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태 위원장 “‘ESG 경영’의 성공, 노조의 역할 커”

(사진=부산항운노동조합)
(사진=부산항운노동조합)

[시사뉴스피플=노동진 기자] “부산항이 세계 6위로, 지역경제 발전 및 국가발전에 큰 일익을 담당했다. 세계 속의 항만으로 자리잡은데에는 보이지 않는 항만 노동자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항만작업 특성상 유해위험화물에 노출돼 있고, 하역작업 시 충돌이나 접촉 등 안전사고도 빈번히 일어난다. 매연과 소음에 싸우며 이룩한 이들의 공로를 인정해주길 바란다.” 부산항운노동조합 이윤태 위원장의 안타까운 외침이다. 실제 노동자 대우에 대한 법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한 시절부터 오직 투철한 국가관과 사명감으로 부산항을 만든 장본인이다.

노동자들의 ‘땀’, 취약계층에게 희망의 선물로 
부산항 노동자들의 고귀한 발자취를 기억하기 보다는 각종 구설수에 대한 부분만 매스컴을 통해 회자됐다. 결국 이들의 가치는 묻혀버린 것. 
최근 부산항운노동조합을 통해 변화되는 분위기가 매스컴을 통해 장식되고 있다. 노동조합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훈훈함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12월 20일 부산항운노동조합과 부산항물류협회 노사가 (재)부산형사회연대기금에 4억원을 출연한 것이다. 부산항만공사도 1억원을 출연, 총 5억원의 기금이 모였다. 여기에 부산항운노동조합과 부산항물류협회는 매달 2,000만원을 더 내기로 했다. 노동조합에서 거액을 기부하는 첫 사례다. 

이 같은 결과가 있기까지에는 이윤태 위원장의 리더십과 노동조합의 변화를 갈망한 조합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1994년 항운노조에 가입, 총무기획부장과 상임 부위원장 등을 거치는 등 부산항운노조의 어제와 오늘을 같이 했다. ‘개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느낀 그다. 그의 숙원을 이해한 조합원들은 전체 대의원 102명 중 99명이 지지하는 파란을 일으켰고, 역대 최연소 위원장으로 당선되는 결과를 안았다. 
조합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취임 전부터 고민한 ‘사회적 책임’ 완수를 위해 뛰었다. 우연한 기회에 신문을 통해 (재)부산형사회연대기금의 발족을 접했고, 전국 최초로 노조들이 만들어 낸 기금으로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사업에 매료됐다. 간부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에 나섰고, 조합원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부산항물류협회와 부산항만공사도 수시로 찾아 의견을 나눴다. 결국 정기대의원 대회에서 만장일치로 찬성하며 (재)부산형사회연대기금에 기금을 출연하게 됐다. 

지속적인 나눔 실천 약속
부산항운노동조합의 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1월 6일에도 함께했다. 이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돕기 위해 성금 1억원을 전달한 것. 부산에 있는 노동조합 중 최초다. 행사에는 부산시 변성완 권한대행과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신정택 회장이 참석했다. 성금 1억원은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독거노인, 한부모가정, 아동시설 등 코로나19 취약계층에 방역물품과 생필품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7월에는 부산 동구청과 취약 계층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의 일환으로, 다문화가족과 지역아동센터에 마스크와 손 소독제(각500개) 및 휴대용 방역 소독기(17개) 등을 지원했다. 
또한 해솔지역아동센터와 후원 결연식을 맺고, 아동들을 위한 지속적인 나눔과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기획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 만들기에 한창이다. 주위의 반응도 달라졌다. 노동조합을 떠올리면 ‘투쟁’이란 단어가 상기됐지만, 이제는 ‘고마운 존재’로 인식된다는 평이다.
이윤태 위원장은 “노동운동의 이미지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노동계도 지역사회의 일원이며, 사용자만 기부에 그치는 문화가 아닌,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서 함께 성장하는 기틀을 다질 것이다”면서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부산항운노동조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사실 다른 예산을 줄이면 충분히 환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며 전국에 산재해 있는 노동조합들이 사회공헌에 참여하기를 바랐다. 
이 위원장 스스로도 전국항운노조연맹이나 한국노총 부산지부 등 각 위원장들과 면담을 갖고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역장비 운전 중 휴대폰 사용금지 시스템 도입
새로운 노동문화를 창달하고 있는 이윤태 위원장은 인터뷰 중 ‘ESG 경영’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ESG 경영’은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경영을 고려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의 화두다. 
이 위원장은 “‘ESG 경영’은 경영자만의 몫이 아니라, 노동조합도 윤리와 투명경영에 있어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견제와 감시, 응원도 함께해야 한다”며 “노사의 화합된 힘으로 투명한 경영과 인권존중의 문화, 사회적 책임 등을 이뤄낼 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전문제에 있어서도 노동조합의 역할이 크다고 역설한다. 이 위원장은 “부산항에서 발생했던 사건사고나 환경오염 등의 문제에서도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만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의 일환으로, 세계 최초로 부산항에서 하역장비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자체 기금으로 장비 개발에 나섰고, 근로자들도 설득했다. 이 시스템은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했으며, 이동장비에 설치된 모듈장치가 GPS를 통해 동작을 감지하고, 설치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5㎞/h 이상일 때 소지한 휴대폰을 통제해 사용을 감지한다. 덕분에 부산항 터미널 내 이동장비인 야드트랙터(YT)와 스트래들 캐리어(SC)를 운전하는 근로자는 전방만을 주시하게 되므로, 사고위험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노동조합 스스로 움직이니 사용자측도 즉각 화답했다. 연간 운영비용을 터미널 운영사가 2년차부터 부담하겠다는 내용이다. 
인터뷰의 끝맺음에 부산항만에서 근무하는 전 노조원들의 사회적 인식 변화를 바랐다. 이 위원장은 “항운노조원들은 미세먼지와 각종 오염 등 근무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부산항 발전을 위해 헌신했던 이들이다”며 “단지 조직이 운영을 잘못해 공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항운노조원들의 재평가를 통해 위상이 넓어지기를 희망했다. 

(사진=구평부두 지부 현장방문)
(사진=구평부두 지부 현장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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