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개혁 바라는 미국

지난 달 3일 미 아이오와주 코커스를 시작으로 2008 미국 대선이 시작됐다. 길게는 1년 여간 진행되는 미국 대선은 복잡하고 긴 과정 때문에 자국민들도 뚜렷하게 선거 진행 상황을 꿰뚫고 있기 힘들다. 하지만 이번 2008 미국 대선 레이스는 독특한 대결구도가 펼쳐짐에 따라 전세계인의 관심이 미 대륙으로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는 흑인 초선 상원의원인 버락 오바마와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힐러리 클린턴의 활약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오는 5일 20개 이상의 주에서 일제히 코커스와 프라이머리인 예비경선을 개최한다. 캘리포니아, 뉴욕, 일리노이, 뉴저지, 매사추세츠 등 대의원 규모가 큰 지역들이 경선을 치르는 날이라‘슈퍼 화요일’인 5일의 경선 결과는 사실상 미 대선의 큰 방향을 제시할 전망이다. 이미 지난 달 3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의 승리가 있었고, 뒤이은 8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오바마에게 역전승 함으로써 나란히 승리의 영광을 안았다. 이어 15일 미시간 프라이머리에서 공화당 후보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39% 득표로 1위를 차지했다. 19일 네바다 코커스에서 민주당은 힐러리가 승리를 차지했고, 공화당은 다시 롬니가 선두에 섰다. 19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는 공화당은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26일 같은 주에서 민주당은 오바마가 승리를 거두었다. 이어 15일 미시간 프라이머리에서 공화당 후보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39% 득표로 1위를 차지했다. 19일 네바다 코커스에서 민주당은 힐러리가 승리를 차지했고, 공화당은 다시 롬니가 선두에 섰다. 19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는 공화당은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26일 같은 주에서 민주당은 오바마가 승리를 거두었다.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미 대륙의 경선 레이스는 오바마의 돌풍과 힐러리의 눈물이 적절히 미 대선의 흥행 요소로 작용함에 따라 그간 치러졌던 그 어떤 대선보다 흥미진진한 이변을 만들어가고 있다. 따라서 슈퍼 화요일인 5일의 예비경선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날이다. 이날 열리는 각 당의 코커스와 프라이머리를 거쳐 미 대선의 윤곽이 대충 드러나게 되고 오는 8월 말과 9월 초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당대회에서 각 당의 대통령 후보가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결국 본선은 9월부터 시작인 것이다. 최종 11월 4일까지 각 당의 대통령 후보들은 치열한 대선전을 펼치게 된다. 이렇게 오랜 시간 순차적으로 경선을 치르다보니 대선의 주역과 분위기는 언제든지 변동 가능하다. 그것은 표심을 움직이는 주요인이 되기도 해 순식간에 판세가 역전되거나 신흥세력이 떠오르는 경우가 벌어지는 것도 미국 대선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같은 민주당 후보인 오바마와 힐러리에게 언론과 세인의 관심이 쏠리다 보니 타당의 후보들이나 민주당의 군소후보들에게는 유권자들의 시선이 머물지 못하고 있다. 지난 달 3일 열렸던 미 대선의 첫 번째 경선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가 힐러리를 제치고 승리를 차지했다면, 공화당에서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예상을 뒤엎고 아이오와에서 1위를 차지했다. 경선 전까지 아이오와주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지켜왔던 힐러리였으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오바마에게 패해 미 대륙에 충격을 던져주었다면, 공화당의 허커비의 승리도 예상치 못한 결과임에 이견이 없었다. 허커비는 침례교 목사 출신의 전 아칸소주지사였고, 허커비와 경쟁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스주지사는 그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려온 후보였다. 심지어 힐러리는 오바마뿐만 아니라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에게 2위 자리마저 빼앗기는 결과를 낳기도 했는데, 이것은 며칠 후에 있었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 역전승 요인으로 작용해 대선 판도를 뒤집기도 했다.
힐러리와 오바마, 에드워즈 외에도 민주당 경선 후보에는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주 주지사, 존 바이든 상원의원, 크리스 도드 코네티컷주 상임의원, 마이크 그레이블 알래스카주 상원의원, 데니스 쿠치니치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이 있다. 공화당 후보로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위를 차지했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주 주지사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1위를 차지했던 존 매케인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이 선두 그룹이고 그 뒤를 바짝 쫓는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주 주지사가 있다. 이밖에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 프레드 톰슨 전 테네시주 상원의원, 작가인 앨런 키어스, 론 폴 텍사스주 하원의원, 던킨 헌터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등이 공화당의 군소후보다.

특별히 복잡한 미 대선 레이스
▲ 미 대선 레이스 시작 직전부터 돌풍을 몰고 있는 민주당 오바마 후보는 다양한 인종, 문화적 경험을 바탕으로 통합과 포용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미국 정치의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올해 미국 대선은 1월 3일 시작해 11월 4일 대통령이 결정된다. 약 10개월 동안 미 대통령 선출을 위해 각 당의 경선과 전당대회, 총선거 등의 일정이 펼쳐지는 것이다. 코커스와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치러지는 각 당의 경선에는 그 안에 승자독식제도와 비율별로 대의원을 나눠 갖는 방식이 역시 당별로 다르고 주마다 다르다. 즉 미국은 대통령을 뽑는데 있어서 당의 경선은 직접선거제도를 택하고, 최종 대통령 선출은 간접선거제도를 택하고 있다. 즉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예비선거들은 대통령을 뽑는 것이 아니고,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것이 되며, 정확히 말하자면 대통령 후보를 뽑을 대의원을 뽑는 것이다. 자국민들도 길고 복잡한 미 대선의 과정에 대해 정확히 알기 힘들 정도로 난해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미 대선은 건국 초기부터 선거인단 제도를 통한 간접 선거 방식을 채택해왔다.
미 정치의 대표 양당인 공화당과 민주당은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방법으로 코커스 방식과 프라이머리 방식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고, 이는 주마다 선택할 수 있다. 대선 레이스 첫 스타트였던 아이오와에서는 코커스 방식을 택한 것이었고, 이어 역전승이 일어났던 뉴햄프셔에서는 프라이머리 방식을 이용했다. 코커스 방식은 일종의 당원대회라고 할 수 있다. 만 18세가 되는 투표권자가 민주당이나 공화당의 당원으로 등록이 되면 코커스에 임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당원 등록은 코커스가 치러지기 바로 직전까지 등록할 수가 있고, 당원들은 지지후보별 그룹으로 나뉘고 협상과 토론을 거친 뒤 최종적으로 후보별 지지당원의 비율에 따라 대의원을 배분한다. 여기서 대의원이란 전국규모의 전당대회에 나가 공식 후보 지명 투표를 하게 될 사람들을 말한다. 2008년 경선에서는 민주당은 1995명, 공화당은 1259명 이상의 지지 대의원을 확보하면 미 대선의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다. 현재 약 10개 주에서 코커스 방식을 택해 선거를 진행하고 있다.
프라이머리 방식은 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가 참여한다는 데 큰 차이점이 있다. 즉, 전국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를 선출할 대의원을 뽑는 것은 코커스 방식과 같으나 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보다 민주주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주에서 프라이머리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여기에도 패쇄형 프라이머리와 무소속 유권자들까지 참여하는 오픈프라이머리로 나눌 수 있는데 뉴햄프셔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으로 치러졌다.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예비선거임에도 불구하고 본선거와 맞먹는 선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 전국적인 인물로 급부상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코커스 방식과 프라이머리 방식에서 뽑힌 대의원들은 8~9월쯤 전국 규모의 전당대회장에 모여 최종적으로 자신들이 지지하는 당의 대통령 후보를 결정한다. 이때부터 각 당의 대선후보들은 전국 유세에 들어가고 TV토론회 등 각종 선거활동을 활발하게 하게 된다. 그리고 오는 11월 4일 치러지는 총선거에서는 민주당, 공화당을 비롯한 소수정당 후보 및 무소속 후보들이 모두 입후보하여 대통령을 뽑는다. 여기에 등장하는 독특한 방식이‘승자독식 제도’이다. 각 주마다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을 합한 숫자의 선거인단이 미리 배정되어 있는데 각 주에서 다수표를 얻은 정당이 해당 주에 배당된 선거인을 모두 차지하는 방식을 말한다. 따라서 본격 선거 유세 기간에 대선 후보들은 자신들의 전통적 지지 지역에선 선거운동을 열심히 할 필요가 없는 것이 어차피 큰 차이로 이기나 한표 차로 이기나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데는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통적 지지 정당이 없는 이른바 Swing State 지역은 부동층이 많은 곳으로 약 10여개 주가 여기에 해당한다. 후보들은 사활을 건 총력전을 이 지역들에서 펼칠 수밖에 없다. 이어 12월 5일 선거인단들의 투표가 다시 있어 대통령 당선을 확정짓고, 내년 1월 20일에 취임하게 된다. 보통은 선거인단이 자기 주에서 승리한 후보에게 일괄 투표를 하지만 의외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있다. 지난 2000년 대선때는 부시가 확보한 선거인단수는 271명이었고, 고어 후보 선거인단수는 267명이어서 만일 부시측 선거인단에서 3명만 반란표가 나오면 고어가 당선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부시측 선거인단 전원은 찬성표를 던졌고, 오히려 고어측 선거인단 1명이 무효표를 내면서 결국 부시가 대통령으로 선출됐던 사례도 있었다. 따라서 다 된 것 같으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풀 수 없다는 것 또한 미 대선의 특징이다.

오바마와 힐러리로 끝이 아니다
민주당 경선 결과는 오바마와 힐러리의 승리와 고배가 반복되고 있지만 결국 이번 미 대선을 세계적으로 흥행시킨 것은 두 후보라고 볼 수 있다. 초반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던 힐러리는 미국 최초의 여성대통령 탄생 가능성을 보이고, 경선이 진행되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바마는 미국 최초의 흑인대통령을 꿈꾸고 있다. 두 후보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이유는 현재 미국인들에게 지겨운 부시 행정부와 반대로 신선한 변화를 이끌어올 수 있는 존재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 인물이 흑인이든, 여성이든 개의치 않는다는 미국인들의 열린 사고는 8년 전과 대비된다. 다문화 다인종 국가지만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던 인종차별과 영향력 있는 여성정치인의 부재는 선진국가의 약점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바마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상당수를 백인이 차지하고, 힐러리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강한 카리스마를 가짐과 동시에 눈물을 보이는 등의 인간적인 면모를 힐러리에게서 발견한다. 공화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당을 바꾸고 오바마를 지지하는 것도, 클린턴을 부정했던 사람들이 힐러리에게 찬성표를 던지는 것도 미국 사회에 변화와 개혁의 바람에 솔직하고 인간적인 냄새가 실려오길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 공화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인 매케인 후보는 테러용의자 고문에 대한 명백한 입장을 밝히는가 하면 지구온난화 대책마련을 주장하는 등 당내 입장보다는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밝히는 강직하고 일관된 모습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여론은 분명 오바마와 힐러리를 주목하고 있지만 결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는 두 명 중 한명이다. 그 다음 공화당 대통령 후보와 본격 대선 경쟁을 펼치게 되는데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존 매케인은 이번 대선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 중에서 가장 최고령자인데다가 지난 2000년 대선에서도 조지 부시 현 대통령과 박빙의 승부를 다퉜던 연륜을 가지고 있다. 매케인은 최근 그의 딸 매갠이 젊은층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큰 역할을 하는 등 점차 지지세력층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와 오바마를 꺾을 수 있는 공화당 주자는 매케인이 가장 강력하게 꼽히고 있는 것을 보면 유권자들은 그가 가진 소신과 일관성을 높이 평가하는 듯 하다. 매케인은 이라크전 지지 등과 관련해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도 단 한 번도 자신의 소신을 꺾지 않은 것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여성과 흑인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민주당 후보들에 비해 매케인은 최고령자(72세)라는 약점만 제외하면 궁극적으로 마지막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 신인이 가질 수 있는 신선함과 변화, 개혁에 대한 미국민들의 염원까지 보듬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 대선은 이제 겨우 예비경선의 절반 정도까지 왔다. 앞으로 판세가 바뀔만한 변수와 그 변수들이 충분히 영향력을 발휘할만한 충분한 시간도 남아있다. 끝까지 그 흥행의 고삐를 놓지 않는 미국 대선레이스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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