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그 이상의 2008 베이징 올림픽

13억 중국인의 염원이 10년 만에 이루어지는 순간이 다가왔다. 이달 8일 8시 8분 8초에 2008 베이징 올림픽은 그 화려한 막을 올린다. 베이징시 쯔친청 북족 10km 지점에 위치한 메인스타디움‘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에서 개막식을 갖고 17일간 펼쳐지는 제29회 올림픽은 205개국 1만500여 명의 선수가 출전하고, 28개 종목에서 302개의 금메달을 놓고 결전을 벌인다.

▲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화려하게 불밝힌 올림픽주경기장 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은 새 둥지와 비슷해‘냐오차오(鳥巢?조소)’로 불린다. 9만1000명을 수용하는 이 경기장에는 정치, 경제, 스포츠 대국을 노리는 중국인의 꿈이 담겨 있다
중국은 이번 올림픽을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와 건설, 제도 개선, 시스템 변화를 시도했다. 무려 400억 달러를 투입했다는 올림픽 준비 과정은 중국의 자존심을 전세계에 널리 알렸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알리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면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웅장함은 일단 건축물에서 드러났다. 서울 올림픽공원의 8배 규모(1천135만㎡)의 스포츠 콤플렉스인 올림픽공원은 남북 길이만 해도 5km에 달하고, 바로 이곳에 개막식이 열리는 베이징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이 자리 잡고 있다. 올림픽공원에는 10곳의 경기장이 몰려 있고, 메인프레스 센터와 선수촌, 국제방송센터가 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문을 연 베이징 서우두(首都) 국제공항 3터미널은 단일 공항터미널 규모로는 세계 최대(98만6000㎡)로 인천국제공항의 약 1.5배에 달한다. 또한 세계 최장 바다대교인 항저우(杭州)만대교가 지난 5월 개통됐다. 베이징에는 축구장 4개가 들어갈 수 있는 국가대극원(국립극장)이 지난 달 문을 열었고, 여기에는 세계 최대의 돔(dome)형 공연장이 명물로 등장했다. 이밖에도 현대판 피사의 사탑이라 불리는 CCTV의 본사 사옥 건물, 제3 궈마오(國貿)건물 등 최신 신축 고층 건물들이 베이징 시내 도처에 들어서고 있다. 또한 국립박물관도 면적을 3배나 넓혀‘세계 최대’로 만드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중국은 이번 기회를 통해 선진국 문턱에 도달한 과학기술, 환경개선 노력과 5천년 문화의 진수를 전세계인에게 보여주겠다는 강한 집념을 보여주고 있다. 올림픽 개막일과 시간 설정은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숫자인‘8’에서 비롯된 것도 그 예라 할 수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베이징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가 300억 달러, 고용 창출 효과는 약 30만 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대적인 변화를 차분히 준비해온 중국
중국이 최초로 올림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89년 천안문사태 이후 1년 뒤 등소평의 올림픽개최 발언부터다. 이때까지 중국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있었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한 상황이 아니었다. 이런 환경을 극복하는 과정에 올림픽 개최는 중국의 개혁과 개방의 의지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방법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박승록 선임연구위원은“1993년 중국은 200년 하계올림픽 개최 신청을 했다”며“이는 중국 역사상의 일대 사건이었고, 중국의 대외개방정책의 상징이며, 국제사회에 융합해 들어가고자 하는 중국인의 염원이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의 반대로 유치에 실패했고, 2008년 올림픽 유치를 두 번째로 도전한 것이다. 여기에는 첫 번째 유치 실패의 원인이었던 중국의 인권문제를 개선하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약속하는 과정이 더해졌다. 박 위원은“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의 평가에 따르면 1988년 서울 올림픽은 올림픽 개최가 인권개선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한국의 올림픽 개최는 한국이 독재정치에서 민주정치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역시 이번 올림픽 개최는 한국과 유사한 영향력을 발휘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의미는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도시환경을 변화시킨다는 의미와 더불어 각종 체육시설과 사회기반시설, 도시운영 시스템 변화 등의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변화들이 대규모로 자연스럽게 행해질 수 있는 기회다. 박 위원은“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며 중국이 보도의 자유,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보장할 제도적인 변화를 약속한 것을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기본적인 제도변화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으며, 이런 약속들을 지키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도 부합된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중국은 올림픽 개최를 통해 정부정책 시행에 대중들의 참여를 더욱 활성화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중국이 올림픽을 통해 민족주의 의식을 높이고, 서방세계에서 우려하던 인권문제를 크게 개선하며, 올림픽 개최 도시 베이징의 도시환경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며 올림픽 이후 중국의 국제적 위상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 눈치 보는 세계 정상들
8일에 열리는 올림픽 개막식에는 80여개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등이 개막식 참석을 결정했다. 유럽 지도자 가운데 가장 먼저 개막식 불참을 시사했던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유럽연합(EU) 순회의장 자격으로 참석할 것”이라고 밝히며 보이콧을 철회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티베트 독립시위를 유혈진압한 것을 두고 중국의 인권탄압을 문제 삼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캐나다 스티븐 하퍼 총리는 개막식 불참을 선언했다. 결국 올림픽 개최 이전부터 우려됐던 인권탄압 문제는 티벳 사태를 기점으로 더욱 부각됐고, 베이징 올림픽 성화의 해외 봉송 과정에서 갖가지 사고를 유발시켰다. ‘약속의 구름’이라는 이름을 가진 베이징 올림픽 성화는 세계 최초로 해발 8천848m의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기념비를 세우기도 했다. 성화는 130일 동안 역대 최장거리인 5대륙 13만5천km의 대장정을 계획하고 출발을 시도했지만 출발부터 순탄하지 못했다. 채화 도중‘국경없는 기자회(RSF)’관계자들은 중국의 인권 문제를 규탄하며 행사를 저지하려 했고, 이후 런던과 파리에서는 시위자들로 인해 불꽃이 사그라지기도 했다. 지난 4월 서울 시내 봉송에서도 국내 인권단체와 중국인들 간의 충돌이 일어났으며, 지난 달 티베트자치지구 수도 라싸에서 열린 봉송행사에서는 수천명의 공안과 무장경찰의 삼엄한 분위기가 도출됐다. 중국은 강대국인 동시에 개도국이다. 올림픽을 불과 몇 달 앞두고 겪은 티벳 사태와 쓰촨성 대지진 참사는 중국이 안고 있는 취약점을 보여준 사례라 볼 수 있다. 열악한 상황을 초래한 것도 분명 중국 자신이지만 그에 대한 수습책 역시 중국 자신이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인천대 한광수 교수는“중국은 국제정치에서 종전보다 적극적으로 제목소리를 내고 있다”며“세계여론이 들끓었던 티벳 사태에 대해 후진타오 주석은 이를‘국내문제’라며 외부간섭을 차단했고,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해서도‘지나친 규제완화’라며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공개적으로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한중정상회담 중에 보여주었던‘한미 동맹은 냉전의 산물’이라는 공식입장을 표명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한 교수는“중국의 발전은 미중관계와 더불어 한반도의 국제적 위상을 변화시키고 있으므로 중국의 발전이 불러오는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1위를 바짝 뒤쫓는 중국
▲ 서울 올림픽공원의 8배 규모(1천135만㎡)의 스포츠 콤플렉스인 올림픽공원은 남북 길이만 해도 5km에 달하고, 바로 이곳에 개막식이 열리는 베이징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의 올림픽 개최는 한국에도 여러 측면의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있기도 했다. 한국 경제에 있어서 수출증대, 중국진출 기회의 확대, 올림픽을 계기로 한 지속성장으로 한국에 보다 큰 시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었다. 하지만 한국이 우세했던 첨단분야에서조차 중국이 한국을 추월할 기미가 있고, 정보통신, 환경기술 분야의 발전 속도 역시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수출입은행 김주영 동북아팀장은“최근 우리 기업의 대 중국 투자 건수가 감소했으나 대신 투자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며“중국 내수시장을 지향하는 기업들이 투자규모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중국이 올림픽을 앞두고 더 이상 중국이‘세계의 공장’,‘환율 조작국’등의 무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원년으로 자리매김 하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올림픽 직전에 나타나고 있는 중구그이 투자환경 변화가 성장 제일주의에서 효율성 고조로 바뀌면서 생산 대국에서 생산 강국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중국 내에서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성장 제일주의를 달성하기 위해 취했던 세제감면 등 우대혜택을 대폭 폐지 내지 축소했고, 환경오염 억제를 강화하여 자원과 에너지 다소비, 저부가가치 제품의 생산을 적극 억제하고 있다. 김 팀장은“따라서 우리 기업은 중국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중국이 취약하면서 발전시키고자 하는 부분을 적극 파고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테면,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 분야, 금융 및 서비스 분야 등이다. 또한 중국 사업에서 영업이익뿐만 아니라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는 투자이익 등의 추구에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림픽을 기점으로 해서 중국의 경제구조는 1964년 올림픽을 개최했던 일본과 1988년 개최했던 한국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통해 중국산 제품의 국제적 신인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이것은 섬유, 생활용품, 가전 중심의 수출구조가 자동차, 조선, 기계 등으로 고도화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이문형 연구위원은“한국의 대중국 수출 역시 중국의 수출구조가 고도화되고 소비수준이 향상되면서 저가 중심에서 고가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따라서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세계 시장에서 한중간 경쟁영역이 전 산업으로 확산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급격한 추격에 대비해 신성장 산업을 적극 발굴하고 중국과의 경쟁이 약한 블루오션 영역을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 위원은“특히 하이테크산업을 중심으로 한 핵심 R&D와 글로벌 경영능력을 강화하여 전천후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의 지속성장 가능성에 대해 고려대 경영학과 김익수 교수는“올림픽 이후에도 중국 경제는 9~9.5% 내외의 경제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인플레와 긴축정책, 자원과 에너지난, 환경문제, 농촌의 불만, 지역격차의 확대와 부패 등의 제약요인이 있긴 하지만, 정책당국의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고 체제 내의 개혁․개방에너지가 충만해 있는데다가 민간부문의 자생적 투자열기가 뜨겁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은 대규모 자연재해 지진을 겪었고, 소수민족 문제인 티벳 사태, 인권 문제에서 비롯된 성화 봉송 반대 시위 등의 작지 않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때마다 의연한 대처 능력을 보여 주었다. 그런 사건과 사고들을 통해 중국인들은 더 단결하는 모습을 보이며 新中華 사상을 높이기도 했다.
중국은 현재 13억 인구의 잠재력은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급속한 경제성장은 중국이 세계 경제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신호탄이라고 여긴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단순한 스포츠 제전을 뛰어넘어 세계 정치와 경제, 문화의 중심에 서 있는, 발전된 중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1984년 LA올림픽 이후 6차례 올림픽에 참가한 중국은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종합 2위를 기록했다. 20년 만에 1위 미국의 뒤를 바짝 뒤쫓은 것이다. 이번 2008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의 추격을 스포츠 기록 외의 곳에서 확인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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