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벽은 높고 존재의 아픔은 희망을 당긴다>

따스한 햇살 속에 불어오는 바람이 볼을 간질이는 아름다운 계절, 봄은 시를 읽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우리가 시를 읽는 것은 즐겁기 때문이다. 진심을 담아 쓴 시는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고, 그 순간 우리의 마음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물의 진실을 통해 때로는 함께 웃고, 울기도 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의 디지털문화 속에서 시 한편을 통해 일상의 작은 행복을 누리는 것이 새롭게 느껴진다. 이러한 아날로그적 감성이 그리워질 때 우리는 시를 읽게 된다.

사랑, 존재, 자연, 그리움, 신앙의 다섯 가지 테마
▲ 전주대학교 시각디자인과 문웅 교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한국적인 것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승화시킨 작품세계를 통해 우리와 친숙한 전주대학교의 문웅 교수가 최근 그의 첫 번째 시집 <현실의 벽은 높고 존재의 아픔은 희망을 당긴다>로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문학에 대한 갈망과 열정을 지니고 있었던 문웅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어느 순간 느낌이 오면 그것을 글로 표현해내야만 직성이 풀렸다. 그러던 중 예술전문잡지에 게재한 그의 글을 본 동료 교수이자 귀우인 중문학과 이상옥 교수의 권유로 시를 쓰게 되었다. 그의 시집 <현실의 벽은 높고 존재의 아픔은 희망을 당긴다>는 그가 매일 일상에서 느낀 그대로를 옮겨놓은 것이기에 마치 일기장을 넘기는 것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는 "사랑을 하지 않으면 시를 쓸 수 없다. 사랑을 하지 않는다면 섬세하고 따뜻함의 전율이 느껴질 수 있을까 늘 생각한다. 그래서 신앙적 믿음위에 기초한 모든 사물과 사랑에 대한 갈망을 시 속에 녹여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그것들을 첫 번째 시집 <현실의 벽은 높고 존재의 아픔은 희망을 당긴다>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사랑, 존재, 자연, 그리움, 신앙이라는 다섯 가지의 테마로 엮인 그의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그가 가지고 있는 사물의 통찰력과 표현력을 그대로 시 속에 감정이입해 독자로 하여금 일상의 감동을 느끼게 한다.

일상을 담아낸 한 폭의 그림 같은 詩
▲ 본문 중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작품은 대중성(populism)이 있는 시로서 약간의 산문형식이 곁들여진 에세이즘(essayism)의 형식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시를 접한 어느 중국 문학 평론가는 그것을 “몽롱(朦朧)시”라고 명명한 바 있다. 그의 시에는 미술 화풍의 환상적이고 초현실주의적인 경향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사물의 보이지 않는 내면세계를 자유자재로 그려내는 그의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표현력이 시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또한 마음이 가고 느끼는 대로 자유롭게 풀어쓰는 프리이즘(freeism)이 그의 시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내 마음의 감성을 솔직히 담아내어 풀어 쓴다. 마치 바람에 날려가는 그 무엇처럼 감동의 순간이 오면 놓치지 않고 그대로 써내려 가는 것이다. 일상의 쉼을 얻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생각이 미치고 그것을 정리하면 모두 시가 된다”라고 이야기하는 그의 눈빛에서 시를 쓰는 것이 얼마나 순수한 즐거움을 주는 일인지 느껴진다. 그래서 그는 어디서든 노트를 꺼내 든다. 일과가 끝난 오후에는 음악과 차(茶)의 향기가 가득한 찻집에서 글을 쓰곤 한다. 주말이면 또 다른 일상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통해 시상을 떠올린다. 사진기에는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내고, 수첩에는 그로 인해 느끼는 감성을 풀어낸다.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 같은 詩
그에게 있어 생활의 일부였던 시는 이제 전부를 아우르는 윤활유 같은 것이 되었다. 기독교인으로서 자신의 시가 많은 이의 영혼을 정화시키고 심금을 움직이는 내적 희구성을 감당하는 한편의 이야기가 되기를 소망하는 그는 앞으로도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느낄 수 있는 시를 계속해서 써내려 갈 것이다. 지금껏 그가 디자인과 시를 통해 디지털 문화 속에서 잔뜩 찌들어버린 현대인의 정서를 이완시키고자 노력해왔던 것처럼, 마음의 문을 열고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창문 같은 또 한편의 아름다운 시를 기대해본다. 아울러 마지막으로 그가 남긴 작은 소망을 가슴 속에 새겨본다.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보며 마음속에 별을 심는, 비가 오면 빗방울 속의 영롱한 움직임을 가슴 속에 담는 시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바람이 불면 세찬 바람에 흔들거리는 사물의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시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눈이 오는 밤 좁은 골목길의 가로등 위로 쏟아지는 눈을 바라다 볼 줄 아는 시인이었으면 좋겠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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