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이어 3세까지 속속들이 등장해
최근 영화‘추격자’에서 연쇄살인범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가 있다. 지난해 드라마‘히트’를 통해 큰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던 하정우는 중견배우 김용건의 아들이기도 하다. 그는 배우로서 인정받기 위해 김용건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오랜 기간 밝히지 않았고, 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2세 연예인, 홀로서기에 성공하다

가요계에도 이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중견가수 태진아의 아들로 잘 알려져 있는 이루이다. 데뷔 초부터 태진아의 아들로 이름을 알린 이루는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감에 고민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루는 2집에서‘까만안경’, ‘흰눈’등을 연거푸 히트시키며 당당히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지난 2월에는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데뷔 3년 만에 첫 단독 콘서트를 성황리에 개최하여, 태진아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등 감동의 무대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미 연예계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홀로서기에 성공한 2세 연예인들이 많다. 최무룡-최민식, 허장강-허준호, 김무생-김주혁, 연규진-연정훈, 조경수-조승우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와 관련해 한 대중문화평론가는“부모의 뒤를 잇는 2세 연예인들은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쉽게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며, “부모를 뛰어넘는 연기력과 개성, 또는 결과물을 선보이지 못하면 연예인 2세들은 쉽게 대중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3세 연예인이 주목받고 있다
2세 연예인에 이어 3세 연예인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며 세간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중견배우 이덕화 부녀가 4월 첫 방송하는 SBS 새 일일극‘애자 언니 민자’에 동반 출연하는가 하면, 얼마 전 가수 전영록과 배우 이미영의 딸 전보람이 화장품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미국 보스턴의 뉴베리칼리지 출신으로 2년여 전부터 방송 데뷔를 준비해온 이덕화의 딸 이지현은 지난 2005년 MBC‘스타자서전-이덕화 편’에 출연해 앳된 외모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제 할아버지인 영화배우 故 이예춘과 아버지 이덕화에 이어 3세 연예인이 되는 셈이다. 전보람은 지난 1월 SBS‘잘 먹고 잘 사는 법’에서 이미영과 함께 출연해 뛰어난 미모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고, 지난해 국정홍보 CF와 가수 키리의‘Feeling You’뮤직비디오에 출연한데 이어 최근 화장품브랜드‘조성아 루나’의 모델로 발탁돼 화보 촬영을 끝마치기도 했다. 이로써 할아버지인 영화배우 황해, 할머니인 가수 백설희, 아버지인 가수 전영록과 어머니인 배우 이미영에 이어 3대째 가업을 이어가게 됐다.
한편, 이지현과 전보람에 앞서 2세 연예인으로 유명한 조형기의 아들 조경훈, 김희라의 아들 김기주, 독고영재의 아들 독고준 등이 3세 연예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조경훈은 지난 2006년 KBS2 시트콥‘웃는 얼굴로 돌아보라’에서 우희진을 짝사랑하는 연하의 고교생으로 출연해 잘생긴 외모로 주목받았으며, 김기주는 지난 2001년 1집 앨범‘남자의 이름으로’를 내며 가수로 활동했고 군제대후 연예계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2003년 SBS 공채 10기 탤런트 출신인 독고준은 SBS 드라마‘토지’, 영화‘미친 거 아니야’, 채널 CGV 드라마‘색시몽’등에 출연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그 열기는 뜨겁다

안성기를 쏙 빼닮은 큰아들 안다빈은 훨칠한 키와 세련된 분위기로 요즘 온라인에서 일명‘훈남’으로 통한다. 현재 미국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있고, 미니홈피에 가족사진을 비롯한 감각이 돋보이는 사진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안성기는“괜히 바람이 들까 걱정된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의 홈경기 치어리더로 활약했던 서효명은 전 농구선수 박찬숙의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심을 끌었다. 170cm의 큰 키에 깜찍한 외모를 소유한 서효명은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서 연기를 전공하면서 연예계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한편, 얼마 전 한 일간지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2세 연예인들의 등장은 부모의 후광을 입은 특혜이자 세습’이라는 설문에 대상자의 84%가량이‘그렇다’고 대답해 부정적인 대답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예인이 인기직종으로 떠오르면서 일반인에게 그 진입 장벽이 높은 반면, 2세 연예인들은 여러 가지 점에서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해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따가운 여론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연예인 대물림 현상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성공열쇠는 무엇보다 스스로의 노력
“많은 분께서 그 방송을 나오기 위해 실력을 갈고 닦고 피눈물을 흘리는데 저희는 아빠 덕분에 쉽게 나와서 장난처럼 하고 들어갔으니 욕을 먹어도 싸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8월 방송된 SBS‘이적의 음악공간’에서 불거진 가창력 논란에 대해 사과를 건넨 가수 미로밴드의 서동천은 코미디언 서세원의 아들로 데뷔전부터 유명세를 탔다. 미로밴드는 이날 방송에서 록밴드 너바나의 곡을 불렀다가 가창력 부족으로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았다. 불안한 음정에 박자를 놓치는가 하면, 격렬한 헤드뱅잉도 눈살을 찌푸리게 해“노래방에서 악쓰는 것 같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이에 서동천은‘사죄의 말씀’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제가 부를 수 없는 음역대의 노래였지만 그때 심정으로는 제가 워낙 못하니까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시고 자신있게 좋아하는 것을 하는 걸 귀엽게 봐주실 거라고 생각했다”며, 음악공간 사건에 대한 해명과 함께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이들을 보는 시선은‘완전히 방송을 장난으로 알고 깽판 부린 양아치들’이라는 식으로 서동천 자신의 표현대로 차갑기만 했다. 또“아빠가 아니면 불러주지도 않았을 곳”이라는 그의 말대로 실력, 인기 모든 면에서 부족한 밴드가 지상파 음악방송에 나온다는 것은 아버지인 서세원의 유명세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외에도 가수로 데뷔하는 설운도의 아들도 MBC‘일요일 일요일 밤에-몰래카메라’에 출연해 화제가 됐고, 이영하-선우은숙의 아들 이상원 역시 부모와의 잦은 TV 동반 출연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연예인 부모를 두면 데뷔 초반 얼굴을 알리기에는 유리할지 몰라도, 이후에 스타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순전히 자신의 몫이다. 스타로 가는 지름길인 것 같지만 자칫하다가는 부모의 그늘에 가려지는 결과를 낳기도 하고, 화려한 데뷔 이후 더욱 좌절감을 맛볼 수도 있다. 아무리 잘나가는 2세 연예인이라 할지라도 스스로의 노력이 성공의 열쇠라는 것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NP
이나라 기자
35shine@inewspeopl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