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통신원 박우람

버스도 아니고 택시도 아니다. 정원이 다 채워지면 출발하는 아무튼 대중교통이긴 한데 우리의 생각과는 많이 다른 대중교통 중의 하나이다. 버스, 택시, 지하철, 기차, 비행기, 등등 우리에겐 너무나 많은 대중교통이 존재한다. 그것을 이용함에 있어서도 이동거리, 쾌적함, 안정성, 이용시간 등에 대한 불편함 따위는 없다. 그리고 당연히 대중교통이기에 자가 승용차처럼 내가 원하는 위치와 시간에 출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비슷한 시점에서 이용할 수는 있다. 말 그대로 대중교통이란 누구나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대중교통이다. 튀니지의 Louage(프랑스어, 이하 르와지) 역시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는 이동수단이다.

튀니지에도 여느 나라와 같이 기차, 택시, 버스 등이 있다. 여느 후진국이 그러하듯이 이곳 역시 대중교통을 이용함에 있어서 많은 불편함이 따른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이용할 수 없으며, 도로 포장이 원활하지 않아서 장시간을 이동해야 하며, 깨끗한 실내 환경은 고사하고 속이 울렁이지 않으면 다행이다.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구토도 할 정도이다. 간혹 여행객들이 현지 문화체험 차 르와지를 이용하는데 내릴 때를 보면 옆 친구가 부축해서 내리거나 내리자마자 길가 풀숲으로 뛰는 관경이 더러 눈에 띈다.

나 역시 이곳에선 외국인이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이용하는 것을 보고 내게 가끔 질문을 한다. 어지간해선 비위가 강한 편이지만 나 역시 처음엔 많이 힘들었었다. 우리나라도 예전엔 시골버스에 닭과 생선비린내가 나는 것을 가지고 타곤 했지만 잠시 그때일 뿐 운행시간이 지나서는 차내 청소를 하였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에 의한 인위적인 냄새는 이내 사라졌었다. 굳이 이 냄새를 표현하자면 기차역에서 족히 두어 달은 물 한 방울 몸에 닿지 않은 노숙자의 냄새가 무의식중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코를 움켜잡는 냄새라면, 튀니지 르와지의 그것은 눈살을 찌푸리는 정도를 뛰어넘어 점점 머릿속이 어지러워지고 코에 감각이 없어지는 정도라고 말 할 수 있겠다.

이런 냄새에 취하기 이전에 먼저 겪어야 하는 경험은 기다림이다. 대부분의 르와지는 9인승내지는 12인승 승합차이다. 한국산 승합차가 외국에서 아주 호평을 받는다는 것은 익히 알 고 있는 사실이다. 르와지를 타기 위해 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나는 무신론자이지만 항상 기도를 한다. ‘오늘은 제발 한국산 승합차가 걸리기를...’
르와지 역에는 르와지 운전기사들이 자기 차가 가는 지역이름을 크고 빠르게 3~4번을 반복해서 부르면서 손님들을 모은다. 예를 들어 부산을 가는 르와지라면, ‘부산부산부산부산’ 마치 시골 장날 옷을 파는 아저씨처럼 아주 빠르게 말을 한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지역의 르와지는 항상 대기중이다. 하지만 문제는 기다림이다. 아주 운이 좋은 날이라면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르와지를 타고 바로 출발을 할 수 있지만, 10번에 1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이다. 대부분이 9인승 승합차인데 운전기사를 제외하면 8명이 정원이 된다. 그 8명이 다 모일 때까지 차는 출발하지 않는다. 길게 기다린다면 1시간은 기본이고 2시간 정도이다. 그렇다고 해서 항상 그 시간만큼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처음 르와지에 탔지만 단체 손님이 오면 금세 출발을 할 것이고, 6명이 이미 타고 있는 르와지에 내가 타고 마지막 한 사람이 1시간이 넘게 오지 않는다면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처럼 재촉하거나 따진다고 해서 빨리 출발한다거나 하는 일 따위는 상상도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답은 그냥 기다려야 한다. 내가 만약 정말 급한 일이 있다면 8명의 몫을 지불하고 타면 된다. 그게 비싸게 먹힐 지언 정 가장 빠른 수단이다. 한국에서는 장거리 이동시 운행 시간이 명확히 정해져 있는 대중교통을 급한 일이라면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튀니지 택시는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르와지가 가장 빠른 유일한 이동수단이 된다. 시간이 넉넉하고 8명의 몫을 지불할 정도가 아니면 기다려야 하는데 나의 경우엔 책을 읽거나 잠을 잔다. 앞서 말했듯이 길게 기다릴 경우엔 책 한권은 다 볼 수가 있다.

표도 없고 정해진 자리도 없으며 정해진 시간도 없다. 르와지 정류장에 도착해서 내가 타고 가게 될 차량을 확인하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자리를 정하는 일이다. 한명도 없는 르와지라면 자리 선택권은 독차지다. 여느 승합차의 구조를 알겠지만 맨 뒤 3자리, 가운데 3자리, 앞 2자리이다. 차종에 따라 명당은 있게 마련이다. 뒤에 6자리가 머리받침대가 없는 좌석이 허다하다. 머리받침대도 팔면 돈이 되기 때문이다 — 앞자리에 앉아야 하고 머리받침대가 모두 있는 르와지라면 맨 뒷자리나 운전기사 뒷자리가 좋다. 왜냐하면 최종목적지까지 가기 이전에 내리는 사람이 나보다 안쪽에 앉아있으면 나도 내렸다가 다시 타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르와지에서 명당은 일단 창가자리에, 머리받침대가 있고, 다리를 조금이나마 펼 수 있어야 한다. 신식 승합차의 경우 차가 오래되지 않아서 공장출고 그대로 사용을 하지만 오래된 차들은 좌석이 부서지거나 어설프게 땜질, 덧댐을 하여 좌석을 만들기 때문에 자리와 좌석 선택이 중요하다. 튀니지의 수도인 튀니스에서 내가 사는 따바르카 까지는 약 2시간 반이 소요되고 고속도로 1시간에 비포장 1시간 반을 달려야 하는 거리다. 자리를 잘못 잡으면 2시간 반 동안 엉덩이는 무척이나 고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르와지가 출발하기 전에 반드시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자리선택보다 더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될지도 모른다. 휴게소란 것이 없기 때문에 차가 출발하고 어느 누구도 잠시 세워달라는 얘길 하지 않으면 끝까지 목격지에 간다. 너무 급해서 세워달라고 했을 경우, 인근에 작은 상점이나 주유소가 있으면 그 곳 화장실을 이용할 수가 있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엔 노상방뇨를 해야 한다. 좋게 얘기해서 도심지만 벗어나면 모든 곳이 시골이기에 자연 그 자체가 화장실이 될 수가 있지만 9명이 타고 가는 차에서 1명이 생리현상으로 잠시 차를 세우고 나갔다 오면 사실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게다가 외국인은 가만히 있어도 집중대상인데 급한 일이 생긴다면 더욱 더 집중을 받기 때문이다. 이럴 땐 아랍어로 미안하다고 한 마디하고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씩 웃어주면 그만이다. 처음엔 사실 당황한 경우가 더러 있었었다. 남자의 경우엔 훨씬 그 강도가 덜 하지만 여자의 경우엔 정말 암담해진다.

차가 출발을 하고 도착지에 다다를 무렵 사람들은 주머니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운전하고 있는 기사의 어깨를 두드리며 돈을 건넨다. 기사는 자신의 어깨 너머로 손을 뻗어서 돈을 받고 순간 돈을 확인하고 한손으로는 운전대를 잡고 한손으로는 거스름돈을 거슬러준다. 이때 가운데 자리에 앉은 사람은 중간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맨 뒤에 앉은 사람은 직접 기사에게 돈을 줄 수가 없기 때문에 가운데 앉은 사람에게 돈을 건네면 그 사람은 다시 기사에게 건넨다. 거스름돈 역시 역순으로 진행이 된다. 이렇게 8명의 차비를 운전하는 도중에 다 받고 나면 조금 더 속력을 높인다. 차비를 건네는 동안은 튀니지 사람들에겐 일상의 모습이지만 우리에겐 오금이 저릴 위험한 상황이다. 때로는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중앙선을 살짝 넘을 때도 있고, 때로는 가만히 잘 가고 있는데 기사의 집중 산만으로 핸들이 살짝 꺾여서 흔들릴 때도 있다. 사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너무 위험하니 나중에 도착하고 돈을 지불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이게 뭐하는 짓이냐’, ‘이러면 위험해서 안 된다’, 등등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다. 현지어를 능통하게 잘 한다하더라도“‘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잠자코 따라주거나 나중에 도착하면 돈을 주겠다는 말을 하곤 가만히 있는 것이 좋다.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 잠을 잔다면 옆 사람이 깨울 것이다. 처음에 이런 모습에 당황하여 얘기를 꺼내보았지만 주변의 키득거리는 웃음밖에 들을 수가 없었다. 이 사람들에게 르와지 운전기사는 운전에 관해서는 선수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르와지 운전기사는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장담을 하고 그렇게 분명 신뢰를 하고 있다. 그렇기에 외국인의 이런 얘기는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튀니지 사람들은 자동차사고의 심각성을 모른다. 뉴스에서도 자동차사고 소식에 대해선 대형사고가 아닌 이상 뉴스에는 잘 나오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튀니지의 자동차 사고율은 얼마나 되냐고 물어보면 거의 없다는 답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고는 종종 일어난다. 육교가 없어서, 그리고 횡단보도가 없어서 길을 건너다 사람이 죽고 하여도 뉴스와 신문에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알게 모르게 정부에서 통제를 하는 것이기에 그러하다. 후진국의 경우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게 어렵게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면 처음엔 냄새로 코가 긴장을 했겠지만 은근히 감각을 저하시키는 냄새로 인해 머리는 어지럽고 도착 전 곡예에 가까운 차비 전달로 인해 온몸의 긴장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이런 르와지를 타야 할 때가 되면 긴장이 되지만 유일한 교통수단이기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튀니지의 지방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경우, 르와지는 일상의 현실처럼 거부할 수 없고 무섭지 않은 ‘두려움’의 대상인 것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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