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1일 현지시각으로 오전 7시 40분 ‘2008 전북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고우석 대원과 구형준 대원이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 등정에 성공해 ‘에베레스트 한국 등정자’ 94호와 95호로 기록되었다. 이들은 올해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선 세계 42개 팀 가운데 3번째로 등정에 성공했으며, 한국 원정대 6개팀 가운데서는 가장 먼저 등정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구형준 대원의 경우 초오유와 로체 등정에 이어 이번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함으로써 히말라야 14좌 중 3곳을 등정한 전북산악인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에베레스트 등정은 전북 산악의 새 역사”
▲ 전라북도산악연맹 엄호섭 회장
1967년에 창립된 전라북도산악연맹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산악운동의 활성화를 이끌어낸 시발점이기도 하다. 2004년 12월 엄호섭 회장이 취임한 이후 전라북도산악연맹은 전북체육회에 정가맹 단체로 소속되며 발전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엄 회장은 무엇보다 선수 저변확대와 우수선수 육성을 통해 전북 산악 활성화에 앞장서왔다. 또한 전주 완산 체련공원 및 도내 요소에 인공암벽을 설치하여, 암벽 동호인 활성화와 선수육성에 주력했다. 그 결과 2006년 히말라야 초오유, 2007년 미국 요세미티 등정에 이어 2008년 5월에는 전북산악인들의 숙원이었던 에베레스트 등정까지 성공하게 되었다. 전북 에베레스트 원정은 전북 산악계의 숙원인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등정을 통해 도민들의 개척정신과 도전정신을 구현하고자 전라북도산악연맹이 창립 45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해 온 것이다. 이는 1993년 5월, 13명으로 구성된 원정대가 3차례 에베레스트 정상 도전에 나섰다 실패한 뒤 15년 만에 이루어진 재도전이었다. 당시 원정대는 정상을 불과 200여m 남겨둔 상황에서 폭설을 만나 눈물을 머금고 철수를 해야만 했다. 그러나 15년 만에 재도전에 나선 이들은 드디어 5월 21일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 지난날의 아픈 과거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었다. 현지시각으로 오전 7시 40분 드디어 ‘2008 전북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고우석 대원과 구형준 대원이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에 올라 전북 산악의 새 역사를 쓰게 된 것이다. 한편 이보다 4일 앞선 17일에는 히말라야 로체(8516m) 등정에도 성공하는 또 하나의 쾌거를 이룩했다. 로체봉은 히말라야의 8000m 이상 14좌 가운데 에베레스트(8848m), K2(8611m), 캉첸중가(8586m)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산이다. 히말라야 14좌 첫 등정에 성공한 전북산악연맹의 현권식 원정대장과 지난 2006년 초오유(8153m) 등정에 이어 두 번째 히말라야 14좌 등정에 성공한 정재석 대원이 바로 그 영광의 주인공들이다. 엄호섭 전북산악연맹 회장은 “전북 산악계의 숙원이었던 에베레스트 등정과 로체 등정에 성공한 대원들이 자랑스럽다. 200만 도민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어 기쁘고, 전북 산악인들의 기상도 드높이는 계기가 된 것 같다”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에베레스트 등정의 또 다른 주인공, 엄호섭 회장
▲ 2008 전북 에베레스트 원정대는 15년 만에 재도전에 나선 끝에 드디어 5월 21일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 지난날의 아픈 과거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었다.
(주)세건의 대표이사로 그동안 전북 체육 활성화에 앞장서온 엄호섭 회장은 “처음 원정대를 히말라야로 떠나보낼 때는 에베레스트와 로체 중 한 곳만 성공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입산료만 1인당 1만 달러에 달하는 에베레스트 등정을 위해 원정대 출정을 성사시키기까지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라북도와 전북은행, 대한산악연맹, 전북체육회, 이스타나 항공 등으로부터 등정 경비를 지원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경비를 마련하기에는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엄 회장은 전체 경비에 3분의 1에 해당하는 4천 여 만원을 사비로 지원해 원정대 출정에 힘을 불어넣었다. 결국 어려운 준비 과정을 거친 끝에 거둔 성공이었기에 그들의 에베레스트 등정과 로체 등정은 더욱 값진 것이었다. 엄 회장은 “원정대가 출발하고 성공했다는 연락을 받기 까지 초조해서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그러다 성공했다는 전화 연락을 받았을 때 해냈구나 하는 마음에 무척 기쁘고 자랑스러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그때부터 그에게 가장 중요한건 대원들의 무사 귀환이었다. 산은 정상을 밟는 것도 어렵지만 하산할 때 더욱 커다란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는 “대원들에게 안전하게 돌아올 것을 거듭 당부했다. 성공하면 두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잠이 더 안 오더라. 대원들에게 보다 넉넉하게 지원해주지 못한 미안함과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대원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만감이 교차했다”라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전라북도산악연맹을 4년째 이끌어 온 엄 회장은 취임 당시 밝혔던 전북산악연맹의 전북체육회 정가맹, 전주 인공암장 마련, 히말라야 원정 등 세 가지 약속들을 모두 실천해왔다. 그는 “전북산악연맹이 히말라야 14좌 등정에 모두 성공하는 것이 나의 마지막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연맹을 이끌 적절한 후임자를 찾는 것이 내가 연맹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아울러 전라북도와 함께 추진 중인 ‘모악산 명산 만들기’ 프로젝트와 다양한 환경보전운동에 앞장서며 마무리를 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엄 회장은 “산은 사람들로 하여금 겸손해 지는 법을 가르쳐준다.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게 함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는 법과 봉사하는 법을 산을 통해 배웠다. 그리고 삶은 오래보다는 건강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산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았으면 한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