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를 거쳐본 이들은 안다. 그 시기에 얼마나 큰 고통이 얼마나 큰 혼돈이 가끔 오아시스처럼 찾아오는 행복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만화가 강도하는 단호하게 이야기하더라.“10대 소녀의 방에서 나는 향기로운 만을 경험한 20대 남자들은 없다.”라고.
임보연 기자
강도하는 만화가이다. 2004년 인터넷에 연재되면서 주목을 받은‘위대한 캣츠비’를 그리고 캣츠비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대한민국만화대상까지 수상하면서 관심을 받고 있는 만화가이다. 그러나 사실 강도하는 83년 데뷔한 이래 무려 20여 년간 만화를 그려온 강성수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를 만나러 홍대 앞으로 가는 길, 어떤 사람일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다.
캣츠비 위대할까
고양이 얼굴을 한 옥탑방에 사는 캣츠비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순정파의 백수를 업으로 하는 주인공 캣츠비, 그를 떠나 다른 능력 있는 남자와 결혼한 옛 여인 페르수와 절망에 빠진 캣츠비 앞에 나타난 순진한 여인 선, 그리고 항상 캣츠비의 곁에서 그를 돌봐주는 단짝 하운두가 이끌어나가는 이야기는 오묘했다. 그저 웃기기만 한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허를 찔린 듯 숨이 턱 멎어버리게 잔인하고 순간순간 자신의 모습을 만화 속 인물에게서 발견하기도 하는 막강한 내공을 지닌 만화였던 것이다.‘위대한 캣츠비’는 소시민의 삶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철거 예정 달동네와 굽이치는 골목길, 그리고 이들의 사랑과 아픔이 독자들의 무뎌진 감수성을 툭툭 건드리고 있었다. 만화를 읽은 독자라면 알 수 있겠지만 제목에 붙은‘위대한’이라는 수식어는 캣츠비에게 너무 버거운 단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강도하는 왜 이러한 제목으로 캣츠비에게 버거운 삶을 부여하고 있는 것일까?“우연히 위대함과는 거리가 먼 친구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 친구와 다른 느낌을 가진 단어 중에 벅찬 표현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해 보았다. 그리고 역설적인 단어를 찾기 시작했다.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궁금해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위대한 캣츠비(당시 유명 소설이었던‘위대한 개츠비’를 이용하였던 것)로 제목을 설정하고 나서 캐릭터의 외형을 고양이로 바꾸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제목에 맞추어 의외의 설정을 하게 된 것이었다.”그는 캣츠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그 어떤 정의도 내리지 않았다. 작가의 해석으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이 차단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한 일이 될 거라면서 말이다.
강도하, 그의 당돌한 세상살이
강도하는 괴짜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만화가 중 하나이다. 그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해본다.“한 만화가 선배가 내 이름을 계속해서 기억하지 못했던 일이 있었다. 여러 번 보아서 분명 얼굴은 아는데 워낙에 후배들이 많다보니 일일이 이름까지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은 이해가 되었는데, 그래도 기분이 좀 그랬다. 다음에 선생님의 작업실을 찾을 일이 생겼는데 즉석 카메라로 자신의 사진을 한 장 찍어달라고 했다. 무슨 일인가 하면서 찍어주신 사진을 받아들고 밑에 내 이름을 써서 책상에 붙여놓았다.(웃음)그리고 내 이름 기억하신다.”
그런데 그 강성수라는 이름을 강도하로 바꾸었다. 왜?“강도하라는 필명은‘위대한 캣츠비’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뭔가 꺾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했던 일이다. 이름의 어떤 기운을 타고 싶지 않았다. 그 이름을 대하는 독자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려워, 실험적이야, 그림이 기괴해 라는 평들이 강성수의이름이 된다. 기괴하고 기이한 그림을 그리는 강성수라는 선입견과 이미지가 있었다. 그것이 무기일 수도 있으나 나에게는 불필요한 장식이었다. 작품으로 판단하게 하고 싶었다. 작품이 우선시되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이름으로 권력화 되면 안 된다.”그렇다면 강성수와 강도하의 변하지 않는 본질에 대하여 이야기해보자.“제가 어디 가나요?(웃음)그런데 만화의 1부는 그냥 흔하디흔한 만화였다. 그래서 강성수도 강도하도 없었다. 2부에서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3부에서는 내면의 캐릭터가 4부에서는 강도하가 그렸지만 강성수의 냄새가 났다. 차기작에서는 의도적이지 않아도 강성수와 강도하가 하나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 곧 그의‘위대한 캣츠비’를 영화관에서 볼 수 있게 된다. 영화화 작업에 들어간 위대한 캣츠비,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게 될까 궁금해진다. 대부분의 만화들이 연재 중일 때 판권이 팔리는 경우와 달리(만화가 박소희의‘궁’이라는 작품의 경우도 완결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드라마로 만들어 진 것이 아닌가.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면서 만화의 배경설정을 이용하는 것이다.)위대한 캣츠비는 11월 말 엔딩까지 영화사에서 기다려 보자고 했단다. 무엇보다 엔딩이 중요한 작품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1월이 되면서 슬슬 시동을 걸어 움직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영화로 거듭나기 위해서.“나는 영화화 한다는 것에 대해서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드라마 제안도 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이 모든 과정들이 나에게는 흥미로움이다.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강도하는 말한다.“만화가들은 직무유기 하지 말아야한다.”그는 만화가들은 남들이 가진 언어에 알파의 언어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가진 특별한 감성과 만화적 언어 감각으로 만들어내는 세계, 그것이 바로 만화가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사람들과의 교류를 좋아해서 인터뷰조차도 즐거운 마음으로 나왔다고 말하는 그는 오늘 기자와의 만남이 마지막 인터뷰였다. 한동안 작업에 몰두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묘한 흔들림으로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작업이기에 그는 오로지 한 작업에만 힘을 쏟을 예정이다. 또 어떤 세계로 독자들의 감수성을 마구 뒤흔들어 놓을지 마음 단단히 먹고 기다려야겠다.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