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잠자는 한미FTA 비준안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버락 오바마 후보가 확정됨에 따라 한미FTA 항로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오바마 후보는 경선후보 시절부터 한미FTA 협상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할 정도로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 오고 있는데다, 민주당 오바마 후보의 전체 지지율이 50%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한미FTA 협상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긴장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 오바마 후보는 지난 달 18일 미시간주의 한 연설에서 한미FTA를‘현명한 협상’이 아니라고 공개비판을 했다. 오바마는“한국이 수십만대의 차를 미국에 수출하면서도 미국차의 한국 수출은 수천대로 계속 제한하도록 하는 협정은 현명한 협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부시 행정부의 통상 정책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이 연일 계속됨에 따라 정작 긴장을 하는 편은 우리 정부다. 미 대선은 오는 11월 판가름 나고 18대 국회는 시작됐다. 한미FTA에 대한 국내 입장은 미국 쇠고기 수입 협상으로 인해 또 다시 혼란에 빠졌다. 하루빨리 국회에 머물고 있는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자는 입장과 일단 미 대선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입장이 현재 국회 안에 공존하고 있다.

오바마 “한미FTA 재협상 필요”
▲ 미국 민주당 오바마 후보는 지난 달 18일 미시간주의 한 연설에서 한미FTA를‘현명한 협상’이 아니라고 공개비판을 했다.
지난 달 5일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묻는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한미FTA가 양국 모두에게 윈-윈의 선택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주 의원은“대한민국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귀하가 한미FTA에 대해 그동한 밝힌 견해에 대해 몇 가지를 질문한다”며 공개적인 질문 공세를 펼쳤다. 지난 5월 23일 부시 미 대통령은 세계무역주간 기념연설에서 한미FTA를 미국 의회가 조속히 비준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연설 직후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는 한미FTA에 대해‘결함이 있는 FTA’라고 규정하고, 부시 대통령에게‘한미VTA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지 말 것’을 주장하는 서한을 공개했다. 오바마 후보는“한미 FTA 합의문의 문구들은, 미국산 공산품과 농산물에 대해 효과적이고 구속력 있는 시장접근 및 이익 창출을 보증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자동차 부문 조항은 지나치게 한국에 우호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현재 협상된 대로 협정문을 비준하는 것은 한국의 수출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만을 확대할 뿐 상호적인 시장접근 기회를 박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주 의원은“오바마 후보의 한미FTA에 대한 반대는 단지 다가오는 대통령선거에서의 유불리만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 때문이라는 주장이 압도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오바마 후보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고, 희망대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 기존의 협정문을 무시하고 한미 FTA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주 의원은“오바마 후보는 한미FTA 비준은 반대하면서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며“강대국인 미국이 약소국인 한국에 대해 모든 것을 미국에만 유리하게 해달라고 요구한다는 것인 국가간 예의에도 맞지 않는 억지”라고 말했다. 쇠고기 협상은 한미FTA의 핵심 사안이었고, 한미FTA 비준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면 이번에 타결된 쇠고기 협상도 반대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는“자신들에게 득이 되는 쇠고기 협상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제조업 유권자들 의식해 양국간 윈-윈 할 수 있는 한미FTA 비준동의 자체를 반대한다는 것은 미래지향적인 정치지도자가 취할 정의로운 처신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미FTA가 발효되면 양국 모두 이익을 보는 부문과 손해를 보는 부문이 있기 마련인데 오바마 후보는 자신이 손해 보는 부문만 과장하고 이익을 보는 영역을 과소평가하여 한미FTA 자체가 물거품이 되는 일이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쇠고기 추가 협상과 정부 정책에 대한 민심 이반의 여파가 한미FTA에까지 영향을 미칠 우려가 감지된다. 사안이 매우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이전 한미FTA 협상을 둘러싼 국내 논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것에 비해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로 인해 국민들은 정부 정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나름의 방식으로 손익을 따지며 다양한 경로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FTA에 관련한 혼란이 또 다시 야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래 美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공정무역을 주장
▲ 주 의원은“오바마 후보의 한미FTA에 대한 반대는 단지 다가오는 대통령선거에서의 유불리만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 때문이라는 주장이 압도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5월 전국경제인연합회는‘美 민주당 주요 대선후보의 통상정책과 한미관계’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오는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행정부를 장악할 경우 향후 미국의 대외 통상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현재 지지율 50%를 넘기고 있는 오바마 후보의 정치철학, 통상정책에 대한 분석이다. 본래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공정무역을 주장해왔다. 공정무역은 국가의 불공정무역행위 제거, 시장개방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자유 무역적 성격도 있지만, 국가가 무역에 적극 개입하고 필요시 규제를 가한다는 점에서 보호무역적 성격을 지닌다. 전경련은 보고서를 통해“90년대 이후 급진전된 세계화와 대외 통상환경의 변화에 대해 민주당은 세계화의 부작용을 강력히 거론하고 있다”고 밝히며“민주당은 노동조건을 저하시키거나 일자리 유출이 우려되는 자유무역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공화당은 세계화가 생활수준 향상과 세계경제의 안전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라는 인식을 갖고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 페루, 파나마, 콜롬비아, 한국 등과 FTA를 추진하는 등 자유무역에 적극적이다. 이는 2005~06년 기간 미 하원의 CAFTA 비준 표결 결과를 보면 뚜렷하게 나타난다. 당시 CAFTA에 찬성하는 공화당 의원은 202명, 반대는 27명인데 반해 민주당은 찬성이 15명, 반대가 188명에 이르렀다. 찬성이 2표 앞서면서 CAFTA 비준이 하원을 통과하긴 했지만 미 의회의 자유무역에 관한 극명한 입장차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바마는‘통합’이라는 정치적 기치를 내걸고 일부의 미국, 분열된 미국이 아닌 하나로 통합된 미국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의 그런 점은 결국 저소득층에서부터 고소득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민주당 지지나들을 확보할 수 있었고, 40대 이하 젊은층과 흑인들의 지지를 받는데 유리했다. 정치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대선후보로 자리매김 한 데에는 그가 가진‘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이 크게 작용했다. 부시 미 대통령의 10년 정권에 대해 미국민들은 염증을 느낌과 동시에 새로운 개혁의 바람이 작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바마와 더불어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결국 패배한 이유도‘변화’가 아닌‘경륜’을 내세웠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바마가 기존의 워싱턴 정치와의 결별을 내세우는데 비해 힐러리는 퍼스트레이디로서 풍부한 국정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던 것이 오히려 역효과로 작용한 것이다.

맥케인, 오바마 경제 정책과는 반대
▲ 민주노동당을 비롯해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반대하는 국회 내 움직임과 그보다 더 크게는 한미FTA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반대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민주당 대선후보는 선거 공약의 대부분을 부시 미 대통령, 맥케인 공화당 후보와 확실한 각을 세우며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라고 미 언론은 평가한다. 오바마 후보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당선되면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지출을 늘리고, 세금제도를 개선해 빈부격차 축소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강력한 정부의 손길로 경제정책을 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시 정부가 미국 역사상 재정적으로 가장 무책임한 정부라고 말했다.
반면 미 대선의 공화당 후보인 존 맥케인 상원의원은 오바마 후보의 경제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다.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 세금을 인상할 것이라면서 이는 미국 기업 활동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다. 맥케인 후보는“오바마 후보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세금 감면책을 폐지하려 하며 이는 2차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폭의 세금 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미국 대선 결과 민주당에 집권이 넘어간다면 기업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철강, 섬유 등 미국이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산업은 한국기업에 힘겨운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IT기업, 환경관련 기업, 제약 기업 등 뉴비즈니스 분야의 미국 진출에는 보다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미FTA 재점화 되나
지난 달 19일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이후 두 번째 가진 대국민 담화에서 미국 쇠고기 수입 거부와 한미FTA의 연관성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 대통령은“쇠고기는 미국이 한국으로 수출하는 문제이고 FTA는 양국 간에 교역을 하는 것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한미FTA는 별개 사안이다. FTA는 양국 정부가 합의를 했기 때문에 어떤 수정도 있을 수 없고 부시 대통령도 FTA에 어떤 수정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이 한미FTA를 가능하면 자신의 임기 중에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분명히 얘기했고, 우리도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보신당 신장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쇠고기 재협상을 하지 않는 이유가 국제적 신뢰 때문이라고 하는데, 미국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한미FTA 재협상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하겠느냐”며“국제적 신뢰는 국내적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서는 성립 불가능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국제적 신뢰라는 것은 결국 미국 육류수출업자와의 신뢰, 부시 대통령과의 의리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에게 미국은 우리 총수출의 15%를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미국과의 FTA 체결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경쟁국 기업들에 비해 보다 유리하게 미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한미FTA 협상은 지난 2006년 2월 3일 협상 개시를 선언함으로 시작됐다. 약 1년 후 2007년 4월 양국은 협상 타결 선언을 했고, 5월에는 협정에 서명을 했다. 그리고 그해 9월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한미FTA의 진행은 작년 9월부터 국회에 멈춰있다. 한미FTA가 국회에 걸쳐진 이후 특위만 28회, 통외통위가 18회, 청문회 4회 등 한미FTA 논의를 수십차례 반복하고 있다. 결국 지난 5월 14일 17대 국회 마지막 한미FTA 청문회를 마치고도 비준동의안이 통과되지 못했고, 18대 국회로 넘어왔다. 한미FTA의 조속 처리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우리 국회가 먼저 처리하면 미 의회의 조속한 처리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유가, 곡물가, 환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경제 운용 전망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을 비롯해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반대하는 국회 내 움직임과 그보다 더 크게는 한미FTA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반대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거기에 미 대선 결과까지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에 처한 한미FTA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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