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초 단위 나눠 써야할 정도로 하루 일과 빡빡해

한국 우주인은 우주에서 어떻게 자고, 먹고 생활할까. 한국 우주인은 10일간 우주에 머물지만 실제 임무를 수행하는 시간은 고작 4,5일에 불과하다. 18가지 실험을 끝내려면 아무래도 그 시간이 부족하다. 실험에 따라 짧게는 하루에 5분, 길게는 35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주인개발단 관계자는“깨어있는 동안 분초 단위로 나눠 써야할 정도로 하루 일과가 빡빡하다”고 말했다.

한국 우주인이 1주일간 머무르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세포배양 실험, 1000마리 초파리의 중력감지 유전자 실험, 무중력 상태에서의 얼굴변화 측정 실험 등, 지금까지 우주에서는 한 번도 실시된 적이 없는 다양한 실험이 펼쳐질 계획이다. 이와 같은 실험결과뿐만 아니라, 우주인의 일상생활에 대한 대중들의 궁금증 또한 증폭되고 있다.

우주인의 주요임무는 과학실험
ISS에서는 식물발아생장 및 변이 관찰실험, 우주 공간에서 사용할 소형생물배양기 개발, 초파리를 이용한 중력반응 및 노화유전자의 탐색, 미세 중력이 안구압에 미치는 영향 및 우주환경이 심장에 미치는 영향, 무중력 상태에서의 균일한 크기와 모양을 갖는 제올라이트 합성과 제올라이트 필름 성장에 대한 각가지 실험이 진행된다. ISS에서 진행되는 과학 실험은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먼저 발사 때 무게를 줄이기 위해 우주인이 ISS로 가져갈 수화물은 45kg을 넘지 못한다. 따라서 각각의 실험 장비 무게가 3kg을 넘지 않는다. 전자 장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자기파의 방출도 엄격히 제한된다. 우주인의 안전을 고려해 깨지기 쉬운 유리 재질의 실험도구도 금지 품목에 들어 있다. 우주인 교육에 참가한 한 과학자는“러시아 측이 제시한 실험 장비의 성능과 견고함은 첨단 무기 수준에 가까워 방위산업체의 컨설팅을 받기까지 했다”고 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가장 기대하는 실험장비는 우주저울이다. 우주에서 동물의 각종 신체 변화를 실험할 때 정확한 몸무게 측정은 필수 전제조건이다. 이번 우주저울은 무중력 상태에서 5kg 미만 물체의 질량을 측정하는 장치로, 무중력 우주에서 질량을 재기는 쉽지 않은데 이 우주저울은 오차가 적은 게 특징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우주인의 몸무게를 측정하는 유사한 장비가 있지만 오차범위가 1∼2kg으로 커서 생쥐 같은 실험동물의 몸무게를 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한편, 한국 우주인은 무중력 상태에서 얼굴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매일 6장의‘셀카’를 찍어야 한다. 이 실험을 제안한 조용진 한남대 교수는“우주에서 사람의 얼굴 변화를 측정하는 연구는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우주인에게는 광물을 성장시키고, 한반도 상공을 관측하는 임무도 주어진다. 우주과학 실험의 목적을 국민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도 한국 우주인의 주요 임무 중 하나. 이를 위해 한국 우주인은 이틀간 캠코더 조작법은 물론이고 발음과 발성 훈련을 받았으며, 3급 아마추어 무선기사(햄) 자격증도 취득했다. ISS에 머무는 동안 국내 아마추어 무선 통신사들과 무전기로 교신하기 위해서다.

침낭은 기본, 이동식 침실까지
ISS에 머무는 우주인은 주로 즈베즈다 모듈에서 생활한다. 즈베즈다 모듈에는 침낭이 마련돼 있는 수면실이 있다. “무중력에서 잠자기는 매우 힘들었으며, 우주선 내 수면시설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이는 최초로 우주에서 잠을 잔 러시아 우주인 게르만 티토프의 평가다. 그는 1961년 8월 유리 가가린에 이어 두 번째로 지구 궤도를 돌면서 하루가 살짝 넘는 15시간 18분 동안 우주에서 지냈다. 그 뒤 잠자리는 개선됐지만 지상보다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위아래가 따로 없는 무중력 우수선 안에서 어떤 식으로든 잠을 잘 순 있지만, 둥둥 떠다니다 위험한 곳에 부딪히지 않으려면 어딘가에 몸을 고정하는 방식이 좋다. 보통 우주인들은 침낭에 들어가 잠을 자는데 이때 침낭은 벨트를 이용해 벽에 고정시킨다. 미국 우주왕복선의 갑판에는 네 명이 각각 잘 수 있는 칸막이 침실이 마련돼 있다. ISS에는 침낭을 설치할 수 있는 선실이 두 곳 있다. ISS를 방문하는 우주인들은 주로 러시아의 즈베즈다 모듈에서 벽에 붙은 침낭 속에 한 사람씩 들어가 잠을 잔다. 미국의 데스티니 모듈은 ISS에서 실험실 역할을 하는 곳인데, 5년 전‘임시수면실(TeSS)’이라는 이동식 침실이 하나 들어왔다. 간의탈의실처럼 생긴 이 시설은 우주인이 혼자 잘 뿐만 아니라, 옷을 갈아입거나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개인 공간이다.
한편, 우주왕복선이나 ISS에서는 24시간 동안 해가 뜨고 지는 광경을 16번이나 볼 수 있다. 둘 다 90분마다 한번씩 지구를 돌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망막에 들어오는 빛으로 하루의 시간을 판단하는데 이렇게 자주 밤낮이 바뀌게 되면 신체리듬이 깨지기 십상이다. 실제로 1997년 러시아 우주정거장‘미르’에서 5개월 가까이 생활했던 우주인 제리 리넨거는“4개월이 지나자 밤낮에 대한 감각이 사라져 잠잘 시간에 깨어있고, 낮에 대화하다가도 잠이 들어버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주에서 한번 잠이 들면 의외로 지상보다 편안한 상태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샌디에이고대와 하버드의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임스연구소가 건강한 우주인 5명의 수면패턴을 공동연구한 결과, 우주에선 잠을 자다가 일시적인 호흡곤란이나 호흡저하가 나타나는 비율이 지구에서보다 55%나 줄었다. 좁은 우주선에 갇혀 생활하는 우주인에게 좋은 소식도 있다. 우주에서는 코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자는 시간 가운데 코고는 비율이 17%(지상)에서 1% 이하(우주)까지 줄었다. 우주인은 보통 하루일과가 끝나고 8시간 정도 자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만일 전등이 켜져 있거나 우주선 창문으로 빛이 들어온다면 안대를 착용하고 잔다.

볼일은 초강력 진공 화장실에서
무중력 환경에서 한국 우주인이 겪을 또 다른 난관은 바로 생리현상이다. 지상에서는 그저 땅에 발을 딛고 문제를 해결하면 그만이지만,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ISS에서 볼 일을 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순간의 실수로 다른 우주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 있을뿐더러, 자칫 첨단 전자부품으로 가득 찬 우주선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ISS로 올라간 말레이시아 우주인은 잠깐의 방심으로 동료 우주인들의 원성을 산 일이 있다. 소유스 호를 타고 이륙한 뒤 ISS까지 가는 이틀 동안 한국 우주인은 기저귀로 생리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배설량을 줄이기 위해 발사 전날에는 밥을 굶고 우주선에 탑승하기 직전에는 화장실도 미리 다녀와야 한다. 한국 우주인이 ISS에 도착한 뒤 사용할 화장실은 일명‘폐기물 수집 장치’로 불린다. 이 화장실은 진공청소기처럼 순식간에 배설물을 빨아들인 뒤 탈수 장치로 물을 빼고 따로 저장한다. 소변은 깔때기 모양의 전용 소변기를 통해 본다. 물론 이 때 소변이 공중에 날아다니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ISS는 여성도 서서 소변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올해 ISS에는 최첨단 화장실이 새로 설치된다. 이 화장실은 소변을 박테리아를 이용한 첨단 정화기술을 이용해 식수에 가까운 물로 바꿔준다. 가격만 우리 돈으로 180억 원에 이른다.

한국 전통식품 10종으로 영양보충
지상 382km 상공의 ISS에 머물고 있는 우주인들에게 식욕은 남의 나라 얘기다. 낯선 우주에서 우리 몸은 환경에 맞도록 변화하기 마련이다. 지상과 달리 중력이 거의 0인 우주에서는 허리 아래쪽에 몰려 있던 혈액과 세포액이 허리 위로 올라오기 때문에 코와 목이 부어 향과 맛을 느끼는 신경이 무뎌진다. 평형감각을 잃어버려 생기는 우주비행멀미도 식욕을 떨어뜨리는데 일조한다. 위아래 구분이 없는 무중력 환경에서는 눈, 세반고리관, 관절 등 우리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 감각기관과 이를 관장하는 뇌 사이에 일대 혼란이 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입맛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음식문제로 인한 우주인들의 스트레스는 심각한 수준이다. 정기영 공군항공우주의료원장은“오랫동안 우주에서 생활하고 돌아온 우주인들이 밝힌 가장 큰 애로는 바로 음식으로 인한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한편, 우주식은 정말 맛없다는 20세기 우주비행사들의 푸념은 이제 옛말이다. 우주음식이 우주인의 영양보충뿐만 아니라, 지루한 우주생활에 활력을 주는 요소로 인정받으면서 지구에서 먹던 그 맛 그대로의 음식이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주비행을 하기 몇 달 전, 우주인은 150여 가지의 우주음식을 미리 맛보고 채점한다. 러시아 우주식은 정부 주도로 만들기 때문에 우주인에게 꼭 필요한 전통음식이 주를 차지한다. 보르시치(빨간 순무가 든 수프)나 트보로크(우유를 발효시켜 만든 음식)가 대표적인 예다. 이 밖에도 통조림에 든 생선이나 고기도 맛볼 수 있다. 미국은 일찌감치 상업화에 눈을 돌렸다. 치킨 콘소메와 버섯크림 수프, 치즈와 닭고기가 들어간 볶음밥, 과일 칵테일, 달걀 스크램블 등, 지금까지 200가지가 넘는 식단이 개발됐다. 떨어진 입맛을 자극할 한국 우주식은 김치, 밥, 고추장, 된장국 등, 한국의 전통식품 10종을 러시아 의생물학연구소(IBMP)로부터 최종인증 받았다. 한국 우주인은 소유스 호에 자신이 먹을 한국 우주음식 4kg을 싣고 우주로 올라간다. 한국 우주음식은 중력이 거의 없고 고립된 환경에서 오래 보관할 수 있으면서도 먹음직스러운 형태와 맛을 유지하도록 개발됐다. 밥은 고온살균과 무균포장으로 수분을 65% 함유했다. 수분을 이처럼 높이 유지한 이유는 차진 맛을 내기 위해서다. 김치는 고유의 맛과 씹는 느낌을 주면서도 국물이 흐르지 않도록 캔 안에 흡수패드를 넣었다. 매운맛과 짠맛을 줄이고 단맛을 늘린 고추장은 외국 우주인도 소스로 먹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NP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