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최초의 학력인정 주부 중·고등학교 설립해

18세기 계몽사상 시대에 교육철학자 루소. 그의 사상에 영향 받아 19세기 이후 줄곧 근대교육의 아버지라 추앙받는 신인문주의 교육사상가 페스탈로치. 그리고 민족 교육의 선구자 이승훈 까지. 과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교육계의 큰 발자취를 남긴 사람들이 존재한다. 오늘날 이들의 계보를 이어 한국교육의 역사를 현재로 만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 한국최초의 주부 학력인정학교인 한림 중·고등학교의 설립자 겸 학교장 이현만 교장. 그를 만나 교육자로서의 철학과 한림학교를 설립하기까지의 인생역정을 들어보았다.

1960년 불우 청소년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개교한 한림학교는, 1993년 2월 27일 한국최초 학력인정 주부 중·고등학교로, 그리고 마침내 2006년에는 초등학교를 신설하여 만학도들을 위한 배움의 장으로 성장 하였다. 이런 한림학교의 중심에 설립자인 이현만 교장이 있었다.

Q. 우선 한림학교의 발자취를 소개해 준다면.

▲ 한림초중실업고등학교 이현만 설립자 겸 교장
- 우리 한림학교는 1960년 초 서대문 홍제동의 공터에 처음 세워졌다. 지금과는 다르게 당시에는 사회 여건상 근로·불우청소년 들이 많이 있었으므로 이들을 위한 천막학교로 시작하였다. 한국전쟁이 끝난지 얼마 안 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교육의 기회조차 거부당한 50여명의 불우 청소년들을, 내가 조직한 ‘전국 고학생 동진회’가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당시 건학이념은 배움의 기회를 박탈당한 불우 고학생들에게 배움의 기쁨을 가르치자는 취지였다. 현재의 빵도 중요하지만 배움의 욕망을 갖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배움을 통한 미래의 희열을 맛보게 하자는 단순한 것이었다.

Q. 그런 취지에서 세워진 천막학교가 지금의 한림학교 인가.

- 배움의 욕망에 불타있고 그 길을 가고자 노력하는 아이들의 이상과 꿈을, 눈에 보이는 현실로 만들어 주기위해 세워진 천막학교. 그것이 한림학교의 첫 발걸음 이었다. 그런데 홍제동의 터가 국유지였으므로 현재에 있는 장지동으로 발길을 돌려 다시 하나하나 천막을 올리고 학교를 세웠다. 당시에는 밭이었는데 나와 아내가 매일같이 삽을 들고 나와 터를 잡고 천막을 쳤다. 내가 수학과 사회를, 내 아내가 국어와 영어를 가르쳤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어려움이 많았다. 찬바람을 막을 교실 하나라도 벽돌로 지으려면 돈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인쇄소, 양계장, 오동나무 묘목 재배등을 하면서 자금을 조달했다. 낮엔 죽도록 일하고, 밤엔 죽도록 아이들을 가르쳤다. 물론 많이 힘들었지만 ‘나는 교육자다. 그리고 배움을 즐거워하는 학생들이 있다’라는 마음으로 버텼다.

Q. 검정고시제도 개편과 학력인정 등 고학생들의 권익에 앞장섰다고 들었다.

- 졸업한 학생들이 상급학교로 진학하기 위해서는 검정고시를 치러야 했다. 당시 검정고시는 1년에 한번 있었고, 일괄적으로 주관하는 주무관서도 없었기에 문제 난이도가 지역별로 상이해 시험 합격률이 5%밖에 되지 않았다. 주경야독하는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검정고시제도가 이래서야 되겠는가. 그래서 당시 하점생 서울시 교육감을 찾아가 이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안을 말했다. 또한 교육신보에 ‘검정고시 제도에 대한 소고’라는 논제로 논문을 발표하였다. 다행히 안팎에 여론이 좋아 결국 검정고시 제도가 개선되었고 합격률이 상당히 높아졌다. 이렇게 되니 더 욕심이 생겨 시험을 치지 않더라도 학교에서 공부한 3년 노력을 인정받게 해 주고 싶더라. 그래서 학력인정을 추진하였다. 서영훈 대한적십자사 총재, 조덕송 조선일보 논설위원, 중앙일보 김승한박사 등의 도움을 받아 여론을 형성하고, 국가안전보장위원회에 숱한 민원을 넣은 끝에 결국 한림학교의 학력인정을 받아 냈다.

Q. 이처럼 경제적으로 어렵고 배움의 기회가 없는 학생들에게 길을 열어 주었는데, 갖고 있는 교육철학은.

-‘아버지로 부터는 생명을 받았고, 스승으로 부터는 생명을 보람 있게 하는 것을 배웠다’〈풀루타크 영웅전〉에 나오는 말이다. 내가 교육자로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나의 스승 덕이다. 그 분이 바로 서영훈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다. 내가 심적, 육체적으로 힘들 때, 고민할 때, 학교 설립할 때, 검정고시제도 개선, 학력인정 등 많은 어려운 일이 내 앞에 있을 때, 숱한 일을 할 때마다 항상 내 옆에 계셨다. 나의 교육철학은 나의 스승이다. 내가 필요할 때, 내가 필요한 사람이 있을 때 그의 옆에 있어주는 것. 그렇게 내가 배우고 받아온 것들을 다른 사람을 위해 쓰는 것. 그것이 나의 교육철학이고, 삶의 철학이다. 앞으로도 계속 해 나갈 것이다.

Q. 한림학교의 앞으로의 비전은.

▲ 한국의 교육제도에 적응하지 못한 능력있는 청소년들이 학교라는 틀에서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수 있게 만들어주는 한림 대안한교
- 예전 우리의 어머니, 누이는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형제들을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했어야 했다. 당시에는 아들 한명이 그 집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그 집안의 장손에게 모든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이 때문에 여성들이 배움의 기회가 적었던 것이다. 한림학교는 그것에 집중하여 주부들, 여성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배우지 못한 한을 풀어보려 애썼다. 학교의 정식명칭이 한림 주부 중·고등학교인 것도 이것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여성이라 해서 교육의 장에서 차별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요즘은 한국의 교육제도에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학교라는 틀에서 이탈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학교의 틀에서 벗어나 방황하는 잠재력있는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에 집중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Q. 계획하고 있는 대안학교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한다면.

- 전 세계가 그렇듯 우리나라의 사회 또한 급변하고 있다. 획일적인 가치관을 가졌던 과거와는 달리, 현대의 인간은 다양화된 가치관, 성격, 특성을 갖고, 인간 한명 한명의 인격체로서 존중 받기를 원하고 있다. 이는 호기심이 많아 새로운 것을 흡수하고 빠르게 받아들이는 청소년들에게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가치관이 변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아이들은 이것을 받아들이고, 개인이 하나의 객체로서 존중받기를 원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과거 획일화와 몰개성화, 튀면 잘려 나간다는 생각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학교를 견디지 못하고 이탈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학생들이 무방비로 사회로 나오게 된다면 이는 명백한 국가적 손실이다.

이들은 학교의 부적응자도 아니고 탈락자도 아니다. 능력이 뛰어나고 개성이 특별해서 학교교육이 이들의 역량을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학교 교육의 문제가 학생들에게 전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공교육에 소외 되어있는 청소년이 배움의 시기를 지나친다면, 그들의 위대한 능력이 죽어버리는 것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여기서 대안학교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이들의 개성 하나하나를 최대한 존중하고 잠재되어있는 능력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인격체 하나하나의 개성이 존중되는 곳이 대안학교이다. 이런 대안학교에 집중해 우리 아이들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펼칠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지금 경제적인 여건으로 인해 힘들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조감도
- 순간에는 시련이며 역경이라고 여겼던 모든 것들이 뒤돌아보면 자신을 단련시키고 키워준 힘이 된다. 지금 거친 바람과 눈보라만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따뜻한 햇살과 촉촉한 단비처럼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도움의 손길을 찾아보라. 없다면 나에게 오라.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다면 나에게 오라.

불우청소년의 교육을 책임지고, 만학의 꿈을 실현시키고자 노력하는 이현만 교장은, 실력과 냉철한 머리로 사리사욕만 챙기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회초리이다. 그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교육자로서의 의지는 국가가 하지 못한 일을 자신이 해냈고 앞으로 해 나갈것 이라는 힘이 느껴진다. NP

 “전국에 있는 불우한 아이들을 위해서 그만큼 절실했기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걸어야만 했다. 그 아이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면 두려울 것이 없다”

 “교육을 하면서 나는 인간의 위대한 힘을 순간순간 느낀다. 그런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학생들을 일깨우는 이 일에 평생을 바쳐온 것이 더없이 행복하다”

한림(주부 중·고등)학교 이현만 교장 약력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학 석사 ■ 원광대학교 명예교육학 박사 ■ 대한적십자사 서울시 대의원 ■ 사단법인 학력인정평생교육시설학교 창립자 겸 초대연합회장 ■전국근로청소년학교 연합회장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