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HA Conference 강종일 회장

세상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하는 공간이라고 이야기들 한다. 하지만 비단 더불어 살아가야 할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살아 숨쉬는 따뜻한 모든 생명과 우리는 함께 해야 할 무언의 의무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들과의 유대관계 역시 쉽게 지나칠만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3월 제1회 한국동물병원협의회 KAHA Conference가 있었다. 그리고 올해 4월 1일부터 2일까지 서울대 멀티미디어관에서 제2회 KAHA Conference가 열릴 예정이다. 국내 강사와 호주, 일본, 미국 등 외국 강사들을 초빙하여 전개될 컨퍼런스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수의계의 나아갈 방향 모색

▲ 강종일 회장
KAHA Conference를 주최하고 있는 한국동물병원협의회(Korean Animal Hospital Association, KAHA)는 16년 전‘소동물 임상 연구회’를 첫걸음으로 현재 많은 부분에서 활동하며 좋은 수의사상을 정립해가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종일 회장은 인사말에서“FTA 등에서 거론된 바와 같이 앞으로 동물병원도 외국 수의사들에게 완전 개방될 것이 목전인지라 이에 대비하여 임상 수의사들의 수준 향상을 위해 교육 사업에 중점을 둘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또한 다가올 2011년 이 협회가 회원국으로 등록되어 있는 세계소동물수의사협회(WSAVA) World Congress와 아시아소동물수의사협회(FASAVA)를 동시에 유치하여 국제 사회에서의 한국 수의사들의 위상을 높일 계획을 가지고 유치 준비에 한창이라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발 빠른 움직임이 이들이 가지는 경쟁력의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현재의 모습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예상해보며 수의계의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모색해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수의계의 현실

대한수의사회를 비롯한 수의사 단체가 창립된 지 50여년이 지나는 동안 사회는 급변화의 물살을 타고 있었다. 그러나 급변화하는 사회현실에 맞게 법과 제도가 개선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수의료법’의 경우 올바른 적용이 아직 실현되고 있지 못한다는 지적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동물 복지의 기본 개념조차 무시되고 있는 것은 물론 수의사의 사회적 기능을 충분하게 수행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후진국적 법률과 근시안적 제도는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국내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국가 이미지의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 농림부를 비롯하여 정부와 수의사단체가 나서서 수의료법 관련 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시기이다. 매년 약 500명의 수의사들이 배출되고 있으나 유휴 수의사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수의사의 공급 과잉과 FTA 등에 처한 수의사의 현실을 고려하여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할 시기이다. 지난 1980년대 말부터 활성화된 반려동물 시장은 97년 말 IMF를 맞아 급격히 감소하는 시기를 맞았다. 2000년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2003년부터 계속되는 국내 경기침체가 가계의 수입 감소로 이어져 반려동물 사육 수의 감소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몰지각한 수의사들의 경우 안하무인식의 병원경영으로 병원 수입의 감소와 삶의 질 저하라는 측면으로 이어져 악순환의 고리가 거듭 반복되고 있다. 물론 10여 년 동안 급속하게 성장해온 국내 소동물 수의계는 시대의 흐름과 보호자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교육적인 면은 물론 병원 시설과 장비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이를 통하여 양질의 치료가 가능해짐에 따라 수의학의 질적 향상도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경쟁에 따른 투자는 병원 운영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몇몇 병원의 과잉 진료는 수의사에 대한 위상을 실추시키고 보호자들의 경제적인 부담과 불만을 유발하고 있었다. 꾸준하게 이루어진 보호자 교육을 통하여 반려동물에 대한 수준이 향상되고 이를 통하여 보호자와 수의사간의 신뢰관계가 형성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나 보호자의 지나친 간섭과 요구, 기대치로 이어져 병원은 심리적인 부담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더 큰 문제들을 야기 시키기도 하기 때문에 현명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한국동물병원협의회의 지향점

우선 한국동물병원협의회는 소동물 임상수의사의 학술능력 향상을 도모하는 단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이들은 상호간의 친목을 돈독히 하고 직업 윤리관을 정립 실천하는 것에 기본을 두고 있다. 더불어 임상수의사의 권익(여기서의 권익은 수의권이라고 볼 수 있다)을 옹호하고 수의사상의 확립에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사회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대한수의사회의 산하 단체로 세계소동물수의사회 27회 Annual Congress에서 정회원으로 가입함으로써 국제적인 무대로 그 활동 영역을 넓힘은 물론 더 넓은 시야를 가진 단체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재하게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올바른 수의사상과 직업 윤리관의 정립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 같은 실천을 통하여 궁극적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동물의 복지 및 국민 건강을 위한 노력이라는 측면일 것이다.

첫 번째 학술적 자질의 향상

그렇다면 이들의 구체적인 활동사항에 대하여 살펴보겠다. 변화와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자질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일들에 탄탄한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동물병원협의회에서는 학술적인 자질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자 하고 있다. 그들이 갖추어야 할 학술적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서 회지를 발간하고 있으며 학술 세미나의 개최와 비정기 간행물의 발간 등으로 시류에 적합한 지식 습득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협회에서 지향하는 임상 수의사의 학술적 자질향상사업이란 수의학적 지식의 함양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실제 임상 실험에서 응용할 수 있는 실기와 이론 교육 사업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방법의 하나로 회지와 세미나를 준비한다고 했다. 90년부터 매년 10회씩 발간하여 2006년 1월 현재 통권 17호가 되는 회지에서는 임상 및 기초 수의학, case report, Human-animal bond와 동물병원 경영이라는 주제가 수록되어 발 빠른 정보의 장을 열어주고 있었다. 90년부터 매년 봄, 가을에 개최되는 임상세미나에서는 각 수의과 대학의 기초 및 임상 교수님과 임상가를 초청하여 살아있는 강습을 꾸며나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2005년부터는 이미 1995년에 개방된 의료 시장, 특히 FTA에 대비해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맞춤형 교육과 컨퍼런스를 실시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동물병원 경영 및 외래동물에 대한 강좌를 개최하고 있으며 신기술이나 새로운 개척분야를 발굴해왔다. 이는 이론과 실습을 동시에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번째 CAPP운동과 Human Animal Bond

현재 협회에서는 CAPP운동을 추진 중에 있다. 이는 Companion Animal Partnership Program의 약자로 반려동물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심어주어 소동물 병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개선하여 동물병원의 기반을 튼튼히 하고자 하는 역점 사업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94년 하반기에는 어린이들에게 반려동물의 소중함과 수의사의 사회적 역할을 홍보하는 책자인‘동물은 내 친구’를 만들어 전국의 유치원에 보냈다. 총 10만부 발행된 이 책자는 어린이들에게는 물론 학부모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었다고 전하고 있다. 95년부터 97년까지는 반려동물과 함께 보육원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총 20여회 인천보육원과 구세군 어린이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또한 96년에는 수의사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자는 취지로 이 협회와는 별도로‘동물은 내 친구’라는 사회단체를 구성, 재정적인 후원을 해오고 있다. 현재‘동물은 내 친구’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도우미 개를 자원봉사에 의해 육성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이와 함께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애견 문화 교실을 통하여 일반인들에게 올바른 개 기르기와 훈련법을 보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companion animal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시기부터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친근한 동물들을 지칭하게 되었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 각국에서는 1970년대 초부터 HAB(human animal bond), 즉 인간과 동물의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효과를 인식하고 쌍방의 복지를 아우르는 이념을 기본으로 하여 조사와 연구 활동을 지속해왔다고 한다. 이후 인간과 함께 가깝게 생활하는 동물을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라고 불러 종래의 펫이라고 부르던 동물에 대한 인식이나 가치, 역할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의 발판으로 마련하고 있었다. 핵가족화와 낮은 출산율, 인간애의 희박화, 물질만능, 흉악범죄 등의 현상이 증가하는 사회 속에서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동물과의 상호작용에서 얻어지는 효과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세계 각국의 HAB는 노인, 장애인,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 매개활동(AAA)에서 시작되어 인간 생활의 질을 높이고 정서적인 안정과 편안함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2011년에는 우리협회가 회원국인 세계소동물협회(WSAVA)world congress와 아시아소동물 수의사연합(FASAVA)을 동시에 유치, 국제사회에서 한국수의사들의 위상을 높일계획입니다.”

KAHA에서는 수의계의 긍정적인 미래형성을 위하여 다각화된 노력을 하고자 한다. 우선 수의학과의 통폐합과 적정한 수의사의 수를 유지하여 인적자원의 효율적인 관리를 꾀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전문의 제도를 도입하여 고난이도의 질병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며, 국내외적으로 수의사와 협회는 물론 반려동물 관련 산업체간의 협력 및 교류 증진으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국제적 수준의 각종 총회를 유치함으로써 내부적 결속과 우리나라 수의계를 홍보하는 기회의 발판으로 삼고자 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현재는 일본을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각종‘아시아 수의 전문학회’등을 한국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우리나라가 아시아 지역의 중심국으로 발돋움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인간만을 위한 이기적인 삶은 결코 풍요로울 수 없다. 반려동물들과 함께 하는 삶을 위해서 수의계의 자기성찰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으로의 올바른 모색이 필요한 시기이기에 한국동물병원협의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예고된 FTA타결 등으로 국가간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으며 한국 수의계는 신속한 대응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에 국내 수의계 직능 단체의 기능을 적극 강화하여 선진 수의학을 도입하고, 컨퍼런스 등을 통해 숙련된 기술을 널리 교육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 같은 다양한 이유들로 이번 4월에 열리게 되는 제2회 KAHA Conference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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