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권 없음, ‘계곡 살인’은 묻혀졌다
[시사뉴스피플=박용준 기자] ‘계곡 살인’의 주요 용의자인 이은해와 조현수가 체포됐다. 이 사건은 자칫 변사사건으로 종결될 수도 있었지만,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후 검찰이 재수사에 나서 얻은 결과다.
문재인 정부 막바지에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정국을 강타했다.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여야 대립이 날카롭다. 국민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김오수 검찰총장까지 사퇴했다.
국회의정저널 박무열 총괄본부장은 계곡 살인 사건의 당시 검사였던 현 안미현 전주지검 검사가 지난 15일 SNS에 올린 ‘계곡 살인’ 사건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검사는 “저의 무능함으로 인해 피해자분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이 묻힐 뻔했다”며 “ 경찰이 변사사건 수사를 하고 저는 그 기록만 받다 보니, 사건 당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진술을 들어보지도 못했다. 서류만 보고 판단, 영장청구권과 수사지휘권이 있어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지 못하고 놓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고 말했다. 만약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없었다면 사건의 실체를 놓칠 수 있었다는 의견이다.
박 총괄본부장은 “검찰은 피해자 입장에서 가해자와 싸운다. 계곡 살인 사건이 좋은 예인데, 안 검사가 당시 기록만 보고 사건을 지휘한게 아닌, 피해자 측 의견을 듣고 진실을 밝혔더라면 현재와 같은 피해자 가족들의 울분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그나마 다행인점이 검찰의 수사권이 있었기에 법의 잣대를 적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검수완박에 대한 반대 논리는 정치적인 내용을 떠나 피해자를 지키기 위해서는 검찰의 수사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해자 측을 옹호하는 변호사는 재판 준비과정이 철저하다. 성공보수도 따른다. 반면 검찰은 피해자와 대면 한 번 못하고 경찰의 수사기록만 보고 재판에 임해야 한다. 승패가 어떻게 나올지는 충분히 예상되는 바다.
돈의 논리에서도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 박무열 총괄본부장은 “일반 서민이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피해자가 됐다. 진실은 대형로펌 변호사를 선임한 사람이 가해자지만, 아무리 경찰 수사에서 호소해도 누구하나 듣지 않았다. 모든 정황이 그렇게 맞춰져 있었다. 죄 없는 사람이 돈이 없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해야 했다”며 “이대로 사건이 종결되면, 얼마나 억울한가. 검찰의 재수사라는 기회가 있어야 새로운 진실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 같은 사례는 6대 범죄인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는 그릇된 결과가 더욱 허다할 것”이라며 “전문적인 지식은 물론 법에 대한 베테랑인 대형로펌 변호사가 좌지우지하는 사건에 경찰이 수사한 방대한 기록물만 보고 검사가 과연 기소할 수 있을까.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득세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경찰 수사기록을 본 검찰이 직접적인 보완수사를 할 수 없다. 단지 경찰에게 보완수사 요구만 할 수 있는데, 피해자의 억울함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된다.
여당 내에서도 검수완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피해자가 억울함을 풀지 못하고 그냥 묻히는 사건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피해자의 항고 및 재정신청 기회의 실질적 박탈로 인한 권리 보호 약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해영 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의 형사사법 체계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올 이러한 법안에 대하여 충분한 논의 과정 없이 국회 의석수만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형사법 체계의 큰 혼란과 함께 수사 공백을 가져올 것”이라며 “그러한 혼란과 공백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며 검수완박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박무열 총괄본부장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검찰·사법개혁의 필요성은 공감한다. 윤석열 당선인도 검찰총장 재직 시절 공감했고, 앞으로 정치 권력이 불법과 비리 은폐를 위해 사법기관에 압력을 가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 약속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 민주당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표현하며 강행하고 있는 검수완박을 접고,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을 해주기를 당부드린다”면서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있는 국민, 금리는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물가는 연일 치솟는 현 상황에 민생의 아픈 속내 먼저 보살펴 달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