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더욱 지켜야 할 한일관계
미국과 북한을 끼워넣은 한중관계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한 지 한달이 조금 지난 시점인 4월 15일부터 19일까지 미국을 방문했다. 미국 부시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마지막 이틀은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하여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뉴욕과 워싱턴 방문, 미 행정부와 의회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 뉴욕 증권 거래소 방문, 투자설명회 참석, 미국 경제계 및 금융계 인사와의 간담회 등의 일정을 가졌다. 취임 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만큼 이 대통령의 방미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고, 국내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Camp David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지며 부시 대통령과의 친분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매우 전략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한․미 동맹 강화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양 정상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결과라고 우리 정부는 평가했고, 새로운 한․미 관계 구축에 좋은 출발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이 대통령의 방미는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의 기반을 확고히 하고「성숙한 세계국가」로서 신장된 국력과 국제적 지위에 상응하는 역할과 기여를 해 나가고자 하는 신정부 외교 지평 확대를 향한 첫 발걸음이 되었다.
그렇게 순조롭게 시작된 이 대통령의 방미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이라는 결과로 걷잡을 수 없는 난국에 휩싸이는 전주곡이었다. 미국을 혈맹으로 여기고 외교를 펼쳤지만 그 결과를 국민들은 굴욕으로 받아들였다. 이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했을 때“어려울 때 돕는 게 진정한 친구”라며 강조했던 한미관계의 복원과 대통령과의 우정을 빗대어 네티즌들은‘말뿐인 우정’이라고 비꼬았다. 방미 직후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과 개방이 명시됨과 동시에 국민들은 대규모 집단 반기를 들었고 이후 두 달 동안 미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CNN에서조차“미국의 식품 안전, 특히 쇠고기에 대한 안전성 검사 체계가 붕괴되고 있다”고 인정했지만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거듭 주장했다. 결국 우리 측 협상단이 미국에 재협상 수준의 추가협상을 하기 위해 지난 달 12일 출국하기에 이르렀다.
한․미간에 다양하고 포괄적인 동맹관계를 구축해나가기로

무엇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북핵 해결 과정을 촉진해 나갔다. 북핵 문제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최우선 과제라는 인식하에 신고․불능화의 조기 완료와 핵폐기 단계로의 이행을 위한 방안을 심층 논의하였다. 이 대통령은「비핵․개방․3000」구상을 통해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북한이 변화를 위한 결단을 내릴 경우, 북한 경제가 자립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에 지원을 하겠다고 밝혀왔다. 정부의 대북 정책 구상에 미국측은 지지하는 편이고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은 한․미 FTA 비준을 위한 공동노력 경주 의지를 확인하고, 미 VWP 가입을 위한 기본약정(MOU) 체결로 우리 국민의 무비자 방문 실현을 촉진할 것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더 넓은 시야, 더 능동적 자세로 국제사회와 더불어 함께하고 교류하는 성숙한 세계국가를 국정지표로 삼겠다”고 밝히며 글로벌 외교를 펼쳐 나갈 것을 분명히 했다. 또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금융시장의 불안,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 압력 등으로 증대되고 있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기 위한 제반 방안도 논의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외교의 핵심과제로 한․미동맹의 창조적 발전을 제시하고, 전통적 우호관계를 바탕으로 공동의 가치와 상호 이익을 강화, 발전시키는 동맹관계를 모색해 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의 방미는 이러한 이명박정부 대미 외교 출발점으로 동맹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하고 공동의 가치와 상호이익에 기초한 한․미 동맹의 미래발전 방향을 제시하기 위함이었다. 최근 한미관계를 보면 지난 수년간 한․미 양국은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평화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함께 협력해 왔다. 그러나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 동맹을 변화하는 대내외 안보환경과 미래 안보수요에 맞게 재조정하기 위한 조율, 동맹의 외연을 안보 중심에서 경제․사회․문화 분야로 확대하여 동맹이 양국의 상호 이익을 확대하면서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
대북관계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성과는 있었으나 제대로 뒤통수 맞은 방일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20일 일본을 방문하여 후쿠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방일을 통해 새 정부의 정책 비전에 대한 일본측의 이해를 제고하고, 한일 정상간 실질 현안 논의 중심의 실무형 셔틀외교를 재개함으로써 양국 관계 증진의 핵심 요소인 정상간 신뢰구축을 도모한 회담이었다. 이 대통령은 회담 만찬을 통해“양국 교역이 지난해 800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면서“한국의 기업인과 정부는 일본과의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전에 없는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일본 기업인의 적극적인 투자와 협력을 당부하는 등 비교적 순조로운 일정과 만족할만한 성과를 가져왔다. 정상회담에 뒤이어 한일차관급 회담과 장관급 회담이 연달아 열리고 대통령 방일을 계기로 조성된 양국간 우호와 협력의 정신을 살려 한일 관계를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성숙한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는 다양한 경로를 함께 모색했다. 또한 장차관 회담을 통해 6자회담의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2단계 조치인 신고 및 불능화 조치를 조속히 마무리함으로써 다음단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한일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한국과 일본은 1998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통해 국교정상화 이래 구축되어온 양국간의 긴밀한 우호협력 관계를 보다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어 2003년 한일 정상 공동선언을 통해 한일 양국이 역사를 직시하고, 이를 토대로 21세기 미래지향적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전진해 나가는데 인식을 같이 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2005년 이후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및 일본 지도자들의 잇단 과거사 왜곡 발언 등은 한일관계가 경색되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독도 문제는 여전히 활화산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성숙된 한일관계를 위해 사과나 반성이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고, 3․1절 기념사에서는“언제까지나 과거에 발목 잡혀 제 자리걸음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는 발언을 했다. 이로써 우리 정부가 일본에 대해 저자세를 취하는 듯한 인상을 국민들에게 일부 심어주었다. 따라서 한일정상회담 직후 불거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우리 정부에게도 매우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일본 정부가 새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다’라는 내용을 실으려 한다는 보도에 따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례적으로 시게이에 도시노리 주일대사에게 항의와 유감의 뜻을 표명한 것이다. 유 장관은“엊그제 한일정상회담을 하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해 나가자고 했는데 일본이 그렇게 나간다면 명분이 약해지니 우리의 우려를 사전에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일대사와의 만남을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참모는“영토나 원칙에 관해서는 분명한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며“일각에서는 대일 저자세 외교를 문제 삼기도 하는데 우리가 원칙 없이 저자세를 취하는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 독도에 관련해서는 일본정부에서 독도 수호를 위해 대대적인 후원을 하고 있고, 인터넷으로 파악해보면 독도가 일본 영토로 거의 90% 이상 확실시 되어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 대해 외교부에서는“독도문제는 영토문제로써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우리의 고유한 영토다. 이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그동안 엄중하게 이 문제에 대해서 대처해 왔다. 앞으로도 그런 문제에 대해서 예의주시하고 계속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과의 대규모 인적 교류 약속

이 대통령의 방일을 통해 얻은 성과는 인적 교류 확대와 부품 소재 산업 분야 등의 실질적인 협력 촉구, 북핵문제 해결 및 우리의 대북정책 관련 일본의 지지 확보, 6자회단 성공을 위한 한일 긴밀한 협력 실시, 범세계적 문제와 관련한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강화 등 이다. 회담 성과에 따라 내년부터 현재의 2배 규모인 7,200명으로 젊은세대 교류를 확대할 것으로 합의했고, 향후 3년간 1,500명 규모의 대학생 상호 교류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Business Summit Roundtable를 결성하고, 중소기업정책 실시기관 및 민간단체가 참가하는 협의를 실시하며, 일본 기업의 투자 촉진을 도모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의 북핵정책에 반기 든 중국 정부
지난 5월 27일부터 30까지 이명박 대통령은 중국에 첫 국빈 방문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양국을‘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한 데는 크게 두 가지 메시지를 담겨 있다. 양국간 경제 문화 사회 분야의 교류 협력을 강화해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현실적 의미와 함께, 북한 문제에 있어서 공조체제를 보다 강화할 수 있는 외교, 안보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북한 문제의 공조를 외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후진타오 주석은 이 대통령이 방중하기 이틀 전에 메드베테브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데 동조했다. MD문제에 관한한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매끄럽지 못하다.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후 주석에게 자신의 「비핵․개방․3000」구상을 설명하며 이해를 구했지만 후 주석은 남북간 긴밀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자세를 보여 일단 무턱대고 우리측의 입장에 동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여파는 한중 정상회담 직후 여실히 드러났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기간에 나온 중국 외교부 친강(秦剛) 대변인의 발언은 큰 파장을 낳았다. 회담 직후 중국 외교부에 친강 대변인은“한미 군사동맹은 역사적으로 남겨진 산물이며 시대가 변하고 동북아 각국 상황도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냉전시기의 이른바 군사동맹으로는 역내에 닥친 안보문제를 처리할 수 없다”고 논평을 냈다. 이 발언 직후 우리측 외교부에서는 중국 측이 한미 동맹을 폄하하려는 뜻은 없었다고 밝혔었으나 바로 다음날 오후 외교부가 전날 밝힌 내용은 중국 정부의 공식입장임을 다시 확인해주었다. 사실 우리 정부는 친강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중국 외교부에 해명을 요구했고, 중국 외교부로부터 해명이 있긴 했다. 그러나 한미동맹에 대한 중국 정부의 비판적인 시각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임은 분명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지진현장 방문한 외국의 첫 지도자 기록
한중 정상회담 역시 약간의 진통은 있었지만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후진타오 주석의 한국 조기 답방 및 이 대통령 올림픽 개막식 참석 등 향후 빈번한 정상간 만남을 합의했고, 이 대통령은 또한 중국의 대규모 지진사태가 일어난 쓰촨성 지진현장을 방문한 외국의 첫 지도자로 기록됐다. 피해 지역 방문을 통해 한중 양국민간 우의와 신뢰를 강화하고 지진 피해자들을 향한 개인적인 동정심을 보여 중국인들의 호감을 얻었다고 홍콩의 한 외신은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이재민들에게 제공한 모포와 텐트 배포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쓰촨성에 거주하고 있는 동포들을 위로했다. 이 대통령은“중국이 가장 가까운 나라이고 좋은 이웃이기 때문에 좋은 일이 있을 때나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나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왔다”고 당시 소감을 말했다.
중국은 우리에게 제1 교역국이고,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은 3,4번째 교역국인 점을 감안하면 양국은 통상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체제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FTA문제와 이동통신과 금융, 원전건설, 에너지,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을 중점 추진키로 합의함에 따라 정부의 발표대로‘윈-윈 전략’을 실현한 셈이다. 정부는 중국이 일본과 맺고 있는 전략적 호혜관계보다 상위 개념을 우리 측에 제의한 것도 양국간 교류 확대의 필요성을 인식해서라고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 정상간 셔틀외교, 차관급 당국자간 정례대화를 통해 양국간 인적 물적 교류 확대 방안이 더욱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균형외교 더 부각되어야
미국, 중국, 일본과의 관계는 동북아 지역에서의 정상외교에 있어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다. 지금처럼 정상외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도 과거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지만 그 이면에는 이 대통령의 정상외교‘욕심’도 자리하고 있다. 정상외교 활성화를 통해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서 주도권을 잡고 강화해 간다는 구상이다. 그것이 단지 이 대통령 개인의‘야망’이 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정하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침이 아닌 균형을 꾀하는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주변 4강으로 둘러싸인 한국이 제 목소리를 내고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균형 있게 그들을 아우르고 대하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 각국을 상대하는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도 한쪽으로 기울임 없이 폭넓은 인재 등용과 효율적인 외교 정책을 펴 나갈 수 있도록 믿어주는 리더십도 요구된다. 어디에서나 독단적인 결정과 일방적인 의견 수렴은 독이 될 수 있다. NP
장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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