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피해자만 양산...국회에서 서둘러 혼란을 잠재워야

[시사뉴스피플=박용준 기자] 최근 부산 해운대구 ‘에이치스위트해운대’ 4개 호실(생활형숙박시설, 이하 생숙)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이뤄졌다고 화제가 됐다. 혹자는 화제거리가 될 만한 뉴스인가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내면을 살펴보면, 정당하게 분양받아 입주해 살고 있는 입주민들이 하루 아침에 범법자가 될 수 있었지만, 다행히 에이치스위트해운대는 건립 당시 편의를 위한 주차장 면수 등이 확보 돼 있어 4가구는 배연창을 설치하고 방마다 화재감지기를 설치하는 등 안전시설을 갖추며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할 수 있었다. 

생숙 입주민은 ‘범법자’
전국 생숙은 ‘에이치스위트해운대’를 부러움의 대상으로 삼는다.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이 지어질 수 없는 곳에 지어진 생숙, 당시 규정에 맞춰 확보한 주차장, 발코니와 바닥난방, 전용 출입구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한 번 해보자고 마음을 먹어도 현재의 법테두리로는 할 수가 없다. 

2021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령이 발표되면서, 기존 입주민은 유령이 됐다. 시행령은 생활숙박시설은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숙박업 신고를 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으나, 종전의 생활숙박시설에 대한 경과규정이 없기에 기존 입주자를 구제할 방편도 없다.  
세부적으로 살펴봤다. 현재 생숙이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기 위해서는 주차기준과 복도폭, 소방·피난기준 등 물리적 기준에 저촉된다. 또한 지구단위계획상 불허용도 입지적 기준에 저촉되는 등 대부분 입주자 스스로 용도변경을 위한 현실적인 장벽을 극복할 수 없다. 특히 이미 분양 완료된 생숙을 오피스텔로 설계변경을 하기 위해서는 기 분양자의 일괄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사실상 할 수가 없다. 그리고 한 라인에 용도변경 한 세대와 안한 세대가 난립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법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다. 실제 이와 관련해 많은 말들이 오간다. “수분양자 중 용도변경을 한 세대와 안한 세대가 같은 건물 같은 층에 또는 위아래에 있는 불편한 동거를 할 수 있다”며 “결국 같은 건물이지만 용도가 달라서 건물 전체의 피난규정이나 시설규정, 관리규정 등 여러가지 혼선이 이어지게 된다”고 질타했다.  
한 생숙 시행사 대표는 “현재 정책상 수분양자에게 문제의 해결을 맡겨두고 정부나 사업시행자는 방관자 역할만 하라고 하는 건데, 이러니 불만이 고조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끝까지 밀어붙이는 방향을 지속하겠다면 사업시행자가 분양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설계변경 여부를 결정하고 동의하지 않는 분양자는 계약해지를 선택할 수 있는 등의 대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토부는 발코니와 바닥난방 등 일부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고 했지만, 지구단위계획을 바꿔야 하는 생숙은 단시간에 이뤄낼 수가 없다. 잣대를 따르면 건축물 새로 지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오는 10월이면 10여만 명이 범법자가 된다.

(엘시티는 지구단위계획상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불가능하다.)
(엘시티는 지구단위계획상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불가능하다.)

때아닌 범법자 양산, 무엇이 옥죄고 있나. 지난 2021년 국토부는 올해 10월 14일부터 생활형숙박시설을 주거용으로 이용하다 적발될 땐 개별공시가격의 약 10%에 달하는 강제이행금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갖은 잣대로 부동산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기저기 풍선효과로 막을 수 없었다. 오히려 더 큰 폭등을 양산했다. 이에 2020년 국정감사 당시 조응천 의원 등은 생숙을 주택으로 불법 용도변경하여 사용하고 있는데도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단속을 하거나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질타를 하기도 했다. 
현재 생숙 입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현실적으로 가능하도록 법을 만들어야지,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밀어붙이는 경우가 어디 있냐”며 허탈해했다. 또 다른 입주민은 “정부 정책이 바뀌어도 기존 법에 따라 만들어진 결과물까지 새로 고쳐라고 하는 것은 강압”이라며 “문제점을 잡겠다고 새로운 법안을 만든다면, 시행된 법에 따라 현재부터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10월 14일까지 생활숙박시설 건축물 용도를 오피스텔로 변경하는 경우 오피스텔 건축기준 일부를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10월 14일까지 생활숙박시설 건축물 용도를 오피스텔로 변경하는 경우 오피스텔 건축기준 일부를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생숙은 자연스레 태어난 ‘주거의 신문화’
생숙은 주거의 신개념이다. 과거 주택은 먹고 잠을 잔다라는 개념이었다면 생숙은 오피스텔의 개념에 아파트를 입힌 신주거 문화다. 이같은 주거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아파트 내 수영장과 골프장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 등장하고, 호텔식 조·중식서비스 도입, 식당과 세탁·청소 서비스, 케이터링 등을 통해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새로운 주거의 트렌드로 변화시킨 긍정적 아이콘이었다.
생숙의 등장은 2012년 ‘공중관리법 시행령 제4조’가 등장하면서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법은 취사시설 유무에 따라 일반숙박업과 생활숙박업으로 구분하고 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외국에서 레지던스라는 명칭으로 30년 이상 운영하는 사례 등을 검토해 국내 실정에 맞게 제도화했다. 
이후 2013년 5월 31일 개정 건축법 시행령이 발표되면서, 건축물의 용도분류 제15호에 생활숙박시설이라는 세부 용도를 신설했다. 최근 가족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트렌드를 충족하기 위한 정책입안이 반영된 것이다.
관련법에 따라 대도시권 상업지역에 생숙이 건립되면서 주거문화의 한 단락으로 자연스레 자리잡았다. 건축물의 용도 분류상 주택에 해당되지 않아 분양가 규제, 학교용지부담금, 대출·전매제한 회피가 가능하고 주차기준이 주택보다 완화되니 인기가 치솟았다. 근 10년동안 정부는 어떠한 규제나 단속이 없으니 새로운 주거형태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에 은행권은 생숙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았고, 각 지자체는 생숙 유치를 위해 건설업체들에게 러브콜을 했다. 
이같은 움직임 속에 ‘에이치스위트해운대’는 2014년 분양에 나섰다. 기존 생숙과 차별화하고 입주민을 위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한발 앞서 조식과 하우스키핑 등의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았다. 생숙이 가진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차장 면수도 확대했다. 당시의 파격적인 선택이 현재 새로운 기회가 됐다. 국내에서 가장 근접하게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가능 곳이 된 셈이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상승에 편승한 생활숙박시설 분양 열기가 과도해진 시점에서라도 생활숙박시설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운용되는 문제점 등을 도출하여 여러 기준들을 주택에 준하는 기준으로 강화했다면 현재와 같은 선의의 피해자를 예방할 수 있었다”며 “이제 와서 주거를 할 수 없다는 단순 논리는 행정편의주의 정책으로서 문제를 더욱 증폭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생숙, 일반 주택 비해 3배 이상 높은 과세 부담
생숙은 정부가 규제해야만 하는 대상인가.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 부유층들의 또 다른 투자 대상에 불과한 것인가.   
분명한 것은 생숙도 상응하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지방세 연구원의 연구자료(수시과제 2020-01호, 생활숙박시설 과세 개선방안)에 따르면, 생숙은 현황과세 대상인 오피스텔과 달리 숙박업 용도로 간주하여 주택에 비하여 3배 이상 높은 과세를 부담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주택에 대한 다주택 규제 등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의 건축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타 숙박시설과의 형평성 측면을 봐도 무리한 부분이 있다. 부산의 광안리해수욕장을 예를 들어보면, 이곳은 올 여름 해운대해수욕장을 뛰어넘었을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문제는 이 일대 오피스텔이 무신고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국 곳곳에서 일반숙박시설에 전기장치를 이용한 취사시설을 설치하고 주거로 이용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뿐만 아니라 개별 분양 가능한 일반호텔을 전문업체에 위탁하지 않고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주거지 등록을 악용하는 사례도 많다. 주민등록법을 교묘히 피해 숙박시설에 전입신고를 하고 실제 거주는 오피스텔을 주거로 활용한다. 실제 단속이 미흡하니 불법만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탓에 음성적 자금만 늘어나고 있다. 차라리 국가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양성화 하자는 의견도 있다. 

(생활형숙박시설은 그동안 획일한 된 주거형태에 벗어나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주거환경을 제시했지만, 공로는 없어지고 범법자만 양산하고 있다.)
(생활형숙박시설은 그동안 획일한 된 주거형태에 벗어나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주거환경을 제시했지만, 공로는 없어지고 범법자만 양산하고 있다.)

생숙 준주택으로 인정, 세수 확보 및 집값 안정에 기여
개정 전후가 없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령에 따라 선의의 피해자만 양산된다. 합리적인 대안은 없나. 
도시개발과 정비, 주택건설사업에 있어 자문역할을 하고 있는 한 연구원 원장은 ‘생활문화 변화에 따른 현상을 제도권에 과감히 편입·수용하는 포지티브 정책으로의 전환, 21C형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부응하는 하이브리드 주거 개념 도입, 생숙을 준주택으로 지위 부여하여 그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부과하자’는 세 가지안을 제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생숙은 일방적인 규제나 단속 일변도의 채찍 정책보다는 숙박업 신고대상인 동시에 과거의 숙박시설 개념과는 달리 장기투숙뿐만 아니라 새로운 주거문화 트렌드를 고려한다고. 이를 위해 하이브리드 주거 개념을 도입하여 주택법령상 준주택의 지위를 부여하는 등 제도권 내에 편입하여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한 변화 수요를 담을 수 있도록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택법 시행령 제4조 준주택의 종류와 범위에 생활숙박시설을 신설하는 주택법 개정을 하고, 대신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주택에 준하는 건축기준과 학생수용,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나 대출규제, 주차시설 확보 등 의무를 부여하는 방향으로의 주택정책이나 세금·금융정책을 적용한다면 치솟는 집값과 주택난을 해소하는 것에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생숙을 관리업체를 통한 숙박업 신고 및 시설관리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리단을 구성 후 숙박업 관리업체를 선임하여 시설 전체를 숙박업 신고 후 관리하도록 조치 ▼각 실의 구분소유자는 관리규약에 따라 관리업체에 위탁 또는 관리계약을 체결하여 각 실을 관리 및 운영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연구원 원장은 “무엇보다 기존에 입주한 선량한 피해자의 사후적인 법률위반 행위에 대한 합리적인 출구대책이 마련 돼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다. 또한 하이브리드 주택 등 새로운 형태의 주거방식의 등장에 따른 사회현상을 수용하는 선제적인 입법조치로 법적 안전성을 도모하고,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숙박 및 주거시설의 공급으로 시민들의 필요에 따른 선택권을 확대하고, 집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생숙의 주거용 불법사용에 대한 사용자 리스크를 주택법상 준주택 도입으로 제도권으로 편입하고, 이에 따른 취득세, 양도세 등 각종 세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준주택 인정은 오피스텔의 사례를 엿볼 수 있다. 2009년 서울고법 판결에서 ‘오피스텔로 건축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건축법 및 오피스텔 건축기준고시 등의 기준을 갖췄느냐의 여부에 의해 판단된다.’ ‘오피스텔은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업무용과 주거용의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업무전용 또는 주거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라는 판시로 큰 파장이 야기 됐는데, 이에 국토부는 2010년 7월 주택법에 오피스텔을 포함한 준주택을 도입하면서 제도적으로 인정하며 큰 혼란없이 마무리된 사례가 있다. 현재 야기되고 있는 생숙도 사회적인 파장을 고려해 국회에서 서둘러 입법을 추진해 혼란을 잠재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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