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9일 MBC ‘PD수첩’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안전성 논란이 방송된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의 여론이 확산되어왔다. 인터넷상에서 ‘광우병 괴담’이 나돌면서 부터는 미 쇠고기수입에 대한 논란이 정도를 넘어 극에 달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농림수산부는 미국의 위생조건 ‘완화’를 ‘강화’로 오역하는 등, 미 쇠고기 수입협상의 부실함이 들어 나면서 ‘대통령 탄핵 온라인 서명’과 ‘촛불시위’로 까지 악화되었다. 급기야 거센 여론에 밀린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가 사전 사후에 국민과 완벽하게 소통해야 하는데 다소 부족한 점이 있지 않았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광우병 위험과 졸속협상에 대한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음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미국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쫓긴 이명박 정부와 청와대는 쇠고기 협상문제를 소홀히 했던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미국에서 수입하는 소는 30개월 미만이고 일본과 대만은 20개월 미만이다. 30개월 미만 혹은 뇌와 척수를 제거한 소는 도축검사 통과 여부에 상관없이 동물사료로 쓸 수 있다는 미 식약청(FDA)의 관보에서 보듯 위생조건의 기준이 우리 국민의 입장에서는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동물성 사료 금지규정의 변화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정부의 안일함이 국민의 불신을 더욱 증폭시켰다. 더구나 정운천 농림 장관은 지난 5월 8일 한미 쇠고기 협상 및 광우병 관련 국회 대정부질문을 받으며 “병 없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답변하여 국민과 국회의원들에게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국의 축산농가를 보호해야 할 장관이 협상상대국인 미국농림장관이나 할 말을 하여 “불 난 집에 기름 끼얹은”격이 돼 버린 꼴이다. 민심을 수습해야 할 장관이 오히려 민심을 화나게 만들었다. 특히 정부가 국제수역사무국(OIE)기준을 끝임 없이 주장했지만 이것마저 OIE기준과 일부 차이가 나는 점도 미국에 굴욕적 협상을 했다는 비판도 나올 법 하다.
그러므로 이번 쇠고기 협상의 논란은 정부의 졸속협상과 주체적이지 못한 협상태도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일단은 미국정부에 우리 국민의 분노와 불만을 솔직하게 전하고 이해를 구하여야 한다. 미국 역시 1년 전 작년 4월에 자유무역협정(FTA)에 합의 후, 노동, 환경분야에서 재협상을 한국에 요구하고 관철시킨 전례가 있다. 그래도 재협상이 대외신인도상 어렵다면 “광우병 발병 시 수입중단”을 하는 ‘추가 협상’안을 제시해야 한다. 애당초 잘못 된 협상안을 최소한 이라도 바로 잡아 검역주권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장관고시를 연기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리고 이쯤 해서 정부측에서도 누군가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만 한다. 이번 미 쇠고기 수입에 대한 총체적인 책임은 농림수산장관이 지는 것이 마땅하다. 왜야 하면 쇠고기수입협상에도 문제가 컸지만 ‘광우병 파동’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은 농림수산부와 장관의 무능력, 무사안일, 무소신으로 밖에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성난 민심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고 하거나 반미운동의 기회로 이용하려는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야당은 여전히 재협상만을 요구하지 말고 현실성 있는 ‘추가협상’ 쪽으로 가닥을 잡고 정부에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더 생산적이다.
아무튼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에 세계 훈련을 받았다”고 했다. 대통령 취임 70일이 지난 시점에서 이대통령의 지지율이 20% 대로 급락했다. ‘미 쇠고기 파문’뿐만 아니라 ‘밀어붙이기’식 정책집행이 지지율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게다. 또한 이대통령은 정책의 입안과 집행은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 시켜야만 그 실효성이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하였을 것이다. 뒤늦게나마 독선과 과욕을 인정하고 앞으로 정책을 추진할 때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겠다고 하니 이 기회에 국정운영시스템도 전면 재검토해주길 충심으로 바란다. NP
진태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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