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 4.9총선의 표심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바랬다

대한민국 선거사상 최저의 46% 투표율을 기록한 제18대 총선이 끝났다. 유권자들의 정치권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치른 ‘왕따선거’였다. 민주주의 근본인 대의정치가 무너질 판이다. 반쪽짜리 선거였지만 그나마 매서운 민심만은 보여주었다. “안정론”과 “견제론” 사이에서 민심은 ‘견제’를 선택했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원했다.

23년 만에 보수 정권인 한나라당이 어렵사리 153석의 아슬아슬한 과반의석을 확보했다. 게다가 수도권 111석 중 81석을 확보하여 15대 총선 이후 12년 만에 수도권을 탈환했다. 이로써 이명박 정부의 집권 5년은 일단은 여대야소(與大野小)로 출발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의 한나라당의 성적표는 당초 예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국회의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다수를 차지할 수 있는 168석의 안정 과반수에는 못 미쳤기 때문이다. ‘경제살리기’ 일환인 규제혁신 등 각종 개혁조치들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한미 FTA 타결, 금산분리 철폐, 공기업 민영화 등 이명박 정부의 상징적인 경제 정책들의 실현을 위해서는 다른 정치 세력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특히 당내 친박근혜계의 협력은 절대적이다. 당 내외로 당선자가 60여명이나 되는 친박근혜계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선 정국을 풀어가기가 힘들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공천에서 막강한 힘을 행사했던 이대통령계 측근인 이재호, 이방호 등이 유권자의 심판으로 줄줄이 낙선됐다. 유권자들은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더불어 ‘자유선진당’에 힘을 주어 한나라당에 경고음을 보낸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대통령과 한나라당 주류는 독선, 독주의 행태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주류는 당 내외에 존재하는 친박근혜계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렸으며 ‘상생의 정치’를 국민에 의해 요구 받게 되었다.
한편, 386세대 정치인들이 대거 낙선한 통합민주당은 그나마 81석을 건졌다. 일단 숨을 돌리기는 했지만 개헌저지선(100석) 달성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선에 이은 잇따른 패배로 앞날이 더욱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학규, 정동영 후보 등 당의 간판 얼굴들이 여당에 패배한 것을 비롯해 수도권에서 완패하며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그 동안 당을 실질적으로 떠받쳐온 중진 리더그룹과 이른바 민주화운동 그룹과 386 운동권그룹이 줄줄이 낙선했다. 공천과정에서 ‘박재승 공천혁명’은 나름대로 국민에게 감동을 주었지만 국정실패의 책임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피해 갈수가 없었다. 민주당의 “토론만 하는 토론 정권”, “퍼주기에 집착한 무능한 진보”, ”현실을 외면한 이념정치”를 심판한 민심이 대선에 이어 총선에도 작용했다. 유권자들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제17대 총선에서 국회 과반이상의 의석으로 민주당을 밀어주었지만 거대 여당은 갈팡질팡하며 세월만 축 내었다. 국회는 민생은 돌보지 않고 개혁입법 투쟁 등 너무 정치화하여 국민들에게 배신감만 안겨주었다.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엄중한 심판이 내려진 것이다. 당분간 민주당은 자기 정체성을 찾는 일에 몰두해야 할 판이다.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와 차별화 되면서도 제1야당으로써 민주당의 정체성을 국민에게 인정 받아야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권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제1야당의 리더십을 찾지 못한다면 야당의 역사적 책무는 상실되고 민주당의 존재 마저 흔들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아무튼 이번 4,9총선결과는 그 어느 정당에도 과도한 의석을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렇다고 완전히 기회를 박탈한 것도 아닌 절묘한 표심의 작용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4월13일 ‘미.일 순방관련 대국민 기자회견’ 에서 4.9 총선결과와 관련,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면서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타협과 통합의 정치를 펴면서 경제 살리기와 민생 챙기기에 매진하라는 준엄한 명령”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여야 모든 정치권은 국민들이 대화와 타협을 통한 ‘공생의 정치’를 해주길 바라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더 나아가 생산적인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이익 우선의 ‘민생정치’가 필수적임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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