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개인정보유출사고로 집단소송 줄이어
하나로텔레콤은 고객 600만명의 정보를 텔레마케팅 업체에 빼돌려 영업 활동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회사 측이 조직적·의도적으로 고객 정보를 유출한데다 지난해 1차 적발 후에도 계속 불법을 저질러오는 등 죄질이 안 좋다고 보고 형사처벌키로 했다. 하나로텔레콤은 ‘하나로텔레세일즈’라는 계열사를 직접 차려 고객 정보를 무단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본사 차원에서 개인정보 배포 시스템을 개발해 대리점과 영업사원 등에게 “적극적으로 이용하라”고 지시했다. 하나로텔레콤은 자사와 계약을 해지한 고객 정보도 삭제하지 않고 이용했다. 이 때문에 하나로텔레콤 옛 고객들마저 신상품 구입을 권유하는 스팸 전화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처럼 최근 잇따라 발생한 대형 정보유출 사건은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으로 비화되고 있다.
피해자 1,000만명 넘은 옥션 개인정보 유출사고

개인정보 유출사고, 누구의 책임인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기본법이 정확히 마련되어야

이처럼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분노한 네티즌들은 옥션과 LG텔레콤, 하나로텔레콤 등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법무법인이 먼저 나서 소송을 준비하거나 네티즌들이 별도의 소송모임을 만들어 변호사 선임에 직접 나섰다.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1천만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옥션 측을 상대로 한 소송모임들이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는 지난 2월 옥션 사태 발생 직후, ‘명의도용 피해자 모임’카페가 개설됐다.‘명의도용 피해자 모임’의 회원 수는 총 34만명에 달하며, 현재 김현성 변호사를 필두로 집단소송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다음의 ‘옥션 정보유출소송’카페에는 현재 30만명의 회원이 가입됐다. 카페를 개설한 법무법인 넥스트로의 박진식 변호사는 지난 4월 3일 옥션사태 피해자 2천78명을 모아 1차 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 5월 2차 소송을 제기했다. 박 변호사는 현재 LG텔레콤의 정보유출 소송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다음의 ‘LG텔레콤 정보유출 소송모임’에는 현재 8천명 가량의 회원이 가입했다. 옥션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발표된 이후,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옥션 정보유출 소송모임은 40여개에 달한다. LG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의 소송모임은 각각 2개, 8개로 회원 수와 규모면에서 옥션에 미치지 못하나, 사건 보도 즉시 카페가 개설되는 등 네티즌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눈에 띈다. 지난 4월 23일 하나로텔레콤의 정보유출사건이 보도되자, 유철민 변호사는 ‘하나로텔레콤 정보유출 피해자 소송 모임(cafe.naver.com/hanarososong)’을 개설, 피해자들을 모아 집단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유철민 변호사는 카페 공지사항을 통해 “하나로텔레콤이 고객의 정보를 불법으로 유출한 것은 옥션이 해킹당해 유출된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며 “부도덕한 기업이나 그 직원들에게 금전적 응징을 해야 사후 예방의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 정보 유출 관련 소송이 봇물을 이루면서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참여할지와 보상 규모는 어떨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송 참여 및 보상액 규모는 향후 개인정보를 다루는 사회 문화 전반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변수로 꼽힌다. 이번 사태가 개인정보관련 법률 및 제도의 정비, 소비자에 대한 기업의 태도 등이 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네티즌들이 직접 소송모임을 만들어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눈에 띈다.
네이버의 ‘옥션 해킹피해 소송모임’에는 현재 1만 6천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 변호사를 공개모집하고 집단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카페에서는 집단소송 진행방식에서부터 변호사 수임료와 선임방식 등에 까지 회원들의 다양한 공개제안을 통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 무료변론을 내세운 변호사도 있다. 네이버에 ‘옥션소송모임’이라는 이름의 카페를 개설한 설창일 변호사는 회원들의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무료변론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18일 개설된 ‘옥션소송모임’에는 현재 8000명의 회원이 가입된 상태다. 설창일 변호사는 카페 공지사항을 통해 “이것조차 변호사의 장삿속으로 비치는 것은 아닌지 다른 변호사들에게 누가 되는 것은 아닌지 등을 고민했다”며 “소비의 주체가 아닌 판매의 객체였던 소비자들이 이번 기회에 소비자권을 인정받고 국민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유출 파문과 관련 일각에서는 개인정보를 가장 많이 다루는 기업들이 고객의 개인정보 보호에 안이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기업의 개인정보유출이나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도난의 경우가 발생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기본법이 정확히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보보호를 다루고 있는 법률만 10여개가 넘는데다, 이를 주관하는 정부기관도 달라 법의 구현이나 규제 강화의 실효성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NP
■집단소송 누가, 얼마나 참여할까=옥션 1081만명, 하나로텔레콤 600만명 등 피해자 전원이 참여할 경우 사실상 피의 업체는 수천억원에서 수조원까지 천문학적인 보상을 해야 한다. 과거 판례를 기준으로 1인당 10만원씩 지급한다고 하면, 옥션의 경우 1조원을 넘게 배상해야 한다. 고의적으로 고객정보를 판 하나로텔레콤은 보상 규모가 더 많을 것으로 법조계는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참여자수는 피해자의 10%도 안 될 것으로 추정된다. 소송이 3심제로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다, 명확하게 2차 피해를 입지 않은 피해자가 무리하게 참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보상액도 일부의 주장과는 달리 실제 피해와 위자료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대체로 손해가 명확한 것에 대해 배상하는데 만일 피해가 없었다면 위자료는 기준이 없어 법원의 판결에 따라 상이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향후 전망=이번 소송으로 개인정보에 대한 법적·행정적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우선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집단소송제 도입 여부가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해킹을 100% 막을 수 없는만큼 피해 사실의 적극적 공표와 공동 대처 등을 위한 제도 마련 요구가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 해킹 피해 시 이용자에게 통보하지 않으면 해당업체 임직원을 형사처벌을 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지난 2003년 마련됐으며, 미국 30개 주에서 유사법 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기업들은 이번 소송을 계기로 이용자 정보 수준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