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과 우주인 위한 기술이 신상품 개발로 이어져

우주개발은 19세기 미국의 서부개척과 비견된다. 험난한 환경 속에 묻혀 있는 미지의 광활한 장소에다 큰돈을 벌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2005년 기준 우주산업의 비즈니스규모(매출)는 전년대비 6% 증가한 총 888억 달러에 달한다. 주요 사업은 크게 인공위성과 발사체, 위성서비스로 나뉘는 데 위성서비스 분야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로 가장 높다.

▲ 군사적 목적에서 개발된 GPS기술은 네비게이션 뿐 아니라 농사에서 각종 산업까지 적용이 되고 있다.
5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저서『부의 미래』에서 ‘우주사업 1달러 투자가 7~12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며 우주가 부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일부에서는 수백억~수천억원이 들어가는 우주 개발 프로젝트가 일상생활이나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되냐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항공까지 확대하면 우주항공시장은 오는 2010년까지 300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될 만큼 거대한 시장이다. 우주기술은 이미 정수기, 전자레인지, 무선전동공구, 경량 골프채, 의료기기인 CT(단층촬영기기), MRI(자기공명영상 촬영기기), ABS, 태양전지 및 연료전지, 인공관절 및 치아용 임플란트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향후에는 휴대용 전화기, 인터넷, 고화질 TV, GPS(위성항법장치) 자동차 뿐만 아니라 자원 개발, 바이오, 기상 데이터 산업 등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넓다. 구 소련이 인류 최초의 의성인 스푸트니크1호 발사에 성공한 이후 수많은 우주 기술이 개발됐으며, 그 기술들은 민수 쪽으로 이전돼 인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우주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대 시장
▲ 우주 기술은 방사선과 무중력 치료요법에 적용돼 의학 분야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사진은 무중력 목, 허리디스크 감압치료기.
우주 기술은 무중력·고진공·극저온·극고온 등 혹독한 환경에서도 아무 문제없이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엄격한 검사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우주 기술은 지상에서 사용할 때 따로 시험을 할 필요가 없는, 이미 검증된 기술이다. 우주 기술이 급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1960년대 우주를 선점하려는 강대국들의 자존심 대결이 있었다. 미국 우주 사회재단(스페이스 파운데이션)은 1988년부터 스핀 오프 프로그램을 통해 우주 기술을 개발을 꾀하고 있다. 스핀 오프(spin off)는 우주 기술 개발 과정에서 발전되어 인류의 실생활에 공헌한 기술을 인정하는 제도로 해마다 (우주 기술 개발에 기여한) 우수 회사를 선정해 명예의 전당 홀에 전시하고 있다. 우주 사회 재단 이사장인 데빈 쿡 씨는 “인류의 삶에 기여한 우주 기술은 명예의 전당 메달을 수여 하는데 모든 기술들이 다 훌륭하지만 아무 기술이나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인류에게 많은 기여를 하고 인류의 삶의 질을 가장 직접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그런 기술들만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우주 기술 개발과 관련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찍이 우주 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대 시장’임을 인식한 중국은 지난 2005년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일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일본은 벌써 우주 기술을 생활 산업화하고 있다. 일본 도쿄 소재 우주 여행사인 JTB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우주여행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현재 개발된 몇 개의 우주 상품 중에는 10,000m에서 급강하 하는 비행기에서 무중력 상태 체험, 우주정거장 일주일 체험 코스, 1,000억원을 호가하는 달 여행 등이 대표적이다.

일상생활에 깊숙이 스며든 우주기술 GPS
▲ 밀폐된 우주선 내부의 공기를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는 방법을 찾던 중 식물에서 공기의 유해물질 농도를 성분에 따라 10~50% 줄이는 메커니즘을 찾아낸 것이 공기청정기의 개발로 이어졌다.
인공위성을 통해 위치를 찾는 GPS 기술은 본래 군사적인 목적에서 개발됐다. 우주에 위성을 띄워 올리고 적진의 위치를 점으로 표시한 뒤 각 지점에서 쏘아 올린 전파가 위성에 도착하는 시간을 계산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서 정확한 포격 위치를 찾아낼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지금의 내비게이션이나 사람 찾기 등의 위치추적시스템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GPS 기술은 한발짝 더 나아갔다. 이제는 농사에서 각종 산업까지 적용이 되지 않는 분야가 거의 없을 정도다. 농업 분야에서는 GPS 기술을 이용한 무선 원격 조종 이앙기를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GPS 단말기가 두 개의 위성과 통신하며 정확한 좌표와 방위를 수신한다. 그 좌표 값을 조종기에 입력하면 이앙기는 스스로 길을 찾고 모내기를 한다. 때문에 GPS 이앙기는 일손이 부족한 농가를 도와 안방에서 농사를 짓는 시대를 가져올 수 있다. GPS는 교량 점검에도 필수 장비다. 고속도로 등에서 교량을 점검할 때 사용하는 무인 교량 점검로봇(U-BIROS)은 한국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는 밑으로 하천이나 강이 흐르는 교량처럼 사람의 손이 닿기 어려운 위험 지대까지 상세하게 모니터할 수 있다. 로봇형 GPS는 파손 지점에 문제점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저장한 뒤 훗날 사람이 교체 공사를 할 때 정확한 지점을 찾아 효율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바다로부터 농지를 보호하고자 쌓는 방조제 작업 현장에서도 GPS는 빠지지 않는다. 특히 악천후에서는 GPS가 아니면 측량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 방조제 작업은 사전에 망망대해 한 가운데서 정확한 투하 지점을 찾아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H건설 한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물이 흘러가는 유량, 방향, 또는 유속을 재는데 (GPS를)사용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조제 작업 전 사람이 손수 GPS를 방수 처리해 바다에 띄워 보내면 이동경로가 위성에 전달돼 물살의 흐름과 속도, 그리고 투석 지점을 불과 0.5오차 범위 내에서 알려준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세찬 물살 한 가운데서도 한 치의 오차 없이 돌을 쌓을 수 있다. 이러한 GPS는 최근 두바이 공사현장에서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건물의 높이가 매우 높아 실측이 어려운 경우 이를 이용하면 정확하게 높이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분야에 획기적인 발전 가져온 우주 기술
20세기를 대표하는 10대 기술 중 하나로 분류되는 ‘레이저’는 최근 점이나 문신을 빼는 미용 성형에서 산업 기술까지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강력한 에너지를 좁은 면적에 집중적으로 발사하는 레이저는 물질의 필요한 부분만 흠집 없이 반듯한 모양으로 잘라 내거나 용접하는데 쓰인다. 이러한 레이저의 성질은 의료영역에 적용되면서 특효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에 글씨를 새길 수 있을 만큼 정교한 기술은 ‘라식 수술’로 대표되는 안과 치료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라식 수술은 0.5mm 두께의 각막을 깎는 정교한 시술인데 레이저를 이용하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입력된 두께만큼의 각막을 출혈이나 열 손상 없이 깎아낼 수 있다. 따라서 환자들이 수술을 받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정도로 회복이 빠르다. 피부과에서도 레이저 기술의 혜택을 받고 있다. 특히 문신이나 점을 빼는데 사용하는 ‘특수 레이저’는 검정색과 파란색 등 특정 색깔만 파괴시키면서 다른 색에는 반응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흉터를 남기지 않는다. 레이저가 가진 또 다른 기능은 ‘거리 측정’이다. 물체에 레이저를 쏘면 미세한 거리까지 계측이 가능해 입체 설계 작업을 손쉽게 할 수 있다. 이러한 레이저는 1968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반사경을 설치하고 오는 과정에서 처음 사용했다. 즉, 반사에 의해서 지구에서 달까지의 정확한 거리측정을 하는데 레이저가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레이저의 거리측정기술은 유인우주선과 우주정거장을 잇는 도킹에 활용되기도 했다. 오차 없는 정확한 계측 기술을 통해 인류는 최초로 우주정거장을 설립했다. 이외에도 우주 기술은 방사선과 무중력 치료요법에 적용돼 의학 분야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아폴로가 촬영한 우주 사진을 처리하기 위해 개발 된 디지털 화상 기술은 인체 내부를 보는 자기공명영상(MRI)으로 탄생했다. MRI는 단순 엑스선 촬영으로 보이지 않던 2차원 3차원 영상을 구성하는 기구이다. 우주 공간에 방출돼 우주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방사선도 사람의 세포조직을 제거할 수 있다는 성질이 발견되면서 암세포를 치료하는데 쓰이게 됐다. 또 무중력 원리를 이용한 디스크 치료는 우주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실감케 했다. 미국 앨라배마 척추 치료 센터에서는 허리 통증을 앓는 환자들에게 기존 약물이나 운동 요법이 아닌 ‘무중력 치료 요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무중력 상태를 재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통증이 있는 척추에 각도를 맞추고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척추의 근육과 연골 등에 압력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무중력 치료법이 발견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의학 전문가들은 우주를 다녀온 비행사들에게서 저절로 허리통증이 치료되는 특징을 발견했다. 무중력 우주에서는 중력의 압력이 없어 척추연골의 간격이 늘기 때문이다. 우주로 떠나는 우주인들이 지상에서 가장 주력할 수밖에 없는 훈련은 바로 우주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무중력 훈련이다. 우주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면 무중력 환경으로 인해 골밀도가 약해지면서 근육조직과 근력이 15% 정도 상실되기 때문에 우주인들은 근력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한다.

우주 기술, 이렇게 응용했다
◈여성용 브래지어=여성용 속옷 개발업체 와코루사는 1986년 세탁을 할 때 마구 구겨져 있다가도 착용만 하면 체온으로 인해 원래 모양을 되찾아 가슴을 받쳐주는 브래지어를 개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는 브래지어의 와이어가 우주 위성안테나를 만들 때 사용하는 형상기억합금 소재(온도에 따라 그 모습이 변하는 소재로 크기가 큰 안테나를 운반하기 위한 연구과정에서 나온 것)를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에어쿠션 신발=1979년 나이키는 충격을 완화하는 에어쿠션 신발을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에어쿠션 기술은 당초 우주탐험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미항공우주국(NASA)의 엔지니어였던 프랭크 루디가 우주정거장에서 근무하는 우주인들이 관절부문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우주인들이 받는 관절의 충격을 완화해주기 위해 신발 밑창에 공기를 넣은 에어쿠션 신발을 만든 것이 시초다.
◈원력 뛰어난 스펀지=일반 스펀지보다는 단단하고, 누를 때 천천히 수축되며 형태가 천천히 복원되는 스펀지는 1966년에 개발됐다. 아폴로 우주선 안 의자의 쿠션으로도 사용됐다. 이 스펀지는 단단한 듯 하면서도 복원력이 뛰어나고, 충격을 잘 흡수하는 특징이 있다. 이후 헬멧, 병원 침대 매트리스, 신발 깔창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다. 최근 들어서는 오토바이 의자, 말 안장 등 그 인기가 시들 줄 모르고 있다.
◈공기청정기=각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공기청정기도 NASA에서 유래했다. NASA 연구진은 밀폐된 우주선 내부의 공기를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는 방법을 찾던 중 식물에서 공기의 유해물질 농도를 성분에 따라 10~50% 줄이는 메커니즘을 찾아냈다. 이것이 실내 공기청정기의 개발로 이어졌다.
우주탐사에서 비롯된 위성항법시스템(GPS)이 선박·승용차·트럭·휴대전화로까지 진출한 데서 보듯 우주선과 우주인을 위해 개발된 기술이 신상품 개발로 속속 이어졌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부의 미래』에서 ‘우주가 부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예견한 것처럼, 선진국들이 우주 개발에 몰두하는 의도는 우주의 신비를 알아내고자 하는 순수 과학에 머물지 않고, 우주 개발을 통해 21세기 첨단 산업을 주도할 핵심 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국내 우주기술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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