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을 만드는 책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정진국 지음 / 생각의나무 펴냄 >

‘책마을’은 헌책방이나 고서점이 모여 있는 동네를 말한다. 1962년에 영국 웨일스 헤이 온 와이에서 리처드 부스가 성을 사들여 헌책방을 크게 열면서 세계 최초의 책마을을 선언하고 나섰다. 인구 1천3백 명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이었지만 37개의 헌책방과 16개의 갤러리가 있는 이곳은 이제 책마을 종주국으로서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 농촌의 발전과 관광을 위한 하나의 모델로 제안되었는데, 가장 성공적인 새로운 관광산업 중 하나가 되었다. 많은 나라에서 영국의 헤이 온 와이를 모델 삼아 책마을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유럽 전역은 물론 일본, 말레이시아, 미국 등 전 세계에 책마을이 조성되었다. 책마을은 지방문화의 활력을 도모하는 정치실험이자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동참을 요구하는 사회운동이기도 하다.
24군데 유럽 책마을을 구석구석 찾아다닌 세계 최초의 책마을 순례기가 출간됐다. 130년 전 고흐가 쓴 편지, 140년 된 미술사가 라파엘로의 전기, 200년 전 셸리의 편지 등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책자들이 대접받는 동네에서 책과 함께 살아가는 소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길게 늘어선 헌책방과 주민들이 직접 책을 들고 나와 벌인 수많은 좌판 사이를 거닐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쓴 1년간의 여정이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마을에 있는‘책’도 중요하지만 책이 있는‘마을’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책마을의 모습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저자는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책마을을 2007년부터 2008년 초봄까지 1년에 걸쳐 다시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오래된 책과 책을 사고파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124컷에 달하는 사진이 어우러진 이 책은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를 두루 갖추고 있다. 마치 가만히 앉아서 유럽을 여행하는 기분이다. 인터넷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오래되고 희귀한 책들이 즐비하고 역사를 간직한 건물과 고즈넉한 자연이 한데 조화를 이룬 동네, 그곳에서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간다. 책방을 하는 사람들은 책을 사고팔아 이윤을 바라기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삶의 일부로 즐기고 기꺼이 나누며 살아간다. 이곳에서는 흥정의 재미도 쏠쏠하다. 소박한 인심을 갖고 있는 어떤 이들은 깎아주기도 한다. 헌 책으로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힘. 저자는 가장 우리다운 책마을 문화를 만들기 위해 1년간 먼 길을 떠나왔다. 대형서점과 인터넷의 영향으로 동네마다 한두 곳 있던 헌책방은 몰락하고‘작고 아름다운 것’이던 전통적인 서점도 사라질 위기에 처한 사실이 저자는 매우 안타까웠단다. 파리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저자는 자연스럽게 공부에 필요한 책들을 찾아 책방을 돌다가 유럽의 책방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낭만적인 감성과 냉철한 이성이 공존하는 유럽의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마을에 대한 관심 20년이 이 순례기를 탄생시켰다. NP








『이 PD의 뮤지컬 쇼쇼쇼』 이지원 지음 / 삼성출판사 펴냄
뮤지컬에 조예가 깊은 저자는 SBS <체인지>의 프로듀서다. 4대 클래식 대작부터 국내 뮤지컬까지 쉽고 재미있게 뮤지컬에 대해 풀어냈다. 이지원 PD는 자타공인 뮤지컬 마니아로서 국내외를 넘나들며 수백편의 뮤지컬 작품들을 두루 섭렵했다. 필 꽂힌 작품은 노래를 달달 외워 부를 때까지 몇 번이고 거듭 보고 신작 관람을 위해서라면 주말 해외 원정도 불사하는 이 시대 최고의 열혈 뮤지컬 팬으로서 이번 책은 지은이가 직접 보고 느낀 것들로 채워진 책은 글 속에 현장감이 넘쳐난다. 기본적인 뮤지컬의 줄거리와 배경 소개는 물론 저자가 느낀 뮤지컬 감상기와 독자들을 위한 감상포인트를 담았다. 또한 각 작품마다 화려한 무대, 공연 포스터, 유명 배우들의 사진 자료와 흥미로운 무대 뒷이야기를 실어 뮤지컬의 매력과 열기를 느낄 수 있다. 뮤지컬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알짜정보를 담은 부록까지 곁들여져 뮤지컬에 입문하는 사람이나 뮤지컬을 즐기는 고수들에게나 모두 흥미롭고 유용한 책이다.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 박상우 지음 / 시작 펴냄
맨발로 걷는 월정사 전나무 숲길,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찾아가는 대관령, 바다가 길이 되는 양양 조산리 앞바다, 길을 찾으러 갈 때마다 오히려 길을 잃게 되는 안개 자욱한 만항재, 자유가 무엇인지 늘 묻게 하던 자유로 등 작가가 새롭게 재발견한 우리나라의 ‘길’이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독산동 천사의 시」,「호텔 캘리포니아」등 섬세한 내면을 견결한 시선으로 포착하는 작품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 박상우의 신작 여행 에세이집이 출간됐다. 지난 몇 년간, 작가는 몸과 마음, 영혼을 위한 자신의 길 찾기를 사진에 담고 글로 적어나갔다. 자기 자신을 찾아나선 자의 내밀한 기록인 것이다. 이 산문집을 기점으로 다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서는 작가 박상우에게 이 작품은 그가 앞으로 보일 문학 활동의 새로운 원년의 시작이자 독자에게 진정한 자아를 찾게 도와주는 동시에 산문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할 의미있는 작품이다.

『앤디워홀』 이자벨 쿨 지음 / 정연진 옮김 / 예경 펴냄
특별한 예술가들의 생애와 작품을 다루는 예경의‘아트스페셜’시리즈인「앤디워홀」이 출간됐다. 미국 팝아트계의 창시자이자‘20세기를 상징하는 문화 아이콘’이라 일컬어지고 있는 앤디 워홀은 극적이고 정열적으로 시대를 주도하며 자신의 삶과 사랑, 그리고 예술 세계를 이루어 나간 예술가다. 예경의 아트스페셜은 독자들이 부담 없이 작품과 예술가의 삶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저술되었다. 단 것을 좋아했다는 앤디 워홀은 체중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이어트를 위해 자연식품점을 즐겨 찾고, 보디빌딩에 몰두했더랬다. “앤디 워홀에 대해 알고 싶다면, 내 그림, 영화, 모습의 표면을 관찰하면 된다. 그 표면이 바로 나다. 그 밑으로 숨겨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을 정도로 앤디 워홀은 살아서나 죽어서나‘신화’적인 존재다. 그는 조각품, 실크스크린뿐만 아니라 실험영화를 제작학, 유명인과의 인터뷰를 실은 잡지를 창간하고, MTV에서 자신의 쇼를 진행하고, 광고에 출연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던 새로운 개념의 미술가다.

『내 아들의 연인』 정미경 지음 / 문학동네 펴냄
2002년‘오늘의작가상’수상, 2006년‘이상문학상’수상 등으로 독자들에게 알려진 작가 정미경의 신작 소설집이 나왔다. 「밤이여, 나뉘어라」,「너를 사랑해」,「들소」,「바람결에」,「내 아들의 연인」,「매미」, 「시그널 레드」등 총 7편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다. 저자는 이전 작품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소설집에서도 각 소설마다 그 나름의 독특한 직업세계를 가진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그리고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등장인물들을 통해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본다.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직업과 상황에서 겪고 있는 각양각색의 문제들을 보여주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고민하고 갈등하며 이에 대처해 나가는지를 충실히 뒤쫓아 그려냄으로써, “생긴대로 살아야 하는 쪼잔한 존재들의 슬픔”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정미경은 차라리 픽션이면 더 좋았을 듯한 조잡하고 비루한 이야기들을 과장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내보인다.


『얼굴없는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 콤 켈러허 지음 / 김상윤 안성수 옮김 / 고려원 펴냄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움직임이 거세진 가운데 광우병 관련 서적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한 과학자가 8년간 추적, 광우병의 진실을 파헤친 한 편의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의 첫 화면은 예리한 수술도구로 장기가 도륙된 채 발견된 한 마리 소의 모습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주변에는 도살당한 어떤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6개월 후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첫 번째 광우병 소가 발견된 사실이 발표된다. 2003년 광우병 소가 미국에서 발견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 이유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저자는 1955년으로 거슬러올라가 당시 식인풍습으로 유명한 파푸아뉴기니의 포레부족을 화면에 포착한다. 이야기는 2004년 최신의 연구성과에 이르기까지 탐정소설처럼 사건들을 나열한 후 그동안 발표된 많은 증거들을 통해 이들 사이의 연관성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책에서 밝혀지는 광우병에 대한 놀라운 진실들은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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