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리는 외국인 성매매 여성

지난 11월 서울 용산경찰서는 콜롬비아 현지 여성들을 감금하고 협박해 성매매를 시킨 혐의로 P씨와 부인 J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콜롬비아 현지인인 A씨 등 4명을 여행비자로 입국시킨 뒤 유흥업소에서 접대부로 일하게 하고 총 5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관계자에 따르면 P씨 부부는 피해자들과 함께 동거하면서 이들이 출퇴근할 때 운전을 하는 등 전반적인 관리를 해왔다. 또 초기에는 피해 여성들이 도주하지 못하도록 합숙생활을 하며 감시, 감금, 폭행을 하다가 나중에는 비행기 삯 등 빚을 빌미로 성매매를 강요해 한달 평균 5000만원 가량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강남 룸살롱에는 세계 각지의 여성들이 다 있다. 주류는 베트남, 필리핀 여성에서 러시아 여성으로 추세가 변했다가 러시아 여성들의 몸값이 올라가자 남미 여성들로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에 처한 이들은 미군기지 주변 클럽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여성들이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한 쉼터의 수녀는 “송탄과 동두천 미군기지 주변에서 성매매를 하는 필리핀 여성의 처지가 더욱 열악한데, 이들은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지경”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1990년대부터 사회적 문제로 대두
▲ 예술흥행비자 체류외국인 현황.
외국인 여성의 성매매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한국의 외국 여성들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연예흥행비자를 통해 들어온 러시아 여성들과 필리핀 여성들이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2002년 6월 주한 필리핀 대사관 관계자들은 경찰청과 공동으로 동두천의 한 클럽에서 감금되어 성매매를 강요당했던 12명의 필리핀 여성들을 구출했다. 외국인 여성들이 댄서나 가수 등 ‘외국인 연예인’이라는 명목 하에 한국에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1996년부터로, 대부분 기지촌 클럽 업주 조직인‘한국특수관광협회’를 통해 연예흥행비자(E-6)를 발급받고 기지촌 성산업에 유입된 것에서 그 뿌리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 특수관광협회가 주선한 연예흥행비자인 E-6비자는 국내 공연을 목적으로 입국하는 외국 연예인들이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으로, 한국에 외국 연예인의 국내 공연이 시작하게 된 1960년대부터 주로 미8군 클럽에 출연하는 국내 연예인들이 부족해지면서 문화부가 외국 연예인 수입을 허락하면서 시작되었다. 1999년까지는 외국연예인의 유입은 허가제 하에서 이루어졌다. 사업허가를 받은 공연 기획사들은 미군 부대 내 클럽공연, 관광호텔의 업소 공연, 국내 연예인의 해외 송출 등의 업무를 담당했는데, 국내 공연을 할 외국 연예인을 국내로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문화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19909년 규제개혁위원회어서 외국인 국내공연 추천을 허가제에서 추천제로 규제를 완화하면서 해외파견사업허가만 있으면 누구나 외국 연예인의 공연을 신청할 수 있게 되면서 1980년 7개였던 기획사가 2005년 157개로 크게 증가했다. 문제는 새로 설립된 외국인 연예인 공연기획사 중에는 실질적으로 외국인 공연기획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운영하는 곳이 많았다는 점이다. 외국인 여성 연예인의 국내 유흥산업에의 유입이 급증하게 되면서 1999년부터 외국인 여성 연예인들의 성매매와 성매매 알선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가족의 부양 위해 입국한 경우 많아
Ury(가명, 24세)는 “한국에 오기 전 대학교육을 마치고 필리핀에서 서비스 관련 직종과 보조 교사 등 여러 직장을 2년 여 동안 경험했지만 모두가 한 달에 $100 이상의 임금을 받기는 힘들었다”며 “12명의 대가족이 생활하기에는 너무나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다. 물론 나 혼자만 일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평균 $100의 임금으로는 도저히 가족들의 생계를 유지할 수가 없었단 것이다. 고심하다 결국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한국에 온 동기를 밝혔다. Joe(가명, 37세)는 “1993년 6~12월 일본에서 가수로 일했다. 그 당시의 월급은 $400였다. 그 이후 1994년부터 1999년까지 필리핀에서 비서로 일했는데 당시 월급은 6,000페소(한화로 10만원 정도)였다. 2000년 2~8월 동안 다시 일본으로 가서 가수 일을 했는데 이때의 월급은 $1,350였다”며 “일본에서는 일본인 사업가들이 주로 오는 클럽에서 가수로 일했다. 일본에서 필리핀으로 돌아간 후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아 16살 딸을 부모님께 맡겨두고 일본에서 했던 같은 일을 하려고 한국에 왔다”고 전했다. 기지촌에서 일하고 있는 필리핀 여성들은 대부분 본국에 대규모의 가족과 생활하고 있었는데, 대개의 경우 여성들이 가족부양의 주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으며, 그들이 부양해야 하는 가족은 대체로 10명 안팎이었다. 한국에 오기 전 이들은 필리핀에서 텔레마케터, 웨이트리스, 판매사원, 에이전시 사무, 가수, 비서 등으로 활동했으며 임금은 주로 한화로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였다. 필리핀 현지에는 한국에서 가수로 일할 수 있게 해준다는 에이전시가 신문이나 잡지 등 다양한 매체에 광고가 실리지만 그 광고를 믿고 에이전시를 찾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현재 한국의 유흥업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외국인 여성들의 대부분은 믿을만한 친구에게 소개를 받아 현지 에이전시의 연락처를 전달받거나 주변인에게 소개를 받은 친구들과 함께 현지 에이전시를 직접 찾아간 경우가 많았다.

인권유린, 그 실태에 대하여
▲ 클럽에서 일하는 외국인 여성들은 임금체벌, 주스할당, 바파인 등 착취를 당하고 있다.
업소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여성들의 수입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매달 지급되는 임금과 주스를 팔아서 만드는 주스할당, 그리고 바파인(성매매)에 대한 수입이다. 임금은 매달 한국 에이전시로부터 지급되는 돈으로 구두로나마 여성과 합의한 수당이다. 클럽의 업주가 여성이 소속되어 있는 한국 에이전시에 한 달 동안 여성이 벌어들인 수입을 전달하면 그 금액에서 한국에이전시에 할당되는 금액을 제하고 정해진 임금을 여성에게 전달한다. 주스할당의 경우 여성이 클럽에서 고객과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여성에게 음료수를 한잔씩 사주어야 하는데 업소마다 차이가 있지만 한 달에 1인당 200잔에서 500잔까지 할당되어 있다. 주스는 클럽 업주와 마마상(클럽 업주에 고용된 클럽의 매니저를 일컫는 말)이 관리하는데, 매일 혹은 매주나 매달 여성들에게 직접 지급되며 주스할당을 다 채우지 못하면 강제로 클럽을 옮겨버리거나 고국으로 돌려보내지는데, 주로 이는 주스 할당을 채우도록 하기 위한 협박으로 이용한다. 바파인은 고객들이 클럽의 업주나 마마상에게 일정 정도의 돈을 내고 몇 시간 동안 여성들을 클럽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여성이 클럽에 없는 시간동안 팔 수 있는 주스 수입을 미리 한꺼번에 지불하게 되는데, 바파인을 나가면 다른 클럽을 함께 돌아다니기(bar hopping, 바홉핑)도 하지만, 주로 클럽 주변에 있는 모텔 등지에서 바로 성매매가 이루어진다. Ury는 “한국에 도착한 날, 맞닥뜨린 현실은 지금까지 들었던 얘기와는 너무나 달랐고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웠다.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조차 없는 클럽에서 서빙을 하며, 미군들을 상대하고, 주스를 파는 것이 이곳에서 해야 하는 일이었다”며 “원치 않는 바파인(성매매)를 강요하는 현실에 한 달 이상을 하루에 두 번씩 샤워를 하며 한참동안이나 눈물을 쏟았다”고 말했다. Joe(가명, 37세)는 “한국에서 해야 하는 일을 알고서는 매우 충격을 받았다. 일주일은 정상적인 엔터테이너로 일을 했다”며 “어느 날 주인이 클럽으로 친구 몇 명을 데리고 와서는 문을 잠그고 떠났고 그 친구들은 우리에게서 성적 서비스를 원했다. 모두들 거절했고, 나는 주인에게 항의를 했다. 그러자 주인이 모두 필리핀으로 돌려보낸다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 외국인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외국인 성매매 여성의 인권유린 문제는 민간 차원에서 해결될 수 있는 차원에서 벗어났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는 외국인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회복하기 위해서 정부의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NP

 

 

 

 

 

<박스처리 요망>
두레방의 유영남 원장 인터뷰
Q. 외국인 성매매 여성의 입국 경로는.
-현재 국내 외국인 성매매 여성의 90%이상은 필리핀 여성으로 대부분 미군기지의 클럽 내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합법적인 경로로 문광부의 허가를 받은 한국특수관광협회를 통해 들어오게 된다. 그 중에서 필리핀 에이전시를 통해 혹은 한국에 있는 에이전시를 통해 들어오게 되는데, 에이전시에서 E-6비자 발급을 대행해준다. 이러한 경로를 통해 E-6비자로 들어오게 되는 여성들의 대부분이 미군 전용 업소로 보내지는데 이들은 자신들이 생각했던 연예인으로서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닌 클럽 내에서 성적 서비스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된다.

Q. 외국인 성매매 여성들의 근무환경에 대하여.
-클럽 주인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근무환경이 달라지긴 하지만 대부분 열악하고, 그러한 상황에서 다양한 착취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성매매를 강요하는 것이 시스템화 되어 있고, 특별법 하에서 바파인 같은 성매매는 불법이지만, 구조적으로 바파인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2차 성매매로 이어지는데 이것이 기지촌 내 클럽 운영원리로 자리 잡은 실정이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손님들에게 판매해야 하는 주스의 할당량이 있는데 클럽마다 다르지만 적게는 200잔에서 많게는 500잔 정도를 팔아야 월급을 받을 수 있다. 만약 할당된 주스량을 채우지 못했을 경우 2차를 나가라는 강요를 당하기도 하고, 할당량을 채우라고 강요당하기도 한다. 실제로 가수로 들어왔지만, 가수로서의 역할보다 클럽 시스템 하에서 여성들이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또한 노동시간이 길고, 클럽에서 제공하는 방에서 합숙의 형식으로 생활한다. 때문에 감시체계도 자연스럽게 형성이 되어 있으며, 자유시간이 적고 다양한 방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Q. 외국인 성매매 여성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문제는.
-임금 체벌과 성매매 강요, 여권이나 비자의 압수다. 이것은 여성들을 쉽게 관리하거나 도망가지 못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임금도 매달 지불을 하지 않고 돌아갈 때 한꺼번에 주겠다며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여성들을 어렵게 하는 강압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으며, 두레방과 같은 단체가 많지 않아 여성들은 자신들의 어려움을 호소할 곳조차 없다.

Q. 외국인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성매매특별법같은 모법이 있지만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 실제로 상황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여성이 성적인 착취의 사실이 있다면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여성들이 법적 보호를 받기는 어렵다.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각 기관들이 해낼 수 있는 디테일한 규정들이 같이 따라와야 하는데, 실질적인 구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힘들다.

Q. 외국인 성매매 여성의 인권유린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두레방이라는 작은 NGO단체에서 감당할 수 있는 역량에는 한계가 있다. 통합지원 시스템이 가장 시급하다. E-6비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지가 있어야 하며, 앞으로 계속 E-6비자로 여성들을 들여올 것이라면 이에 대한 합당한 감시?감독과 그에 적합한 대우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 여성들이 많이 거주하는 기지촌 지역마다 하나씩 최소한 통합상담센터라도 있어서 여성들이 어떤 일을 겪는지 상담을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성매매가 이루어지는지, 인권착취가 있는지 일상적으로 감시를 해야 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외국인 성매매 여성의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지 벌써 10년째인데 변화된 모습이 없이 방치하고 있는 정부가 실망스럽다. 정책이 빨리 변화되어 여성들의 인권침해나 임금체벌 같은 것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이미 들어온 사람들이 겪는 다양한 어려움들은 정부가 직접 개입을 해야 한다. 현재 클럽에 고용되어 있는 여성들의 경우는 제대로 관리감독을 해서 임금을 제대로 받으며 성매매 강요되지 않고 계약기간 동안 행복하게 일하다가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또 여성들을 지원할 수 있는 통합지원서비스 등이 빨리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 외국인 성매매 여성의 인권유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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