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자료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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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피플=진태유 논설위원] 지금 세계의 모든 나라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유럽은 다른 지역보다 더 큰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1년 전 중국에 이어 세계적 유행병(pandemi)의 진원지가 된 유럽은 코로나 전파초기에는 마스크 부족으로 혼란을 겪다가 결국 국경폐쇄로까지 이어진바 있다.

그러나 유럽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했다. 즉, 국가 간 연대의식을 강화하고 단합을 도모하는 일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추진력 속에서 작년 여름 EU 27개국은 유럽재건을 위한 대규모 경제 부양책에 동의한 것이다.

동시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역시 주목할 만한 주도적인 역할을 시도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백신 구매경쟁이 유럽연합에 또 다른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6개 제약사로부터 직접 약 20억 용량을 확보한 주문물량을 공평하게 분배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생산되고 전달된 이 용량은 인구에 비례하여 27개 회원국에 분배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셈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현명한 계획은 뜻하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중이다. 예상치 못한 새로운 코로나 변종의 출현과 제3의 코로나 전파파도에 직면하여 백신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제약회사들의 부족한 생산능력은 전쟁을 방불케 하는 백신접종 경쟁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혼란이 야기되자 비난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일고 있다. 먼저, 유럽위원회는 옥스포드 대학과 백신을 개발한 영국-스웨덴 기업인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백신공급 원칙을 지키지 않고 영국에게 우선권을 준 것에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는 오히려 영국정부보다 3개월 늦게 주문한 유럽위원회의 무능함에 대해 반격을 가했다.

영국에선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총리가 코로나 위기의 무능한 관리를 감추고 브렉시트(brexit)의 난망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백신경쟁에 의존한 것도 사실이다.

결국 유럽위원회는 EU 영토에서 제조된 백신의 수출을 통제하기로 결정하고 아울러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 재확립에 영향을 주는 브렉시트 협정의 조항을 촉발시켰다. 백신문제가 민감한 정치적 문제로 옮아가는 듯 했다.

다행히도 유럽위원회는 영국과 아일랜드 정부의 강력한 항위를 받고 브렉시트 관련 촉발은 없는 것으로 하고 포기했다.

이러한 양상은 더 이상 상호 협력적 유럽연합의 모습이 아니다. 유럽연합의 본부와 영국정부 그리고 프랑스정부는 이성을 되찾는 것이 시급하다. 독일 사정도 녹록치 않다. 독일정부도 선거 전(前) 어수선한 분위기와 악화되고 있는 코로나 위기로 인해 유럽연합 당국에 과도한 압력행사를 하고 있다.

이제 유럽 각국은 전염병의 지속기간을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예외적인 상황에 적확한 정치 및 산업 지도자의 지도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유럽사회는 지쳐 있고 국경은 닫혀있다. 게다가 이 거대한 규모의 응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도 부족하다.

따라서 유럽각국은 백신전쟁을 멈추고 모두 자신의 길을 모색하여 각자도생(各自圖生)할 수밖에 없다.

‘죽느냐 사느냐’하는 판에 정치적 이해관계와 지정학적 경쟁이 우선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유럽과 세계에서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예방 접종해야 한다. 이것은 백신을 “세계 공동선(公同善)”으로 본 EU의 초기 목표이자 인류전체가 바라는 마지막 희망일 것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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