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우리의 대응책 한일의원연맹 사회문화분과위원장 민주당 국회의원 이낙연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은 4년마다 어김없이 찾아와 우리를 분노케 한다.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받기 위해 교과서들이 4년마다 새롭게 만들어지고, 그에 대한 문부과학성의 검정과 각 학교 또는 지자체의 교과서 채택이 새롭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정결과가  발표되는 4월5일을 전후한 몇 개월은 한일관계가 매우 가파르게 전개되곤 한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을 둘러싼 제반 상황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앞으로 어떻게 결말지어질 것인가. 한국에서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은가. 그런 것들을 알아보기 위해 나는 일본에서 극우 교과서 반대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는 핵심적 시민단체의 중심인물을 만나 인터뷰했다. 그 분과의 인터뷰를 소개해 드리는 것이 ‘뉴스피플’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독도도발과 역사왜곡에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하기 위해 나는 한일의원연맹 대표단(5명 · 단장 홍재형의원)의 일원으로 3월14일 일본을 방문했다. 15일 밤까지 일본에 머물면서 대표단의 공식활동에 동참하는 한편,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시민운동가와 언론인을 만나 깊숙한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만난 시민운동가는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 21’( 이하 전국네트 21)의  다와라 요시후미(俵義文)사무국장. ‘전국네트 21’은 극우단체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의 편향된 중학교 역사교과서에 반대하는 핵심적 운동단체다. 4년 전에도 ‘새역모’ 교과서 불채택운동을 주도해 이 교과서의 채택률을 0.039%에 그치게 만든 주역이다.
  동경 지요다(千代田)구 이다바시(飯田橋)의  ‘전국네트 21’의 사무실에서 백발이 성성한 60대의 이 시민운동가 다와라사무국장을 만났다.  그는 신념에 가득 찬 얘기를 들려주면서도 연신 수줍게 웃었다.
  -교과서 문제의 현재 상황을 설명해 달라.
  “4월 5일 문부과학성 검정 발표, 8월말 각 학교나 교육위원회의 채택까지 5개월간의 싸움이다. ‘새역모’는 10% 채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황은 심각하다.”
  -전망은 어떤가.
  “뭐라고도 말할 수 없다. 그들의 목표처럼 10% 채택이 이루어질 수도 있고, 4년 전처럼 0% 가까이 될 수도 있다. ‘새역모’는 회원이 감소했다. 그들의 최근 발표를 보니 회원이 7천8백여 명으로 돼 있었다. 4년 전에 비해 30%가량 줄었다. 그러나 자민당이 전면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4년 전 ‘새역모’ 교과서 채택률이 0.039%로 나오자 자민당은 자기들이 너무 안이했다고 반성하고 전국의 지방조직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금년 1월 당 대회에서는 역사교과서 문제(우파 교과서 보급)를 중점과제의 하나로 설정했다. 수십명의 의원들이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모임’을 결성해 6개 항목을 문부과학성에 요구했다. 그 모임의 대표가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경제산업상, 부대표가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문부과학상, 사무국장이 문부과학성 정무관이 됐다. 그 모임이 요구한 6개항은 ‘새역모’의 요구와 같다. 이같은 자민당의 압력에 문부과학성도 영합하고 있다. 그 교과서 채택률이 10% 이상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일본사회가 전반적으로 우경화하고 있다고들 말한다. 그런 가운데서 ‘전국네트 21’같은 시민운동을 하기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여러 가지 면에서 곤란하다. 그러나 신경 쓰지 않는다. 그것 때문에 우리가 할 일을 못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새역모’도 10년 전보다 커지지 않았다. 우리도 일본사회의 마이너리티(소수자)지만 ‘새역모’도 마이너리티다. 머조리티(다수자)는 무당파랄까 중간층이다. 바로 이 중간층이 상황에 따라 흔들린다. 4년 전에는 중간층이 ‘새역모는 안된다’고 판단했고 그 결과가 채택률 0.039%로 나타났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가 2002년에 부상한 이후에는 중간층이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렇지만 자민당이 추진하는 개헌에 대해서는 반대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중간층은 그렇게 상황에 따라 흔들린다. 우리가 하는 운동도 전망이 있다고 본다.”
  -‘전국네트 21’은 어떤 방식으로 활동하는가.
  “각종 페이퍼나 팸플릿이나 책도 내고 인터넷도 활용한다. 우리는 정공법적인 방법을 쓴다. 각 지역별로 정치인들이 압력을 넣는다고 해도 그 압력대로 교과서가 채택되기는 쉽지 않다. 여론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론을 향해 일한다.”
  -그런 활동을 하려면 돈도 필요할 텐데 어떻게 조달하는가.
  “회원들의 회비와 출판, 스폰서들의 후원으로 조달한다. 우리의 회원은 5천3백명이다. 일반 회원의 1년 회비가 3천엔, 학생은 1천엔, 단체는 5천엔이다. 회비 액수가  ‘새역모’와는 비교도 안된다. ‘새역모’는 7천8백여명의 정회원이 1년에 1만2천엔, 일반인은 6천엔, 단체는 30만엔의 회비를 낸다. 우리는 회비가 매우 낮지만, 그래도 흑자를 내고 있다. 원가 12엔짜리 팸플릿을 15엔에 파는 식으로 약간씩의 이익을 남겨 그 돈을 비용에 보태 쓰고 있다."
  -한국에는 당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한국인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한국의 ‘역사교육연대’도 우리와 같은 일을 하고 있다. 나는 2001년(새역모 교과서 파동 때)에도 그분들께 ”차분하게 해달라“ ”과열하지 말라“고 말씀드렸다. 이번에도 나는 같은 말씀을 드리고 싶다. 문부과학성의 검정이 끝날 때까지는 차분하게 하시고, 그 후에 함께 하자는 말씀을 드린다. 한국에서 과열하면 일본 매스컴의 보도를 통해 그것을 알게 된 일본의 중간층이 반발한다. 그러니까 과열하지 말고 ‘일본과의 우호관계를 심화시키고 싶은데 새역모 교과서는 우호관계 심화를 방해한다’는 메시지를 전면적으로 보내주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한일간에 지방자치단체교류 학생교류 등 상호교류를 발전시키자, 그러나 새역모 교과서는 교류에 방해가 된다, 그러므로 그런 교과서는 채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메시지가 좋다고 생각한다. 교류중단까지 가면 일본의 중간층이 반발한다. 교류중단을 했더라도 그 지자체가 새역모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교류를 재개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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