서 담당하는 업무는 도서자료실에서 자료실 민원을 해결하는 일과 사서, 자료실 관리 업무였다. A씨는 “책 내용을 컴퓨터로 작성할 때마다 책을 가까이 들고 눈을 가깝게 들여다 보아야 했기 때문에 일의 능률도 떨어졌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한 화가 나기 시작했다”며 “‘왜 난 눈이 나빠서 이렇게 문서를 늦게 쳐야 하는 걸까’하는 생각들이 떠오르면서 나 스스로가 자신을 위축시키곤 했다”고 말한다. 우연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보조공학센터에 독서확대기를 신청했다. 독서확대기를 사용하고 있는 A씨는 “처음엔 내가 독서확대기의 기능을 다 공부해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들을 하긴 했지만, 그건 앞선 걱정일 뿐이었다”며 “독서확대기는 조작버튼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각기 다른 모양과 크기로 쉽게 익힐 수 있었다. 그러고 나자 내 일에 능률이 올라갔고 눈의 피로도 사라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한 눈에 책의 내용을 알게 되자 보고 싶던 책들도 맘껏 볼 수 있게 되었고 점점 즐겁게 일하게 됐다”고 전했다.
◆특수작업의자=강직성 척추염으로 지체장애 5급을 판정받은 B씨는 회사에서 인사담당을 맡고 있다. B씨는 “허리가 불편한 내게 회사에서도 다른 사람들보다 좋은 의자를 지급해주었지만 오래 앉아서 근무를 하다보면 불편한 점이 많았다. 평상시에도 ‘의자, 등받이의 각도, 그리고 발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해왔다”고 말한다. B씨는 “보조공학센터에 특수작업의자를 신청했다. 완제품일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조립제품이 와서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다른 동료들의 도움으로 조립을 하고 보니 의자의 경사, 등받이의 높이, 의자면의 슬라이드식 장착 등 내 체형과 필요성에 맞게 조절할 수 있어 마음에 들었다”며 “여러 각도로 의자를 움직일 수 있게 되고 딱딱한 허리에 딱 맞출 수 있는 등받이, 부드럽게 자리를 옮길 수 있게 되어 있는 유연한 바퀴 등은 허리에 큰 무리를 주지 않아 좋다”고 전했다.
◆높낮이조절 작업테이블=근로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C팀장은 “우리 회사에는 총 44명의 정신 지체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다. 레이저로 토너 카트리지를 분해 세척하는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 작업이 서서 하는 일이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허리의 통증을 호소하기 일쑤였다”며 “하루에 장시간 서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볼 때마다 어떻게 하면 피로를 덜어줄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해왔다”고 말한다. 보조공학센터에 높낮이조절 작업테이블을 신청하여 사용한 이후 C팀장은 “작업 중 끊이지 않던 피로감 호소가 급격하게 줄었고 생산성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2004년 대비 매출액이 2005년에는 2배로 뛰었으며 올해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사업이 점점 확장되는 절절한 시기에 보조공학기기를 활용하게 되어 회사와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은 100%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조공학기기 그 앞으로의 방향

▲ 보조공학기기는 장애인이 겪어야 하는 사회적 장애환경들을 최소화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나 정보문화 진흥원 같은 단체에서 장애인의 다양한 보조공학 기기들을 무상으로 혹은 개인의 적은 부담으로 보급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고무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러한 보조공학기기들을 제공할 때 장애인 사용자에게 과연 그 기기들이 얼마나 적절한지, 기기를 수령하는 장애인들이 얼마나 그 기기를 잘 활용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평가나 차후 수리 등에 대한 서비스 절차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대학에서는 재활공학과를 만들어 이러한 보조공학 기기들을 설계, 변형, 교육, 평가하는 등등의 일을 하는 재활공학사들을 양성하고 있으나 아직은 그 수나 질적인 측면에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가의 수준에 비하면 미흡한 수준이다.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보조공학기기에서의 또 다른 중요한 차이점이라면 선진국의 경우는 장애인 개인을 위한 맞춤형 보조공학기 개발과 제작에 힘쓴다는 점인데, 예를 들어 소아용 휠체어나 몸의 자세를 올바르게 잡아주는 휠체어, 휠체어에 컴퓨터 마우스 장치가 달린 것이라든지 심지어 캐나다에는 변기가 달린 휠체어도 있을 만큼, 그 개인만을 위한 맞춤형 공학기기 사용이 중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이라면, 선진국의 경우 이러한 장애인 보조공학기기개발과 제작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고 그러한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여겨지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경우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기를 제작하는 곳들 이외에는 그 수나 종류가 장애인의 수요에 못 미치고 있다.
장애는 개인의 손상, 결핍이라는 의학적 정의로부터 사회적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회적 정의로 최근 바뀌어 가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의 여러 가지 기능을 향상, 유지하는데 가장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이러한 보조공학기기들을 많이 개발하고 교육, 보급하는 일은 장애인이 불편을 느낄 수 있는 사회적 장애환경들을 최소화함으로써 개인의 장애를 최소화하고 사회적 통합과 인간적인 권리를 극대화하는데 이바지 한다는 면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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