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존폐의 갈림길에 서다

지난 2007년 12월 30일, 우리나라는 10년 동안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국제사면위원회로부터 사형 폐지국가로 인정받았다. 사실상 사형 폐지국 대열에 올라서긴 했으나 우리나라는 형법 등에 사형제를 규정한 법 조항이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에 아직 제도적인 사형제 폐지 국가는 아니다. 사실상의 사형폐지국가로 인정받은 시점에서 사형제의 존폐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로부터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가로 인정받기는 했으나 사형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완전히 사라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반대하는 비율이 60%를 웃돌 정도로 폐지를 시기상조로 여기는 국민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후보 시절 사형제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던 이명박 당선자의 새 정부가 출범할 경우 사형제에 어떠한 입장을 택할지 미지수다. 국회에서는 사형폐지특별법에 과반수가 넘는 175명이 서명한 상태지만, 법사위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사형제를 둘러싼 국민적 논란을 감안해 조금 더 신중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국회 임기 내에 사형제 폐지 법안을 처리하는데 부정적인 이장을 표명함에 따라 사형제 폐지 법안은 17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어, 법적으로는 사형제가 한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형제 폐지국이 급증하고 있다
사형제는 생명형·극형(極刑)이라고도 하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형벌이다. 사형은 범죄인의 생명을 박탈하여 사회로부터 영원히 추방하는 최고의 형벌로, 고대와 중세에는 사형이 주된 형벌이었는데, 특히 중세시대 유럽은 ‘사형의 전성시대’라 불릴 정도로 많은 사형이 집행되었다. 봉건주의를 보호하고 교회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사형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중세 유럽에서 250여년간 신의 목소리를 빌어 자행된 ‘마녀재판’이 그 대표적 예다. 사형제도는 18세기 이후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폐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고, 2차 대전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사형 제도를 폐지하는 나라가 급증했다. 국제사면위원회에 따르면 사형제 폐지 국가는 1977년 16개국에서 2006년 122개국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중국 등 68개국이다.

사형제 폐지는 거역할 수 없는 대세,
국가의 총체적인 인권 수준의 척도로 평가

우리나라에서는 근대 사법제도가 출범한 후 1895년 3월 25일(양력 4월 19일) 재판소구성법이 공포되고 그 4일 후에 법무아문 권설재판소에서 녹두장군 전봉준에게 내린 교수형 선고가 첫 사형선고로, 1948년 이후 사형당한 사람은 902명이다. 우리나라의 사형제 폐지 논의는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1989년부터 본격화됐다. 지난 2004년 12월에는 여야 국회의원 175명이 사형제를 폐지하는 대신 가석방이나 감형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자는 ‘사형제 폐지 특별법’을 상정했고, 2005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국회에 사형제 폐지 의견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법원, 검찰 등 법조계에서는 ‘국민의 3분의 2가 사형제 폐지를 반대하고, 흉악한 살인범이 극형에 처해지지 않는다면 일반의 정의감에 배치된다’며 사형제 폐지를 반대해 왔다.

사형 선고 내린 실제 사례
◆연쇄살인범 정남규=2004년 1월부터 2년여간 미성년자 2명을 성추행한 뒤 살해하고, 길 가던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등 총 25건의 강도상해 및 살인행각을 벌여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남규씨에게 사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12일 13명을 살해한 혐의(강도살인) 등으로 구속기소된 정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2년간에 걸쳐 부녀자들을 주된 범행 대상으로 삼아 강도살인, 살인 등을 반복한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할 때 양형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없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변호인 측의 심신장애 주장을 일축했다.

1997년 12월 30일 이후 지금까지 64명의 사형 확정자가 사형집행 대기 상태

▲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노인과 부녀자, 정신지체 장애인 등 21명을 살해하고 사체 11구를 토막내 암매장하는 한편 3구는 불에 태운 혐의(살인·사체손괴 및 유기 등) 등으로 구속기소돼 사형을 언도받았다.
◆연쇄살인범 유영철=대법원 1부(주심 강신욱 대법관)는 21명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이미 사형이 확정됐던 유씨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유씨는 1심에서 이문동 살인사건을 제외한 20명에 대한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7일 내에 항소하지 않아 상급심 판결에 관계없이 사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그러나 이문동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불복,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왔으나, 대법원은 이 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이 적절했다고 밝혔다. 유씨는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노인과 부녀자, 정신지체 장애인 등 21명을 살해하고 사체 11구를 토막내 암매장하는 한편 3구는 불에 태운 혐의(살인·사체손괴 및 유기 등) 등으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20명 살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으며 유씨의 항소 없이 검찰만 “이문동 사건도 유씨 범행”이라며 항소했다. ‘이문동 사건’이란 지난 2004년 2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골목길에서 전모(24·여)씨가 흉기에 찔려 살해된 사건으로 유씨는 경찰에서 이 사건이 자신의 범행이라고 진술했다가 공판 과정에서 “경찰 회유로 허위진술했다”고 번복했다.
지난 1997년 12월 30일 당시 김영삼 정부는 23명의 사형수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만 10년동안 한 명의 사형집행도 하지 않았으며, 현재 국내에는 64명의 사형 확정자가 사형집행을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19세기 중반에 정치범 사형제도 폐지한 프랑스
1848년 2월 혁명 당시, 제 2차 임시공화국은 정치범 사형제도를 폐지했다. 같은 해 9월, 사형제도 폐지는 정치범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적용시켜야 한다는 토론이 국회의사당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국회위원이었던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사형이란 무엇인가? 사형처럼 인간의 야만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신호도 없다. 사형이 집행되고 있는 곳에서는 항상 인간의 야만성이 군림하고 사형이 드문 곳에서는 문화가 자리한다. 인류의 진화는 형벌의 감형으로 이루어졌다. 18세기의 진화는 고문을 폐지함으로써 이루어졌으니 19세기에는 사형을 폐지함으로써 진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올 2월 (1848년) 이후 국민은 대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왕관을 불태운 다음 날(1848년 왕권을 전복한 혁명을 가리킴) 이들은 교수대를 불태우려고 했다. 본인은 사형제도의 폐지에 전적으로 찬성하고 표를 던지는 바이다”라며 사형제 폐지 찬성을 주장했다. 빅토르 위고의 열정적인 변호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사형제도 폐지는 그 당시 이루어지지 않았고, 1981년 5월 프랑스 제 5공화국 4대 대통령에 취임한 프랑소와 미테랑이 대선공약에서 지지했던 사형제도 폐지 시행에 착수하여 그해 10월 프랑스 사형폐지가 법적으로 보장되었다. 이미 사회당원들에 의해 오래전부터 사형제도 폐지가 건의되었으나 당시 프랑스인들은 사형폐지 반대 쪽에 더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국회에서 사형폐지 법안이 통과된 다음날인 81년 10월 9일 일간지 <르 피가로>에 의하면 프랑스인의 62%가 사형폐지 반대 의견을 표출했다고 한다. 1949년 독일, 1965년 영국이 사형제도를 폐지했으니, 프랑스는 독일에 비해 무려 32년이나 뒤늦게 사형제도를 폐지한 셈이다.

사형제는 존속되어야 한다
지난 12월 월간 ‘목회와 신학’이 실시한 사형제 폐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목회자 67.1%가 사형제 폐지를, 29.1%는 존속을 주장했다. 교단별로는 예장 합동의 경우 50%가 폐지, 44.4%가 존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예장 고신도 50%가 폐지, 40% 존치로 조사됐다. 한편 기독교대한성결교회(83.9%), 예장 통합(80.6%), 예장 기장(90.9%), 기독교대한감리회(75%)의 목회자는 사형제 폐지에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연령별로는 40대 목회자들이 폐지(68.6%)를 가장 많이 지지했고 30대 이하(66.9%), 50대 이상(64.2%) 순으로 이어졌다. 이재교 변호사는 “형벌의 본질은 응보이다.‘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말이 이를 잘 말해준다”라며 사형제가 사회질서 유지를 필요하다는 찬성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도 사형제 폐지에 회의적인 입장으로 후보 시절 유일하게 사형제 폐지를 반대했다. 이 당선자는 대선기간 중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형제는 범죄 예방이라는 국가적 의무를 감안할 때 유지돼야 한다”며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죄목이 지나치게 많은 점은 형법 개정을 통해 고쳐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생명은 인간이 가장 애착을 느끼는 것이므로 사형이 예비적 범죄인에 대해서 위하적 효력을 가지는 것을 부정할 수 없어”

사형제 존치론자들은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기 자신이 이미 다른 사람의 생명권을 박탈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형선고를 큰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만 내리고 있다”며 “큰 범죄를 저지른 이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다면, 그 범죄자를 살리기 위해 국민의 세금이자 국가의 예산이 낭비된다. 차라리 그 돈으로 저소득층의 사람들에게 보조금 혜택을 늘려주고 멀쩡한 한 사람이라도 잘 살게 해줘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이들에 따르면 사형제도를 존치함으로써 중대한 범죄나 잔인하고 포악한 범죄에 대처할 수 있으며, 국가적 질서유지와 인륜적 문화유지가 가능하다. 또한 생명은 인간이 가장 애착을 느끼는 것이므로 사형이 예비적 범죄인에 대해서 위하적 효력(협박적 효력)을 가지는 것을 부정할 수 없으며, 형벌이 본질이 범죄에 대한 응보에 있는 이상 사형에 의하여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극악한 범죄에 대해서 사형을 부과하는 것은 적절하고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또한 “사형은 일반 국민의 응보관념과 법감정 및 정의관념에 부합한다”며“사형의 폐지는 현실적인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 환경과 관련하여 상대적으로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현실상 사형을 무조건 폐지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헌법 제 12조 제1항에 의하면 형사처벌에 관한 규정이 법률에 위임되어 있을 뿐 그 종류를 제한하지 않고, 현재 우리나라의 실정과 국민의 도덕적 감정 등을 고려하여 국가의 형사정책으로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하여 형법 등에 사형이라는 처벌의 종류를 규정하였다 하더라도 헌법에 위반되었다고 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례도 있다.

사형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사형이 다른 형태의 형벌에 비해 억제 효과가 크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1988년과 1996년 두 차례 유엔에 의해 실시된 조사에 의하면, “사형집행이 종신형보다 더욱 뛰어난 예방효과를 가진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데 실패하였다.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1976년 사형제를 폐지한 캐나다의 경우 10여 년 간 살인율이 59% 줄었고, 미국에선 사형제가 없는 10개주의 살인 범죄 발생률이 다른 주보다 더 낮다. 사형제 폐지론자들은 또한 “사형제도는 불완전한 인간이 판결을 내리는 것이므로 오판이 있을 수 있다. 아무리 오심의 가능성이 비록 적다고 할지라도 그 적은 가능성을 무시하기에는 인간 생명의 가치가 너무 크다”며 “잘못된 판결로 사형이 선고, 집행된 후에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어 죄가 없음이 입증될 경우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게 된다”고 말한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사형제도는 독재 정권이 자신들의 정적을 처리하는 도구로 악용되어 왔으며, 역사적으로, 한 정부 하에서 사형 당한 수천 명의 사람들이 다른 정부가 들어선 후 무죄로 밝혀진 사례들이 있다. 사형제 폐지론자들은 “사형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살인자를 사형시키는 것은 당연하고, 살해당한 사람의 가족이 받는 슬픔에 대한 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패륜적인 범죄를 저질렀으니 그에 응당한 대가를 받아야하고, 그 대가는 죄만큼 무거워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그러나 보복으로 피해자 유족의 상실감이 메워지는 건 아니다”라고 말한다. 지난 2004년 3월 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피해자 유족의 90%가 사형을 통해서도 원한이 풀리지 않는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점을 근거로 사형제 폐지론자들은 사형제의 존치가 폭력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형제는 명백히 헌법 위반하는 행위,
사형제의 존치는 폭력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

이들이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헌법 제 10조와 제 37조 2항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고 규정된 헌법 제 10조에 의하면 존엄권의 전제가 되는 생명권을 박탈하는 사형제는 명백히 헌법을 위반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또한 제37조2항 단서에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서 제한할 수 있지만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즉,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제한할 수 있으나 본질적인 내용인 생명권을 침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형제도는 헌법 제 37조 2항에도 위반된다는 것이다. 사형제는 형벌의 목적이 응보에서 범죄인의 개선과 교화로 옮겨지고 있는 추세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사형제 폐지론자들은 말한다. 사형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결국 국가가 범죄인에 대한 개선과 교화의 노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고, 또한 사형집행자체가 법이라는 명목을 의존한 사회가 개인에게 자행하는 또 다른 살인행위라는 것이다. 이들은 “사형제 찬성자들은 수형자들은 감옥에 오래두는 것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소모된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이야말로 모든 권리의 최상위인데 비용을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핑계다”라며 “만약 그런 이유로 사형이 인정된다면 돈 때문에 사람을 살인한 것도 인정하는 것이 된다. 또한 그들에게 일을 시킨다면 그 정도 비용은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사형의 폐지는 거역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는 점도 이들의 주장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2002년 4월 국제앰네스티의 발표에 의하면 현재 사형제도가 존속하여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 국가는 84개국인 반면, 사실상 사형제도가 폐지된 국가는 111개국에 이른다. 해마다 2, 3개 국가가 사형을 폐지하고 있으므로 사형제도가 존속하는 국가는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남은 과제는 완전한 사형제 폐지
▲ 지난 2007년 12월 30일, 우리나라는 10년 동안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국제사면위원회로부터 사형 폐지국가로 인정받았다.
현재 우리나라는 형법 제 41조에서 형벌의 종류에 법정 최고형으로 사형을 포함시키고 있다. 법정형으로 사형을 규정한 범죄는 내란, 외환유치, 살인죄 등 총 16종이며, 특별형법인 국가보안법은 45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378개, 군형법은 70개 항목이 존재한다. 사형존치론자들은 흉악범죄가 끊이지 않는 현실에서는 범죄 예방을 위해 강력한 억제력을 가진 사형은 존치되어야 하고, 가해자인 범죄인의 생명권보다는 피해자의 생명권이 당연히 중요시되어야 하기 때문에 흉악한 살인자를 사형에 처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공평의 원리와 정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형제의 존폐를 둘러싼 이러한 논쟁은 헌법재판소의 개소 이전에 이미 대법원에서 사형의 합헌성을 인정하는 판결들(대법원 1969.9.19 선고, 69도988판결; 대법원 1987.9.8선고 87도1458 판결 등)이 선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어 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문조사기관에 의뢰해 국회의원 100명, 법관 113명, 검사 138명, 변호사 105명, 교정위원 100명, 의무관 55명, 언론인 250명, 시민사회단체 상근자 260명과 국민 1,064명 등 총 2020명을 상대로 사형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의 34.1%가 사형제도 폐지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집단 가운데 국회의원의 60%, 법관의 53.1%, 교정위원의 80.6%는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에 검사, 교도관, 의무관들은 각각 16.7%, 11.3%, 11.0%만이 사형제도 폐지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여론주도층으로 분류된 시민사회단체 상근자는 85.8%, 언론인은 54.3%가 사형제도 폐지에 동의했으며 조사대상의 57.7%는 ‘사형제도는 법질서의 유지를 위해 존치해야 하지만 그 집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20.9%는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폐지돼야 한다’고 답했다.사형이 형벌로서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국민의 51%가 ‘부합되지 않거나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고, 사형을 집행함으로써 피해자의 원한이 제거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89.5%가‘아니다’라고 답했다.
사형제 존폐 여부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자면 끝이 없다. 중요한 것은 생명에 대한 존엄성은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판단할 자격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지난 2007년 12월 30일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가로 선포된 대한민국. 이제 완전한 사형제 폐지 국가로 나가는 길만 남았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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