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정당의 분주한 움직임

대선이 끝난 후 한달 여 지난 지금 여의도는 여러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각 당과 대선후보들은 지난 대통령 선거 패배에 대한 요인을 찾고, 한계를 진단하며, 새 방향을 타진하고 있다. 새로운 당을 창당하고, 대표를 바꾸고, 당의 정체성을 가다듬고, 전의를 다지는 과정에 여의도는 매일 분주하다. 이들의 분주함에는 내실이 있어야 할 것이다.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

▲ 대통합민주신당은 지난 달 10일 중앙위원회의를 열어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새 대표로 선출했다.
먼저 대통합민주신당은 지난 달 10일 중앙위원회의를 열어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새 대표로 선출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고, 지난 대선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자유선진당을 창당했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대한 강력한 승리 의지를 담았다. 민주노동당은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둘러싸고 당내 갈등을 겪다 심상정 의원이 이끄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성한 이후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 민주당은 여전히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합당을 꾀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해부터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에 한번,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한번, 대선 후보 선출 이후 단일화 때 또 한 번 등 신당과의 합당을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번번이 목표를 이루진 못했다. 그러다 지난 22일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대통령 권력과 지방정부 권력을 이미 장악한 한나라당이 국회권력까지 장악할 경우 한국 민주주의에 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며“대통합민주신당과의 통합을 설 이전까지 서두르겠다”는 합당 제안을 공식화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선장의 정체성이 무어냐
대통합민주신당의 우상호 대변인은 지난 달 21일‘손학규 대표의 분노’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신당의 손학규 대표가 태안기름유출사고 현장을 방문해서 몇백 억의 기금이 있음에도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 태안 지역 전체를 절망 속으로 몰아넣고 있었던 관계자들에 대한 진노였다. 우 대변인의 표현에 의하면‘대단히 분노’,‘상당히 분노’라고 했다. 손 대표가 본격적인 야당의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손 대표는 이어 인수위에서 발표한 정무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일주일 안에 법안을 처리해달라고 통보했던 한나라당과 새 정부에 대해 국회와 야당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더 이상 이런 태도를 묵과할 수 없다는 또 한 번의 분노를 보여주었다. 지난 해 대선을 앞두고 야심차게 한나라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에 들어와 정동영, 이해찬, 유시민 의원과의 경선을 치열하게 치러냈던 손 대표는 정동영 전 의장에게 대통령 후보 자리를 내준 후 적극적으로 정 전 의장의 선거행보를 도왔다. 우여곡절이 많은 경선이었으나 손 대표로서는 일단 당적을 옮긴 약점이 있어 대통합민주신당에서의 착실한 활동이 우선 필요했다. 지난 달 11일 대통합민주신당의 당 대표 이․취임식에서 오충일 전 신당 대표는“손학규 대표의 젊은 시절을 안다. 그 당시 쓰던 말로 손학규 청년은 말 그대로 래디칼(Radical)이었다. 확고한 역사의식과 신념을 가지고 학생운동, 기독운동을 해온 것을 잘 안다. 이념과 실천이 무엇인지 잘 아는 분이다. 그런 점에서 이 나라 당 대표로서만이 아니라 이 나라 정치를 위해 손 대표가 하실 일이 매우 크다고 생각하고 그 미래와 비전이 보인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이어“이념문제에 대해서도 손학규 대표만큼 이념에 대해 얘기할 분이 누가 있나. 정체성 운운하지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나. 이념과 정체성을 논하기 전에 새 시대에 요구되는 것은 민심이다. 이념과 정체성으로 국민을 이끌거나 설득하겠다는 정치시대는 끝났다”고 덧붙였다. 당내에서도 말이 많았던 손 대표의 당적 이적 경력이 당 대표로 일하는데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표로 취임하면서“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우리 국민들은 대통합민주신당에게 아주 매운 회초리를 들었다. 국민들이 우리에게 주신 채찍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손 대표의 슬로건은‘새로운 시대를 향한 변화와 쇄신’이다. 그 선두에 손 대표가 서 있는 것이 어색해보일지라도 현재 신당에 필요한 의식이‘변화’인 것만큼은 인정해야 한다. 당 대표 자리를‘독배(毒杯)’라고 표현하면서 죽더라도 그냥 마시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는 손 대표는 꺼져가는 신당의 촛불을 살릴 수 있을만한 지원군이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정체성이 다른 정당 소속이었다가 탈당해 상대 당의 대표가 되는 일은 정치사에 이례적인 일로 당내외 일각에서 손 대표의 정체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강력히 반발하는 세력이 많았다. 먼저 이해찬 전 총리가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했다. 손 대표 체제가 들어서자마자 신당을 탈당한 것에 대해 상징적인 의미가 충분했다. 이 전 총리는“손 대표가 이끄는 신당은 인간의 존엄성, 성숙한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공동체 등 자신의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어떤 정체성도 없이 좌표를 잃은 정당으로 변질됐기 때문에 당을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전 총리는 새로운 정당을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정당이 어떤 색깔을 갖게 될지 불분명한 가운데, 그가 선택할만한 보기가 현재 정당정치에서 과연 남아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유시민 전 장관도 대통합민주신당의 배에서 내렸다. 그의 탈당 역시 손 대표 체제가 되어버린 신당의 운명에 대한 저항의 일환으로 정치계에서 받아들여졌다. 유 전 장관은 탈당 이후 무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할 것을 밝혔다. 유 의원은‘CBS뉴스레이다’와의 인터뷰에서“대통합민주신당은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해 만든 기획정당 내지 가설정당이다. 그래서 이 정당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여러 엇갈리는 판단들이 있는데, 나는 길게 봐서 이것은 하나의 정당으로 발전하기는 어렵다 생각했고, 그래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과 이 전 총리가 힘을 모아 창당을 할지, 선언대로 무소속으로 유 전 장관 독자노선을 걷게 될지, 이 전 총리가 총선 불출마를 할지 아직은 모두 미지수다. 제2의 이회창이 탄생하는 것은 아닌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부분이다.

자유선진당, 새로운 보수 맞나
▲ 지난 달 9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발기인 대회를 열고 자유선진당을 창당한다고 밝혔다.
지난 달 9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발기인 대회를 열고 자유선진당(가칭)을 창당한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재는“지역주의와 기득권에 안주하며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잘못된 이념이나 철학과 타협하려는 움직임을 배격한다”고‘실용주의’를 강조한 한나라당과 차별된 신당을 창당한다고 밝혔다. 정치권 은퇴를 선언했던 5년 전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 전 총재의 자유선진당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 총재는‘CBS뉴스레이다’인터뷰에서“우리는 보수 정당이다. 보수라 하면, 기득권에 억매이고 지역 연고주의에 안주하고 수구적이고 이런 잘못된 인식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보수가 아니라 정말 핵심적 가치, 자유와 개방, 양심, 이런 가치를 추구하는 보수의 정당으로 출발을 한다”고 자유선진당의 정체성에 대해 말했다. 보수대 보수의 양강 구도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선보이는 건전한 구도가 될 것이라고 자부하는 자유선진당의 움직임에 한나라당은 실제 긴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나경원 대변인은 자유선진당의 창당 발기인대회 하루 전 자유선진당에 대해“4월 총선을 겨냥한 급조 정당이요 이당 저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는 구정물이 고일 하수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독설을 했다. 자유선진당의 탄생을 방해하려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고 밝힌 자유선진당측은“한나라당이 몇몇 명망가 중심으로 운영되는 귀족정당이라면 자유선진당은 민초들이 참여하고 이끌어가는‘서민정당’,‘국민정당’”이라고 받아쳤다. 현재 공천강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한나라당의 극한 대결양상에 자유선진당은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밀린 인사들이 모이거나, 이들을 잡을 수 있는 곳은 자유선진당이지만 자유선진당측은“한나라당 공천 탈락자는 받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혀온 터다.
이달 1일 자유선진당은 창당대회를 치르기 위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강삼재 전 의원이 창당준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외부인사 영입과 총선 준비 등을 서두르고 있다. 외부인사 영입 계획에 대해 강 위원장은“당 이념과 취지에 동감하는 분들에 문호가 개방돼 있다. 창당작업이 본격화됐기 때문에 2월 1일 창당 전까지 많은 분들이 우리와 함께할 것을 기대한다. 상당한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회창 전 총재가 정치활동에 미련이 없고, 지역구 출마도 미련이 없다고 알려지면서 이 전 총재 없이 자유선진당의 창당과 흥행, 유지가 얼마나 될 것인지도 관심사다. 이 전 총재는“당 안에서 뭘 할 것이냐는 아직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 우선 공정하게 순정한 기분으로 국민 지지받는 정당 만드는 일이 우선 시급하고 현안이다. 그런 다음에 단계가 되면 그런 점에 대해(총선 출마, 정치활동 등)에 대해 말씀드릴 기회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선진당은 지난 달 22일 국민중심당과의 당대당 통합에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1일 열릴 창당대회에 이어 이달 12일에 통합을 마칠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노동당, 제3의 길을 찾았나
▲ 지난 달 17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서울 영등포 민주노동당사를 방문해 심상정 민주노동당 비대위원장을 만나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에 협조를 요청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는 대선 패배 이후 당내 갈등이 증폭됐다. 민노당의 대선 후보였던 권영길 전 대표가 3%의 득표율을 보이며 참패한 데 대한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정파 간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2000년 진보정당의 깃발을 내걸고 창당한 민노당의 최대 위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민노당의 이번 대선 참패와 그 이후의 행보는 불안해 보인다. 이는 단순히 대선 참패를 떠나서 오는 4월 9일 실시될 18대 총선에까지 그 여파가 미칠 것이고, 이는 민노당의 몰락 가능성도 점쳐지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17대 국회에서 의석 9석을 가지고 4년간 원내정당으로 일당백의 역할을 해내며 공들인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위기로 인식되는 만큼 뚜렷한 자구책이 요구됐다. 그 첫걸음으로 지난 달 12일 결성된 심상정 의원이 수장이 되어 이끄는 비상대책위원회에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 제2의 창당을 선언하고 당 수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심 의원은“샛길을 찾지 않고 당당하게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며 대대적인 혁신을 선언했다. 그동안 자주파(NL)와 평등파(PD)간 갈등으로 분당 위기까지 갔다가 평등파 출신인 심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하고 당내 갈등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민노당의 비대위는 총선 이후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때까지 당헌, 당규에 따라 최고위원회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비례대표 추천권을 가지게 되었다. 심 비대위원장은“심상정 비대위 출범은 위기에 대한 일시적 대응이 아니라 과감한 혁신으로 당의 위기를 당당하게 극복하겠다는 각오와 결의의 표현”이라면서“민주노총당, 운동권 정당, 친북정당의 낡은 요소를 과감하게 혁신하고 새롭게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민노당이 민노총에 과도하게 의존해왔고, 당의 노동전략이 부족했다고 판단한 심 위원장은 향후 민주노총 할당제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노동전략, 노동정치의 핵심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심 위원장이 평등파라면 민주노동당내 다수를 차지했던 자주파는 소위말해‘종북(從北)주의’를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외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심 비대위원장도“우리나라가 분단 상태에 있다 보니 남북관계에 있어 과도한 부분이 있고, 그것이 국민에게는 북한 지도노선을 추종한다는 오해가 있는데 과감히 혁신하겠다”고 밝혀 종북주의 논란을 종식시키려는 시도를 했다. 심 위원장은“당내 다수파인 자주파는 종북주의가 아니다. 학생시절 통일운동을 열심히 한 극히 일부가 그런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었지만 국민이 납득할 만큼 당이 종북주의를 책임 있게 처리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북한 정권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가 평화통일 방안의 핵심이며 당의 평화통일 비전을 재정립해 나가겠다”고 밝혀 여전히 민노당의 관건은 이념과 정체성에 있음을 드러냈다. 민노당은 현재 태안 기름유출사고 대책 마련을 첫 사업으로 정한 뒤 삼성중공업 책임을 묻고 보상과 피해 복원을 위한 특별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민노당이 새롭게 내건 '생활 진보정당'의 취지를 살린 첫 사업인 셈이다.


창조한국당, 문국현을 넘어라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대표측도 대선 이후 잠시 대점휴업상태를 보였다가 본격적인 총선 채비에 들어갔다. 지난 대선에서 137만표를 얻은 괴력을 발휘했던 창조한국당은 이 같은 성적에 대해 스스로“이명박 정부와 범한나라당 세력에 맞설 유일한 야권세력의 기반을 구축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대선득표율이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였기에 얻어진 지지율 측면이 크고, 유권자들이 문국현 후보가 아닌 창조한국당의 일꾼을 총선에서 선택해주기란 현실적으로 높은 벽이 있다. 오히려 정당지지율 측면에서는 민노당에 뒤지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창조한국당은 김영춘 의원과 정범구 전 의원 등이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통합이나 연합공천 등의 문제로 문 대표와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의 독자노선이 오히려 창조한국당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의견과 지금이라도 다른 정당들과의 연합이나 통합을 해 여의도 정치계에 입문하자는 의견이 당내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만약 문 대표와 창조한국당이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한다면 범여권의 뒤집기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당 안팎에서 문 대표의 행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문 대표는 자신의 총선 출마에 대해“공무원들이 많은 경기도 과천이나 근로자가 많은 서울 금천구, 제주도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당원과 국민들의 뜻을 중요하게 여길 것”이라고 밝혔다. 총선 출마 의사를 확고히 한 것이다. 창조한국당은 총선 전략에 대해“일단은 수도권에 선택과 집중으로 임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 표심 잡기에 적극적인 자세를 드러냈다. 또한“광주, 전남, 제주 등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해 전국지지 정당으로 성장할 의지를 보였다. 지난 달 2일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올해 안에 500만 명의 적극적 지지자를 확보해 총선에서 전체 의석의 10%인 30개 의석을 얻고 국정운영의 대안세력으로서 확고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500만명의 적극적 지지자들에게 두 달 남짓의 시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최근 들려오는 창조한국당의 여러 잡음으로 인해 그나마 있던 지지세력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시점에서 창조한국당의 획기적인 돌파구는 시급하다.

민주당, 결과만 보여주자
민주당의 운명은 기구하다. 민주당은 그동안 여러 차례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합당을 시도해왔다. 표면적으로 두 당이 합치지 못할 마땅한 이유가 없어 보이기에 두 당의 합당은 이미 정치권에서 예견된 일로 여겨졌지만, 문제는 통합의 과정과 형태에 있었다. 흡수가 될 것인지, 당대당 통합이 될 것인지, 합당이 될 것인지를 양 당이 조율하지 못했고, 그에 따른 의원들의 지분 문제 또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그동안 여러 잡음이 생겨났다. 지난 달 22일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통합된 정당이 내부 쇄신을 통해 국민이 바라는 인물들이 공천될 수 있도록 객관적 기준에 의한 공천 원칙을 세울 것”이라고 대통합민주신당에 제안한 상태다. 그는“강력한 중도개혁 통합정당이 총선을 통해 양대정당으로 도약한다면 정치불신을 초래한 여야 극한대립과 국민 편가르기 정치를 극복하고 대화와 타협에 의한 생산적 정치, 국민통합의 정치를 이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의‘통합’제안에 대해 신당 측은 취지에 동의하지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우상호 대변인은 박 대표의 이 같은 제안에“정책노선이 유사한 정치세력이 통합을 이뤄 강력한 야당을 재건해야 한다는 취지에 동의 한다”면서도“그러나 지난해 몇 번의 통합노력이 무산된 경험에 비춰 신중하면서도 진지한 대화가 조용히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해 합당과 통합, 흡수 등의 양 당간의 거래가 오고가면서 유권자들로 하여금 정치적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 사실이고, 그것은 곧 여권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다시금 통합설이 나돌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 여론이 수긍해줄 지는 미지수다. 박 대표의 통합 제안에 대해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는“지분이나 조건에 의한 통합은 실패하기 십상이고 더 큰 실망을 줄 수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기득권과 조건을 내세우지 않는 진정한 통합의 노력과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총선용 정계 개편
현재 정당구도는 차기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독주하고 있다. 이를 견제할 야당은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당, 민노당, 자유선진당, 창조한국당 등으로 분열되어 있다. 한나라당이 국회권력까지 장악하지 않게 하기 위해 야당들은 합당과 창당을 반복 중이다. 한나라당의 독주체제를 막고자 각지에서 창당과 합당을 하고, 독자 노선을 걷고, 세를 불리고 있다. 이는 다가올 총선용 정계 개편이 아니냐는 정치권 안팎의 예상이 있지만 그 어디에도 우려하는 기색이 없다. 총선은 두 달여 남았고, 차기 정부는 한 달 안에 출범한다. 당분간 여의도는 숨가쁘게 돌아갈 전망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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