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로 인해 미소 지을 수 있다면..

# ‘무한도전’에 유재석이 있다면, ‘무한걸스’에는 송은이가 있다
최근‘제 2의 무한도전’으로 떠오르고 있는‘무한걸스’는 송은이를 주축으로 신봉선, 김신영, 백보람 등이 출연하여, 꾸미지 않은 솔직담백한 개그로 시청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무한걸스의 대모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송은이는 특유의 쉴 새 없는 입담으로 무한걸스의 가능성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 무한걸스는 무한도전의 여성버전을 표방하고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 섣불리 자신감을 내비치는 성격은 아닌데, 제의가 들어왔을 때 왠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속된 말로 무한걸스를 3무 버라이어티쇼(무개념, 무작정, 무례하다)라고 부른다.(웃음)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프로그램 의도대로 시청자분들이 잘 이해해주시는 것 같다.
Q. 출연진들이 막강하다. 어려운 점은 없나
- 녹화 분량이 많아서 고되기 보다는 지금의 멤버 하나하나가 각자 자신이 가진 능력 이상의 것들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그날그날의 과제들이 많은 연습을 요하는 게 많다. 아시다시피 지금의 출연진들이 참 드센 편이다.(웃음) 그렇다보니 다들 녹화가 끝나고 나면 목이 쉴 정도로 열의가 대단하다. 그런 점에선 후배들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다들 자신의 몫을 잘 해주고 있어 하루하루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
Q. 특히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 MBC에서 방송됐던‘느낌표, 하자하자’가 기억에 남는다. 그 코너를 진행하면서 처음으로 방송에 대한 또 다른 재미를 발견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나의 작은 움직임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코너였기 때문에, 방송생활에 있어서 큰 터닝 포인트가 됐다. 그 연장선으로 SBS에서 방송됐던‘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도 애착이 가는 코너다. 같은 개그맨이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방송을 한다는 느낌, 그런 면에서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 프로그램들이다.
# 데뷔 15년차,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가다
평소 작은 체구와 동안으로 실제나이를 실감치 못하게 했던 송은이는 벌써 데뷔 15년차의 베테랑 방송인이다. 그동안 만능엔터테이너로 주목받아왔던 그녀도 한 동안 브라운관에 모습을 감추며 작은 슬럼프를 맞이하기도 했다. 지금, 송은이는 15년의 길고도 짧았던 방송생활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 요즘은 정말 세월이 바람처럼 흘러가서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어떻게 지나왔는지도 모르게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한 10년은 속된 말로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고 달려들었던 것 같다. 그 후 5년 정도 이제 내가 뭘 하는지, 이걸 왜 하는지, 이걸 통해 시청자분들에게 뭘 드려야하는지 조금씩 개념이 잡혀간 것 같다. 오히려 지금 하는 방송들이 하나하나 새롭게 다가온다. 마치 다시 신인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Q. 연예계에 데뷔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
- 내 생각엔 나 자신이 개그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던 것 같다.(웃음) 대학교 때 개그클럽이라는 유명한 서클이 있었는데, 신입환영회 때 개그클럽의 공연을 보고 막연히 그들처럼 무대 위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개그를 본 개그클럽 선배(안재욱)가 함께 해보자는 제의를 해왔고, 우연찮게 개그클럽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 때만해도 한창 선배들이 개그클럽의 이름을 알릴 때였고, 때마침 방송섭외가 들어와 우연찮게 선배들과 방송에 출연하게 되었다. 그 방송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연예계에 입문하게 됐다.
Q. 15년이라는 시간, 슬럼프는 없었나
- 지금까지 두 번의 슬럼프를 겪었던 것 같다. 한 번은 데뷔하고 나서 2~3년이 지났을 때였다. 데뷔 이후 정말 하루도 안 쉬고 방송을 했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구심과 함께 열심히 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절망감이 한 번에 밀려왔다. 나에게는 방송생활이 첫 사회경험과도 같았는데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속상하기도 했고, 현실과의 큰 괴리감을 느꼈다. 그 후 1년간을 대책 없이 무작정 쉬었다.(웃음) 그렇게 휴식을 취한 뒤, 개그프로 보다는 예능프로그램 패널로 자주 등장하게 됐는데 거기에서 또 다른 슬럼프가 왔다. 개그프로에서 항상 주인공이었던 내가 예능프로에서는 생각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점에 섭섭함을 느꼈던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렸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슬럼프들을 계기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 같아 소중한 시간들로 기억된다.
# 10년 후, 계속 무대에 서고 싶다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개그맨 송은이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을까. 만능엔터테이너라는 것은 둘째가면 서러운 일이고, 무엇보다 한 여자로서의 송은이가 아닌 개그맨 송은이로 기억되는 일이 많지는 않았던가. 누구보다 털털한 웃음으로 우리에게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모습으로 다가왔던 그녀, 10년 후에도 그런 송은이의 모습을 보고 싶다.
Q.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 행복하다는 말, 흔하게 쓰이는 말이지만 행복하게 산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큰 웃음이든 혹은 작은 웃음이든 나로 인해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 누군가 나로 인해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 그리고 한번쯤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 같다. 내가 갖고 있는 좋은 기운이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혹여 작은 변화라 하더라도,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방송을 많이 하고 싶다. 방송을 통해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들이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10년 후에는 개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무대를 직접 마련하고 싶다. 직접 무대에 설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후배들이 무대에 서서 맘껏 공연할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마련해주고 싶다. 아직 못다 이룬 꿈, 노래도 계속할거다.(웃음)
개그맨 송은이의 모습은 늘 우리가 생각해왔던 모습 그대로였다.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시원한 웃음, 꾸미지 않은 솔직한 멘트, 그리고 15년 방송지기의 여유로움까지. 10년 후에도 무대 위에 선 개그맨 송은이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작은 행복을 안겨줄 그 순간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NP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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