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성장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

비가 오는 날이면 포근하다. 촉촉이 떨어지는 빗소리는 흡사 자장가와 같고, 메마른 아스팔트와 시멘트 바닥에 떨어지는 빗 내음은 중독성 강한 향수처럼 느껴진다.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비의 묘한 매력이다. 비록 청순가련 같은 여성스럽고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이미지는 아닐지라도 지적이고 도시적인 느낌을 주는 배우, 추상미를 만났다. 그녀는 비처럼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그런 배우의 형상을 간직하고 있었다.

신성아 기자

볼에 살짝 파이는 보조개도, 웃을 때 미간에 잡히는 주름조차도 아름다운 배우 추상미, 그녀는 연극, 영화, 드라마, 라디오 등 모든 분야에서 인정받는 배우이다. 벌써 연기파 배우라는 평가를 받는 그녀지만, 당당히 내일의 성장을 지켜보라고 말한다. 결정적으로 그녀에게는 어떤 부담도 느껴지지 않으며, 그녀의 차분함은 절대 내숭으로 읽혀지지 않는다. 더욱이 다소 무뚝뚝한 듯 하지만 온화한 표정이나 말투에서 묻어나오는 편안함은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었다. 자신만의 개성을 어느 순간 완벽한 캐릭터로 승화시키는 예사롭지 않은 재능이 바로 배우 추상미의 능력인 것 같다. 평범한 속의 특별함, 추상미를 만남으로써 알게 되는 그녀의 묘한 매력을 많은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1st. 추상미의 재발견
추상미에 대한 첫 번째 기억은 드라마 <거짓말>에서다. 세미라는 역으로 나온 그녀는 야생마처럼 길들여지지 않은 채 거칠고 사납지만 그것은 세상이 만들어준 겉모습일 뿐 속내는 여리기 그지없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영화 <생활의 발견>은 추상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추상미에게 저런 모습이 있었어?”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않는다. 선 굵은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던 배우 추상미는 이 영화에서 대담한 노출연기와 일상의 연기를 선보이며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그 외에도 그녀가 보여준 연극, 영화, 드라마 등에서의 역할들은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추상미라는 배우를 떠올릴 때, 지적이고 당찬 이미지를 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주말드라마 <결혼합시다>에서 보여주는 코믹 감초 연기는“추상미 맞아?”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웃음이 절로 일게 하며 그녀의 화려한 변신에 갈채를 보내고 있다. 추상미는 연극에서 닦은 제스처와 독특한 언변을 구사하여 멜로로 흐를 수 있는 극을 시트콤처럼 재미있게 이끌음으로써 그녀만의 매력을 발산한다.

Q : 주말드라마에 이어 이번‘사랑과 야망’출연으로 많이 힘들 것 같은데
A : 원래 겹치기 출연은 안했었는데요. 그거에 대해 별로 긍정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사랑과 야망’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을 때는 솔직히 욕심이 좀 생기더라고요. 분명히 힘들 것을 알면서도 김수현 선생님의 작품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고, 정자라는 역할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놓치기 싫었어요. 그래서 무리수가 따르더라도 출연을 결정한 거 에요.

Q :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
A : 주로 직관에 의존하는 편이에요. 한 번 이 역할을 함으로써 저 자신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역은 꼭 하려고 하죠. 베이스가 갖춰진 상태에서 작품의 캐릭터를 보고, 이거다 싶은 마음이 들면 결정을 내려요.

Q : 지금까지 해온 드라마나 영화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
A : 연극은 진한 휴머니즘의 감동을 선사한 <프루프>라는 작품이고, 영화는 <퇴마록>이요. 특히, 퇴마록은 저에게 처음 타이틀 롤이었고, 굉장히 육체적으로 힘들게 찍었어요. 그래서 더 많이 기억에 남아요. 드라마는 <백정의 딸>이라고 설날 특집극이었어요. 그 작품에서 제가 맡은 역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Q : 올해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에 설 계획이 있는지
A :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1년에 한 편씩 연극을 하고 싶어요. 올해도 기회가 되면 해야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뮤지컬은 앞으로 안 할 생각이에요. 그동안 2번 시도해봤는데 실력도 없는 것 같고, 노래를 굉장히 잘 해야 되는데 다른 뮤지컬 배우한테 괜히 미안해지더라고요.

Q : 2005년 가장 좋았던 일과 지우고 싶은 기억
A : 가장 좋았던 것은 제가 집을 마련해서 독립을 했어요. 홀로 저만의 공간에서 살게 된지 1년 정도 됐는데 그게 정말 좋았어요. 원하는 대로 집을 꾸미고, 친한 사람들을 불러 모아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죠. 살림살이라는 것을 쓰다 보니‘내가 철없이 살았구나’라는 생각도 하고요. 너무나 뒤늦게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작년에는 대개 좋은 일이 많아서 나쁜 일은 없었던 것 같아요. 안 좋은 일이 굳이 있다면 건강이요. 그동안 건강에 대해서 걱정 없이 살다가 이제는 관리를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껴서 보약을 먹기 시작했어요.

Q : 아버지와 <떼아뜨리 추>의 의미
A : 아버지 이야기는 너무 많이 해서 안할게요.‘떼아뜨리 추’는 엄마랑 가족이 함께 일구어 가는 소중한 공간이에요. 꾸준히 소극장 공연을 많이 하는데, 아마 제가 올해는 이 공간에서 공연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처음으로 말하는 거 에요. 오빠들과 서로 아이디어를 내서 올 하반기에 만날 수 있게 기획하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Q : 졸업에 관한 단상(斷想)
A : 그때는 예술에 대한 열정과 배우로 살아가는 기대감으로 벅찬 시간이었어요. 뒤늦게 연극에 도전한 저를 보고 친구들은 저를 부러워했어요. 졸업 당시, 대부분이 진로에 대한 고민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걱정을 했는데, 전 그런 조건에 얽매지이 않았거든요. 전 그저 좋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네요.

Q : 하고 싶은 말
A : 계속 성장하고 좋은 배우로 남길 바라고요. 사람들이“추상미도 저런 모습이 있었네”라며, 양파처럼 지루하지 않게 벗기면 벗길수록 새로운 면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그런 배우이고 싶어요. 그리고 정말 배우로서 인정을 받는 게 꿈이에요. 배우로 인정을 받는 그 안에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거든요. 마지막으로,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배우가 되고,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을 믿어요.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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