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의 발로인가 개인적 복수심인가

▲ 김용철 변호사는 지난 10월 29일 천주교정의사제구현단을 통해 삼성의 비자금을 폭로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지난 2007년 10월 29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삼성그룹 구조본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로부터 삼성 비자금과 관련한 고백을 받았다”며 “김 변호사가 ‘나도 모르게 내 명의로 개설된 은행 계좌에 50억원대 추정되는 현금과 주식이 들어 있었으며, 이는 삼성이 불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이라고 양심선언을 했다”고 밝힌 뒤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연일 핵폭탄급 폭로를 터뜨린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 핵심으로 잡을 수 있다. 첫째는 삼성의 불법 비자금 조성과 비자금을 이용한 정·관계 및 법조계, 언론 로비 의혹이고, 둘째는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 불법행위 및 에버랜드 사건 증인 조작의혹이다. 김 변호사는 2002년 제공된 대선자금도 바로 이 비자금에서 나온 것이라고 폭로하고 있으며, 또한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인 에버랜드 재판의 경우 2심까지는 삼성 측의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에버랜드에 대한 수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삼성 측이 증인 조작 등을 통해 진짜 책임자가 아닌 다른 사람을 피고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 대하여 삼성 측은 의혹제기 배경과 동기, 순수성 등 김 변호사의 개인적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일부 주장의 사실관계가 틀리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진실의 비일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 그는 누구인가
▲ 삼성 구조본에서 저지른 불법 실태를 기록한 김용철 변호사의 자필 노트 비자금 조성과 관리 그리고 로비 실태가 적나라하게 기록돼 있다.
삼성 비자금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광주제일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3년 사법고시 25회(연수원 15기)에 합격한 인물로, 1989년 인천지검 검사로 임관해 부산지검, 서울지검에서 특수부 검사로 활약했다. 이후 1995년 12·12 및 5·18사건 특별수사본부에 차출될 만큼 ‘특수 수사통’으로 이름을 날렸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들의 비자금 사건을 수사했다. 쌍용 김석원 회장이 보관하던 사과상자에 담긴 전두환씨 비자금 61억원을 찾아낸 주인공도 바로 김용철 변호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김 회장 관련 수사를 만류한 청와대 및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어 정기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했고, 1997년 검찰을 떠나 삼성으로 옮겼다. 김 변호사는 “전두환 비자금을 수사하다 쌍용 김석원 회장이 관리하고 있는 비자금을 찾았다고 하니 청와대(김영삼 전 대통령)가 수사를 중지시켰다. 이후 변호사로 나가려 했으나 망하지 않고 월급이 잘 나올 것 같아 삼성을 택했다”며 “삼성에 들어간 것이 큰 실수였다. 재벌이 국가를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 떳떳해지고 싶다. 삼성이 반성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사람들이 (날 보고) 다 미쳤다고 하면, 내가 미친놈이 된 것이다. 정말 고민 많이 했다. 삼성이 우리 사회에서 하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삼성 정말 좋은 회사다. 세계 최고의 제품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그 역기능이 이제 임계점에 다다랐다. 내게 할 일이 하나 남았다면, 삼성의 문제를 사회 공론화해 조금이라도 개선시키는 것이다”고 폭로 배경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삼성 구조조정본부에서 재무담당 임원과 법무팀장 등을 지내며 안기부 X파일사건과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 등 그룹 주요 현안들을 처리해 오다가 2004년 8월 삼성을 떠났다. 이후 법무법인 서정에 들어갔으나, 지난 2007년 9월 퇴사했다.

삼성 비자금 폭로의 배경
▲ 지난 11월 9일, 2004년부터 삼성그룹의 법무실장으로 근무한 이종왕 고문이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이후 사임했다.
삼성이 자신의 계좌를 빌려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것에서부터 삼성이 검찰 고위직 간부들에게 떡값을 줬다,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해 진술과 증거를 조작했다는 등 삼성 입장에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는 메가톤급 폭로를 한 김용철 변호사. 그는 왜 삼성의 비리를 폭로했을까? 삼성은 한때 김용철 변호사 자신이 몸담았던 곳이고, 재임기간동안 본인의 입으로도 호사를 부리며 살았다고 인정할 만큼 적지 않은 돈을 받으면서 근무했던 곳이다. ‘배은망덕도 유분수’라는 비난의 화살을 맞으면서까지 그리고 자신의 치부 또한 드러나면서까지 폭로전을 시작한 김용철 변호사. 그가 삼성의 비리를 폭로함으로써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그의 행적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김용철 변호사는 1997년 8월 검사생활을 마치고 삼성구조본에 입사해서 2004년 9월 퇴임까지 재무팀과 법무팀장으로 7년간 재직했다. 이 기간 동안 그가 가져간 돈은 성과급, 연봉과 스톡옵션을 포함해 102억원. 하지만 2004년 삼성이 이종왕 변호사를 법무팀장으로 앉히자 그때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삼성 측은 아무리 계열사에서 계속 근무하라고 권해도 묵묵부답이었다고 설명했다. 삼성 측은 2004년 9월부터 3년간 고문직으로 재계약을 하면서 매월 2200만원을 고문료로 지급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왜 삼성이 이런 배려를 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 자칫 잘못하다간 김 변호사가 그간에 목격했던 삼성의 치부를 폭로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그는 퇴사 후에 법무법인 서정에 근무하다가 지난 2007년 7월 퇴사를 권고 받았다. 그가 사임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지만 김 변호사 자신은 한겨레가 보도한 <삼성에버랜드 사건은 삼성구조본이 주도했다>는 기사에서 삼성 전임직원이라고 나온 익명의 제보원이 있는데 삼성 측에선 이를 자신으로 지목해 서정에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 같다. 김 변호사는 “처음에는 두 달 동안 휴직을 권고 받았는데 휴직 기간이 끝나도 복직할 수 없었다”며 “서정 쪽은‘삼성 이학수 부회장을 만나서, 삼성과의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근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김 변호사측은 서정에서 나온 뒤에 삼성 측에 두고 보라는 식의 편지를 2통 보냈다고 주장했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살펴보았을 때 김 변호사는 자신이 법무팀장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부터 심기가 불편했던 것은 확실하다.

삼성 비자금 폭로의 쟁점
▲ 지난 11월 23일 삼성비자금 특별검사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김 변호사 차명계좌, 과연 비자금 계좌인가=김 변호사는 자신의 명의로 된 4개의 차명계좌를 공개했으며, 이후 김 변호사는 이미 공개한 것 말고도 더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좌의 성격을 ‘비자금 조성용’으로 확신하고 있으며, 자신뿐만 아니라 상당수 삼성 임원이 차명계좌를 운용하고 있고 그들의 명단 일부도 갖고 있다고 말한다.‘비자금 차명계좌’의 존재에 대해 그가 확신하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이유도 삼성 임원들의 차명계좌가 다수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 명의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도 많은 사람들의 명의가 있고, 제가 다른 사람 것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저로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룹 승계 과정, 검찰 재수사 이뤄지나=김 변호사의 폭로가 메가톤급으로 인식되는 것은 삼성그룹이 경영권 불법 승계 과정 재판에서 증인 조작 등 사법 방해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삼성은 회사에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을 것에 대한 변호인들의 조언을 ‘증인 조작’으로 과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증인 조작을 입증할 충분한 근거와 자료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김 변호사의 폭로는 한 발짝 더 나아간다. 2000년 삼성그룹이 이재용씨가 소유한 e-삼성에 대한 공정위 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치밀한 각본을 짰다는 주장도 최근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공정위 조사와 관련된 삼성 내부문서는 전 직원이 갖고 나온 것으로 짐작되며, 삼성은 당시 해당 인물의 입을 막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또, 에버랜드 사건뿐 아니라 국세청의 세무조사, 공정위의 부당거래조사도 치밀한 각본에 따라 진상이 은폐됐으며, 자신도 직접 세부적인 대응 방안 마련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2000년께 작성된 삼성 내부문서에는 ‘사전에 작성된 시나리오에 맞도록 관련자와 진술을 맞추고, 사전에 짠 시나리오와 맞지 않는 문서는 모두 삭제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해당 문서는 그룹 차원에서 만든 게 아니라 공정위 조사 경험이 없는 e-삼성 측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자료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검찰 수사를 통해 김 변호사의 주장이 근거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경영권 불법 승계 과정 수사는 재수사 과정을 밟아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삼성 측은 김 변호사의 모든 주장이 근거가 없으며 향후 수사 과정을 통해 그 진실이 모두 밝혀질 것이란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떡값 검사 존재, 과연 밝혀질 수 있나=삼성그룹이 조직적으로 관리했다는 ‘로비검사 명단’이 실제로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김 변호사는 “문서로 작성된 떡값 검사 리스트”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업무 속성상 메모를 했더라도 지우거나 폐기하고 메모를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변호사가 작성했다는 로비검사 명단의 신뢰성에 강한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문서로 된 명단이 없을 경우 그 실체적 진실을 어떻게 입증하느냐의 문제가 대두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내 말을 듣고 일리가 있느냐, 신빙성이 있느냐는 것은 수사나 재판하는 사람이 판단해야 할 것”이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 변호사의 명단에는 구체적인 숫자와 뇌물 전달 기록이 담겨 있지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이나 삼성 측에서는 떡값 검사 명단이 삼성그룹에서 조직적으로 관리한 로비대상 명단이 아닌 것으로 주장할 여지가 생겼다. 삼성 측은 그간 현직 검사 출신으로는 최초의 영입이었기 때문에 ‘예우 차원’에서라도 그런 일을 맡기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김 변호사 문제제기, 변호사 윤리강령 어겼나=대한변호사협회가 김 변호사 대해 징계를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불거진 쟁점이다. 지난 8일 대한변협 김현 사무총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 5일 상임이사회에서 다수 이사가 ‘변호사로서 의뢰인에 대한 비밀 준수 의무를 위반했으니 조만간 징계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일단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본 뒤 정식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설혹 불법이라도 변호사는 의뢰인 비밀을 밝혀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김 변호사는 너무나 중요한 비밀 준수 의무를 위반했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이라서 감싸는 게 아니라 강자든 약자든 비밀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김 사무총장의 주장이다. 그러나 시민단체, 상당수 네티즌의 견해는 다르다. 대표적인 전문가 집단인 대한변협의 인식세계가 일반 국민과 따로 놀고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의 폭로는 내부고발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그들의 인식이다. 그동안 재벌그룹에 의해 교란되어온 우리나라 경제 질서와 사법 질서의 부끄러운 현실에 대한 양심고백이니만큼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김 변호사는 변호사 신분을 갖고 있었지만, 고용주 삼성의 피고용인이었을 뿐 ‘의뢰인의 비밀을 지켜야 할 변호사’로서의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폭로의 배경과 동기는 무엇인가=일찍이 김 변호사는 삼성그룹에 들어간 것 자체가 일생일대의 실수였음을 회고했다. 재직 중 좋은 보수와 대우를 받았지만 삼성이 자신에게 ‘범죄행위’를 강요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삼성이 법무법인 서정에 압력을 넣어 자신을 퇴출시키려 했다는 것도 배경으로 거론했다. 그 외 가정사 등의 문제도 계기 중 하나였다는 것을 인정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삼성그룹 최상층부의 부패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좌시할 수 없었다는 것이 그가 주장하는 동기와 배경이다. 삼성 측은 김 변호사의 행동과 동기 자체가 허구라고 주장한다. 김 변호사가 개인적 비리, 내부 변호사들과의 마찰과 갈등, 부적절한 처신과 변호사 직업윤리 위반 등의 문제가 있어 파트너 회의에서 2개월 휴직을 결정했으며 휴직 이후에도 같은 문제가 계속돼 퇴출을 결정했다는 서정 측의 해명을 인용해 반박했다. 삼성의 현 법무실장은 김 변호사가 퇴출될 것이라는 소문을 전해 듣고, 오히려 서정의 선배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김 변호사가 서정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게 해줄 수 없겠느냐”는 부탁까지 했으나 선배 변호사는 서정 내부의 사정과 김 변호사의 개인 문제를 들어 거절했다는 것이 삼성 측의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삼성과 10년 이상 직접적인 인연을 맺어 왔으며 1997년 입사 이후 2004년까지 7년간 구조조정본부 재무팀·법무팀의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스톡옵션 차익, 급여 등으로 일반인이 생각하기 힘든 거액을 받았다는 것이 삼성 측의 주장이다. 삼성 근무 중에도 한 번도 문제나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으며 퇴직 후 3년간 고문변호사로서 정기적으로 고문료를 받을 때까지도 아무 말이 없었다는 것이다. 회사 재직, 고문변호사 기간 중에는 아무 말도 않다가 고문 계약이 끝난 시점에서 근거없는 주장을 하는 것은 양심의 움직임이 아니라고 단정한다. 천주교사제단 측은 개인적인 동기와 배경은 삼성그룹의 부패와 비리 실체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개인적 양심 혹은 앙심
▲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폭로가 개인적 앙심에서 시작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에 대하여 “김 변호사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고 폭로 동기도 순수하기 않기 때문에 그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과 “중요한 것은 김 변호사의 도덕성이 아니라 삼성의 불법 비자금 조성의혹”이라는 사제단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 김 변호사는 “한국 사회에서 삼성이란 조직이 갖는 해악이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며 “이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 내가 사회적으로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피력했다. 그는 “삼성에 있는 동안 양심을 잃어버려 이제는 자식들이 나를 존경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처벌을 받는 것도 각오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여러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나와 관련된 개인적 문제에 대한 비난이나 형사적 책임은 감수할 각오가 돼 있다”며 “하지만 삼성의 구조적인 비리와 내 개인 문제는 별개의 문제”라며 “시작은 삼성에 대한 반감이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자신의 고백을 통해 삼성이 건강한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고 삼성 비자금 폭로는 자신의 양심이 주된 동기라고 피력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해명자료를 내면서 김 변호사가 회사 재직시절 100억원 이상을 받았고, 퇴직후 3년간 고문변호사로 매월 2200만원씩 받았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며 김 변호사의 ‘폭로’배경과 동기, 김 변호사의 주장의 비일관성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했다. 특히 삼성은 김 변호사의 전처가 삼성측에 보낸 편지의 일부까지 공개하며 사생활까지 드러냈다. 삼성 측은 폭로에 앞서 지난 8월에 김 변호사와 전 부인이 삼성에 협박성 편지를 2차례 보내왔다며 정황상 금전적 문제가 주요한 원인이라고 주장이라 하고 있다. 특히 이종왕 삼성그룹 법무실장은 사직하면서 김 변호사에 대해 “파렴치한 조작적 허위폭로”라며 진실성을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가 사적 이익을 박탈당했고 이 때문에 삼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게 됐다는 게 삼성의 시각이다. 삼성은 “김 변호사가 재직시절 스톡옵션 차익 급여 등으로 일반인이 생각하기 힘든 거액을 받았다”며 “삼성근무 시절 문제나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고, 퇴직 후 3년간 고문변호사로 고문료를 받을 때도 아무 말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 측은 “10년간 침묵하면서 받을 대우는 다 받고 고문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이 같은 일을 벌인 게 양심의 발로라고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삼성은 특히 고문계약이 끝나기 직전인 지난 8~9월 사이 김 변호사의 부인 명의로 그룹에 배달된 3통의 편지를 주목하고 있다. 삼성은 사실상 이 편지가 협박편지라고 주장했다. 삼성에 따르면 김 변호사의 부인은 지난 8, 9월 김 변호사의 주장을 그대로 담아 과거 삼성 재직 시 인연을 맺은 임직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모욕, 협박성의 편지를 보내왔다.

“삼성에 관한 좋지 않은 정보들을 공개해서 (삼성 간부들의) 명예를 우리가 당한 만큼 밟아줘야 한다면 그건 제가 할 겁니다”
“지금도 김 변호사 이름으로 주식도 통장도 있겠죠.. 김용철은 왜 검찰에, 금감원에 고발하지 않을까? 왜 그냥 내 주식이라고 우기지 않을까?”
“이달 8월로 김에 대한 대우가 끝나나요. 김의 이름으로 된 주식도 처분했다죠“
“세상사람 다 알도록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죠”
“난 많이 참는 사람이지만 보복은 철저히 합니다”

삼성 측은 또한 편지에 중진 법조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가 김 변호사를 두 차례나 배신했다고 비난하고 있고 고위 공직자인 다른 선배가 부하 부인들을 상습적으로 성희롱해 문제가 됐을 때 김 변호사를 해결사로 동원했다는 주장도 담겨 있다고 밝혔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편지의 명의는 김 변호사 부인으로 돼 있지만 편지 내용을 보면 1인칭이 자꾸 혼동(김 변호사와 부인으로)되고 있다”며 “사실상 김 변호사가 보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당시 편지 내용이 터무니없어 아무런 응답이나 대응을 하지 않았는데 이로부터 한두 달 지나 김 변호사가 언론사에 찾아가 뭔가를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특히 “이 편지를 보면 그 자체로 김 변호사 부부가 어떤 인물이며 어떤 심리 상태에서 무엇을 주장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겠지만 내용 자체가 워낙 근거가 없고 많은 사람이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어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김 변호사는 “(삼성이) 내 아내가 보낸 편지를 빌미로 돈을 바라는 부부 공갈단으로 만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삼성이 논란의 쟁점을 흐르기 위해 개인적 문제로 몰아가려고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김 변호사의 처가 삼성의 고위 임원에게서 농락당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삼성은 “김 변호사와 처가 부탁을 해 고위 임원이 김 변호사의 처를 세 번 만나 김 변호사의 직장 적응에 대해 공개 장소에서 대화한 것 뿐이며 면담 내용도 그때그때 김 변호사에게 알려줬다”고 반박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 동기에 대하여 여전히 ‘배은망덕’이니 ‘기업 권력에 대한 견제’니 말들이 많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 대하여 무차별 인신공격도 시작됐다. 김용철 변호사가 개인적인 양심에서, 혹은 앙심에서 삼성 비자금을 폭로한 것인지는 그 외에는 하지 못한다. 그러나 비록 그가 개인적인 복수심에서 폭로를 시작했을지언정, 삼성 비자금 문제는 개인차원의 것이 아닌 국가적 차원의 것으로 확대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떡검’으로 전락한 검찰, 이에 분노하는 국민들. 하지만 지금은 섣불리 그 폭로의 진실 여부를 논하기는 힘들다. 특검이 도입된 이상, 수사가 종결될 때에야 비로소 모든 진실은 밝혀지게 될 것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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